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고도파 님의 서재입니다.

블록버스터의 신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고도파
작품등록일 :
2022.07.25 15:45
최근연재일 :
2022.10.03 08:00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11,733
추천수 :
53
글자수 :
299,869

작성
22.08.31 08:00
조회
144
추천
1
글자
10쪽

35화

DUMMY

35화.




나성진 감독의 강경한 압박이 효과가 있었는지, 아니면 유은영 대표의 설득이 통했는지 모르겠지만, 채미도 배우가 대본 리딩에 참석했다.


대본 리딩은 말 그대로 출연 배우들이 모여서 대본을 읽어 보는 과정이다.

배우들이 각자 자신이 맡은 배역의 대사를 소리 내 읽어 보면서 캐릭터의 감정선을 파악하고 상대 배우와의 리액션을 맞추어 본다.


실제 영화를 촬영할 때는 로케이션 장소와 시간대별로 장면을 끊어서 촬영하기 때문에, 전체 스토리의 흐름과 감정의 연결을 파악하기 어렵다.


따라서 대본 리딩을 통해, 영화의 기승전결을 미리 파악하고 각 장면의 상황에 맞는 연기를 미리 연습해 보는 것이다.


감독은 배우들의 대사를 점검하면서 연출 포인트를 알려주고, 배우의 캐릭터 해석과 연출 방향이 맞을지 소통하는 기회로 삼는다.


한마디로 영화 제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중요한 출발점인 셈이다.


대본 리딩은 단역을 제외한 모든 출연 배우가 모이기 때문에, 넓고 보안이 잘 되어있는 회의실이 필요했다.

감찬은 투자사인 <대양시네마>에 도움을 청해 대회의실을 빌렸다.


배우들은 상견례에서 낯을 익혀 한층 친밀한 분위기였다.


다만, 채미도는 진율을 보고서 인사는커녕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두 사람의 냉랭한 분위기는 서로 대사를 주고받아야 하는 대목에서 지켜보는 감찬이 조마조마할 정도로 긴장감을 자아냈다.


미도는 진율에게 대사하면서 감정이 실리지 않아 나 감독의 지적을 받았지만, 대본 리딩 첫날이어서 대충 넘어갈 수 있었다.

그 외에는 두 사람 사이에 특별한 문제점이 노출되지 않았다.


루미는 발성이나 딕션이 나쁘지 않았다.

캐릭터 해석이 깊이가 얇고, 장면에 맞는 톤을 잡는 것이 아직 서툴러서 나 감독의 지적을 몇 번 받았지만, 눈살을 찌푸릴 정도는 아니었다.


신인 배우 중에는 대본 리딩을 하다가 욕먹고 하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는데, 그럴 염려는 없어 보였다.

유 대표도 루미의 대사를 주의 깊게 듣고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무엇보다 루미는 너무나 예뻤다.

수수한 티셔츠 차림에 야구모자까지 눌러 썼지만, 시선을 모으는 독보적인 아우라가 있었다.


다음은 정화의 차례였다.

정화는 발성이나 연기가 매끄러워 나 감독의 지적을 거의 받지 않았다.


벌써 자신의 대사를 모두 암기한 모양이었다.

대본을 거의 보지 않고 상대역과 눈을 맞추면서 감정을 한껏 실어서 대사를 읊었다.

주연급보다는 상대적으로 대사량이 적었지만 그래도 배역에 임하는 성의가 남다른 게 느껴졌다.


감찬은 정화를 보면, 시선이 자신도 모르게 입술로 향했다.

과하지 않은 붉은색의 입술이 달싹거릴 때마다, 감찬은 자신의 입술에 느껴지던 와인의 달콤함이 떠올랐다.


어쩌다 눈이 마주치자, 정화는 마치 감찬의 속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 생긋 웃었다.


상견례 이후 감찬과 정화는 서로 연락하지 않았고, 만날 기회도 없었다.


오늘 회의실 앞에서 마주쳤을 때도 정화는 고개 숙여 인사만 했을 뿐 말을 건네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감찬을 피하는 느낌도 아니었고 무척 자연스러웠다.


마치 그날의 기억을 감찬만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첫 번째 대본 리딩이 끝났다.


출연 배우 전원이 참석하는 리딩은 2주간 주 2회씩, 총 4회차가 예정되어 있었고, 주연급들은 이후 2회차 정도 추가 일정이 예정되어 있었다.


배우들은 서로 수고했다는 인사를 나누며 각자 해산했다.

정화도 감찬에게 간단한 목례만 하고 가버렸다.


<포레스트 기획>의 스태프들은 업무용으로 구매한 승합차를 타고 돌아갔다.


유 대표는 자신의 승용차에 나 감독을 태우고 합정동 사무실로 향했다.


“나 감독, 오늘 리딩 보니까 어때?”


유 대표가 운전하면서 조수석에 앉은 나 감독에게 물었다.


“크게 문제는 없을 것 같아요. 특별히 연기에 구멍이 될만한 배우도 안 보이고···”


나 감독이 대답했다.


“설루미는? 지난번 파티 때 들어보니 걱정을 많이 하던데···.”


“신인이고 첫 작품인데 덜컥 주연을 맡았으니까 겁이 나겠죠···. 오늘 하는 거로 봐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다행이네.”


“대표님, 음악은 어떻게 되어가요? 아직도 소식이 없던데···”


“계속 연락을 하고 있는데,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하더라고. 촬영을 8월로 연기했다니까 좋아하던데. 그때까지는 데모를 보내 주겠대.”


“좀 더 빨리 달라고 해 주세요. 호 교수가 음악 감독이 대충 해 준 얘기만 듣고 안무를 구상하고 있는데,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알았어.”


“그리고, 채미도와 진율, 괜찮겠죠?”


나 감독이 유 대표에게 물었다.


“오늘 보니까 괜찮을 것 같기는 하던데···”


유 대표가 대답했다.


“두 사람, 대사 주고받을 때 눈도 마주치지 않던데요.”


“그러게··· 촬영 현장에서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유 대표가 중얼거렸다.


* * * * *


감찬은 대양시네마에 남아 한 상무를 만나고 있었다.


“대본 리딩이면 촬영 시작이나 마찬가지인데, 유은영 대표가 감개무량하겠군.”


한 상무가 말했다.


“네, 저도 그랬습니다.”


“그래도 이제 시작이지. 촬영하는 동안 별의별 일이 다 생길 거야.”


“지금도 이런저런 일이 많아요.”


감찬이 맞장구를 쳐 주었다.


“한 상무님, <가자미 게임> 개발 투자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셨습니까?”


“아직···. 회장님께 보고를 드려야 할 것 같아서···. 조금만 더 기다려 주게.”


“그런데 박영실 씨가···”


“아, 그날 영실이가 한 얘기는 그냥 농담이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한 상무는 영실의 계획에 대해 모르는 듯했다.

감찬도 더는 이야기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한 상무가 책상에서 서류를 집더니 감찬 앞에 내려놓았다.

파워포인트로 작성한 기획서였다.


“마케팅팀에서 정리한 <체이스> 홍보 방안이야. 한번 보게.”


감찬이 서류를 넘기며 훑어보았다.


“지난번에 미팅했던 내용을 반영하셨네요. 저는 다른 의견 없습니다. 그런데요···”


“그런데?”


“<라이언픽쳐스>에서 <악마의 스토킹>이라는 영화 예고편을 공개했는데, 개봉 일정이 8월이라고 되어있던데요. <체이스>랑 맞붙을 거 같아요.”


“<악마의 스토킹>? 그거 공포영화인가?”


“연쇄 살인마가 나오는 스릴러인데, 예고편을 보면 슬래셔 공포영화 분위기가 많이 가미된 것 같습니다.”


한 상무가 휴대폰으로 동명성 이사를 불렀다.

잠시 후 동 이사가 들어왔다.


“이사님, <악마의 스토킹>이란 영화 아세요?”


한 상무가 물었다.


“네. 압니다. <라이언픽쳐스>에서 제작하는 영화인데, 11월쯤에 개봉 예정으로 알고 있습니다.”


동 이사가 무슨 일인가 싶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 영화 예고편에 8월 개봉이라고 되어있다는데요? 그럼, 우리 <체이스>랑 붙는 거 아닌가요?”


“네? 그 영화 촬영 끝난 지 얼마 안 된 것으로 아는데요. 잠깐 확인 좀 해 보겠습니다.”


동 이사가 휴대폰으로 누군가와 통화를 했다.


“마케팅 최 팀장 얘기가, 어제 예고편을 공개했는데, ‘8월 개봉’이란 자막이 나온다고 합니다.”


“날짜는?”


“날짜는 알아보고 있답니다.”


영화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상영 등급을 받아야 개봉 날짜를 고지할 수 있다.


“제 생각에는 촬영이 끝난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8월 하순이나 말일쯤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 우리 <체이스> 개봉 다음 주나 2주 후쯤 되겠네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 영화는 예산도 중급 정도이고, 소재도 공포영화 분위기가 강해서, 크게 염려하실 건 없을 것 같습니다.”


동 이사가 말했다.

감찬이 나섰다.


“그런데··· 예고편의 반응이 심상치 않습니다. 공개된 것만 봐도 표현 수위가 상당히 높을 것 같거든요.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장르인데, SNS 반응을 보면 상당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표현 수위가 높다면, 틀림없이 청불일 텐데, 우리 <체이스>와는 등급도 다르고 성향도 차이가 크게 납니다.”


동 이사의 말에 감찬이 반박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등급은 다르겠지만 <체이스>도 액션, 즉 폭력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는 영화라서, 개봉 이후에 입소문을 타지 못하면 관객의 상당수를 <악마의 스토킹>에 빼앗길 가능성이 큽니다.”


듣고 있던 한 상무가 동 이사에게 물었다.


“이사님, 우리 <체이스>도 8월 개봉이라고 이미 공개가 되었죠?”


“네. 온라인 포스터에도 8월 개봉이라고 표시되어 있습니다.”


동 이사가 대답했다.


“이사님은 <악마의 스토킹>이 11월 개봉으로 알고 있었다고 했죠?”


“그렇습니다. 2달 가까이 개봉 일정을 앞당긴다는 것은 후반 작업에도 무리가 많이 갈 텐데 왜 이렇게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영화가 생각보다 잘 나왔나 보죠. 보나 마나 우리 <체이스>를 잡아 보겠다는 생각일 거예요.”


한 상무가 턱을 쓰다듬으며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그렇게까지 생각했을까요?”


동 이사가 믿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제 느낌에는 우릴 엿 먹이려는 것 같아요. <체이스>는 300억짜리 대작이니까, 4분의 1도 안 되는 영화로 잡아서 제대로 타격을 주겠다는 심보죠.”


한 상무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죠? 잘 못 하면 양쪽 다 망하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는데요?”


감찬은 이해할 수 없었다.


“라이언에 문상균 본부장이라고 있는데, 우리 대양에 앙심이 좀 있거든.”


“앙심? 원한이 있다는 건가요?”


한 상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 우리 회사 부대표로 영화 사업을 총괄한 사람이야. 퇴사하고 라이언으로 가서 본부장을 맡았는데, 나 때문에 대양에서 쫓겨났다고 생각하고 있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블록버스터의 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60화로 완결합니다 (10월3일,08시,최종화 업로드) 22.07.30 153 0 -
60 60화 (완결) 22.10.03 93 0 10쪽
59 59화 22.10.02 82 0 10쪽
58 58화 22.10.01 87 0 10쪽
57 57화 22.09.30 91 0 11쪽
56 56화 22.09.29 90 0 11쪽
55 55화 22.09.28 83 0 10쪽
54 54화 22.09.27 97 0 10쪽
53 53화 22.09.26 107 0 10쪽
52 52화 22.09.23 100 0 11쪽
51 51화 22.09.22 107 0 11쪽
50 50화 22.09.21 112 0 10쪽
49 49화 22.09.20 105 0 11쪽
48 48화 22.09.19 112 0 11쪽
47 47화 22.09.16 112 0 10쪽
46 46화 22.09.15 115 0 10쪽
45 45화 22.09.14 125 0 11쪽
44 44화 22.09.13 120 0 11쪽
43 43화 22.09.12 121 0 11쪽
42 42화 22.09.09 129 0 11쪽
41 41화 22.09.08 135 0 10쪽
40 40화 22.09.07 138 0 10쪽
39 39화 +1 22.09.06 132 1 11쪽
38 38화 22.09.05 133 0 11쪽
37 37화 22.09.02 137 1 10쪽
36 36화 22.09.01 138 1 11쪽
» 35화 22.08.31 145 1 10쪽
34 34화 22.08.30 150 1 12쪽
33 33화 22.08.29 142 1 10쪽
32 32화 22.08.27 155 1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