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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음 님의 서재입니다.

육체의 생명은 피에 있음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일반소설

완결

재음
작품등록일 :
2017.06.26 22:08
최근연재일 :
2017.08.16 03:56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11,273
추천수 :
222
글자수 :
180,041

작성
17.07.19 21:13
조회
307
추천
6
글자
7쪽

17. 잠

DUMMY

# 17. 잠




캐빈.

듣고 있어요, 캐빈?


수술은 잘 끝났어요.

11시간이나 걸리는 수술이었죠.

갈비뼈가 두개 부러졌대요.

폐도 약간 손상을 입었는데, 심각하진 않고요.

다만 특별한 당신의 몸 상태 때문에···

굉장히 조심스럽게 진행됐다는 군요.


난 그것도 모르고 겁에 질렸었어요.

혹시 당신이 죽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초조했어요.


의사들이 놀랐대요.

받은 충격에 비해 중요한 장기를 잘 보호했다고.

당신이 굉장히 단련된 사람 같다고 했어요.

남다른 구석이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정말 대단해요. 캐빈.



아, 피터는 무사해요.

온몸에 멍이 들었지만, 크게 다친 곳은 없어요.

약간 다리를 절긴 했지만, 심각한 건 아니에요.

하루만에 퇴원했어요.


다행이죠.

당신과 피터의 아버지 덕분이에요.


피터는 숙사를 나가게 됐어요.

집으로 돌아가서

어머니를 도와 세탁소 일을 하겠대요.

그러라고 했어요.

더이상 피터에게 보호감찰은 필요없을 것 같으니까.


사실 피터에게 양 목장 일은 잘 안 맞았어요.

당신도 기억나죠?

피터가 얼마나 엉망으로 양털을 깎아놨었는지.

하하하.


그 못난이 양은 지금도 슬퍼보여요.

빨리 털이 자라야할텐데...

그냥 한번 싹 밀어주기라도 해야겠어요.

아니면 너무 우울한 성격이 되어버릴 것 같아

걱정되요.


원래 그렇게 외따로 떨어진 한마리에게

더 마음이 쓰이기 마련이죠.


성경에도 그런 이야기가 나와요.

어느 사람에게 양 백 마리가 있는데,

한 마리를 잃어버린거에요.

그래서 그 사람은 아흔 아홉 마리를 두고,

그 잃어버린 한 마리를 찾아다니죠.


잃어진 한 마리.

그래서 더 소중한거죠.



아, 그래도 피터가 떠나면 그리울 거에요.

이제야 좀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아쉬워요.

당신도 그렇죠, 캐빈?



당신도 없고, 피터도 가버리니까

숙사가 휑 해졌어요.

샘과 지미에게도 이번 일은 충격이 컸어요.

여러 번 버려지고, 이별을 겪은 아이들이라

이런 일이 생기면 움추러들죠.

방어하는 거에요, 다칠까봐.

의기소침해진 것 같아요.

그러니까

빨리 돌아와줘야 해요.



아, 안젤라도 당신을 많이 보고 싶어해요.

지금 당신 머리 맡에 놓여있는 곰 인형, 보여요?

안젤라가 전해달라고 한거에요.

원래 매일 밤 안고 자는 인형인데...

갖다주라고 했어요.

당신을 지켜줄거래요.


원래는 럭키를 데려다 달라고 했어요.

캐빈한테는 럭키가 필요하다고.

심지어 차에 몰래 태우려고까지 했다구요.

연구소라 안된다고 하니까,

그럼 당장 당신을 집으로 데려오라고 난리였어요.

얼마나 졸라대는지···

알죠? 안젤라 고집.


나오미한테 따끔하게 혼이 나고서야 멈췄죠.

하하.


나오미는 정말 대단한 여자에요.

그녀가 아니었다면,

나는 안젤라를 감당하지 못했을 거에요.



나오미도 당신에게 안부를 전해달랬어요.

당신이 뭐든 잘 먹어줘서 고마웠나봐요.

당신이 없으니 요리할 맛이 안 난데요.

그래서 우린 이틀 내내 똑같은 햄버거를 먹었답니다.

하하.

그러니 어서 일어나서 나 좀 살려줘요.

난 더 이상 햄버거는 싫다고요.



하아···.


그리고 피터의 아버지는···


사실 연구소 사람들은

부정적인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했지만.

난 당신이 궁금해할 것 같아요.


···좋은 상태는 아니에요.

장기 손상이 크고, 출혈이 많아서

생사를 건 수술을 받았어요.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지만

회복 경과를 지켜봐야하는 상황이라

앞으로 몇 달은 병원에 입원해 있어야 한데요.


그리고 아무래도 손은 못 쓰게 될 것 같아요.

칼이 관통하는 바람에

손가락 근육이 많이 손상되었어요.

복구 수술은 했지만, 너무 많이 뭉개져서

완치가 어려울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

피터는 정말 많이 울었어요.

자기 때문이라고.


아버지가 깨어나지 못하는 동안

그 애는 잠시도 병실 앞을 떠나지 않았어요.


다행히 지난 밤에 아버지의 의식이 돌아왔고,

피터는 잘못했다고 엉엉 울었어요.

마치 어린아이처럼.


피터 아버지는 호흡기 때문에 말하지 못했지만,

계속계속 눈물을 흘리더군요.

기쁜 표정이었어요.


부모란 그런 마음이에요.

이 아이가 아무런 아픔을 겪지 않기를,

늘 행복하기를.


아이만 보이죠.

내가 없어져요. 아픔도, 두려움도, 죽음도.

그래서 강한 거에요. 사랑은.


"이 사랑은

많은 물이 꺼치지 못하겠고

홍수라도 엄몰하지 못하나니

사람이 그 온 가산을 다 주고

사랑과 바꾸려 할지라도

오히려 멸시를 받으리라."


아가서에는 있는 구절이에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 중 하나죠.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었어요.


당신이 부모의 사랑이 뭔지 모른다고 했을 때,

저는 진심으로 기도했어요.


부모한테 받지 못했더라도

언젠가 알게 되기를.

더 크고 깊고 완전한 사랑을.


당신이 알지 못한 때부터,

먼저 알고 당신을 기다리는 사랑을요.



벌써 삼일 째.

당신은 일어나지 않네요.

무슨 꿈을 꾸고 있나요? 캐빈.


신체 반응이 모두 정상인데 깨어나지 않는 건,

당신이 원하지 않기 때문이겠죠?


그렇게 즐거운 꿈인가요?


아니면...

혹시나 걱정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자책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래서 일어나기 싫은 건 아닌지···


알아요.

너무 많은 사람이 다쳤어요.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지만,

많은 사람이 큰 상처를 입었어요.

당신이 그랬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들 놀랐어요.


무섭냐고요? 아니요.

네, 처음엔 좀 놀랐어요.

하지만 그래서 피터와 아버지가 무사할 수 있었죠.


무엇이 옳고, 무엇이 잘못인지

우리는 판단할 수 없어요.


제각기 말들을 해대지만,

신의 판단은 다를지도 몰라요.


그러니 당신도 판단하지 말아요.

스스로를 탓하지 말아요.


더 말해줘도 돼요.

좀 더 마음을 열고, 의지하고...

나는 그걸 기다리고 있어요.



캐빈,

당신은 강한 사람이에요.

하지만 당신을 지탱하는 힘은 무엇인가요?

자신의 의지인가요, 혹 분노인가요?

아니면··· 체념인가요.


표정 없는 당신을 볼 때마다

늘 당신이 어떤 삶을 살아온걸까 안타까웠어요.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울고

더 많이 소리쳐도 되는데.

아무말이나 해도 되는데···

항상 스스로를 막고 있는 당신을 보았죠.


그런다고

상처받지 않는게 아니에요.

마음을 닫는다고, 무심해진다고,

아무렇지 않은게 아니에요.


넘어지는 법을 모르니까, 달리지 않는 거에요.

잘 넘어져야, 잘 뛸 수 있어요.


더 풀어놓으세요.

자유롭게.

당신을 막는 모든 것들을.

그래야 아픔도 이겨낼 수 있어요.


당신은 강하지 않아요.

당신은 진짜 강한게 무엇인지

아직 배우지 못했어요.

하나도

배우지 못했어요.


그러니까, 캐빈

일어나요.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요.


일어나요, 캐빈.

제발.




캐빈, 듣고 있죠?


내 말,

듣고 있는거죠?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99 크림
    작성일
    17.07.19 22:41
    No. 1
  • 작성자
    Lv.1 hiswisdo..
    작성일
    17.07.20 06:35
    No. 2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모가 되보지 못했지만..다른 가족때문에 저도 그 마음이 어떤건지는 알것 같아요.
    저도 목사님이나 피터나 안젤라 그리고 그밖의 다른 사람들처럼 많이 기다립니다. 캐빈이 깨어나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hiswisdo..
    작성일
    17.07.20 06:44
    No. 3

    "이 사랑은 많은 물이 꺼치지 못하겠고 홍수라도 엄몰하지 못하나니 사람이 그 온 가산을 다 주고 사랑과 바꾸려 할찌라도 오히려 멸시를 받으리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작은자리
    작성일
    20.03.11 09:13
    No. 4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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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 비누 거품 +2 17.08.01 199 2 11쪽
26 26. 아직 피흘리기까지는 대항치 아니하고 +2 17.07.31 214 2 16쪽
25 25. No.023 세번째 인터뷰 +2 17.07.30 190 2 7쪽
24 24. 올바른 답을 얻기 위해서는 올바른 문제를 찾아야 한다. +2 17.07.29 204 2 7쪽
23 23. 아픔을 견디는 방법 +1 17.07.27 177 3 7쪽
22 22. 달밤 +1 17.07.26 190 2 10쪽
21 21. 롤러코스터 +2 17.07.25 203 3 11쪽
20 20. 나탈리 +2 17.07.24 242 4 8쪽
19 19. 바자회 - 폭풍전야 +3 17.07.22 247 5 20쪽
18 18. No.023 두번째 인터뷰 - the Passover +4 17.07.20 339 6 19쪽
» 17. 잠 +4 17.07.19 308 6 7쪽
16 16. 대신 죽어줄 사람 (The only begotten Son) +3 17.07.18 241 8 25쪽
15 15. 출구 +7 17.07.17 230 7 10쪽
14 14. 희생 제물 +3 17.07.15 260 7 14쪽
13 13. 아버지의 마음 +2 17.07.13 322 6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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