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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파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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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고도파
작품등록일 :
2022.07.25 15:45
최근연재일 :
2022.10.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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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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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DUMMY

39화.




<라이언픽쳐스>에서 만난 김원호 차장은 감찬을 무척 반겼다.


정화와 탁성우 감독 사이에 있었던 트러블로 법적 조치 운운하며 얼굴 붉히던 때를 생각하면 사뭇 달라진 태도였다.


“그때는 서로 회사 입장을 대변했던 것이니까 너무 마음에 두지 말자고요. 정화 씨도 원만하게 촬영에 복귀해서 지금 이렇게 잘된 거 아니겠어요?”


김 차장이 화해의 손을 내밀자 감찬도 악수하며 화답했다.


“그때 일은 이미 다 잊었습니다. 오히려 라이언에서 다시 기회를 주셨으니 저희가 고맙죠.”


감찬은 김 차장의 안내로 회의실에 들어가니 마케팅팀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인사를 마치고 마케팅팀장이 말했다.


“저희는 영화에 자신 있어서 일반 시사회를 확대했는데, 이런 반응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네,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도 어리둥절해요.”


“<악마의 스토킹> 개봉이 이제 2주 남았는데, 홍보 활동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시점이거든요. 그래서 홍정화 씨가 영화 홍보 활동에 참여해 주셨으면 해서요.”


뜻밖의 제안이었다.


“홍보 활동이라고 하시면···?”


“인터뷰하고,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나중에 개봉하면 극장을 돌면서 무대 인사하고···, 머 이런 거죠. 주연 배우들이랑 함께 움직일 텐데, 스케쥴은 저희 홍보팀에서 짜드릴 겁니다.”


“그렇지만 정화 씨가 워낙에 비중이 낮은 조연이었는데요···.”


감찬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마케팅팀장이 말을 받았다.


“네, 압니다. 사실 거의 단역급 조연이라서 개런티도 많이 못 받으셨잖아요. 그래서 홍보 활동에 참여해 주시면 추가 개런티를 지급해 드리겠습니다.”


하면서 한 장짜리 계약서를 내밀었다.

계약서에 적인 금액을 보고 감찬이 놀랐다.


“주연급 배우에 준하는 개런티입니다. 원래 우리 영화가 대작은 아니라서 톱스타 출연료에 견줄 수는 없지만, 이 정도 금액이면 주연급 대우로 손색은 없을 겁니다.”


조건만 봤을 때는 앞뒤 생각하지 않고 받아들여도 좋을 만큼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하지만 감찬은 <대양시네마>의 영화 <체이스>에 관여하는 처지에서 경쟁 영화의 홍보를 돕는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그렇지만 이 일은 정화의 일이었다.


“홍정화 씨와 긍정적으로 상의해 보겠습니다.”


“저··· 그런데 시간이 촉박해서요···”


마케팅팀장이 말했다.


“걱정 마세요. 오늘 중에 답변 드릴게요.”


마케팅팀장이 꼭 제안을 받아달라고 다시 한번 부탁한 뒤 회의실을 나갔다.


김 차장이 감찬에게 말했다.


“가시기 전에 저희 본부장님께서 뵙고 싶다고 하시네요.”


감찬은 김 차장을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문상균 본부장의 방으로 갔다.


문상균 본부장은 기골이 장대한 남자였다.

이마의 주름과 새치는 나이를 속일 수 없었지만, 큰 키에 떡 벌어진 어깨와 커다란 손은 젊었을 때 힘깨나 썼을 법했다.


“<포레스트 기획>? 유은영 대표 회사에 있나요?”


문 본부장이 감찬의 명함을 보고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감찬이 소파에 앉으며 대답했다.


“거기 <그녀와 댄싱> 제작 중일 텐데···.”


“저도 그 영화 제작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내가 <대양시네마>에 있을 때 그 영화에 관심이 많았지.”


“저도 얘기 들었습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시 대양의 투자를 받아서 촬영을 진행 중입니다.”


감찬이 설명하자 문 본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 얘긴 들었네. 그런데 자네는 홍정화 씨 매니저라고 들었는데?”


“아, 그게··· 정화 씨가 지금은 소속이 없어서 제가 일을 봐주고 있습니다.”


“그렇군. 하긴 원래 무명 배우니까.”


“네···”


문 본부장이 웃으며 말했다.


“나도 우리 영화 시사하면서 정화 씨 연기가 눈에 띄긴 했는데, 이런 반응을 얻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네.”


“정화 씨도 많이 놀라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잠시 차를 마시며 목을 축였다.


“저를 보자고 하신 것은 무슨 일 때문이신지요?”


감찬이 물었다.

그러자 문 본부장이 두툼한 책을 한 권 감찬에게 건넸다.


시나리오였다.

제목은 <이상한 여자>라고 쓰여 있었다.


“아직 외부에는 비밀인데, 우리 <라이언픽쳐스>의 이태근 대표님이 연출할 신작 영화예요.”


<라이언픽쳐스>의 오너 이태근 대표는 1990년대와 2천년대 초반 영화계에 군림했던 스타 감독이었다.


라이언을 창업하면서 제작자로 변신했지만, 가끔 규모가 작으면서도 예술성이 높은 영화를 연출하곤 했다.


“제목이 특이하네요.”


“멜로 영화인데, 스토리가 범상치 않다네. 대표님도 시나리오 보고 반해서, 이 영화는 직접 연출해서 내년 칸영화제에 진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우셨지.”


“······”


“지금은 비밀리에 움직이고 있지만, 대표님이 직접 감독하는 영화니 만큼 우리 라이언에서는 전사적으로 밀어주는 프로젝트가 될 거야. 그래서 멜로 영화지만 제작비도 200억 원 이상 투입할 예정이고.”


“저에게 이걸 보여주시는 이유가?”


감찬이 물었다.


“홍정화 씨를 여주인공 오디션에 초대하고 싶네.”


“오디션이요?”


“국내의 톱 여배우 3명에게만 비밀리에 오디션 제안을 하고 있는데 그중 한 명이 홍정화 씨지.”


“아···”


“홍정화 씨는 연기는 충분할 거 같고, 다른 여배우 두 명에 비해 뉴 페이스라는 게 장점이어서 특별히 이번 오디션에 초대하는 거야. 다만···”


“?”


“시나리오를 보면 알겠지만, 강도 높은 베드씬이 여럿 있어서 출연하려면 결심이 좀 필요할 거야. 톱 배우 2명은 이미 오디션을 수락해서 날짜만 기다리고 있네. 홍정화 씨가 오케이 하면 이태근 대표님이 직접 오디션을 보고 주인공을 낙점할 걸세.”


“······”


감찬은 잠시 망설였다.


지난번 <악마의 스토킹>을 찍으면서 베드씬을 거부했던 정화의 해프닝이 떠올랐다.

문 본부장은 그 해프닝을 아는지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홍정화 씨와 의논해서 답변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문 본부장이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보안 각서에 사인하고 시나리오를 가져가게.”


서류는 시나리오를 외부에 유출하면 그로 인한 모든 피해를 배상하겠다는 각서였다.


시나리오를 보니, 페이지마다 일련번호가 워터마크로 새겨져 있어서 유출되면 누가 유출한 것인지 알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감찬은 각서에 사인 했다.


* * * * *


갑자기 밀려드는 일들에 감찬은 머리가 아팠다.


‘하나씩 처리하자’


감찬은 <라이언픽쳐스>를 나오자마자 정화에게 전화를 걸어 <악마의 스토킹> 홍보 활동 참여에 관한 이야기를 전했다.


정화도 놀라는 것 같았다.

유명 카메오도 아니고, 비중 없는 조연이었는데 주연 배우들과 함께 홍보 활동을 한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톱스타들은 홍보 활동을 귀찮아하는 예도 있지만, 정화로서는 다양한 채널에서 대중들에게 존재를 알릴 좋은 기회였다.

공짜라도 하겠다고 할 판인데, 주연 배우에 준하는 개런티까지 준다니 마다할 일이 아니었다.


정화의 의견을 듣고, 감찬은 그 자리에서 라이언의 마케팅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오케이 답변을 주었다.

계약서에 사인은 나중에 하고 일단 스케쥴부터 진행하기로 했다.


그리고, 라이언의 새 영화 오디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정화의 집으로 갔다.


* * * * *


감찬은 정화의 집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소파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미안해요. 나 때문에 피곤한 일이 많죠?”


정화가 직접 짰다며 얼음을 채운 오렌지 주스를 감찬에게 가져다주었다.


“그러니까요. 내 일은 제쳐두고, 정화 씨 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데, 정작 정화 씨는 집에서 푹 쉬고 있네요.”


감찬이 투덜거리자, 정화가 샐쭉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나도 놀고 있었던 건 아니라고요. 내일 촬영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소파 앞 테이블에는 <그녀와 댄싱> 대본이 펼쳐져 있고, 형광펜과 포스트잇 메모지가 주변에 놓여 있었다.


내일은 <그녀와 댄싱>에서 정화가 등장하는 장면을 촬영하나 보다.

비로소 내일 정화와 함께 촬영장에 나가볼 수 있을 것 같다.


정화의 말마따나 감찬은 현장 스태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 일 봐주느라 촬영장에 나가지 못하는 자신을 유 대표가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이 되었다.


다행인 점은, 정화가 스토리 비중이 작았지만, 주인공과 같은 댄스팀의 일원이기 때문에 카메라에 찍혀야 하는 분량이 적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정화가 앞으로 현장에 자주 나가야 하는 것이 감찬으로서는 그나마 다행이었다.


“정화 씨. 이렇게는 안 되겠어요. 진짜 매니저를 구하세요.”


감찬이 말했다.


“당장 구하는 건 쉽지 않아요. 매니저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정화가 곤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주변에 매니저 할 만한 사람 없어요?”


“없어요.”


정화가 고개를 저었다.


“그럼 나중에 유 대표님과 상의해 봐요.”


“난 지금도 좋은데···”


정화의 응석에 감찬이 살짝 부아가 치밀었다.


“난 안 괜찮아요. 내 할 일도 많은데 제대로 못 하고 있다니까요.”


“라이언에서 개런티 준다니까. 그거랑 앞으로 들어오는 수입의 30% 나눠 줄게요.”


“네?”


감찬이 되물었다.


“그럼 40%”


“돈이 문제가 아니에요.”


“그럼 50%, 아니 60% 줄까요? 나도 돈 욕심은 없어요.”


말을 말자.

감찬이 손을 내저었다.


“일단 그건 나중에 얘기하고, 이거나 한번 봐요.”


감찬은 <라이언픽쳐스>에서 받아 온 <이상한 여자> 시나리오 책을 정화에게 건넸다.


“이상한 여자?”


“라이언의 이태근 대표님 알죠? 원로 감독님···. 그분이 직접 연출하실 신작이래요.”


이어서 감찬은 문상균 본부장의 제안을 차근차근 전했다.


단 세 명의 여배우만 오디션을 볼 거고, 그중 두 명의 이름을 말해주자 정화의 눈이 커졌다.


“내가 그 배우들하고 같은 급으로 오디션을 본다는 거예요? 무조건 해야죠!”


감찬이 나무라듯 말했다.


“시나리오나 읽어보고 나서 얘기해요. 베드씬이 엄청 세다잖아요.”


“뭐 어때요. 예술인데.”


“지난번에는 그렇게 난리를 쳤으면서···”


감찬의 말에 정화가 입술을 내밀며 불만스럽게 대답했다.


“그거랑은 경우가 다르죠!”


하긴 그렇다.

감찬도 자신의 말이 너무 나갔다는 생각에 황급히 주워 담았다.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요.”


“지금은 기분 좋아요. 그래도 사과는 받을게요.”


정화가 생글거리며 말했다.


“그럼, 오디션에 참가하겠다고 답변할게요.”


감찬이 정화에게 다짐을 받듯 말했다.


“네.”


정화가 고개를 끄덕이며 명쾌하게 대답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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