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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아재

너무 늦은 환생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바라아재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4.02 11:09
최근연재일 :
2021.04.09 15:07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330
추천수 :
23
글자수 :
56,764

작성
21.04.02 15:00
조회
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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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4쪽

시작

DUMMY

낡아서 무너질 것 같은 건물을 앞에 두고 스마트 폰을 꺼냈다.

건물의 이름을 확인해보니 이 곳이 의뢰인이 이야기한 장소가 맞았다. 이 곳의 501호에 목표물이 있다고 했던가.

낡은 건물이라 그런지 건물의 입구에 보안시스템은 없었다. 경비가 있긴 했지만 TV에 정신을 팔린 채 하품을 할 뿐 외부인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가끔 가다 CCTV가 보였지만 다들 구형이라 취약점이 명확했다. 내장된 마법에 간섭해 기록이 되지 않게 하는 것 정도야 어렵지 않았다.

계단을 올라 501호 앞에 도착했다. 501호의 문 앞에는 전단지부터 시작해 이웃이 붙인 것 같은 경고문까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오다가다 뗄 법도 하건만 그것조차도 귀찮았던 걸까.

초인종을 누르니 안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난다. 문이 살짝 열리고 잠금장치 너머로 날선 눈동자와 파충류 특유의 비늘이 보인다.


“누구쇼.”


잠금장치는 철로 되어 있었다. 다른 마법적인 방비는 보이지 않는다.

이 정도면 막무가내로 진입해도 괜찮겠다.


“누구냐니까.”


잠금장치를 잡아 뜯으며 안으로 들어간다. 남자는 뒷걸음질을 치다 이내 상황을 파악한 듯 총을 꺼내어 나를 조준했다.


“움직이지 마!”

“네가 찰흔인가.”


남자는 물음에 답하는 대신 방아쇠를 당기려 했다.

단숨에 거리를 좁히며 총을 든 손을 후려쳤다. 총성이 울리고 총탄이 허공으로 날아간다.

손을 비틀어 총을 떨어트린 후 남자의 목에 단검을 들이밀었다. 남자는 저항을 멈추고 악기가 담긴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조직에서 보냈나?”“네가 가져간 USB. 어디에 넣어뒀지?”“모르겠는데. 팔아먹은 지 오래라.”


찌를 테면 찔러보라는 태도. 나는 그의 의사를 존중해주기로 결정했다. 단검을 고쳐 잡아 남자의 어깨에 박아 넣는다. 남자의 몸이 뒤틀리며 비명이 터져 나왔다.

다양한 고통을 느낄 수 있게 단검을 이리저리 비튼 후 단검을 뽑아냈다.

남자의 눈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이제 생각이 나나?”

“...씨발. 좆 같은 새끼!”

“반대쪽에도 박아 줄까?”

“방 안에 금고에 있다! 암호언은 초콜릿 케이크! 됐냐?!”

“그 말이 사실이기를 바라지.”


숨을 헐떡이는 남자를 바닥에 내팽개쳐둔 뒤 방 안으로 들어갔다. 남자의 말대로 그 곳엔 금고가 하나 있었다.

금고의 문고리를 잡은 뒤 마력을 담아 암호언을 입에 담는다.


“초콜릿 케이크.”


찰칵. 파충류 수인인 남자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를 말하자마자 잠금장치가 풀렸다. 안에는 작은 USB 하나가 들어 있었다.

스마트 폰에 연결해 확인을 해보니 의뢰인이 설명했던 것과 일치했다. 안의 정보를 의뢰인에게 전송을 하고 USB를 힘껏 잡아서 망가트렸다.

문 쪽으로 돌아가니 남자가 벽에 기대어 숨을 고르고 있었다.


“협조를 해줬으니 조언 하나 해주지. 최대한 빨리 도망쳐라. 안 그럼 갱단이 널 죽이려 들 거다.”

“개같이 고맙다. 씨발 새끼야.”

“고맙다니 기쁘군.”


건물 바깥으로 나오기 무섭게 전화가 걸려왔다. 일을 중개해 준 업자였다.


[리겔! 일처리가 깔끔하더군! 그 도마뱀 녀석은 골로 보냈나?]

“죽이진 않았습니다.”

[그래? 뭐 아무래도 좋아.]


도망치라고 말은 해뒀지만 갱단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진 못할 거다. 한 도시를 지배하는 갱단에게서 부상을 입은 몸으로 빠져나갈 수 있을 리가 없으니. 머잖아 어느 강바닥의 쓰레기가 되겠지.


[보수는 계좌에 넣어뒀어.]

“고맙습니다.”


전화가 끊어진 후 담배를 꼬나물었다.

이제 이 도시에 체류하면서 쓸 돈은 벌었다. 몇리간은 여유롭게 이 부근의 명소를 돌아다니며 미식을 찾아다녀도 괜찮으리라.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다 여러 사람이 모인 주점이 눈에 들어왔다.

숙소로 들어가기 전에 한 잔 하고 갈까. 어차피 요 며칠 간은 게으름을 부려도 상관없으니.

주점엔 1인 고객을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카운터 앞에 앉아 메뉴판을 펼쳤다.

크게 배가 고픈 건 아니니 안줏거리를 많이 시킬 필요는 없다. 목을 축일 맥주 한 잔과 곁들여 먹을 정도면 충분 하지.

눈에 띈 것은 가게의 대표 메뉴인 수제 소세지였다. 가게에서 직접 만드는 상품이라며 잔뜩 강조 되어 있었다.

한 번 먹어 볼까.


“모듬 소세지 하나에 수제 맥주 500cc 하나요.”

“네. 알겠습니다.”


술이 나올 때까지 시간이나 때울 겸 스마트 폰을 꺼내 들었다. 일을 하느라 확인하지 못한 문자 하나가 남아 있었다.


‘네가 찾던 게 어느 전당포에 들어왔어. 링크 보내줄 테니까. 확인해 봐.’


내가 찾던 거?

링크를 누르니 전당포 사이트로 연결됐다.

그 곳에 등록돼 있는 건 낡은 회중시계였다. 사이트의 설명에 따르면 지금으로부터 약 8백 년 전의 물건으로. 인마 전쟁 당시의 영웅 중 하나인 카르웰의 유품이라는 모양이다.

사진의 아래에는 당시를 살던 엘프가 인정을 해줬다거나, 후손이 쓴 인증서도 동봉되어 있다는 정보가 적혀 있었다.

허나 나는 글을 유심히 읽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사진을 본 순간부터 이 회중시계가 카르웰이 쓰던 거란 걸 확신했기에.

부모님이 주신 물건이라며 소중히 다루던 카르웰의 모습이 여전히 내 눈가에 아른거리는 데 착각할 리가 있나.

얼굴을 쓸어내린 후 판매가를 확인해 보았다. 35만 달러. 도시 외각의 건물 하나를 통째로 살 수 있는 돈이었다.

혹시 이런 일이 생길까 싶어 몇 년 간 모아둔 돈이 3만 달러. 택도 없군.

어쩌겠는가. 인연이 아니었던 것이라 생각하자. 카르웰과 동료였던 내가 그의 유품과 인연이 없다고 한다면 누구에게 있을는지는 모르겠다마는.

지금으로부터 오랜 옛날 나는 영웅이라고 불렸다. 아이들이 읽는 동화나 만화에 으레 나오는 그 영웅 말이다.

세상을 구하기 위한 여행을 떠나, 동료를 만나고, 고난을 헤치며, 많은 사람들의 도움 끝에 내 목숨을 바쳐 세상을 구했다.

그렇게 이야기가 끝나고 난 후 수백 년이 지나 나는 21세기에 5살의 고아로 환생을 하게 되었다.

이유도 모른 채 세상에 던져진 난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갑작스레 새로운 삶을 얻은 것도 당혹의 이유였지만 21세기라는 시대 자체가 나에겐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과거엔 상식이라 통용되던 것들이 야만으로 여겨지고, 사악이라 불리던 것들이 일상처럼 행해지는 시대.

기적이라 여겨지던 것들이 마도의 이름하에 규명되어 돈과 시간만 있다면 죽어가는 이조차도 살릴 수 있게 된 시대.

왕도 귀족도 사라지고 계급이라는 단어가 역사의 뒤편으로 물러난 시대.

마물이라 여겨지며 사냥 당하던 이들이 인류의 구성원이 되어 활동하는 시대.

환생을 하기 전 이런 시대가 올 것이란 말을 들었다면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세상이 뒤집히지 않는 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환생을 하고서 12년이 이제는 21세기에 적응했다. 쓸데없이 복잡하던 머릿속도 정리됐고.

내가 내린 결론은 이러했다. 왜 환생을 하게 됐는진 모르겠지만 그냥 이 삶을 누군가 나에게 준 선물이라 생각하고 살자고.

거창한 결심이었지만 하는 일은 소소했다. 많은 곳을 돌아다니고, 많은 것을 먹고, 마시고, 즐길 뿐.

내가 믿고 사랑하던 이들이 모두 사라진 세상에서 굳이 무언가를 이루고 싶진 않았으니까.

마음 가는 대로 사는 나에게 목표가 있다면 동료의 유품을 모으는 것이다.

동료의 무덤 앞에 유품을 건네면 죽을 때에 하지 못했던 작별인사를 대신할 수 있을 것 같았기에.

하지만 이래서야. 카프웰의 무덤 앞에서 생색을 내는 건 다음 기회로 미뤄야겠다.

조금 늦는다 해서 삐질 녀석은 아니니 괜찮겠지.

속으로 한숨을 흘리던 중 내 앞에 맥주잔이 툭 놓였다.


“무슨 고민 있으세요?”


생판 처음 보는 종업원이 슬쩍 보기에도 내 표정은 썩어 있었나보다.


“가지고 싶은 물건이 있는데 못 살 것 같아서요.”

“흔한 일이네요. 저도 이번에 제가 좋아하는 가수 초회판 앨범을 사려고 했는데 못 샀어요.”

“왜요? 비싸서?”

“아뇨. 컴퓨터가 안 좋아서요. 새로 고침 한 번 눌렀는데 매진이 됐더라고요.”


그거 사려고 돈을 모으느라 며칠을 굶었는데. 라며 종업원이 어깨를 늘어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많이 아쉬웠겠네요.”

“네에. 그치만 어떡하겠어요. 이미 지나가버린 걸. 이럴 땐 술 한 잔 하면서 아쉬움하고 같이 넘겨버려야죠.”


종업원이 눈을 찡긋거리며 떠나간 후 술을 한 모금 들이켰다.

오?

생각지도 못한 미식이었다. 어딜 가나 있는 평범한 맥주와는 다르다. 마치 술에 깐깐한 드워프가 빚어낸 수제 맥주처럼...

아. 생각해보면 소세지도 드워프들이 잘 만드는 음식 중 하나였지.

혹시 이 곳의 주인이 드워프인 건가? 그럼 이제 나올 소세지도 만만찮은 음식이겠군. 기대해 볼 만 하겠는데.

맥주를 홀짝이며 즐거운 마음으로 음식을 기다리던 중 스마트 폰이 진동했다. 재난문자다.

이 근방에 마물이 출현했고, 지금 사냥꾼이 출동하고 있으니 건물 안에서 대기하라는 내용이다.

이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닌지라 가게 안의 사람들도 동요를 보이지 않는다. 그저 왜 하필 이 근처에 마물이 나타난 거냐며 투덜거릴 뿐.


“어?”


허나 그 침착함은 누군가의 외마디 목소리와 함께 뒤엎어졌다.

창 바깥에 마물이 서 있었다.

1층 건물에선 다리 밖에 보이지 않는 거구는 위협적이었지만 그보다 더 신경 쓰이는 것이 있었다.

마물이 지금 이 건물을 바라보고 서 있다는 것.


“하.”


일을 끝내고 마음 편하게 쉴 생각이었는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품 안에서 회색의 봉을 하나 꺼냈다.

그 후 문을 박차고 나가며 회색 봉에 마력을 싣는다. 그러자 회색의 봉에서 마력으로 이루어진 칼날이 솟아 나왔다.

바깥으로 나오니 마물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먼 옛날엔 마을을 파괴하는 자라며 공포를 샀으나 현대에 들어선 총탄에 머리를 꿰뚫리고 허무하게 죽을 뿐인 마물.

오우거.

마물 사냥꾼들이 온다면 채 5분도 버티지 못하고 사냥당할 녀석이다마는 그걸 기다리다간 내마음의 안식과 수제 맥주 그리고 아직 맛보지 못한 소세지가 사라질 테니.


“우어어어!”


내 적의를 눈치 챈 듯 오우거가 위협을 담은 외침을 내뱉는다.

시끄럽고 냄새가 나긴 하지만 위협적이진 않다. 영웅이라 불리던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오우거를 몇 마리나 사냥을 해봤는데 이제와 긴장을 할까.

오우거를 상대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두터운 가죽을 뚫을 수 있는 힘으로 상처를 재생할 틈도 주지 않고 밀어 붙이면 된다.

오우거는 지능이 낮아 행동이 단조롭기에 공격에 대응하는 건 어렵지 않다. 덩치가 큰만큼 공격 범위도 넓어서 주변에 피해가 가지 않게 하는 건 귀찮지만.

오우거가 주먹을 휘두른다.

직선적인 공격. 몸을 틀어서 피한 후 팔에 올라타 오우거의 목을 향해 내달린다. 오우거가 반댓 손으로 나를 잡으려 하지만 느리다. 간단히 회피한 후 오우거의 어깨 위에 도착했다.

목을 향해 검을 휘두른다. 칼날은 오우거의 두터운 피부를 종이 가르듯 베어 들어가, 뼈를 절단하고, 목을 쳐 날렸다.

허공에 피가 흩뿌려지고 오우거의 몸이 기울어 바닥에 쓰러진다.

피 때문에 주변 도로가 엉망이 되었지만 이 정도는 마물 처리반 측에서 처리해 주겠지.

검에서 마력을 빼 칼날을 없앤다.

나에게로 꽂히는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한 채 주점의 종업원에게로 다가갔다.


“저기요.”

“...네? 네!”

“제가 주문한 거에 수제 맥주 1000cc까지 같이 포장해 줄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죠!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본래는 느긋하게 가게에서 먹을 생각이었지만 본의 아니게 소란을 피워버린지라 사냥꾼들이 오기 전에 도망쳐야 한다. 괜히 그들과 얽히면 시간 낭비를 하게 될 테니까.

포장된 음식을 가지고 나온 건 종업원이 아니었다. 얼굴을 뒤덮은 두터운 수염. 땅딸막한 체구와 그에 반비례하는 두터운 근육. 드워프였다.


“주인이십니까?”

“그렇네. 가게를 지켜줘서 고맙단 인사를 전하러 왔네.”

“별 일 아니었습니다.”

“그냥 고맙다는 말만 전하긴 그래서, 이 음식과 술을 내 감사의 표시라 생각하게.”


굳이 공짜로 음식을 줄 필요는 없단 말을 하려다 드워프 특유의 완고한 성격을 떠올렸다. 무슨 말을 하던 간에 주인장은 나에게서 돈을 받지 않겠지.


“호의 감사합니다.”

“그리 고마우면 다음에 다시 와서 매상이나 올려주게나.”

“예.”


가게에서 빠져나가기 직전 종업원이 쫄래쫄래 다가와 내 앞을 가로막았다.


“뭐죠?”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90도로 허리를 숙이는 모습에선 박력마저 느껴졌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어 버렸다.


“고맙다니 기쁘네요.”


*


전화벨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어젯밤 과음을 한 탓인지 머리가 깨질 듯 아프다. 소세지의 맛도 좋고, 호텔의 야경도 좋아서 너무 들떴다.

미간을 찌푸린 채 전화를 건 사람을 확인한다. 중개인이다.


“여보세요.”

“목소리가 안 좋군. 숙취인가?”


용케도 알아차렸네.


“무슨 일입니까?”

“네가 들으면 기뻐할 소식이 있어서 전화를 했다. 궁금하냐?”

“시끄럽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옛 시대의 유적과 관계된 의뢰가 들어왔다.”

“...예?”


그 말을 들은 순간 정신이 들었다.


“의뢰인의 말에 따르면 옛 영웅과 관계된 장소라던데. 운 좋으면 옛 영웅의 유물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운이 나빠도 의뢰금은 받을테고. 어떠냐?”

“이야기를 듣죠.”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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