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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럽님의 서재입니다.

백작가 사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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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럽
작품등록일 :
2021.03.03 09:24
최근연재일 :
2021.03.24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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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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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19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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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복귀

DUMMY

피를 먹은 팔찌가 주변에 마나를 빨아들이기 시작하자 문제가 생겼다.


‘마나 뿐만 아니라 하얀빛의 신성력도 마구 빨려오는데?’


팔찌는 계속해서 알리샤가 뿜어내는 신성력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칼리츠는 이 알 수 없는 상황에 일단 오러를 일으켜 신성력을 자신의 몸에서 밀어내려고 했다.


그런데 신성력은 오러의 저항을 받지 않고 칼리츠의 몸에 스며들어 명치 윗부분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거 괜찮은 건가?’


뿜어져 나오는 신성력이 계속해서 칼리츠의 몸으로 흡수되며 안정적으로 쌓였다.


신성력이 나쁜 기운은 아니었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두 가지의 이질적인 기운이 몸에 깃드는 것은 난생처음 경험해보는 일이었다.


“아파! 시발!”


알리샤는 다리가 잘린 고통에 정신을 못 차리며 미친 듯이 신성력을 뿜어내다 기절해버렸다.

칼리츠는 기절한 그녀를 바라봤다. 제대로 한센과 엘린을 치료해줬다면 한번 고민 해봤을 수도 있겠지만, 한센에게 달려든 시점에서 더는 살려둘 가치가 없었다.


‘잘가라.’


검을 들어 알리샤의 목을 베어냈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흑마법사 말론이 흥미로운 눈으로 말했다.


“자네에게 갑자기 거부감이 느껴지는 것을 보니 신성력을 받아들인 것 같은데··· 맞나?”

“나도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어.”

“오러와 신성력을 같이 품은 사람이 있다는 걸 들어 본 적도 없네. 자네 신체는 매우 특별해 보이는구만.”

“내가 알기로도 없었던 거 같은데···.”


바르도 대륙에서 신성력과 오라를 한 몸에 품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이거 괜찮은 거야?”

“나도 처음 보는 일이라 선뜻 답하기는 어렵군. 신성력, 오러, 마법사의 서클 마나는 하나의 몸에 깃들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나?”

“그건 바르도 대륙의 기본 상식이지.”

“그래. 그 상식을 자네가 처음으로 깨버렸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마법도 한번 접해보게. 가능할지도 모르겠군.”

“그런데 신성력은 흡수됐는데 흑마법은 흡수되지 않네?”

“자네 쪽으로 마나가 요동치며 빨려 들어가는 게 느껴져 저주를 잠시 멈췄네.”

“그래.”


칼리츠의 생각이 깊어졌다. 진짜로 마법까지 가능하다면? 아마 대륙이 뒤집힐 큰 사건이 될 것이다.


‘문제는 이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 모르겠다는 것인데···.’


여러 상황을 이것저것 빠르게 가늠해보기 시작했다. 과연 사람들이 이 능력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신성력을 이용하면 브리지트 제국과의 연줄을 만들 좋은 기회이기도 해.’


생각의 정리를 마친 칼리츠는 타이밍을 봐서 신성력을 공개하기로 마음먹었다. 잘만 포장하면 신의 선택을 받은 자로 명성을 떨칠 수 있을 것이다.


“어이, 말론.”

“···왜?”

“흑마법사한테 이런 질문하는 건 좀 그렇긴 한데 신성력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고 있어?”

“난 한때 마탑의 마법사였다. 신성력에 관한 연구도 한 적이 있지만, 중간에 포기했지. 신성력은 연구할 가치가 없었어. 그냥 신의 힘을 빌려 바람을 이룰 뿐이었다.”

“그러니까 치료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사용하면 된다는 거지?”

“그래···.”


칼리츠는 한센과 엘린에게 다가가 치료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외쳤다.


“치유!”


칼리츠의 가슴 부분에 있던 하얀빛이 터져 나오며 한센과 엘린을 감쌌다.

뭉텅이처럼 쏟아져나오는 신성력에 두 사람의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다.


“으음···.”


고통에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한센이 한층 편안해진 얼굴로 눈을 떴다. 엘린은 아직도 기절한 상태였다.


“도련···님?”


깨어난 한센이 멍하니 칼리츠와 자신의 몸을 번갈아 가며 바라봤다.


“이게 무슨 일이에요? 도련님께서 어찌 신성력을···?”

“신의 계시를 받았다.”

“···갑자기요?”

“그래. 신께서 한센 네가 평생 솔로로 살 인생이니 잘 보살펴 주라고···.”

“도련님!”

“하하, 농담이다. 상처는 얼추 다 나았으니 이제 슬슬 나갈 준비를 하자. 엘린은 아직 깨어나지 못했으니 네가 업고.”

“알겠습니다. 도련님.”


고목에 매미가 달라붙은 모양새로 한센이 엘린을 둘러업었다. 칼리츠는 알리샤의 아공간 주머니를 챙기며 말론에게 말했다.


“말론. 난 이제 가봐야겠다. 여기 시체들은 알아서 처리해줘.”

“케케. 오크를 시켜 잘 묻어주도록 하지.”

“그리고 이 주변을 가릴 환영 마법 같은 건 없어? 여기를 고작 일주일 만에 찾았어. 금방 발각되면 내가 나중에 쓸어버리러 올 수가 없잖아.”

“몬스터를 모을 생각만 하느라 거기까지 생각을 못 했군. 걱정하지 말게. 그건 내가 연구해보지.”

“그래. 내가 다시 올 때까지만 버텨봐.”

“약속을 지키리라 믿는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배신하는 새끼야. 약속은 무조건 지킨다.”

“···크크, 그래. 고맙다.”


마지막으로 칼리츠와 말론은 웃으며 서로의 눈빛을 교환하고 헤어졌다.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며.


동굴을 빠져나오는 길.

엘린은 업은 한센이 칼리츠의 옆으로 다가왔다.


“도련님. 흑마법사는 다 사악한 사람들이라고 들었는데 아닌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 각자의 사정이란 게 다 있는 거겠지.”


비록 말론이 대륙에서 금지하는 흑마법을 익혔지만, 칼리츠는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의 신념을 위해 영혼까지 팔아먹은 그가 오히려 존경스러웠다.


“천천히 내려가더라도 최대한 흔적을 지우면서 간다.”

“네! 도련님.”


왔던 길을 돌아가며 최대한 흔적을 지웠다. 말론이 발각되지 않는 것이 남부 사람들을 위한 길이라 믿으며.


***


칼리츠는 깨어난 엘린과 한센을 대동하고 열흘을 소비해 흔적을 지우며 산맥을 내려왔다.

산맥 초입으로 내려오니 다행히 로렌과 다섯 마리의 말들은 멀쩡했다.

칼리츠 일행이 다가오는 것을 모르는 로렌은 다섯 마리의 말들을 무릎 꿇려놓고 콧바람을 뿜어내고 있었다.


“로렌! 그동안 잘 지키고 있었어?”

“히이힝!”


칼리츠가 다가와 쓰다듬자 깜짝 놀란 로렌이 신이 났는지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며 발을 굴렀다.


“그런데 로렌. 말들을 무릎 꿇려놓고 뭐한 거야? 설마 군기 잡고 있던 거야?”


뜨끔한 로렌은 격하게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칼리츠가 눈을 가늘게 뜨고 로렌을 노려보자 기가 죽은 표정을 하며 고개를 떨궜다.


“앞으로는 다른 말들을 괴롭히지 마. 알았지?”

“히잉!”


칼리츠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기분 좋게 발을 구르는 로렌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제 출발하자. 한센, 엘린. 알리샤 일행이 타고 온 말을 하나씩 묶어서 이동한다.”

“네!”

“니엥!”


일행은 빠르게 달려 북쪽으로 향했다. 에이센 영지를 기준으로 서북쪽에 있는 캔드릭 자작 영지 방향이었다.


“워워.”


3일을 달려 캔드릭 영지에 도착한 일행은 외성까지 가지 않고 성 근처에서 알리샤 일행의 말을 풀어놓기로 했다.


“한센, 엘린. 여기서 말을 풀어놓고 에이센으로 돌아간다.”

“알겠습니다.”


칼리츠는 알리바이를 위해 일부러 캔드릭 영지까지 왔다. 캐론 산맥에 들어간 것을 숨기기 위해서다.


캔드릭 영지에서 에이센으로 돌아가는 길에 알리샤의 아공간 주머니에서 옷가지를 찢어 나무에 걸며 흔적을 남기면서 되돌아왔다.


에이센의 서쪽 성문에 도착한 일행.


계속 말을 타고 이동하느라 먼지가 온몸에 쌓였다. 칼리츠 일행은 성문을 통과하기 위해 줄을 길게 선 인파를 무시하고 정문으로 향했다.


“정지.”


온몸에 먼지가 들러붙어 누군지 못 알아볼 정도의 모습.

그런데 경비병은 갑자기 온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경례를 올리며 크게 외쳤다.


“칼리츠 도련님! 다시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누구지?”

“저는 지난번 케오르산 노예상에게 잡혀있던 사람이었습니다. 도련님께서 놈들을 처치해준 덕분에 무사히 경비대에 의해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노예상을 소탕했을 때 갇혀 있었던 사람이었나보다. 먼지 가득 묻은 칼리츠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잘 지내고 있는 모양이네.”

“그때 이후로 서문 경비대에 지원했습니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칼리츠가 경비대원에게 감사 인사를 받는 동안 보고가 빠르게 올라간 듯 서문 경비대장 제임스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도, 도련님!”

“자네는 경비대장이 아닌가.”

“큰일입니다. 백작님께서 경비대를 동원해서 도련님을 찾고 계신 것을 알고 계십니까?”

“그래?”

“네! 한동안 난리가 났었습니다. 대체 어딜 갔다 오신 겁니까?”

“일이 좀 있었어.”


서문 경비대장 제임스는 십년감수한 표정을 지었다. 저번에 칼리츠를 무시한 사건으로 북문 경비대장의 목이 날아갔다.


칼리츠가 만약 실종됐다면 서문 경비대장 자리도 온전하지 못했을 거로 생각한 제임스는 복귀한 그가 너무도 반가웠다.


“칼리츠 도련님. 어서 백작성으로 가보십시오.”

“그래. 알았다.”


잠시 외출한다고 나와서는 3주가 다 되도록 소식도 없이 자리를 비웠다.


‘찾는 이유야 뻔하지 뭐. 써먹어야 하는 놈이 도망이라도 갔나 싶었나 보네.’


칼리츠 일행이 백작성에 도착하자 백작의 명을 받은 내성 경비대가 칼리츠를 백작에게 안내했다.

결국 칼리츠는 씻기도 전에 집무실로 불려가 브랜든 백작을 만나야 했다.


“제정신인 것이냐?”

“무슨 소리입니까?”

“아무 연락도 없이 삼 주가 넘게 자리를 비우다니. 네가 생각이 있는 놈이냐 없는 놈이냐?”

“사정이 좀 있었습니다.”

“무슨 사정인지 말해 보아라.”


칼리츠는 브랜든 백작에게 알리샤 일행과의 만남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물론 캐론 산맥의 일은 빼고.


“그래서 서북쪽의 캔드릭 자작 영지로 가는 길을 전부 수색해 흑마법사의 흔적을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알리샤 사제는 일론드 자작 영지로 향했습니다. 저는 일정이 너무 지체돼 다시 돌아왔고요.”


듣는 내내 와인을 마시던 브랜든 백작이 와인잔을 내려놓고 칼리츠를 바라봤다.


“중간에 네 호위 기사를 시켜 소식을 전할 수도 있었는데 왜 하지 않았지?”

“둘 다 말을 처음 타본 상태였고, 영지 밖으로 나간 적도 없던 터라 혼자서 돌려보낼 수가 없었습니다.”


백작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기사 한 명을 붙여주도록 하겠다.”

“됐습니다. 필요 없······.”

“오늘 같은 일이 또 벌어지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있느냐?”

“······.”

“내 말대로 해라.”

“알겠습니다.”


보호의 목적이 아닌, 감시의 목적이 느껴져 달갑지 않았다. 그러나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이는 백작의 표정을 보니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실 말씀 더 없으시면 이만 물어가겠습니다. 좀 씻고 싶네요.”

“그래. 가보거라.”

“네.”


칼리츠가 집무실 밖으로 나가자 백작이 작게 입을 열었지만 아무도 듣는이가 없었다.


***


칼리츠는 오랜만에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욕실에는 이미 마리가 따뜻한 물을 받아놓은 상태였다.


“휴, 오랜만에 씻으니 개운하네.”


씻고 나온 칼리츠에게 마리가 쪼르륵 다가왔다.


“도련님. 거, 걱정 많이 했습니다.”

“고맙다. 마리.”


칼리츠가 마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금세 얼굴이 붉어진 마리가 그동안의 일을 미주알고주알 말했다.


“마님은 여전히 방에 갇혀 계시고요, 대공자님과 이공자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요. 대전 안에서 대공자님을 지지하는 가신들과 이공자님을 지지하는 기사들이 크게 소리치고 싸웠다는 소리도 있어요.”

“그래?”

“네. 그리고 도련님 앞으로 주변 영지에서 초청장이 엄청나게 왔는데 자리에 안 계셔서 답을 못하고 있었어요.”


마리가 가져온 수많은 초청장.


하나하나 읽어보니 연회에 초청한다는 내용과 각종 사교모임의 초대장들이었다.


“마리. 정중히 거절한다고 편지를 써서 보내. 당분간은 수련에 집중해야 하니 나가지 않을 거야.”

“알겠습니다. 도련님.”


마리가 밖으로 나가자마자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도련님, 이공자 막시온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들어오라고 해.”


잠시 후 막시온이 칼리츠의 방으로 들어왔다. 막시온은 주변을 한번 둘러보며 탁자에 앉았다.


“한참 찾았는데 어디 갔다 온 거야?”

“내가 그런 것까지 일일이 보고해야 해?”

“아, 아니 그건 아니고··· 미안.”


기가 죽어 고개를 숙인 막시온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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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외출 (2) 21.03.09 931 2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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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새로운 삶 21.03.03 1,187 19 12쪽
1 프롤로그 +3 21.03.03 1,260 2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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