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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트포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식 정보 상점: 정보 파는 상인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인트포
작품등록일 :
2020.08.30 02:05
최근연재일 :
2020.11.27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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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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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3,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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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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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24화. 복수

DUMMY

24화. 복수


[하아···. 이런 썩을······.]


진은 한 손에 들린 박 형사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나 싶은 마음으로 박 형사의 멱살을 움켜쥔 채 흔들어댔지만, 역시나 그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죽었군.]


투욱-


진은 박 형사를 그대로 땅바닥에 내려놓은 채 가만히 응시했다.


[도대체 왜 그런 것이지?]


진은 쓰러진 박 형사를 보며 말했다.

죽은 사람이 대답할 리 없지만, 진은 그럼에도 묻고 싶었다.


[목숨이 그렇게도 아깝지 않은가? 이전부터 전해지는 속설로 환생이나 부활 같은 말 따위가 있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의 목숨은 기본적으로 단 하나뿐이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었다.

도대체 무엇이 그를 이렇게 만든 것일까?

그냥 인질인 척만 하면 곱게 보낼 줄 텐데······.


박 형사는 자신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이었다.


자신은 어렸을 때부터 시작된 부작용 때문에, 늘 삶을 연맹하기 위해서만 살아왔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 비윤리적인 행위인 걸 알면서도 생체 실험에 손을 댔고, 부자지간 간의 정을 끊고 아버지를 미국 외딴곳으로 보내버렸다.


몇 번이고, 몇 십 번이고 살아남기 위해서. 오직 그것만을 목표로 노력해왔다.


하지만 박 형사는 달랐다.

복수를 위해 단 하나뿐인 목숨마저 불태웠다.


[······.]


마치 불나방처럼 말이다.


[······꼬맹이를 찾아야겠군.]


아마 자신은 그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목숨을 버릴 정도로 소중한 일이라니.

애초에 그런 게 존재할 리 없었다.


[흠······.]


진은 박 형사를 뒤로한 채 주변을 살피며 산이를 찾았다.

혹여나 벌써 멀어진 게 아닐까 하는 조급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봤자 이곳은 구덩이 안. 꽤나 깊이 있게 파였기 때문에 어린아이 혼자서 이곳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던 그때.

진은 바닥에 널브러진 무언가를 보았다.


차각- 차각-


그것은 공간을 절단하면서 찢어졌던 검은 형체의 일부였다.


[이건 역시 아카가 준 거겠지?]


죽었는지 살았는지 정확히 분간이 가진 않았지만, 그리 큰 위험이 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기에 진은 검은 형체의 일부를 손가락으로 집었다.


손가락에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느낌.

겉은 젤리를 만지는 것처럼 말랑말랑하지만, 속면은 자칫 잘못하면 베일 정도의 날카로웠다.


[따지고 보면 오늘 두 명을 죽인거나 마찬가지군.]


차각- 차각-


[근데 왜 소리가 나지? 설마 아직 살아있는-]


진이 검은 형체를 자세히 들여다보던 그때였다.


“만지지 마.”


저 멀리서 서있는 누군가가 진의 행동을 경고하고 있었다.


[······거기 있었나.]

아니, 애초에 ‘누군가’라는 단어 자체가 필요 없었다.

이곳에 있는 어린아이는 산이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제 발로 찾아온 건가?]

“······.”


산이는 진의 말을 무시한 채 저편에 있는 박 형사를 바라보았다.


“형사 아저씨는······.”

[죽었다. 목숨을 소중히 여기지 않은 대가지.]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진의 말에 산이는 주먹을 꾹 쥐었다.


[너도 죽고 싶지 않으면 이리로 와라. 개인적으로 누군가의 목숨을 뺏는 건 원치 않으니.]

“······.”


산이는 말없이 박 형사를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아저씨······. 죄송해요.”


차각- 차각- 차각-


지난 일들이 후회스럽고 원망스럽다.

그렇게 도망가지 않겠다고 아카와도 약속했는데도. 자신은 도망쳤다.


차각- 차각- 차각-


“내가 조금만 더 일찍 알았다면······.”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산이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진을 바라보았다.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어느새 조금씩 들려오던 절단음은 점차 거세지기 시작했다. 사정없이 찢겨진 후 여기저기 흩어졌던 검은 형체가 서서히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윽!]


진이 들고 있던 검은 형체 또한 그의 손가락을 깨물며 서둘러 산이 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또 무슨 짓거리를 벌이는 거지?]


진은 얼굴을 와락 구기며 묻자, 산이가 대답했다.


“복수.”

[하!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것이냐. 아니면 너희 인간들은 죄다 죽고 싶어 안달이 난 것이냐. 이미 한 번 겪어봤음에도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느냐?]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차각-


[마지막 기회다. 얌전히 나한테 와라. 만약 그러지 않는다면 사지를 찢어서 숨만 쉴 수 있게 만들 테니깐.]


진은 푸르스름한 안광을 번득이며 산이에게 경고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검은 형체의 이빨 소리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모여.”


산이의 말에 따라 모인 검은 형체들. 작은 돌멩이만 했던 검은 형체들은 어느새 뭉치고 뭉쳐 거대한 몸집을 일궈냈다.


[이 자식······.]


자신의 말을 들을 기미가 없자, 진은 한 손을 비틀며 공간을 일그러트리기 시작했다.


츠츠츳! 츠츳!


산이가 서 있는 바닥을 기점으로 무너져 가는 지반들.

하지만 그걸 가만히 지켜볼 산이가 아니었다.


“얘들아.”


산이는 검은 형체를 바라보며 말했다.


“먹어.”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새로운 먹거리에 신이 난 검은 형체는 입을 크게 벌리고서는 군침을 뚝뚝 흘렸다. 그리고 그 상태로-


덥석!


산이를 통째로 삼켜버렸다.


[무슨······!]


당연히 자신을 공격할 거라 예상했던 진의 생각과는 다르게 검은 형체는 산이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진은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설마, 또······!]


진은 두 손을 모아 더 거세게 공간을 일그러트렸다.


복수를 이루지 못한 박 형사는 자폭함으로써 훗날을 기약했다.

자신이 인질이 된 탓에 아카가 진을 죽이는 것을 망설이게 하지 않기 위해서 그런 선택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을 산이 또한 하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안돼! 안돼! 안돼!]


진은 온 힘을 쥐어짜며 검은 형체를 찢어버리려 했다. 만약 여기서 저 꼬마까지 죽어버린다면, 그에겐 더 이상 다른 살 방법이 존재하지 않았다.


츠츳! 츠츠츠츳!


검은 형체를 찢어 산이를 살리려 하는 진.


[쿨럭! 쿨럭!]


아이러니한 그의 행동은 곧 그의 몸에 심한 부담을 주게 되었고, 여태껏 잠잠했던 부작용이 터지며 그는 피 한 움큼을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좀만 더! 좀만 더!]


츠츠츳!


어느새 검은 형체의 몸에 커다란 빈틈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전에 한 번 찢어 봤던 곳.

진은 그 부분을 중심적으로 힘을 쏟아 부었다.


그리고 마침내


촤악!


검은 형체가 수백 조각으로 분리되면서 허공으로 튀었다.


[됐다! 내가 해냈-]


진은 성공했다는 사실에 기쁜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기쁜 얼굴은 이내 당혹함으로 물들 수밖에 없었다.


푹-


“내가 말했죠.”


찢어진 검은 형체들 사이에서 튀어나온 산이의 모습.

다만, 그의 모습은 중세기사가 생각날 정도의 칠흑색 갑주와 송곳과도 같은 장창을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복수한다고.”


산이는 창으로 진을 찔렀다.

그리고 공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차각- 차각- 차각- 차각-


창과 갑주를 이루고 있던 검은색들은 모두 검은 형체들이었다.


그들은 창에 뚫린 살점을 뜯어먹었고, 흐르는 피는 게걸스럽게 마셔댔다.


[으아아아아악!]


진은 고통스러움에 몸부림쳤다. 하지만 그럴수록 산이는 더욱 창을 집어넣을 뿐이었다.


츠츠츠츠츳!


그리고 그 순간, 진은 마지막 발악으로 또 다시 공간을 일그러졌다.


슈욱!


진의 몸은 마치 소용돌이치듯 어딘가로 빨려 들어갔다.

자신의 죽음을 직감하고 도망쳐 버린 것이다.


산이는 사라진 진의 모습에 미간을 살짝 구겼다.


“도망치다니······.”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가 온전히 도망치진 못했다는 점이다.

산이가 찌르고 있던 칠흑빛 장창의 끝부분에 있던 검은 형체들이 형태를 이루지 못한 채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아마 진이 공간을 이동하면서 검은 형체들도 같이 이동한 모양이었다.


“서둘러 찾아야겠어.”


산이는 진을 잡으러 급하게 몸을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그때 쓰러져 있는 박 형사의 모습이 산이의 눈에 들어왔다.


“······아저씨.”


산이는 가까이 다가가 그의 손을 맞잡았다.


아마 한 달쯤 되었을까?

아카식 정보 상점에서 처음 만난 둘의 인연은 길지도, 끈끈하지도 않았다.


틈만 나면 집으로 돌아가라고 꾸중하는 박 형사.

조 형사와 시끄럽게 떠들어 대던 박 형사.

아카의 말에 빈정되며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줬던 박 형사.


기억 속에 남은 모습들 중 어느 하나도 좋은 모습이진 않았다. 그리고 그건 아마 박 형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의 입장에서도 산이는 사건 현장을 휘잡고 다니는 방해요소에 불과했을 테니깐.


하지만 그럼에도-


『산아, 혹시나 무언가 일이 그르치거나 잘못된다면 넌 무조건 도망쳐야 한다.』


박 형사는 산이를 소중히 여겼다.


산이는 박 형사의 손에 건네준 권총 한 자루와 사탕 두 어개를 쥐여 주었다.

그리고 그의 앞에서 다짐했다.


“이번에는 도망치지 않을게요.”


***


{아! 아! 들리냐!}

“네, 잘 들립니다.”


한편 동구파 연구실의 끝자락에서 흰 정장을 입고 있는 의문의 남성이 서 있었다. 그는 귀에 꽂힌 이어폰을 이용해 누군가와 무전을 하고 있었다.


{잘 들린다니 다행이네. 어때? 그쪽 상황은?}


“꽤나 흥미롭게 흘러가네요. 설마 인간에게 저런 가능성이 존재하다니.”


{왜?}


“한 아이가 방금 자신의 이능을 막 깨우쳤습니다. 그리고 진 탈로스를 압도했지요.”


{오~! 그거 꽤 재밌는 상황인데? 이능이 꽤나 좋은 건가 봐?}


“네, 처음에는 무슨 ‘통역 능력’ 같은 쓸데없는 건 줄 알았는데······.”


{콰콰콰콰콰콰콰콰콰!}


“여보세요?”


{아, 미안. 갑자기 공격이 격해져서 말이야.}


“하하하, 그 공격은 역시 그분인가요? 정말 무자비 하시군요.”


{그래, 뭐. 슬슬 끝나갈 때쯤 됐으니 이만 끊을게.}


“네, 그럼 좋은 시간 보내세요.”


삑-


작가의말

추석이라 오늘 내려갑니다.

때문에 내일 글이 아마 안 올라갈 수도 있어요.

만약 안 올라가면 따로 공지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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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7화. 회상(3) 20.11.03 38 2 13쪽
36 36화. 회상(2) 20.11.02 45 2 12쪽
35 35화. 회상(1) 20.10.30 46 2 12쪽
34 34화. 살인의 이유 20.10.29 48 2 10쪽
33 33화. 대면 20.10.28 56 2 12쪽
32 32화. 흑화 +2 20.10.27 53 2 14쪽
31 31화. 또 다른 선택 20.10.26 65 2 12쪽
30 30화. 마지막 20.10.11 57 2 12쪽
29 29화. 다섯 번째 20.10.08 60 3 12쪽
28 28화. 뒷이야기 +2 20.10.07 68 5 11쪽
27 27화. 서기관 +4 20.10.06 66 4 12쪽
26 26화. 회수자(collecter) +4 20.10.05 113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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