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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잡담] 비평이란 무엇인가?

비평이란 무엇인가?

 

 

1. 들어가기에 앞서

 

최근 필자는 네웹소에서 하고 있는 비평(혹은 리뷰)를 보다가 정말 황당한 댓글을 발견한 적이 있다. 비평을 하는 사람에게 '너는 무슨 자격이 있어 비평을 하느냐?'라는 투의 댓글이었는데, 논문을 뭘 냈으며, 관련 저서는 얼마나 집필하였는가 따위를 물어보는 댓글이었다. 그러면서 댓글을 달아놓은 본인은 현재 '작가'로서 활동하고 있으며, 네이버 챌린지 리그에도 상당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듯한 이야기를 했다. 필자가 그 댓글을 보고 '작가'라는 사람이 그렇게 이야기하느냐, 비평을 전문가만 하라는 법도 있느냐 물어봤을 때, 그 사람은 '그런 법이 있다'라고 대답했다.

 

그 외에도 댓글들이 꽤 있었으나, 현재 해당 글이 삭제되어 찾을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본인을 '작가'라고 칭하면서도 비평에 관해 대단히 회의적인 입장을 표시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다. 과연 비평을 하는데, 자격이 필요한가?

 

 

 

2. 무슨 자격이 필요한가?

 

비평의 자격이라는 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해당 학문의 자격증이라도 있는가? 아니다. 필자는 문학을 전공했으나, 그런 자격증이 있다는 말은 애시당초 들어본 적도 없다. 물론 그 '작가'라는 사람이 자격증을 언급한 것은 아니다.

 

그럼 비평을 하기 위해서는 '논문'을 발표하고 비평과 관련된 '학위'를 취득해야만 비평이 가능한가? 아니다. 그딴식으로 절차가 복잡하다면 애초에 비평이란 걸 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나라에서도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문학비평을 하기 위해 필요한 자격이란 게 무엇인가?

 

ㄱ. 한글을 읽을 줄 아는가?

ㄴ. 한글을 쓸 줄 아는가?

ㄷ. 문학을 이해하고 분석할 줄 아는가?

 

이 세가지다.

 

여기에서 '분석'이라는 것은 무슨 개구리 해부하듯이 하는 게 아니다. 단순히 인물의 관계가 어떠한가, 내용의 구성이 어떠한가 정도만 분석할 줄 알면 된다. 그건 따지고 보면 어려운 것도 아니다.

 

문학비평이라는 걸 상당히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의외로 단순하다.

 

비평이란, 글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행하게 되는 활동이다. 저자가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썼는가를 곰곰이 살펴보며 읽을 가치가 있는 것인가 아닌가를 판단하게 되면, 곧 비평가가 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문학작품을 처음 대할 때, 우리는 그것을 처음부터 비평적으로 읽지 않는다. 그러나 작품을 읽어 나가다 보면 그것을 계속해서 읽어날 것인가 아닌가를 결정해야 할 일이 생기게 된다. 이처럼 자기가 대하는 작품에 관해서 깊이 생각해 보는 일은 그 자체가 일종의 비평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비평에 관한 자격을 논하는 사람들 중에 과연 단 한 번이라도 '비평 이론서'를 본 적이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필자가 단언컨데 단 한 명도 없다.

 

 

3. 그래서 비평을 왜 하나?

 

비평이랍시고 '재밌네요', '잘 쓰시네요' 같은 말만 하는 것은 애시당초 비평이 아니다. 챌린지 리그에서 양산되는 비평들 중에는 앞서 언급한 '같잖은' 비평들도 더러 있다. 재미가 있으면, 그 재미있는 이유를 분석해서 써놔야 한다는 말이다. 재미가 없어도 마찬가지다.

 

비평을 왜 하는가? 이 질문은 '도대체 비평이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과도 같다.

 

모든 예술은 벙어리이기 때문이다. 그림이나 조각이나 음악과 같은 예술들은 보여 주거나 들려주기만 하지 말은 할 수 없다. 시는 조각상과 같이 말이 없다. 시는 언어로 이루어진 것이나, 그것은 독자에게 직접 말을 하지 않고 상상의 언어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시인은 자신이 무엇을 말할 것인지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알고 있는 것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다.

 

문학은 언어 기호로 된 구조물이기 떄문에 이런 제약은 피할 수가 없다. 작가가 특별히 자기 작품에 관해 언급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도 이 때문인데, 자기 작품에 관해 어떤 실마리를 주지 않으면 자기가 말하고자 한 의미를 독자들이 해석할 수 없을 것이라고 어떤 불신을 품고 있을 때 그런 유혹을 더욱 느끼게 된다.

 

좋은 문학작품을 위해서 작가들을 향한 우정어린 충고를 하기도 한다. 예를들자면 '서투른 문장력, 폭넓은 독서의 결여, 소설 형식에 대한 공부 부족' 같은 것들을 지적하면서 노력하지 않는 작가들의 자세에 대해 비판하기도 한다.

 

쉽게 말해, 작가가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는 말이다.

 

 

4. 마치며

 

어찌 보면 비평이란 것은 애써 만들어 놓은 작품을 슬슬 건드려 헐뜯기나 하는 것 같고, 그런가 하면 만든 사람 자신이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을 일러주는 고마운 존재 같기도 하다. 본래 서양에서 이 비평가라는 직업은 르네상스 시절 인쇄기의 발달과 함께 탄생된 새 직종이었다.

 

예전부터 비평가라 하면 재판관 정도로 불려왔는데, 그것은 그가 작가보다 더 우월한 자리에 있다는 것이 아니라, 뭔가 문학에 대하여 좀더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평은 따지는 일을 그 속성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작가의 노력이나 의도를 외면한 채 작품의 결정만 지적해 내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그래서 작가로부터 심한 반발을 사거나 비평을 아예 불필요한 작업으로 간주하는 예도 흔히 있다. 괴테는 비평가를 '개'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챌린지 리그를 보자면, 애초에 '프로'라고 부를만한 작가는 없다. 그리고 '장르 문학'에서의 프로라는 것은 사실 '문학'의 입장으로 보자면 한참 못미치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몇몇 장르 문학의 프로들은 제외토록 하겠다.

 

여튼 이곳에서 나오는 글들은 대부분이 아마추어 글이며, 문학과 관련해 큰 전문지식이 없더라도 충분히 비평할 수 있는 수준의 글이 대부분이다. 애초에 이들은 '시'를 쓴다거나, 내용 자체에 '함축적'인 의미 따위를 넣지 않는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비평의 시작은 책을 읽고 가치를 판단하기 시작하면서 시작된다.

 

비평 신청하는 사람을 뭐라 할 수도 없고, 비평 해주는 사람을 뭐라 할 수도 없다. 물론 게시판(?) 성격과 맞지 않다는 것을 문제 삼는다면 솔직히 그 것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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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네이버, 챌린지 리그에서 벌어졌던, 한 사건 때문에 블로그에 작성했던 글이라, 문피아쪽 상황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글의 주제 자체가 ‘비평이란 무엇인가’이므로 여기에도 게시합니다.

 

사람들이 왜 비평을 어렵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왜 비평은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는 건 아니지만, 대충 이쪽 분위기를 보고 있자니 조금 심한 거 같아 게시합니다.


댓글 6

  • 001. Personacon 김연우

    13.07.08 04:25

    역시 문학 전공자셨군요. 반갑네요:)

  • 002. Lv.8 공작의구애

    13.07.10 19:47

    아 역시 데스레이지님도 ㅈ작가의 되도 않는 출판작가부심에 전문 비평 드립 치는 글 보고 서재에 글 남기셨군요.

    역시 제가 선작해둔 작품의 작가님들은 저랑 뭔가 사상적으로 통하는게 있는 법입니다.

    봐줄 사람 없는게 아쉬워서 공공 게시판에 올렸으면 봐주는 사람들한테 고마운줄 알아야죠.

    사람 맘이 그리 간사한겁니다. 봐주는 사람 없을땐 독자가 아쉬운데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소리 하면 니가 뭔데 감히 글쓰는 나한테 왈가부냐로 변하는 겁니다.

    하여간 똥싸기 전과 싸고난 후가 다른 사람들은 영...

  • 003. Lv.8 공작의구애

    13.07.10 19:49

    그리고 아마추어 작가가 있으면 아마추어 비평가도 있는 법인데

    무슨 공모전 심사도 아닌데 아마추어가 비평좀 하면 어떻답디까

    하여간 글 쓰는 일이 뭐 그리 힘든 일이라고 그렇게들 부심이 대단한지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큰 작가이신 장정일씨나 김훈씨를 보면 글 쓰는 행위 자체에 살을 붙여 거짓으로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고 하시는데 말씀입니다.

  • 004. Lv.8 공작의구애

    13.07.10 19:51

    조아랫동네 가면 비평유저랍시고 비평 부심 부리는 희안한 친목종자들 있는데

    작부심이 그거랑 다른게 뭘까요?

    어차피 집에 혼자 틀어박혀서 자기만 읽을 글 쓰는게 아닌 이상은 읽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의미가 있는 법일텐데 말입니다. 특히나 소설은 말이죠.

    하여간 이 나라는 어딜 가도 비평에 지나치게 인색합니다. -_-...

    비평을 지나치게 아끼도록 장려하는 이 나라의 문화 수준 탓에 계속 창작 관련 컨텐츠의 질이 낮아진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휴 이 글 보니 비평 전문 드립이 다시 떠올라서 왠지 화나서 또 주저리 떠들었네요 -_-

  • 005. Lv.43 패스트

    13.07.10 22:34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비평이란 걸 너무 높게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비평 하는 그 자체를 싫어하는 것인지 잘 분간이 안 갈 때가 있습니다. 전문성을 논하기 시작하게 되면, 국내에서 비평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극소수 입니다. 애초에 문학 사이트 같은 곳에서 비평이란 걸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고요.

    말씀 하신 것 같이, 아마추어가 아마추어의 글을 비평하면서도 자기가 무슨 대단한 비평가인냥 떠들어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 역시 꼴보기 싫죠. 이런 사람들에겐 전문성이 필요해 보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글을 쓰면서도 자기가 제일 잘난 줄 아는 사람이 있고, 비평을 하면서도 자기가 제일 잘난 줄 아는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 왜 유독 비평에만 전문성이란 잣대를 들이대느냐는 말이었습니다.

    비평에 인색한 것은 사실 외국도 마찬가지 입니다. 다만, 우리나라처럼 인터넷이 이렇게 보편화 되어있지 않고, 또 우리나라처럼 아마추어들이 양산해내는 '장르소설'이란 게 없어서 덜해 보이는 거죠.

  • 006. Lv.8 공작의구애

    13.07.11 17:48

    하여튼 -_-

    장르 문학 사이트라는게 아마추어 가득한 곳인데

    비평가들한테만 뭐라뭐라 하는거 보면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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