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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타임

날아가는 속도는 160km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스포츠

류진
작품등록일 :
2018.05.28 17:19
최근연재일 :
2018.06.17 19:0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147,131
추천수 :
2,225
글자수 :
144,097

작성
18.06.14 19:00
조회
4,126
추천
84
글자
17쪽

날아가는 속도는 160km 21화

DUMMY

볼넷 한 개를 내주기는 했지만 1회 초를 잘 넘긴 오스왈드는, 7회까지 2실점이라는 퀄리티스타트플러스의 성적으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3점의 리드 상황에서 양서석은 최무문 대신 임태룡을 8회에 올렸다.

물론 최무문도 불펜에서 몸을 푸는 중이었다.

조금만 위험하다 싶으면 최무문이 호출될 것이다.

하지만 임태룡은 8회를 3자 범퇴로 끝냈고 마무리 정세용이 9회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음으로서, 양서석의 계산대로 3차전은 동강 레드스타즈가 가지고 갔다.

지혜민은 약속대로 경기를 끝까지 지켜보았다.

최무문과 화보촬영을 한 후 그녀는 야구라는 스포츠에 대해 나름대로 공부를 했다.

다행히 세 살 어린 여자사람 동생이 신문방송학과를 나와 신문기자, 특히 스포츠 쪽으로 관심이 많아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으악! 최무문 선수와 화보촬영을 했다고? 나 좀 소개시켜줘! 나 완전 팬이야!

동생 지설민이 최무문과 화보촬영을 했다고 하자 처음 보인 반응이었다.

-팬이 된 이유가 뭔데?

-인생이 드라마틱하잖아. 메이저리그를 평정했다가 부상으로 추락한 용. 그쯤 되면 잊힐 텐데 불사조처럼 부활을 했잖아. 거기다 얼굴도 잘 생겼고. 흐흐흐...

마지막 이유가 가장 큰 것 같았다.

확실히 최무문의 얼굴에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세상 모든 일에 무관심한 듯 시크하고 어떤 일에도 놀라지 않을 것 같은 굳건함이 느껴졌다.

어쩌면 오랜 시련이 최무문을 그처럼 강하게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전화 올까?’

그런 생각을 가지고 1주일을 지낸 후에야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도 어떻게든 연락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을 만난 다른 모든 남자들처럼.

하지만 2주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도 최무문은 감감무소식이었다.

간간이 텔레비전과 인터넷으로 확인한 최무문은 여전히 건강하고 씩씩하게 공을 던지고 있었다.

두 발, 두 손 다 멀쩡한데 그녀한테 연락이 없다.

그때 화보촬영에 함께 왔던 구단 직원한테 얘기만 해도 자신과 바로 연락이 될 텐데.

자존심이 상했다.

지혜민의 상처 난 자존심에 소금을 뿌린 건 ‘내가 연락해 볼까?’라는 마음이 갸웃했다는 것이다.

조금 한가했다면 정말 연락을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는 그렇게 한가한 자리가 아니었다.

틈틈이 최무문을 생각하는 것으로 시간은 훌쩍 지나고 준 플레이오프 시구자 얘기를 들었다.

소속사를 통해서 자원을 했는데,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그녀가 시구를 한다는데 마다할 구단은 없었다.

그래서 시구자라는 핑계로 만난 최무문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반가웠다.

하루에 한 시간 씩 1주일이나 투구 연습을 한 건 시청자나 관중이 아닌 최무문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였다.

그녀를 만난 최무문은 여전히 시크했다.

그저 잔잔한 웃음을 건넸을 뿐 특별히 기뻐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사귀는 사람이 있나?’

알아볼 방법이 없다. 인터넷 기사에도 최무문의 열애 같은 건 나오지 않았다.

‘물어볼까?’

간단한 질문이고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올 수도 있다.

최무문은 여전히 그녀의 전화번호를 묻지 않아서 오늘 헤어지면 또 언제 만날 지 기약이 없었다.

최무문을 만나기 위해서는 경기가 끝난 후 홈팀 선수들이 나오는 출입구에서 기다리면 된다.

하지만 거기에는 분명 수많은 팬들이 포진해 있을 것이다. 그들 틈에 섞여서 최무문을 기다리면 스캔들 기사가 날 게 틀림없다.

그래서 지혜민은 멀리서 기다리는 방법을 택했다.

홈팀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후 각자의 집으로 간다는 걸 알고 있었다.

최무문은 자신의 자동차로 갈 테고 그녀는 우연인 척 자연스럽게 만나는 것이다.

생각했던 시나리오는 완벽했고 과정도 순조로웠다.

밤인데도 선글라스에 모자, 마스크까지 쓴 그녀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최무문도 예상했던 곳으로 나왔다.

기다리는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는데 시간이 걸리기는 했으나 기다려 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최무문 혼자만의 시간이 되었다.

최무문은 선수들이 차를 세우는 전용주차장으로 향했다. 동료들과 얘기를 하는 최무문은 오늘 승리로 기분이 좋아 보였다.

최무문의 차는 열쇠를 문에 넣고 돌려야 열리는 구식 차였다.

지혜민은 얼굴을 가린 것들을 제거하고 최무문을 향해 걸음을 빨리했다.

30미터 쯤 떨어진 곳에서 최무문을 향해 손을 흔들려는데, 벤츠 승용차가 최무문 옆에 섰다.

등까지 오는 긴 생머리에 분홍색 원피스 정장을 입은 여인이 차에서 내렸다.

“아!”

지혜민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단 한 번도 여자의 미모에 감탄을 한 적이 없다.

그건 다른 여자들의 몫이고 매일 거울을 보는 지혜민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특권이었다.

그런데 오늘 난생 처음 여자의 미모에 감탄을 했다.

지혜민을 향해 더 이상 완벽할 수 없는 이목구비를 가졌다고 했던 성형외과 의사들에게 저 여인을 보여준다면, 지혜민 얼굴에 너도 나도 칼을 대려고 할 것이다.

심각한 얼굴로 뭔가 얘기를 하던 여인이 최무문의 팔을 쓰다듬었다.

스스럼없는 손짓이다.

‘그럼 그렇지.’

지혜민은 몸에 힘이 쑥 빠지는 걸 느꼈다. 저런 여인을 여자친구로 두고 있으니 지혜민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더구나 여인이 탄 저 벤츠만 봐도 재력이 상당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지혜민으로서는 최무문에게 내세울 게 하나도 없었다.

‘저렇게 괜찮은 남자니 임자가 있는 게 당연하지.’

놓친 고기가 더 커 보이는 것처럼 잘 알지도 못하는 최무문이 정말 좋은 남자로 다가왔다.

그녀가 긴 한숨을 쉬고 돌아서려는데 최무문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혜민아!”

지혜민은 화들짝 놀라 몸이 굳어버렸다.

빨리 자리를 떠났어야 했는데 여인의 미모에 놀라 멍청하게 서 있다가 들켜버렸다.

여기서 도망치면 더 우스운 꼴이 될 것이다.

“어... 어? 오빠 거... 거기 있었네.”

“구단 주차장에는 웬일이야?”

“어? 내... 내 차가 주차된 곳으로 가려면 이 길이 가까워서.”

이미 준비한 대답조차 어눌하게 나왔고, 최무문에게 가는 걸음은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 같았다.

“오! 배우 혜민양이네요?”

‘양? 나이 차이도 얼마 나지 않은 것 같은데 양은 무슨.’

배알이 꼴리니 나가는 대답이 곱지 않았다.

“네. 뭐, 그게 내 직업이에요.”

‘그쪽은요?’라고 물으려는데 최무문에게 말하는 여자가 빨랐다.

“넌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최무문에게 말하는 것도 고압적이다. 그녀가 지혜민에게 말했다.

“나중에 같이 밥이나 먹어요.”

“저하고 밥 먹으면 체하실 텐데.”

의외라는 표정을 짓던 그녀가 웃음을 머금었다.

“고맙다고 해야 하나?”

그녀는 최무문과 별다른 인사도 없이 차를 타고 멀어졌다.

지혜민이 사라지는 차를 보며 말했다.

“여자 친구가 참 예쁘네.”

“여자 친구? 누구?”

지혜민이 사라지는 차를 가리키자 최무문이 기겁을 했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왜? 여자 친구가 예쁘고 능력까지 좋아 보이니 자랑해야 할 일 아냐?”

“엄마가 들으면 좋아하겠다.”

“여자 친구 얘길 하는데 웬 엄마?”

“좀 전에 사라진 그 여자가 내 엄마거든.”

한국말이니 당연히 알아들었고 뜻도 조합이 되었다.

그런데 내용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린 건 지혜민의 예상을 너무 벗어나버렸기 때문이다.

“바... 방금 그 분이 오... 오빠 엄마라고?”

“왜 그렇게 말을 더듬어?”

“말이 안 되잖아! 고작 오빠 또래로밖에 보이지 않는데!”

“엄마는 20년 째 저 모습이야. 나도 의아하기는 하지만.”

그 동안이 경이로웠고 이내 최무문 엄마를 향해 자신이 했던 마지막 말이 생각났다.

“으악!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지혜민을 보는 최무문의 얼굴에 ‘애가 왜 이래?’라는 표정이 떠올랐다.


@@@


“네? 제가 모레 선발이라고요?”

“그래. 어제 코칭스텝 회의에서 결정을 했다. 단기전에서는 중간계투보다 확실한 선발 투수 한 명이 필요하니까.”

“오늘 경기는요?”

오늘 패하면 모레 마지막 5차전이 펼쳐지는 잠실구장은 밟아보지도 못한다.

“용찬이까지 불펜에서 대기하고 너도 1이닝 정도는 막아줄 수 있지?”

“그 이상도 가능합니다.”

최무문이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다는 듯 김민수가 어깨를 두드렸다.

“오늘 이기면 플레이오프다.”

최무문이 던지는 5차전은 걱정도 되지 않았다. 그만큼 최무문은 모든 사람들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이기면’이라는 그 전제조건이 너무 어려웠다.

컨디션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던 톰슨은 1회와 2회 주자를 두 명씩이나 내보내놓고도 꾸역꾸역 막아냈다.

하지만 3회에 안타와 볼넷, 안타로 1점을 내주더니 또 다시 볼넷으로 만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앞선 두 회에서 상대 선발투수 조강률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던 타력을 감안할 때, 초반의 대량실점은 패배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오늘 따라 컨트롤에 애를 먹는 톰슨이 밀어내기 볼넷을 내줬을 때 양서석의 인내심이 바닥났다.

게임 초반이기 때문에 길게 끌어줄 투수가 필요했다.

그렇다고 모레 등판 예정인 최무문을 3회에 올릴 수는 없다. 양서석의 선택은 3선발 노릇을 하던 백용찬이었다.

루키이기는 하지만 최무문의 조언으로 투심을 장착한 후 백용찬은 신인왕 후보에 오를 정도로 좋은 피칭을 하고 있었다.

백용찬이 처음 상대해야 할 타자 이선욱은 타율은 2할 7푼대로 정교하지는 않지만 홈런 25개가 말해주듯 한 방이 있는 선수였다.

그럼에도 동강 레드스타즈는 홈에서 승부를 하기 위해 전진수비를 펼쳤다.

이 이상 점수를 내주면 쫓아가기 힘들다는 판단에서였다.

백용찬은 초구부터 투심을 선택했다.

이제 완전히 손에 익어서 주무기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다.

바뀐 투수의 초구를 노리라는 격언대로 이선욱은 배트를 돌렸지만 관중석으로 넘어가는 파울이 되었다.

2구는 볼이었고 3구는 체인지업에 배트가 헛돌았다.

1볼 2스트라이크로 투수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카운트가 되었다.

포수 동포일이 요구한 공은 다시 투심이었다.

우타자 몸 쪽으로 휘어져 들어가는 백용찬의 투심은 유격수 쪽 병살타를 유도하기에 좋은 공이었다.

글러브 안에서 투심 그립을 잡은 백용찬은 심호흡을 했다.

공의 스피드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 오직 제구 그 하나만 생각했다.

160이라는 숫자에 대한 로망은 이미 잊혀졌다.

백용찬은 최무문을 보며 빠른 공은 그저 그가 던지는 수많은 공 중 하나라는 걸 깨달았다.

투수 최고의 덕목은 타자를 잡는 것이다. 그게 시속 160킬로미터의 패스볼이든, 110킬로미터의 커브든 상관없다.

와인드업을 한 후 백용찬이 뿌린 공은 포수의 미트 한 가운데를 향해 날아갔다.

판단을 한 이선욱의 배트가 돌아 나올 때 공은 몸 쪽을 향해 살짝 꺾였다.

공이 손잡이 부근에 맞은 배트는 부러지고 공은 유격수를 향해 느리게 굴러갔다.

앞으로 뛰어나온 전현승이 2루수 정대동에게 공을 던졌고, 2루를 밟은 정대동은 슬라이딩하는 선수를 피하며 1루로 공을 뿌렸다.

깔끔한 수비는 타자가 1루 베이스와 5미터나 떨어진 지점에서 더블플레이를 완성시켰다.

1사 만루의 위기를 실점 없이 넘겼기 때문에 2점 차 리드를 당하고 있음에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동강 레드스타즈는 이어지는 3회 말 공격에서 곧바로 1점을 따라붙었다.

유격수 전현승의 실책이 빌미가 되어 5회에 2점을 내주기는 했지만 백용찬의 투구는 괜찮았다.

6회 말에 1점을 내서 점수는 4대 2가 되었다. 이제 경기는 중반을 넘어 종반으로 넘어갔다.

세 번의 공격 기회밖에 남지 않은 동강 레드스타즈에게 2점차는 애매한 간극이었다.

한 번에 뒤집을 수도 있으나 앞선 6회에서 낸 점수가 고작 2점이니, 그리 간단한 점수도 아니었다.

그리고 결국 백용찬은 7회를 마무리 짓지 못했다.

1아웃을 잡아놓고 볼넷과 안타를 내주자 양서석은 마무리 정세용으로 교체했다.

정세용이 깔끔하게 막기를 희망했으나 안타를 내주면서 점수 차가 3점인 상태에서 7회 초가 끝났다.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모래처럼 동강 레드스타즈의 승리는 그렇게 사라지고 있었다.

7회 말에서 잡은 2사 만루의 기회에서 한 점도 내지 못한 건, 만약 오늘 패배를 당한다면 가장 아쉬운 장면으로 남을 것이다.

소득이 있다면 넥스트 미러클의 필승조 한 명을 소모시킨 정도였다.

8회를 무실점으로 넘긴 두 팀은 정규이닝 마지막 9회를 맞이했다.

마무리 정세용은 1과 3분의 2이닝을 던졌으니 자신의 임무는 훌륭하게 수행했다.

한 가지 사건이 있었다면 3루수 이종현이 손등에 사구를 맞는 바람에 교체가 되었고, 3루 수비는 지명타자였던 박동국이 들어갔다.

양서석은 9회를 책임질 투수로 최무문을 선택했다.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으니 아낄 상황이 아니었다.

최무문은 모두의 기대대로 9회를 3자 범퇴로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그리고 동강 레드스타즈의 마지막 공격이 시작되었다.

넥스트 미러클은 예상대로 투수를 마무리 정우백으로 교체했다.

아웃 카운트 두 개를 삼진으로 잡을 때까지만 해도 이대로 경기가 끝나는 듯 했다.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 넥스트 미러클의 더그아웃에 있는 선수들은 모두 일어났고, 동강 레드스타즈는 패배의 검은 안개에 휩싸여 있었다.

동강 레드스타즈의 유일한 희망이라면 중심타선이라는 것인데, 오늘 성적으로 봤을 때 그리 기대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3번 이현석이 안타를 치고 나갈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다음 타석에 등장한 4번 찰리가 좌측 펜스를 때리는 2루타를 때려냈다.

이현석이 홈으로 들어오면 충분히 승부할 수 있는 타구였지만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2아웃, 주자는 2루와 3루. 한 방이면 동점이 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더욱이 다음 타자는 올해 부활에 성공한 5번 동포일이었다.

30개의 홈런으로 커리어하이를 기록한 동포일이었기에 기대를 갖기에 충분했다.

이제 동강 레드스타즈에도 열기가 돌아서 선수들이 한 명, 두 명 몸을 일으켰다.

투수코치 권태영이 마운드로 올라갔다.

“괜찮아. 오늘 네 공 좋아. 컨트롤에만 조금 더 신경 써.”

“네.”

“그리고....”

권태영은 빈 스윙을 하고 있는 동포일을 슬쩍 본 후 말했다.

“굳이 쉽게 승부할 필요 없다.”

만루를 채워도 상관없다는 뜻이다.

현재 동강 레드스타즈에서 동포일보다 무서운 타자는 남아있지 않았다.

‘편하게 던져.’라고 말한 권태영이 마운드를 내려가자 동포일이 타석에 자리를 잡았다.

굳이 권태영이 얘기하지 않아도 동포일에게 좋은 공을 줄 생각은 없었다.

속으면 좋고 아니어도 볼넷으로 1루를 채우면 그만이다.

동포일은 성급하게 달려들어 찬스를 무산시킬 정도로 미련하지 않았다.

결국 3볼 1스트라이크에서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참아내는 것으로 볼넷을 얻어냈다.

동포일이 타석에 섰을 때부터 동강 레드스타즈의 벤치는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원래라면 다음 타석은 3루수 이종현 차례였다. 하지만 부상으로 빠지면서 지명타자 박동국이 3루에 들어갔다.

즉 지명타자가 수비에 들어감으로 해서 지명타자라는 자리가 사라져버렸다.

지명타자란 투수를 대신해서 타석에 서는 타자의 개념이다.

그런 지명타자가 사라졌으니 투수인 최무문이 타석에 들어서야 하는 일이 생겨버렸다.

여기서 만약 대타를 내게 되면 당연히 투수교체가 되는 것이다.

최무문을 교체 할 타이밍은 당연히 아니었다. 하지만 여기서 점수를 내지 못하면 어차피 경기는 내주게 된다.

아무리 못 치는 타자라도 투수보다는 낫다는 게 당연한 상식이다.

‘대타로 누가 좋을까?’

바로 정할 수가 없는 게 대타로 나갈 수 있는 타자가 모두 2할 대 초반에서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양서석이 선수 명단이 적힌 화이트보드를 보고 있는데 타격코치인 장모일이 말했다.

“감독님, 무문이를 그냥 내보내는 게 어떨까요?”

“무문이를?”

“네. 무문이 타격 괜찮습니다.”

올스타전에서 투수 홈런왕을 한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실전과 배팅볼은 손수레와 자동차만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무문이가 계속 타격연습을 했는데, 그동안 살펴본 바로는 웬만한 타자보다 낫습니다.”

“정말 그 정돈가?”

“네.”

만약 대타를 내세워 결과가 좋을 경우 동점까지 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연장전에서 던질 투수가 마땅치 않았다.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는군. 만약 무문이를 타석에 세웠다가 결과가 좋지 않으면 그 비난을 어떻게 감수하려고?”

동민상의 말이 상식에 부합했다.

여기서 대타를 내는 게 당연한 선택이고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그 결정에 비난을 할 사람은 없었다.

반면 최무문을 내보냈다가 그대로 경기가 끝나면 양서석의 용병술은 비난의 도마에서 난도질을 당할 것이다.

그것 때문에 재계약을 못하고 감독직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

잠시 생각하던 양서석이 장모일에게 말했다.

“무문이로 가기로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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