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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 이야기

(여신) 강림의 잔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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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대화
작품등록일 :
2021.05.13 09:51
최근연재일 :
2021.06.1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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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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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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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장. 신의 강림_ 1화. GENESIS (1)

DUMMY

신은 존재하는가?

진리이자 정의이며, 어머니이자 인도자는 실존하는가?


이 물음에 우리는 다양한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존재의 유무에서 존재하되 관여하지 않는다란 모호한 말과 늘 보살피고 있다라는 강한 믿음까지.

정말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 수만큼이나 다양한 답변을 들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토록 다양한 대답 속에서 우리는 과연 신을 찾을 수 있을까?


자신만의 믿음을 절대적 척도로 삼고, 눈앞의 진정한 신을 몰라볼 수 있지도 않을까?


따라서 이러한 얄팍한 믿음들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져봐야 할 것이다.


만일 절대 다수의 기준에 부합하는 신이 나타난다면, 우리는 스스로의 믿음을 져버리고 그를 신으로 맞이할 아량을 갖추었는가?


- ‘신을 믿는 자가 갖춰야 할 겸허한 자세’ -





테오스는 오열을 완벽하게 갖춘 십오만 명의 일리오스 제국 병사들을 바라보자 허벅지 근육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느꼈다.


칼끝 하나 허용하지 않을 것 같은 그들의 판금갑옷.

무엇이든 꿰뚫어버릴 것 같은 장창과 성벽처럼 견고한 검은 방패.

그리고 울창한 자작나무 숲처럼 한치의 흐트러짐 없는 전술 대형.


이 모든 것들이 그들을 적으로 맞이해야하는 테오스를 불안케하기 충분했다.


영원히 대치 상태가 유지되길 바랬던 테오스의 희망은 일리오스 진영에서 울려퍼진 나팔소리에 유린되었다.

동시에 허벅지에서 시작된 떨림이 온 몸으로 퍼지기 시작했고, 그렇게 머리 속에서 잠자고 있던 흉악한 소문을 깨웠다.


장창에 사람 둘을 꿰뚫고 내동댕이 친다는 시체 투척자 바리스 제 1군단장.

자신이 죽인자의 치아를 뽑아 방패 한 면을 장식한 고귀한 수집가 칼리마 제 2군단장.

오지 방패만으로 1개 소대를 짓이겼다던 칼날방패 팔라단 제 3군단장 등.


말만 들어도 머리카락이 주뼛서는 그 소문의 주인공들이 눈앞의 일리오스 군단을 이끌고 있었다.



반면, 테오스의 전투 경력은 그들에 비해 너무나 보잘 것 없었다.

신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막 임명된 사제로, 정규과정에 포함된 야간순찰대 1년 생활이 그의 전투 경력의 전부였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그 기간 동안 부랑자들을 상대로 검을 맞대기는커녕, 손으로 때려본 적도 없었다는 것을 기억해낸 테오스는 정신이 혼미해져 시선을 뒤로 돌리고 말았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7만 명의 신성자치국(神聖自治國)의 월영(月影)군 병사들.


미늘갑옷과 그 위에 겹겹이 겹친 연갈색 가죽갑옷.

그 경량 갑옷에 비해 철갑으로 된 정강이와 손목 보호대.


그렇게 중무장을 한 7만의 월영군이 정돈된 갈대밭처럼 구릉 전체를 메우고 있었고, 그 모습에 테오스는 잠시나마 안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적들에 비해 절반의 규모라는 사실, 그리고 대부분이 자신과 같이 두려운 표정을 짓고 있다는 것에 다시금 떨림이 심해지려던 찰나였다.



“두렵느냐.”


낮은 저음의 목소리.


그러나 뭔가 신이 난 듯 들뜬 목소리가와 함께 누군가의 손이 테오스 어깨를 붙잡았다.


민머리에 우뚝한 코. 굵은 턱선에 체격은 크진 않지만 단단해 보이는 몸.

그런 사내가 자신의 어깨를 붙잡은 채 미소를 지으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 겁니까, 선도사제여.”


이 상황에서 웃음은커녕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기에 그에게 질문을 던졌으나, 대답은 다른 곳에서 들려왔다.


"삼백 년을 영위해 온 제국답게 멋진 준비를 해왔으니 그렇지. 정말 모든 것이 완벽하지 않습니까, 선도 사제님?"


서글서글한 눈매에 푸른 눈망울.

그리고 이마를 살짝 덥는 덥수룩한 갈색머리카락의 사내가 경쾌하게 말을 이어갔다

.

“오늘만큼은 펠릭스라 불러도 좋다, 에오르. 우린 지금 모든 만물에게 공평한 죽음이란 존재 앞에 있으니까.”


“어? 정말 그래도 되는 겁니까 선도 사제님?”


테오스는 자신의 스승인 펠릭스와 그 밑에서10여년을 함께 보낸 에오르가 나누는 실없는 이야기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적들이 준비가 잘 되어있다는 것이 뭐 그리 좋은 일입니까? 그렇게 잘 준비된 적이 15만 명이라구요, 15 만 명! "


“보통 미래를 두려워하는 자들이 눈앞의 것을 맹신하지. 적들의 규모를 믿지 마라 테오스. 신을 믿어라. 그리고 신께서 강림하시는 이 전투의 승리를 믿어라.”


늘 이념적인 대답이었다.

신앙과 관련되어서는 언제나 올바른 말을 하는 이상적인 인도 사제였지만, 전쟁터에서 그런 펠릭스의 모습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어떻게 그런 믿음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규모부터 저희의 두 배 이상인데··· 게다가 일리오스 제국 병사들이라고요. 에오르의 말대로 삼백 년을 전쟁으로 다져온 이들이란 말입니다.”


“그래서 더 좋잖아. 신의 이름으로 치루는 첫 전투에 딱 알맞은 적들이니까. 구체제와 신체제의 격돌. 우리는 그 역사적인 현장에 와있는 거라고.”


에오르는 마치 역사책 속에 자신의 이름이 나올 듯 자신만만한 말투로 말했고, 오히려 그 말에 반감이 생긴 테오스는 사제란 신분에도 신을 부정하기 시작했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확실히 신께서는 신성자치국 신민들을 위해 믿기지 않는 일들을 하시지만··· 이건 전쟁이란 말입니다! 특히···. 인도사제님도 느끼고 계시지 않습니까? 저 무시무시한 기운을요.”


테오스의 말의 마지막은 거의 기어가는 말투로 끝이 났다.

입 밖으로 내뱉어 실제가 된 그 기운은 너무나도 압도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저 마력기운 말이냐?”


펠릭스는 고개를 치켜들어 일리오스 진영에 모여있는 마력 기운을 바라보았다.


애초에 마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지만, 적들은 실로 어마어마한 마력을 모은 상태였고, 그래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 듯한 마력 흐름이 맨눈으로도 보일 지경이었다.


“선도 사제님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저 정도의 마력이라면 여기 저희 모두를 증발 시키고도 남는다는 것을.”


눈으로 보이는 것이 저정도이니, 마력을 감지할수 있는 테오스가 느끼는 공포감은 그보다 더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저 어마무시한 마력을 바탕으로 마법을 사용할 자들은 다름아닌, 대륙 최강이라 할 수 있는 일리오스 마법군단, ‘하브릿’이었다.


하브릿.

일리오스 제국의 삼백 년 역사를 지탱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존재.


특히 고작 한 개의 마법중대로 오만 명의 도시연합 병사들을 수장시킨 전설적인 전투는 일리오스 마법군단의 힘을 상징하는 이야기들 중 하나였다.


그런 부대가 지금 네 개의 중대, 즉 한 대대 규모로 반대편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니 그 전설적인 전투의 전력과 단순 비교하더라도 이십 만명은 수장시킬 수 있는 화력이 모여 있는 셈이었다.


“너무 걱정마, 테오스. 우리에게는 신과 하나가 될 수 있는 수단이 있잖아.”


하브릿의 또다른 전설적인 전쟁사가 떠오르기 직전, 에오르가 손가락으로 테오스의 목 뒷부분을 콕 집었다.


그 자극에 테오스는 저도 모르게 손을 올려 자신의 뒷목에 복잡하게 새겨져 있는 까끌까끌한 마법진을 만졌다.


신과의 맹약.

신에 종속됨을 증명함과 동시에 신과 소통하는 통로인 각인진(刻印陣).


신성자치국의 신민이라면 누구나 새기고 있는 각인진은 신의 힘을 빌리는 수단이자, 신성자치국을 움직이는 힘이기도 했다.


“자신을 믿는 자는 필멸한다. 신의 힘을 믿도록 하지. 그러면 신께서는 분명 저 마법으로부터 우릴 보호 해주실 것이다.”


하지만 테오스는 도무지 펠릭스와 같은 믿음을 가질 수가 없었다.

정말로 각인진의 힘으로 일리오스 제국의 마법군단과 보병들을 물리칠수 있을지, 무엇보다 스스로가 눈앞의 적을 베어버릴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전쟁은 테오스가 마음의 준비를 마칠때가지 기다려주는 자비로운 존재가 아니었다.

그렇게 진격이 알리는 나팔소리가 무신경하게 전쟁터에 울려퍼졌고, 그 신경을 긁는 듯한 소리에 무방비 상태였던 테오스는 긴장을 넘어 공황상태에 빠질 지경이 되었다.


“자.. 잠시, 정말로 신께서는 저 마력에 대항할 방도가 없으신 겁니까?”


주변의 병사들이 하나 둘씩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이제 정말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 뛰어들 시간이 온 것이었다.


“가자, 테오스. 가서 신의 힘을 증명토록 하자.”

에오스가 그렇게 말하면서 테오스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자···잠시만요.. 이대론 모두 궤멸한다니까요. 일단 저 마력을 상쇄를 해야 한다고요!”


하지만 테오스의 그 처절한 외침은 병사들의 발소리와 각종 무기들이 절그럭거리는 소음에 묻혀버렸다.


작가의말

(깊은) 상흔의 잔향의 시리즈격 이야기입니다.

많은 사랑과 응원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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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장. 증명_ 1화 _ 도주자 (2) 21.06.04 3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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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장. 증명_ 1화 _ 조율자 (5) 21.06.03 25 0 8쪽
19 2장. 증명_ 1화 _ 조율자 (4) 21.06.02 30 0 9쪽
18 2장. 증명_ 1화 _ 조율자 (3) 21.06.02 29 0 9쪽
17 2장. 증명_ 1화 _ 조율자 (2) 21.06.01 28 0 12쪽
16 2장. 증명_ 1화 _ 조율자 (1) 21.06.01 30 1 15쪽
15 1장. 신의 강림_ 2화. 승천(Ascension) (9) 21.05.31 35 0 7쪽
14 1장. 신의 강림_ 2화. 승천(Ascension) (8) 21.05.28 32 0 7쪽
13 1장. 신의 강림_ 2화. 승천(Ascension) (7) 21.05.27 38 0 9쪽
12 1장. 신의 강림_ 2화. 승천(Ascension) (6) 21.05.27 35 0 11쪽
11 1장. 신의 강림_ 2화. 승천(Ascension) (5) +1 21.05.26 35 1 8쪽
10 1장. 신의 강림_ 2화. 승천(Ascension) (4) +1 21.05.21 38 2 8쪽
9 1장. 신의 강림_ 2화. 승천(Ascension) (3) +1 21.05.20 38 3 7쪽
8 1장. 신의 강림_ 2화. 승천(Ascension) (2) +1 21.05.18 36 3 9쪽
7 1장. 신의 강림_ 2화. 승천(Ascension) (1) +1 21.05.17 40 2 9쪽
6 1장. 신의 강림_ 1화. GENESIS (6) +1 21.05.17 51 2 7쪽
5 1장. 신의 강림_ 1화. GENESIS (5) +2 21.05.16 59 2 8쪽
4 1장. 신의 강림_ 1화. GENESIS (4) +1 21.05.14 55 2 9쪽
3 1장. 신의 강림_ 1화. GENESIS (3) +1 21.05.14 67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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