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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타임

날아가는 속도는 160km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스포츠

류진
작품등록일 :
2018.05.28 17:19
최근연재일 :
2018.06.17 19:0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147,129
추천수 :
2,225
글자수 :
144,097

작성
18.06.0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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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92
추천
97
글자
11쪽

날아가는 속도는 160km 10화

DUMMY

하지만 최설의 관심은 이미 야구에서 떠나 있었다.

홈팀 팬들은 절망하고 원정 팀 관중석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안쪽 속구를 완벽하게 잡아당겨서 만들어낸 홈런이었다.

최무문이 이마에 주름을 만들었는데도 점의 형태는 변하지 않았다.

“틀림없는 저승련이야. 아-! 죽었다 살아나서 혹시나 했는데.”

다른 것도 아니고 하필 저승련이라니!

최설은 관심이 사라진 야구장을 떠나 집으로 차를 몰았다.

오는 길에 라디오에서 들린 스포츠 뉴스로 최무문이 패전투수가 되었다는 걸 알았다.

“쯧쯧쯧...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최무문의 패전 소식에 다시 짠한 마음이 들었다.

“이놈의 저승사자는 왜 무문이하고 저승련을 맺은 거야?”

집에 도착하자마자 최설이 향한 곳은 지하였다. 마늘이나 감자 같은 곳을 보관하는 창고였는데, 그건 외형일 뿐이다.

벽에 걸린 마늘덩어리를 차례차례 잡아당기자 스르르 문이 열리더니 엘리베이터가 나타났다.

엘리베이터에는 올라가고 내려가는 버튼밖에 없었다. 아래쪽 버튼을 누르자 문이 닫히고 몸이 꺼지는 느낌이 전해졌다.

최설이 발을 디딘 곳은 지하 50미터에 위치한 또 다른 지하실이었다.

정 사각형의 지하실은 한쪽의 길이가 50미터에 이를 정도로 넓었다.

각종 서적이 한 면 전체를 차지하고 있었고 두 면은 각종 술법도구와 금강저, 무기들이 걸렸다.

최설은 걸음을 옮기면서 주문을 외웠다.

“천봉천봉(天峯天峯) 여의주신(如意主神), 나래흘흘(拿來訖訖), 백화촉촉(白化觸觸)....”

그녀의 주문이 이어지자 나머지 한 면을 차지하고 있던 부적 중 일부가 날아왔다.

수백 장의 부적은 최설을 원형으로 감싸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최설이 걸음을 멈춘 곳은 지름 3미터 정도의 연못 앞이었다.

주문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그녀를 돌던 부적들이 일제히 연못을 향해 날아갔다.

“급급여율령(急急如律令)!”

주문을 마친 최설이 연못을 향해 그대로 누웠다.

물이 거세게 튀어야 함에도 최설을 받은 연못은 몇 개의 잔잔한 동그라미만 만든 채 최설을 삼켰다.

그 시간 청도봉은 서류와 낑낑거리며 씨름을 하는 중이었다.

최무문과 맺은 맹약 때문에 청도봉은 저승사자에서 퇴마사자로 적을 옮겨야 했다.

그 과정에서 작성하는 서류는 누군가에게는 간단하겠지만, 청도봉은 차라리 100명의 귀신과 싸우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다.

서류 아래 칸에 자신의 이름을 그리던(?) 청도봉의 붓이 멈췄다. 누군가 그를 부르고 있었다.

가슴 속에 돌멩이를 넣고 쉼 없이 부비는 것 같은 그 느낌을 도저히 거부할 수가 없었다.

누가 부르는 것인지 모르나 어디로 가야 할지는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아속(亞屬)의 공간!’

청도봉은 곧바로 아속의 공간으로 이동했다.

저승의 존재와 인간이 만나는 아속의 공간은 이론상 끝이 없는 장소였다.

그곳은 수억 개의 방으로 되어 있을 수도, 하나의 거대한 우주일 수도 있었다.

아속의 공간으로 간 청도봉은 곧 한 여인을 눈앞에 둘 수 있었다.

‘아!’

청도봉은 속으로 탄성을 터트렸다.

그 정도로 눈앞에 있는 여인은 아름다웠다.

이십대 후반으로 보이는 그녀는 인간의 미추에 초탈한 저승의 존재조차 감탄하게 만들었다.

“그대는 누군가?”

청도봉의 물음에 여인은 물음으로 답했다.

“당신이 무문이와 맹약을 맺은 사자님인가요?”

최무문의 이름이 나오자 청도봉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하긴 최무문에 관계된 일이 아니고서야 이승의 존재가 아속의 공간으로 그를 부를 리 없었다.

“맞네. 그대는?”

“무문이의 어미 최설이라고 합니다.”

“잉? 최무문과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데?”

“오늘 무문이의 이마에서 저승련을 보았습니다. 왜 무문이가 저승의 사자와 맹약을 맺은 것입니까?”

청도봉은 굵은 침을 삼켰다.

저승의 사자를 아속의 공간으로 부를 정도면 최설은 최상급의 술법사다.

최무문의 인생기를 통해 엄마가 무당이라는 건 알았지만, 흔한 무당 중 한 명이라고만 생각했다.

청도봉의 대답이 늦어지자 다시 최설의 질문이 이어졌다.

“우리 무문이와 무슨 맹약을 맺으신 겁니까?”

“험! 자넨 몰라도 되네.”

최설이 갑자기 고개만 까딱해도 입을 맞출 수 있을 것 같은 거리까지 다가왔다.

“보아하니 초보 사자님인 것 같은데, 내가 누군지 모르시는군요?”

“자... 자네가 누군데?”

그때 갑자기 청청보요강의 음성이 들렸다.

“무문이의 모친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뛰어난 네 명의 술법사 중 한 명인 서향지모(西向之母)인 줄은 몰랐군.”

“삼촌!”

“역시 무문이가 맹약을 맺은 사자님은 두 분이었군요. 이제 무슨 일인지 알 수 있을까요?”

청청보요강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이도 아니고 서향지모라면 사실을 숨길 수가 없지.”

청청보요강은 최무문과 관련된 사건을 사실대로 얘기해줬다.

“무문이가 저승퇴마사로 계약을 했다고요?”

“최무문을 이승으로 무사히 돌려보내기 위해서는 그 방법뿐이었네.”

“두 분의 목을 보존하기 위한 방법이었겠죠! 부적 한 장 그릴 줄 모르는 무문이가 어찌 퇴마사자를 도와 귀신을 잡는 저승퇴마사 노릇을 한단 말입니까!”

청청보요강이 그런 꼼수를 쓴 건 다른 방도가 없어서였다. 최무문이 저승에 온 건 이미 기록으로 남아있었다.

저승의 강을 건너는 사공에게 준 최무문의 엽전과 출입기록지에 적힌 이름. 그 두 가지는 염라대왕도 어찌할 수 없는 흔적이다.

인간이 저승에 오는 두 가지 길은 죽는 것과 저승의 사자와 계약을 맺는 것뿐이다.

그 계약 중 하나가 퇴마사자를 도와 이승의 귀신을 잡는 저승퇴마사였다.

“실제로 최무문이 퇴마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네.”

“거짓말!”

청청보요강의 얼굴이 눈에 띠게 굳어졌다.

“제가 서향지모라는 걸 알면서도 거짓부렁을 얘기하시는 겁니까? 무문이가 퇴마를 한 기록이 없으면 1년에 한 번 있는 감사를 어떻게 넘기려고요? 그건 조작하기도 불가능하잖아요?”

최설은 저승에 대해 참 많은 걸 알고 있었다.

“그... 그거야 위험하지 않는 퇴마에 데려가면....”

“퇴마사자가 나서야 하는 퇴마에 위험하지 않은 것도 있습니까?”

“............”

둘은 대답할 수 없었다.

인간 퇴마사가 놓치거나 어찌할 수 없는 귀신을 상대해야 하니 사건마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당장 무문이와 맺은 맹약을 취소하십시오!”

“자네 아들이 거부할 텐데?”

“무문이가요?”

청청보요강은 최무문이 그들에게 했던 협박에 가까운 요구조건을 얘기해줬다.

“하긴 똑똑한 내 아들이 저승퇴마사 계약만 덜렁 했을 리가 없지.”

최설은 최무문에게 야구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있었다.

야구와 목숨 중 하나를 택하라면 진지하게 고민하다 야구를 택할 지도 모른다.

“무문이의 치료에 쓰이는 게 지음과라고 하셨죠?”

“지음과를 아는가?”

“하나의 나무에 천 년 동안 단 하나의 열매만 맺는 귀물을 어찌 모르겠습니까? 음기가 강한 지음과를 무문이에게 바로 먹이지는 않을 테고....”

“여기 멍청한 조카 놈이 중화를 시켜서 투입하고 있지.”

“하지만 양기가 충만한 무문이가 지음과의 효과를 모두 흡수할 수는 없겠죠.”

“그래서 치료에 10년이나 걸리는 것이네.”

“무문이의 치료가 끝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겠군요?”

“우리야 바라는 바지.”

“제가 치료를 단축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어떻게?”

“제 정수(精髓)를 이용하면 됩니다.”

청청보요강이 깜짝 놀랐다.

“자네 정수를 소모하겠단 말인가? 그게 자네 몸을 얼마나 축내는지 잘 알 텐데?”

“어미가 자식을 위해 못할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혹여 퇴마에 무문이를 호출해야 할 일이 생기면 절 부르십시오.”

“자네가 최무문으로 위장하는 게 가능한가?”

“물론이죠.”

“알겠네. 이 일이 밖으로 새나가면 안 된다는 건 알고 있지?”

“맹흔으로 인해 내 아들에게 화가 미치면 어찌 될지는 알고 계시죠?”

아무리 저승의 고위직이라도 서향지모인 최설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우리 모두 조심하도록 하세.”

“다음에 내 아들을 치료하러 갈 때 청도봉 사자께서는 먼저 제게 들리십시오.”

청도봉은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


“최무문. 거기 서.”

글러브와 공을 챙겨서 투구 연습장으로 가려던 최무문은 걸음을 멈춰야 했다.

가까이 온 투수코치 김민수가 손을 내밀었다.

“코치님. 전 정말 괜찮다니까요.”

“감독님 명령 들었잖아. 넌 불펜에서 몸 풀 때 외에는 공 던질 생각도 하지 마.”

외부에서 보면 양서석이 최무문을 혹사 시킨다고 생각하지만, 양서석은 최대한 최무문의 투구 수를 조절해주고 있었다.

최무문이 원하는 대로 경기를 내보냈다면 지금보다 족히 60이닝은 더 던졌을 것이다.

거기에 연습벌레인 최무문에게 연습투구 금지 지시까지 내렸다. 현재 동강 골드스타즈에서 불펜의 핵심은 최무문이었다.

최무문에게 탈이 나면 불펜이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에, 팀에서는 최무문을 손 귀한 집안의 5대독자처럼 애지중지 하고 있었다.

한숨을 내쉰 최무문은 글러브와 공을 김민수에게 건넬 수밖에 없었다.

“무문아! 그렇게 연습하고 싶으면 여기 와서 펑고라도 쳐주든가! 어제 잠을 잘못 잤는지 어깨가 아프네!”

수비코치 배병욱이 농담 삼아 건넨 말인데 최무문이 쪼르르 달려갔다.

“알겠습니다!”

투구 연습도 안 되고 몸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이유로 정해진 웨이트 트레이닝 외에는 역기 한 번 들 수 없었다.

물론 집에 돌아가서 훈련을 하기는 하지만, 연습벌레가 되어버린 최무문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훈련 양이었다.

최무문은 펑고 배트 대신 일반 배트를 들었다.

펑고 배트는 일반 배트보다 가볍고 길어서 사용하는데 힘이 덜 들었다.

하지만 최무문에게는 낯선 펑고 배트보다 일반 배트가 편했다.

“뭐야? 정말 펑고를 치려고?”

“놀면 뭐합니까?”

“그래. 한 번 해봐라.”

외야 수비 훈련이었는데 배병욱은 최무문이 공을 때려 내야를 넘기기도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때야 투타를 겸했다고 하지만 배트를 잡아본 지 10년은 지났다.

‘배트를 제대로 휘두를 수나 있으려나?’

외야에 있는 야수들은 최무문이 배트를 잡자 멀뚱하게 서 있기만 했다.

“형! 너무 세게 휘두르지 마세요! 형 어깨 빠지면 우리 감독님한테 혼나요!”

누군가의 농담에 왁자지껄 웃음이 터져 나왔다.

왼손으로 공을 살짝 띄운 던진 최무문은 공이 낮게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 배트를 휘둘렀다.

공을 제대로 날릴 자신은 있었다. 2군에 있을 때 동포일의 타격을 돕느라 제법 배트를 휘둘렀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머잖아 몸이 예전의 폼을 기억해 내고 빠르게 쫓아왔었다.

딱!

배트에 맞은 공이 외야로 날아갔다.

중견수 쪽에 서 있던 세 명의 외야수가 멍하니 공만 바라보았다.

최무문이 친 공은 그들의 머리를 훌쩍 넘어서 담장을 넘어가버렸다.

날아오는 공도 아니고 펑고를 담장 밖으로 보내는 건 타자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놀란 배병욱이 독백처럼 물었다.

“너...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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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날아가는 속도는 160km 22화 +6 18.06.15 3,893 84 13쪽
21 날아가는 속도는 160km 21화 +6 18.06.14 4,126 84 17쪽
20 날아가는 속도는 160km 20화 +5 18.06.13 4,499 79 14쪽
19 날아가는 속도는 160km 19화 +9 18.06.12 4,568 92 16쪽
18 날아가는 속도는 160km 18화 +12 18.06.11 4,855 86 16쪽
17 날아가는 속도는 160km 17화 +9 18.06.10 5,140 92 24쪽
16 날아가는 속도는 160km 16화 +7 18.06.09 5,126 95 13쪽
15 날아가는 속도는 160km 15화 +4 18.06.08 5,320 9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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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날아가는 속도는 160km 13화 +5 18.06.06 5,448 83 16쪽
12 날아가는 속도는 160km 12화 +4 18.06.05 5,645 94 14쪽
11 날아가는 속도는 160km 11화 +2 18.06.04 5,637 87 13쪽
» 날아가는 속도는 160km 10화 +5 18.06.03 5,993 97 11쪽
9 날아가는 속도는 160km 9화 +3 18.06.02 6,057 93 12쪽
8 날아가는 속도는 160km 8화 +2 18.06.01 6,129 106 13쪽
7 날아가는 속도는 160km 7화 +2 18.05.31 6,394 98 15쪽
6 날아가는 속도는 160km 6화 +3 18.05.31 6,868 100 12쪽
5 날아가는 속도는 160km 5화 +3 18.05.30 7,379 92 14쪽
4 날아가는 속도는 160km 4화 +5 18.05.30 8,100 97 14쪽
3 날아가는 속도는 160km 3화 +5 18.05.29 9,210 98 10쪽
2 날아가는 속도는 160km 2화 +6 18.05.29 10,619 125 9쪽
1 날아가는 속도는 160km 1화 +3 18.05.29 12,578 11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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