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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geun61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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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바람의 저쪽, 구름의 이쪽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이검혼
그림/삽화
검혼
작품등록일 :
2022.05.14 14:25
최근연재일 :
2022.07.19 10:58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94,449
추천수 :
489
글자수 :
241,019

작성
22.07.12 12:08
조회
555
추천
3
글자
9쪽

여태껏 나는 이보다 훨씬 더한 것도 겪고 살아남았다

누구에게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DUMMY

유씨세가의 왕위경은 과연 신의神醫 였다. 그가 챙겨준 내상약을 복용하고 금창약을 바르자 며칠 지나지 않아서 거동할 수 있을 정도로 몸이 회복되었다.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보던 무향은 깜짝 놀랐다. 그냥 아름답다고 말하기 아까울 정도로 절경 중의 절경이었다. 세상에 이런 곳도 있었나 할 정도였다.


벌어진 입에서 경탄이 절로 새어 나왔다. 난생처음 보는 기화이초奇花異草들이 즐비했다. 신선들의 정원 같았다.


바깥은 얼음이 어는 겨울인데 이곳은 사시사철 따뜻한 봄인 것 같았다. 뜨거운 열천수가 솟아나는 이곳의 지형 탓인 것 같았다.


아무리 아름다우면 뭘 하나? 갑자기 만발한 기화이초도, 인세에 다시 없는 절경도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모든 것이 의미를 상실한 채 짙은 회의감이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이곳이 기화이초들의 천국일지는 몰라도 사람의 천국이 아닌데···. 어찌 됐든 사람은 사람 사는 세상에서 살아야 사람답게 살 수 있는데···.”


무기력과 절망감이 가득 밴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무향이 돌연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주변을 세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서둘러 이곳을 나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이곳 경치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다. 무향의 심경은 다급함을 넘어 초조하기까지 했다.


천곤산을 너머 안휘의 안가로 떠난 가주와 식솔들 그리고 가영 아가씨는 어찌 되었을까? 빨리 안가로 달려가 그들의 생사부터 확인해야 한다. 제발 아무 탈 없이 모두 무사해야 할 텐데···.


“네놈만 머리가 있고 다른 사람들은 머리에 돌을 달고 다니는 줄 아는가 보지. 지금쯤 유 가주를 추적하는 추격조가 천곤산으로 떠났을 것이다.


마천의 눈과 귀는 늘 강호 전체를 보고 듣고 있다. 마천이 개입하지 않는 일은 몰라서가 아니라 개입할 가치가 없기에 안 하는 것뿐이다.”


회천소에 떨어지기 직전 들었던 묵룡왕의 마지막 말이 자꾸만 마음에 가시처럼 걸렸다.


무향은 몸을 일으켜 천천히 연못을 걸어 나왔다. 간신히 거동은 할 수 있었지만, 멍석말이를 당한 듯 전신이 욱신거리고 아픈 건 여전했다.


갈비뼈가 몇 군데 부러졌는지 숨을 쉴 때마다 옆구리에 찌르는 듯한 통증이 일었다. 못 참을 정도는 아니었으나 거동에 몹시 불편했다.


무향은 애써 통증을 참듯이, 아니 무시하듯 결연한 표정으로 입술을 질끈 깨물며 혼잣말을 웅얼거렸다.


“여태껏 이보다 훨씬 더한 것도 겪고 살아남았다. 이건 그런 것들에 비하면 정말 하찮은 고통일 뿐이다.”


호리병 같은 분지는 어지간한 연무장 몇 개를 합친 것보다 더 넓었다. 군데군데 뜨거운 물이 솟아나는 열천이 수증기를 내뿜고 있어 더욱 몽환적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려면 한나절도 더 걸릴 것 같았다. 인세에 다시 없는 절경이 눈에는 보약일지 몰라도 생존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쓰잘때기 없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굶어 죽지 않으려면 당장 먹을 것부터 구해야만 한다. 배가 너무 고프다. 그리고 몸을 뉘고 쉴 만한 거처도 서둘러 구해야 한다.


혼수상태에 빠져 며칠 동안 열천 속에만 누워있었더니 전신의 살이 물먹은 종이처럼 퉁퉁 불어 터진 느낌이다.


무엇보다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빠져나갈 출구를 찾아야 한다. 무향은 자신이 어디에서 이곳으로 떨어졌는지 알아보려고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봤다.


하지만 보이는 것이라고는 거꾸로 깍아지른 까마득한 절벽뿐이었다. 그것도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호리병 같은.


쳐다보는 것 자체가 더 큰 막막함만 불러일으켰다.


무향은 하늘을 바라보던 눈길을 거두어 일부러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 찰나의 순간에도 배는 더 고파졌다. 환장할 노릇이었다.


기화이초들 사이에 검고 붉은 몇 종류의 열매가 보였다. 먹음직 스러웠다.


몇 개를 골라 따서 냄새를 맡아보고 살짝 혀를 대보기는 했으나 어떤 걸 먹고 어떤 걸 먹지 말아야 할지를 몰라 결국엔 모두 버렸다.


또다시 물배를 채울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뒤돌아보니 어느새 분지를 거의 한 바퀴 다 돈 것 같았다.


배고픔으로 인한 탈진과 결국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는 무력감이 뒤섞인 절망감이 영육의 맥을 날 선 비도로 탁 끊어버리는 것 같았다.


무향은 될 대로 되라지 하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모든 걸 포기하고 제자리에 벌렁 드러누웠다. 배가 너무 고파 눈이 저절로 감겼다. 한참을 눈을 감고 그대로 있다가 다시 눈을 떴다.


그런데 아까는 보이지 않던 곳이 눈에 들어왔다. 하긴 그곳은 그 밑을 걸어가면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지금 자신이 누워있는 곳의 맞은편, 땅에서 십여 장쯤 되는 높이에 꾸불텅꾸불텅한 소나무 두 그루가 자라고 있었다.


소나무 주변에는 집채만 한 몇 개의 바위가 어슷하게 포개져 있고, 바위와 바위 사이에 미세한 틈이 보였다. 잘하면 사람이 들어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힘도 없는데 그냥 누워있고 싶다. 한번 가보고 싶다. 귀찮다. 그래도 가보고 싶다. 무엇이 있을까.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그래도, 그래도···. 그래 가보자.


무향은 무거운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눈대중으로 이십여 장이 조금 더 될 것 같은 높이였다. 아직은 부상이 완쾌되지 않아 단번에 날아오르기에는 조금 버겁게 느껴지는 높이였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왼쪽 십여 장쯤 되는 곳에 살짝 돌출한 바위가 하나 있었다. 무향은 땅을 박차고 신형을 솟구쳤다. 돌출된 바위를 디딤돌로 힘껏 밟고는 다시 신형을 위로 솟구쳤다.


그곳은 멀리서 볼 때와는 전혀 달랐다. 두 그루 소나무만 해도 그랬다. 키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둘레는 거의 일 장이 넘을 것 같았다.


흙 한 톨 없는 바위틈에서 자란 걸 감안하면, 소나무의 수령이 족히 천 년 이상은 될 것 같았다. 가만히 바라보자 신령스러운 기운마저 느껴졌다.


바위틈도 한 사람이 충분히 그냥 서서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넓이였다. 무향은 소나무 밑에 떨어진 관솔이 박힌 가지 하나를 주워들었다.


삼매진화로 관솔에 불을 붙였다. 불붙은 가지를 왼손에 들고 바위틈으로 걸어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넓어졌다. 마치 동굴 같았다.


십여 장쯤 들어갔을 때 무향은 너무 놀라 뒤로 벌러덩 나자빠질 뻔했다. 석실이었다.


석실의 양쪽 벽면에는 수백여 권의 서책이 쌓여 있었고, 맞은편 벽면에는 돌을 깍아 만든 침대가 하나 있었다.


그 침대 위에 몸이 바짝 마르고 백발이 성성한 노인 하나가 반듯이 누워있었다. 아니, 죽은 지 오래된 시체 한 구가 석실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있었다.


침대 아래에는 청동靑銅으로 만든 것 같은 제법 큰 화로火爐 하나와 궤짝 두 개와 목함 세 개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비록 죽은 사람이지만 남의 거처에 함부로 들어온 것 같은 죄책감에 무향은 시체를 향해 정중하게 포권을 취하며 예를 갖췄다.


“어르신. 함부로 영면을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사정이 워낙 급박해서 그러니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무향은 침대 쪽으로 다가가서 목함부터 열어 봤다. 금침과 은침 그리고 무슨 재질로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검은 빛을 띠는 침이 빼곡하게 들어 있었다.


바닥에 퍼질러 앉은 무향이 궤짝 하나를 열었다. 전부 질병에 대한 처방전 같았다. 무향은 생전에 이분이 의원이었던 모양이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다른 궤짝을 열어봤다. 낡디낡은 보자기에 뭔가가 싸여 있었다. 보자기를 조심스레 풀어보았다. 서책 두 권과 서찰 하나가 들어 있었다. 서책은 제법 두툼했고 서찰은 상당히 길었다.



【나는 광자귀독 당욱천이다. 나는 사천당문의 방계 혈족으로 태어났다. 그것도 서자


로. 출신이 그런데다 태어날 때부터 다리를 조금 절었다. 방계의 서출에다 다리까지


절다 보니 나는 당문에서 많은 무시와 따돌림을 받았다. 열일곱 살이 되던 해 나는


아주 독한 마음을 먹고 당문의 최고 비술이 적힌 <천독경>을 훔쳐 도망쳤다.


나는 그때부터 내 절름거리는 다리를 치료하기 위해 독의 연구에 매달렸다. 독초를


함부로 맛보다가 죽을 고비도 숱하게 넘겼다.



그래도 나는 계속 독의 연구에 매진했다. 드디어 내 나이 딱 서른이 되던 해 나는 스


스로 내 다리를 고쳤다. 그다음부터는 세상의 모든 난치병을 고치는데 몰두했다.



말년에 나는 세상에서 가장 고치기 힘들다는 구음절맥, 구양절맥, 태음절맥 같은 절


맥증絶脈 症의 원인과 치료 방법도 알아냈다. 절맥증의 원인은 회임懷妊 초기 사람


의 씨앗이 태아로 발현되는 순간 부모의 기氣와 태아의 기氣가 잘못 얽힌 부작용 때


문이다. 그 얽힘을 풀어주면 절맥증은 완치된다. 시험해보지는 못했지만 틀림없다.



세상의 모든 약이 독이듯이 반대로 세상의 모든 독은 약이 되기도 한다. 세상의 이치


는 단순하다. 모든 것은 음양의 조화다. 하지만 그 조화의 과정은 개인마다 다르기


에 그 결과 또한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같은 원인이라도 병은 개인마다 다르게 발현


될 수 있다.




그의 뱀 같은 징그러운 눈빛은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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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세상에 그냥 죽으라는 법은 없었다 22.07.15 429 5 9쪽
» 여태껏 나는 이보다 훨씬 더한 것도 겪고 살아남았다 22.07.12 556 3 9쪽
55 본능이 그렇게 경고하고 있었다 22.07.06 772 4 9쪽
54 아주 기분 나쁜 이상한 기운을 지니고 있었다 22.07.04 844 2 9쪽
53 자신 없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 22.07.01 975 3 9쪽
52 죽어가는 사람의 표정처럼 해가 지고 있었다. 22.06.28 1,064 3 9쪽
51 하늘이 왜 나한테만 이러는지 참으로 원망스럽습니다. 22.06.24 1,161 3 9쪽
50 아직도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22.06.21 1,257 4 9쪽
49 언제쯤 나는, 내가 지키기로 결심한 것들을 전부 지켜낼 수 있을까? 22.06.18 1,344 7 10쪽
48 비명이 새의 영혼처럼 하얀 갈대꽃을 떠났다. 22.06.18 1,303 6 9쪽
47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다. 22.06.18 1,311 5 9쪽
46 당장 그 금琴을 그치지 못할까! 22.06.17 1,333 6 9쪽
45 그리고 고색창연한 금琴 하나가 놓여있었다. +2 22.06.17 1,347 6 9쪽
44 아무것도 하지 않고 뭔가를 기대할 수는 없다. 22.06.16 1,385 5 9쪽
43 세가는 세가의 힘으로 지켜야 합니다. 22.06.16 1,375 7 9쪽
42 누가 알아도 결국 알게 되어 있는 게 비밀의 속성이다. 22.06.15 1,385 6 9쪽
41 죽기 전에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한다. 22.06.15 1,407 6 9쪽
40 서로 이기려는 마음이 세상을 생지옥으로 만드는 줄도 모르고. 22.06.14 1,424 6 9쪽
39 숲을 때리다 보면 뱀이 나올 것이다. 22.06.14 1,439 5 10쪽
38 봄의 실수처럼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며. +1 22.06.13 1,469 8 9쪽
37 내가 저 그림을 전부 이해하면 그녀가 나에게 올까? +1 22.06.13 1,463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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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어떤 이유로도 절대 마천과 엮이지 마시오. 22.06.12 1,461 5 9쪽
34 그렇게 기세등등하던 개새끼들은 다 어디 갔느냐! +1 22.06.11 1,493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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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그가 떠난 자리에 한 줄기 서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22.06.07 1,602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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