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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尹筆)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에서 나만의 왕국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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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尹筆)
작품등록일 :
2024.06.30 22:45
최근연재일 :
2024.07.05 06:00
연재수 :
5 회
조회수 :
438
추천수 :
25
글자수 :
24,466

작성
24.07.01 18:00
조회
120
추천
5
글자
10쪽

이세계에서 나만의 왕국 만들기 - 001

DUMMY

“부장님, 잠시 드릴 말씀이······.”


김 부장은 굳은 얼굴로 면담을 요청하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짧게 물었다.


“···결정했어?”

“네.”


나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답했고,

김 부장은 잠시 뭔가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퇴근 후 소주라도 한 잔 하자,”


**


우르릉 쾅

번-쩍

쏴아-아


지금이 희망퇴직 마지막 기회다.

조만간 부서 통폐합을 하면 감원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차라리 위로금 받고 빨리 새 직장 알아보는 게 마음고생 덜 하는 거다.


술잔을 비우고 따르며 희망퇴직 결정은 잘 한 일이라고 위로하던 김 부장이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에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소나기가 온다더니 뭔 놈의 비가······”


나도 시선을 돌려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았다.


코로나 때보다 더 심한 불경기라는 요즘.

회사 분위기는 살얼음판 같았고 부서 통폐합, 감원 같은 우울하고 불길한 소문들이 매일 공기처럼 떠돌아다녔다.


신입 시절부터 사수였던 김 부장은 나를 위해서 하는 말이라면서 기회 있을 때 희망퇴직 신청해서 위로금이라도 챙기라고 권고, 충고, 강요 비슷한 제안을 여러 번 했었다.


그러나 그건 참 어려운 결정이었다.


지방대 출신에 스펙도 부족한 내가 재취업이 쉽게 될까?

개꼴이 나더라도 끝까지 버텨볼까?

거짓말 조금 보태서 그런 제안을 들은 다음부터 그만 둘지 말지 수백 번은 생각했었다.


하지만 결국 결정했다.

희망퇴직 권고를 받아들이기로.


내가 세 잔을 마시면 한 잔 정도 마시면서 술잔을 앞에 놓고 주절주절 말만 하던 김 부장이 지갑에서 카드를 꺼냈다.


“나 대리, 오늘은 이 카드로 술 좀 마셔. 오늘 저녁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이것 밖에는 없는 것 같네.··· 난 일이 있어서 먼저 일어날게.”


이런 자리를 빨리 피하고 싶었는지 그는 카드를 꺼내 테이블 위에 넣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카운터에서 계산하고 식당을 빠져나가는 김 부장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술잔에 소주를 따르고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우르릉 쾅-번쩍-쏴아


다음 주 월요일, 회사에 희망퇴직 신청서만 제출하면 삼정물산 8년의 시간은 쏟아지는 저런 빗줄기에 쓸려 가듯이 끝날 것이다.


소주를 입안에 털어 넣고 속으로 자신에게 중얼거렸다.


‘만의야! 대리가 네 능력의 한계였구나.’


***


집에 도착했을 때의 모습은 물에 빠진 생쥐라는 표현이 딱 어울릴 정도로 완전히 젖어 있었다.


비가 너무 거세게 내려서 인지,

아니면 그럴 기분이 아니어서 인지.

김 부장이 준 카드는 쓰지 않고 식당에서 소주 한 병만 더 마시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 오늘은 내가 술 좀 많이 마셨다. <마법 소년> 오늘도 잘 보냈나?”


원룸으로 돌아 온 나는 집에 오면 습관적으로 항상 하듯이 벽에 걸린 그림을 향해 인사했다.



그림은 스탠드 달력 두 개 크기로 삼정물산에 취업한 후 동묘 중고 시장 거리에서 우연히 산 건데, 중세 유럽 분위기를 배경으로 마법사 같은 복장의 소년이 그려져 있었다.


한 눈에 보아도 예술적 가치가 있는 작품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 그 속에서 웃고 있는 소년에게 마음이 크게 끌렸고 그렇게 8년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나는 그림에 <마법 소년>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대충 몸을 씻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하지만 평소에 의식적으로 경계하는 생각들이 또 머리를 헤집고 돌아다녔다.


자신과 현실에 대한 불만

미래에 대한 불안

그리고 일종의 좌절감 같은 것들.


바탕이 빈약한 흙수저에게 성공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회사 생활을 해보니 그건 넘사벽이 아니고 난공불락의 만리장성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초라해지는 자신이 싫어 의식적으로 경계했었는데···,


‘에이. 진짜.’


몸과 마음을 갉아먹는 것 같은 생각에 머리를 흔들고는 잠을 청했다.


잠이나 자자.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는 거야.

다- 잘 될 거야.


다른 건 몰라도 집안의 유전자 덕분인지 나의 긍정적 사고방식은 스스로가 점수를 매겨도 꽤 괜찮은 수준이다.

물론 그것도 사회생활의 때가 묻어가면서 자기 합리화 수준으로 전락하고 있지만,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마음을 달래도 잠은 쉬 오지 않았다.


뒤척뒤척


아, 정말, 잠 되게 안 오네, 술을 덜 마셨나?

아냐.

정상이야.

잠이 잘 오면 그게 미친놈이겠지.


그러다 또 짜증 나는 생각이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지금 같은 불경기에,

SKY를 나와도 실업자로 노는 판국인데,

나 같은 스펙으로,


“정말 짜증 나네. 뭔 생각이 이렇게 자꾸···”


안 하려고 해도 자꾸만 떠오르는 뭣 같은 생각들에 확 짜증을 내면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냉장고로 가서 소주병을 꺼냈다.


우르릉 쾅

번-쩍

쏴-아악


밤이 깊어가면서 빗줄기는 더욱 거세졌다,


“이봐, <마법 소년> 네가 사는 나라는 살기 좋으니? 나도 너 같은 마법 세상에서 살아봤으면 좋겠다. 하하.”


식탁에 앉아 소주를 입에 털어 넣으며 농담을 건넸다.


근데,

갑자기 기분이 묘했다.

그림 속 소년이 나를 보고 웃고 있는 것 같았다.


“뭐야-. 술이 좀 취했나?”


소주를 한 잔 더 마시고 다시 말을 걸었다.


“이봐 <마법 소년>···,지금 웃고 있는 거냐? 그럼 소리 내어 웃어 봐.”


하지만 웃음소리 대신 빗소리만 요란하다.


“참 별 짓 다하네. 실없이 그림 가지고 헛소리나 하고.”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시 바라 본 그림 속 얼굴은 분명 평소와 다르게 활짝 웃는 모습이었다.


“이상하다. 정신이 좀 어떻게 됐나?”


식탁에서 일어나 그림 앞으로 가서 자세히 살펴보았다.

하지만 움직임 같은 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그림을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소년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장난치듯 중얼거렸다.


“미안. 내 사랑 <마법 소년>. 근데, 웃지만 말고 네 방으로 날 한 번 데리고 가 봐라. 흐흐”


그 순간.


쉬-쉬익-쉬이익


잠깐 어둠 속으로 몸이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나더니 다시 주변이 밝아지고 눈앞에 그림이 보였다,


“아-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현기증이 나네. 참 별일을,”


머리를 흔들며 그림에서 돌아 선 나는 깜짝 놀랐다.


“어! 근데, 여기가 어디지?”


낯선 분위기.

분명 원룸이 아니다.

가구나 물건들이 골동품 같은 것들로 꾸며진 방이다.


딱 하나 눈에 익숙한 것이 있었는데,

그건 벽에 걸린 <마법 소년> 그림이었다.


꿈인가?

그럴 리가 없다.

지금까지 살면서 꿈속에서 꿈을 물어 보았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도 혹시,

있는 힘껏 허벅지를 꼬집었다.


“아-아아”


심하게 아프다.

그렇다면 꿈이 아닌 것은 명백하다.


꿈이 아니라면,

머리가 띵해지면서 잠시 작동 중단.

시간이 좀 지나자 멍한 상태가 조금 나아지면서 다시 회전하기 시작했다.


지금, 이게 현실이라면 무슨 회귀 같은 걸 한 건가?

아님, 공간이나 차원 이동···.

그런데, 그런 게 실제로 존재하나?


그런 생각을 하다 지금 내 처지에 깜짝 놀랐다.

이것이든 저것이든 이 상황이 현실이고 내가 만약 다른 세상으로 왔다면 어떻게 현실로 돌아가지?


헉!

놀라움과 걱정이 뒤섞인 한숨을 토해내는데 입에서 술 냄새가 났다.


그렇다면 이건 원룸 식탁에서 소주를 마시다가 이 공간으로 왔다는 더욱 확실한 증거다.


으악!

소리 치고, 뒹굴고, 엎어지고, 자빠지고. 방문과 벽도 두드려 보고,···할 수 있는 걸 다 해 보았지만 변하는 건 아무 것도 없다.


결국 방법을 찾지 못하고 멍하니 앉아 있는데 그제야 조그만 창문이 눈에 들어왔다.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내다 본 사람들의 옷차림과 거리 풍경은 영화에서나 보았던 중세 유럽 모습이다.


이건 또 뭐야.

회귀도 아니고 그냥 알 수 없는 과거로 공간 이동한 건가?


털썩.

다리에 힘이 풀려 다시 주저앉았다.


말도 안 되는 거짓말 같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하지만 일단 진정하고,

들어왔으면 나가는 문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마음을 진정 시키자 이곳에 오기 전 원룸에서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이곳에 오기 전 마지막 행동은 무엇이었지?

무엇,···그렇지! <마법 소년>의 얼굴을 쓰다듬었어.


나는 벽에 걸려있는 그림 앞으로 다가갔다.


“<마법 소년>아! 네가 나를 이곳으로 보냈니? 그럼 나를 다시 내 원룸으로 보내주라. 다시 돌아가 보자. 응?”


눈을 감고 정성을 모아 주문처럼 말을 걸고는 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 시키며 눈을 떴지만 변함없는 주변.


“정말···이 씨,”


욕이 나오려는 순간 다시 떠오른 생각


“가만, 내가 그렇게 말 안 했잖아. 그 때 한 말이···아! 내 사랑 <마법 소년>.”


그래서 그림 속 소년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내 사랑 <마법 소년>이란 말을 맨 앞에 집어넣고 다시 말했다.


“내 사랑 <마법 소년>, 내 원룸으로 다시 보내주라. 응?”


쉬-쉬익-쉬이익


다시 돌아 온 원룸


“아!···”


우르릉 쾅-번쩍-쏴아


다시 돌아 온 현실 속에서는 그 곳으로 갈 때처럼 폭우가 내리고 있었다.


나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곳으로 갈 때의 시간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정확히 떠오르지 않았다.


정신 나간 사람처럼 <마법 소년> 그림을 바라보다가 놀라움이 서서히 진정되자 나의 머릿속에서는 이 상황에 대한 현실적 대처 방안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상황이 현실에서 나타났는데,

이 거짓말 같은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신작 인사 드립니다.

글 읽으시는 동안 즐거운 시간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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