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별박이연입니다.

소울의 주인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별박이연
작품등록일 :
2015.01.19 19:35
최근연재일 :
2015.03.20 22:08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40,787
추천수 :
1,044
글자수 :
129,933


작성
15.02.24 18:23
조회
1,431
추천
40
글자
17쪽

3장. 벗어날 수 없는 올가미(4)

DUMMY

“허읍!”


성진이 니니안의 마지막 말에 집중하는 순간, 갑자기 여왕벌 소녀의 얼굴이 성진 앞에 나타났다.

기둥 뒤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바람에 너무 놀라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한번 놀란 가슴은 쉬이 진정되지 않았다. 숨이라도 제대로 쉴 수 있으면 좋으련만, 들킬까 봐 숨도 참아야 했다.

성진은 한 손으로 혜주의 입을 막고 숨을 참으란 식으로 신호를 보냈다. 혜주도 알겠다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삐이이?”


여왕벌 소녀는 뭔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기둥의 그림자 쪽으로 더듬이를 휘저으며 탐색하기 시작했다.


계속 호흡을 참고 있는지라 숨이 막혀왔다. 눈앞에 더듬이가 까딱거리자 혜주의 얼굴이 노래졌다.


“삐이… 삐이이….”


아무런 흔적도 찾을 수 없자 여왕벌은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여왕벌 소녀가 고개를 돌린 순간 한계에 달한 혜주의 호흡이 터져 나와 버렸다.


“푸하~. 흡!”


획 하고 세차게 고개를 돌린 여왕벌 소녀는 뭔가 알겠다는 듯 입가에 호선을 그리며 손을 들어 올렸다. 손에서 갈고리 같은 날카롭고 긴 손톱이 불쑥 튀어나왔다.


여왕벌 소녀의 미소를 보자 들켰다는 걸 깨달은 성진은 검을 꺼내기 위해 인벤토리를 열려고 했다. 하지만 여왕벌의 움직임이 너무 빨라 인벤토리를 소환하고 다시 검을 꺼내는 동작이 끝나기도 전에 당할 거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리고 그 짧은 순간에 든 생각은 저 공격을 피할 수 없다였다. 마지막 수단으로 니니안이 말하려던 것을 시도해보려는 순간이었다.


“계….”


손톱을 세우고 성진이 있는 곳을 향해 찔러 넣으려고 뒤로 크게 손을 뺀 순간 혜주가 성진을 밀어내 버렸다. 떠밀려 그림자에서 벗어나자 모습이 드러난 성진. 그리고 손톱이 목표가 된 혜주.

성진의 눈에 여왕벌 소녀가 혜주의 등을 향해 손톱을 찔러 넣으려는 모습이 마치 느린 화면처럼 보였다.


“혜주야-아!”

“선….”


손톱이 혜주의 등에 닿으려는 순간, 성진은 악을 쓰며 소리쳤다.


“계약한다! 계약하겠다고!”


니니안이 말하려던 마지막 방법은 분명 계약일 것이다. 그것 이외에는 떠오르는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이 계약에 모든 희망을 걸었다.


계약을 외친 순간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이 회색빛이 되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어떤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계약을 원하시는군요.”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정신을 차려보니 눈앞에 흰색 법의를 입은 흰색 단발머리의 여인이 딱딱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그곳은 이상한 공간이었다. 사방이 모두 희색으로 된 조그만 방이었는데, 작은 테이블과 의자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이렇게 텅 빈 공간인데도 왠지 모르게 숨이 막혀온다.


“어, 어떻게….”

“이곳은 계약을 위한 공간입니다. 시간이 멈춘 곳이죠. 계약이 끝나면 바로 돌아갈 수 있으니 안심하세요.”


여인의 말투는 고저가 없어 마치 로봇이 말하는 것처럼 딱딱하고 어색했다. 표정 또한 무미건조했다. 마치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여인은 팔뚝만 한 두루마리 하나를 내밀었다. 조금 전까지 손에 아무것도 없었던 상태라 어디서 꺼낸 건지 알 수 없었는데도 동작이 너무 자연스러워 위화감이 전혀 없었다.

두루마리를 살짝 펼치자 알 수 없는 문자가 빽빽하게 그려져 있었는데, 맨 아래쪽에 빈칸이 하나 있었다.


“그곳에 서명하면 계약이 성립됩니다.”

“당신은 누구죠? 계약은 누구와 하는 겁니까. 여기에 쓰여 있는 것이 계약 내용인가요?”

“전 이 탑의 관리자입니다. 계약 또한 제 업무이지요. 그곳에 쓰여있는 것은 어떤 공식입니다. 당신의 이름이 적힘으로써 완성되는.”

“공식? 무엇을 위한 공식이죠?”


대답할 생각이 없는지 입을 다물어 버린다. 여인은 표정의 변화가 없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읽을 수가 없었다.


“탑은… 도대체 이 탑의 정체가 뭐죠? 왜 우리를 이곳에 불러들인 겁니까.”

“이봐요. 관리자 양반. 당신이 원하는 게 뭡니까. 왜 계약이라는 걸 하는 거죠?”

“아니, 도대체… 하…이런 젠장 할. 꿀이라도 잡수셨나? 대답 좀 해보세요.”


아무리 물어도 여전히 똑같은 표정으로 입을 다물고 있으니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성진이 서명은 하지 않고 계속 질문만 던져대자 여인은 굳었던 입을 열었다.


“계약과 관련된 질문이 아니면 답변하지 않겠습니다. 당신은 질문을 던질 자격이 없기 때문이죠.”

“자, 자격? 그게 뭡니까. 어떤 사람이 질문할 자격을 갖게 되는 거죠?”

“탑의 정복자. 탑의 최상층에 도달한 사람만이 질문할 수 있고 답변도 들을 수 있습니다.”

“……제길. 좋습니다. 그럼 계약과 관련해서 물어보겠습니다. 계약하게 되면 어떤 혜택이 있습니까?”

“고대 영웅들의 힘이 담긴 소울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소울의 종류는 노멀 소울 4종과 스페셜 소울 15종이 있습니다. 계약자에겐 노멀 소울 4종이 무료로 지급됩니다. 스페셜 소울을 선택하려면 100만 루슈가 필요합니다.”

“그게 끝입니까? 더 없어요?”

“네.”


어이가 없었다. 알림창에서 본 혜택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아니. 이봐요. 관리자 아줌마.”

“아줌마란 호칭은 허용하지 않겠습니다.”


무표정한 얼굴에 왠지 불쾌한 감정이 어려 보인다. 로봇 같은 여인에게 감정을 드러내게 할 정도의 단어였단 말인가.

몇 가지 호칭을 떠올리고는 다시 말해보려 하는데, 여인은 손을 들어 성진이 말하려는 걸 제지했다.


“제 이름은 메시스(messis)입니다.”

“좋아요. 메시스. 얼마 전에 본 알림창에서는 계약하게 되면 상당한 혜택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던데.”

“이미 폐기된 정책입니다. 지나치게 많은 혜택을 주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혜택은 알림창으로 신청했을 때만 유효합니다.”


순간 이거다! 하는 느낌이 왔다.


“혹시 알림창을 끄지 않고 계속 열어둔 상태라면 지금이라도 알림창으로 신청이 가능한 겁니까? 아, 아쉽네.”

“지금까지 켜둔 상태였다면 당연히 가능합니다. 하지만 의미 없는 가정입니다. 현재 미계약 방랑자에게 전달했던 모든 알림창이 소거된 것을 확인하고 정책을 폐기했기 때문입니다.”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원하는 대답을 얻어냈기 때문이었다.


“인벤토리 소환!”


성진이 뜬금없이 인벤토리를 열어도 무표정했던 메시스의 얼굴이 성진이 꺼낸 것을 보자 경악에 물들었다.

성진이 인벤토리에서 꺼낸 것은 6층에서 우연히 집어넣게 된 알림창이었다.


“다행이군요. 지금이라도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

“무, 무슨! 도, 도대체 무슨!”


저리도 당황하는 걸 보니 관리자인 메시스 조차 알림창이 인벤토리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건 몰랐던 것이 분명했다.


“알림창으로 계약 신청을 하면 되는 거죠?”


성진이 알림창의 하단에 있는 계약 신청 칸을 누르려 하자 메시스가 다급하게 소리치며 성진의 손을 붙들었다.


“아, 안 돼!”

“어허, 이게 무슨 짓이죠? 나는 정당한 방법으로 계약을 신청하려 하는데?”

“그, 그러지 말아 주세요. 이미 모든 정책이 수정된 상태입니다. 지금 그걸 누르면 어떤 오류와 변수가 생길지 알 수 없습니다.”


승기가 자신 쪽으로 넘어왔다. 혜주를 구하고, 또 자신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힘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 이 자리에서 얻을 수 있는 건 모두 얻어내야 한다.


“그래요? 나완 상관없는 이야기군요.”


붙잡히지 않은 손으로 다시 신청 칸을 누르려 하자 메시스가 다시 손을 붙잡고 소리를 질렀다.


“혜택 드리겠어요! 모든 혜택을 드릴 테니까 그건 손대지 말아 주십시오.”


인조인간 같던 메시스가 당황해 언성을 높이기까지 하자 통쾌한 느낌까지 들었다.


“정말입니까?”

“정책은 폐지되었지만, 관리자 권한으로 알림창에 나온 모든 혜택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계약서에 서명하십시오. 그리고 그 알림창은 이제 꺼주십시오.”

“그러죠.”


이제 원하는 것을 얻어냈으니 충분하다 싶어 알림창을 끄려는 순간 니니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인님! 조금 더 뜯어내세요! 좋은 무기라도….”

-딱!


메시스가 손가락을 튕기자 니니안의 목소리가 끊겨버렸다.


“신성한 계약의 공간에 누군가 접속하려 하는군요. 혹시 당신이 한 일입니까?”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계약을 서둘러 주시지요.”


성진은 알림창을 끄려다 말고 메시스를 바라보며 물었다. 니니안의 말대로 뭔가를 더 뜯어내기 위해서였다.


“그 관리자 권한이란 게 상당한 모양이군요. 당신은 이곳에선 절대적인 위치겠지요?”

“맞습니다.”

“이왕 관리자 권한으로 혜택을 주시는 거 조금 더 쓰셔도 괜찮겠군요.”

“…….”

“뭐 거창한 걸 바라는 건 아닙니다. 그냥 괜찮은 무기 정도면 충분합니다. 뭐 싫으시면…”

“좋습니다.”

“계약에 대해 다시… 네?”


너무 쉽게 승낙하자 얼떨떨해졌다.

메시스는 여전히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하며 성진에게 말했다.


“당신이 생성시킨 독특한 스킬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당신과의 계약은 꼭 성사시키고 싶군요. 지금 당장 한가지 요구만 들어준다면 개인적인 호의로 세 가지 선물을 드리도록 하지요. 하나, 스페셜 소울을 무료로 드리겠습니다. 둘, 당신이 선택한 소울에 걸맞은 무기를 드리지요. 마지막으로 쉽게 얻기 힘든 특별한 아이템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상당한 호의였다. 무기 정도로 끝낼 생각이었는데, 정말 파격적인 제의가 아닌가.


“뭐, 뭡니까. 그 요구라는 게.”

“저 알림창을 꺼주세요. 당장!”

“…….”


메시스는 알림창을 빌미로 자꾸 수세에 몰리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순순히 요구조건을 들어주고 상황을 반전시키고 싶은 모양이었다.


성진도 더 압박을 가했다간 뒷수습이 곤란했기에 호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메시스의 정체를 정확히 알 순 없어도 관리자라는 이름이 붙은 이상 허투루 상대할 존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바로 알림창을 끄고 두루마리를 가져와 빈칸에 이름을 적어넣었다. 그러다 문득 메시스가 한 말이 마음에 걸린다.


‘내 스킬에 관심이 많아서 계약을 성사시키고 싶다고?’


이름을 적어넣은 두루마리를 다시 메시스에게 내밀며 질문을 던졌다.


“혹시 고대의 영웅들도 계약이란 걸 했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렇군요. 역시…. 저 계약서는 이름을 적어 넣음으로써 완성되는 어떤 공식이라고 하셨죠? 그 공식이 만들어내는 게 바로 소울이 아닙니까? 계약이란 게 결국, 소울을 추출해 내는 행위로군요?”

“맞습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너무 쉽게 시인하자 오히려 의심이 든다. 이렇게 쉽게 이야기해 줄 거면 애초에 자격 운운하지나 말든지. 아니, 정말 중요한 내용은 몇 가지 이유라는 저 부분에 있는 것은 아닐까.


메시스가 두루마리를 받아들자 처음 나타날 때처럼 너무도 자연스럽게 사라져버렸다. 마치 원래부터 두루마리가 없었던 것 같다.


“이제 소울을 선택할 차례입니다.”


메시스가 허공에 손을 흔들자 성진의 눈앞에 주먹만 한 구슬 19개가 메시스의 손짓을 따라 나타났다. 구슬들은 성진의 앞에서 3D 홀로그램 둥실둥실 떠 있더니 천천히 수평의 원을 그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살펴봐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


떠다니는 구슬 중 하나에 손을 대자 정보가 떠오른다.


[정령사수의 소울]

-설명: 탑의 31층을 정복한 방랑자 마누시엘이 남긴 영혼의 파편. 장착할 경우 정령사수의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등급: ☆(성장 불가)

-능력치: 근력 10, 민첩 25, 체력 21, 마력 59

-기술: 정령의 숨결, 가시나무의 정령, 숲의 주인, 호수의 정령

-필살기: 스피릿 애로우(☆)

-각성기: 없음


“성장 불가?”

“4종의 노멀 소울은 성장이 안 됩니다. 15종의 스페셜 소울은 최대 5성까지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노멀 소울은 무료였군요.”


정령사수의 소울에서 손을 떼고 다른 구슬을 선택해 보았다.


[거울마법사의 소울]

-설명: 탑의 82층을 정복한 방랑자 샤누엘 안와만이 남긴 영혼의 파편. 장착할 경우 거울마법사의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등급: ☆(☆☆☆☆☆)

-능력치: 근력 11(74), 민첩 18(122), 체력 9(61), 마력 88(2,112)

-기술: 이면 세계의 비밀, 아홉 개의 진실, 거울 미로

-필살기: 확고한 환상(☆)

-각성기: 환상유희(☆☆☆☆☆)


“허…. 5성일 때의 능력치 차이가 어마어마하군.”


그때 또 니니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메시스의 방해 때문인지 제대로 들리진 않았다.


“주인… 지직. 추천… 지직. 무… 지직.”

-딱!


메시스가 또 손가락을 튕기자 니니안의 목소리는 사라져버렸다.


“끈질긴 조력자로군요.”

“전 모르는 일입니다.”

“알겠습니다.”


성진이 잡아떼자 메시스는 별다른 반응 없이 넘어가 버렸다. 이 여자, 지나치게 쿨하지 않은가.


“이제 선택하도록 하세요.”

“어어…?”


아직 다 확인도 못 했는데 선택하라고 한다. 이 여자, 쿨하지 못하다.

메시스가 손을 휘젓자 구슬들이 빠른 속도로 회전을 시작했다. 너무 빨라 어떤 소울인지 당최 알아볼 수가 없었다.


“이, 이러면….”

“스페셜 소울도 무료로 드리기로 했지요. 그러니 모든 소울이 같은 자격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선택하세요. 운이 좋다면 당신과 상성이 좋은 소울을 선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이런 식으로 심술을 부릴 줄이야. 이러면 원하는 소울을 고를 수가 없다. 잘못하면 성장도 안 되는 노멀 소울을 뽑게 될지도 모른다.


성진은 떨리는 손으로 무섭게 회전하는 구슬들을 바라보다 재빨리 손을 뻗어 구슬을 잡았다. 성진의 손이 구슬에 닿는 순간 모든 구슬이 사라지고 붙잡은 구슬 하나만이 손안에 남았다. 손안의 구슬을 꽉 쥐자 이내 정보창이 떠올랐다.


[무명용사의 소울]

-설명: 탑의 ???층을 정복한 모험가인 이름 모를 용사가 남긴 영혼의 파편. 장착할 경우 무명용사의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등급: ☆(성장 불가)

-능력치: 근력 48, 민첩 30, 체력 28, 마력 12

-기술: 십자썰기, 어슷썰기, 반달썰기, 숭덩썰기, 조붓썰기

-필살기: 없음

-각성기: 없음


“이런 제길!”


하필 성장시키지 못하는 노멀 소울을 골라버렸다. 거기다 이 소울은 필살기조차 없는 똥망 소울이다. 기술의 이름은 요리에서 재료를 다듬을 때 쓰는 용어들이었다. 얼마나 어이없는 기술들인가. 통탄할 일이다. 이렇게나 운이 없을 수가.

이따위 소울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잠시 후에 다시 싸우게 될 괴물과의 싸움에서 혜주를 지킬 수 있을까.


“제길! 제길!”


성진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자 그렇게나 무표정했던 메시스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어렸다.


“좋은 고통….”

“네?”

“아닙니다. 혼잣말이니 신경 쓰지 마십시오. 이제 그 소울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설정」해드리겠습니다.”


메시스의 하얀 눈동자에서 빛이 잠깐 번뜩이자 오른손에 쥐고 있던 구슬이 손바닥으로 녹아들었다. 그러자 오른손의 손등에서 구슬이 튀어나올 듯 불룩해졌다.


“크윽. 크으으….”


불룩해진 손등의 피부가 갈라지며 박혀있던 구슬이 드러났다. 녹아들고 피부가 찢어지는 과정은 참을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웠지만,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

소울이 완전히 자리를 잡자 찢어진 흔적도 사라지고 매끄럽게 변했다. 무명용사 소울과의 결합이 완료된 것이다.


갑자기 성진의 머릿속으로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다. 소울에 담긴 기술의 사용법이 절로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다.


‘나쁘지 않다!’


머릿속에 떠오른 기술의 실체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아니 오히려 자신에게 꼭 필요한 소울이었다. 무명용사 소울의 기술들은 무술의 초보인 자신도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을 만큼 평이하면서도 위력도 나쁘지 않은 기술들이었다.


소울을 장착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스페셜 소울의 기술들은 위력은 강하지만, 지금 당장 목숨을 건 사투에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고난도의 기술일 것이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마법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그래서 이 무난한 소울은 지금 당장 힘이 필요한 성진에게 꼭 필요한 소울이었다. 뽑기 운이 나빴던 게 아니었다.


“성공적인 계약. 축하합니다. 이제 약속했던 선물을 줄 시간이군요.”


메시스는 손바닥만 한 작은 상자 두 개를 내밀었다. 역시나 어디서 나타났는지 알아챌 수도 없이 자연스러웠다.


“이 상자를 열면 무기가 나올 겁니다. 전설 등급이 나올 수도 있고 폐기물 등급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모두 당신의 운에 달린 것이지요. 이 상자를 열면 아이템이 나올 겁니다. 전설의 영약이 나올 수도 있고, 쇠똥구리의 경단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 또한 당신의 운에 달렸습니다.”


모든 것이 운이라고 말하지만, 소울을 선택할 때 수작을 부린 것을 보면 이 상자에도 조처를 해뒀을 것이 분명했다. 좋은 물건이 나올 확률은 아마 지극히 희박할 것이다.


성진은 침을 한 번 꼴깍 삼키고는 무기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소울의 주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근황입니다. +1 15.07.20 685 0 -
공지 새로 쓴 내용을 업로드 했습니다. 15.02.13 814 0 -
공지 출판 계약하고 왔습니다. 15.02.07 1,420 0 -
공지 연재 중단입니다. 사죄 말씀 올립니다. +7 15.02.02 2,396 0 -
23 출판 소식입니다. +11 15.03.20 1,218 9 1쪽
22 4장. New Year Countdown Celebrations(4)-1권 끝 +4 15.02.28 1,381 39 11쪽
21 4장. New Year Countdown Celebrations(3) +2 15.02.28 1,232 47 9쪽
20 4장. New Year Countdown Celebrations(2) +2 15.02.27 1,249 46 11쪽
19 4장. New Year Countdown Celebrations(1) 15.02.27 1,676 39 13쪽
18 3장. 벗어날 수 없는 올가미(7) +2 15.02.26 1,264 38 11쪽
17 3장. 벗어날 수 없는 올가미(6) +3 15.02.25 1,395 42 11쪽
16 3장. 벗어날 수 없는 올가미(5) 15.02.25 1,126 46 11쪽
» 3장. 벗어날 수 없는 올가미(4) +2 15.02.24 1,432 40 17쪽
14 3장. 벗어날 수 없는 올가미(3) +4 15.02.24 1,229 40 16쪽
13 3장. 벗어날 수 없는 올가미(2) +2 15.02.23 1,526 43 15쪽
12 3장. 벗어날 수 없는 올가미(1) +2 15.02.22 1,571 41 14쪽
11 2장. 예전엔 없던 스킬(6) +2 15.02.21 1,591 42 16쪽
10 2장. 예전엔 없던 스킬(5) +1 15.02.20 1,772 45 14쪽
9 2장. 예전엔 없던 스킬(4) 15.02.18 1,760 50 14쪽
8 2장. 예전엔 없던 스킬(3) 15.02.17 1,597 50 15쪽
7 2장. 예전엔 없던 스킬(2) +2 15.02.13 1,589 49 14쪽
6 2장. 예전엔 없던 스킬(1) +1 15.02.13 1,804 42 12쪽
5 1장. 그녀는 계약을 원한다(4) +1 15.02.13 1,646 48 14쪽
4 1장. 그녀는 계약을 원한다(3) +2 15.02.13 1,870 49 14쪽
3 1장. 그녀는 계약을 원한다(2) +6 15.02.13 1,739 43 14쪽
2 1장. 그녀는 계약을 원한다(1) +3 15.02.13 2,285 58 16쪽
1 프롤로그 +4 15.01.19 4,117 98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