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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거지의 서재

시메트리[생각을 읽는 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역전거지
작품등록일 :
2016.03.15 16:14
최근연재일 :
2019.01.31 15:15
연재수 :
383 회
조회수 :
560,199
추천수 :
8,859
글자수 :
3,079,228

작성
16.04.11 15:27
조회
4,524
추천
94
글자
22쪽

셀헤븐 - I

DUMMY

크로우의 너클이, 윈드커터를 상쇄시키면서 없앴다. 크로우는 윈드워커에게 날아들었다. 그러자 윈드워커는, 점프를 하듯 발을 차며, 위쪽으로 올라갔다.


“공기를 걷는 여자와 무중력 남자. 우리 정말 잘 어울리지 않아?”

“내가 너를 죽이지 않는다면, 그건 에어를 컴플리터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 일거다.”


그 말에, 윈드워커는 표정을 굳히고는 말했다.


“내가 너를 죽이지 않는 이유도 똑같다는걸 모르나봐? 센터에 컴플리터가 더 생기는건 우리도 별로거든?”

“너, 시간이 지나면서 더 못생겨 지는 것 같다?”

“흥! 죽고 싶으면 무슨 소리를 못할까. 윈드 임팩트!”


윈드워커는 공기덩어리를 뭉쳐놓았던 양손을 하나로 합쳤다. 그러자, 그 손에서 엄청난 바람의 파동이 일며 크로우의 정면으로 쏘아졌다.


“미..미친!!”


크로우는 가까스로 강풍을 막았지만, 지상으로 추락해버렸다. 간신히 착지한 크로우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망할년...... 이제 저딴짓 까지 할 수 있네.”

“이봐, 힘들게 연마한걸, 저딴짓? 기술이라던지, 스킬이라고 부르면 안될까? 그러고 보니 너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네? 호호호!!”

“미안하지만 거기까지다. 윈드워커.”


커다란 가방을 한쪽어깨에 걸치고 나타난 남자. 프로펫이었다.


“이야~ 준후씨는 날이 갈수록 멋있어 지네?”

“칭찬은 고마워. 근데, 어쩔거야? 싸울거면 내려오고, 안 싸울거면 얼른 돌아가.”

“흥! 네가 와서 잡을 순 없나봐?”


프로펫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며,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뭐, 그대로 있어도 되고, 오늘은 보라색이네?”


그 말에, 윈드워커가 다리를 좁히며 치마를 잡고 외쳤다.


“꺅! 젠틀한줄 알았는데, 완전 양아치잖아!!”

“싸울거면, 그 뭐냐...... 그 다 벗고 다니는 애 좀 불러. 걔랑은 싸울 맛이 좀 나겠는데?”


그리고 양쪽에 피가 진득하니 묻어있는 통파를 든 러너가 프로펫의 옆에 나타났다. 윈드워커는 세명으로 늘어난 적을 보고는, 얼굴을 찡그렸다.


“보내줄 때 가라. 정 싸우겠다면, 한번 해볼까? 참고로 혼자인 적을 상대로 1대3으로 붙는 치졸한 짓 따위는 서슴없이 하는게 우리거든.”

“흥! 잘 있으라고, 재수 없는 남자들.”


윈드워커는 말을 마치고선, 발을 뒤로 차면서 멀리 날아갔다. 프로펫은 크로우에게 말했다.


“괜찮냐?”

“무슨 임팩트 뭐시기라는 기술을 개발한 모양인데, 상당히 귀찮더라고요. 젠장맞을...... 그나저나, 저년을 저렇게 살려보내도 되는겁니까?”

“센터의 규칙을 몰라? 어쩔 수 없이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이 아니라면, 시메트러를 죽일 순 없어. 결국 사로잡아야 한다는 건데, 공중에서 저렇게 통통 튀어다니는 년을 생포하기는 불가능해. 에어가 같이 있었다면 둘 다 죽여버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어떻게든 되겠지만.”


러너는 프로펫의 말을 듣고는 의문을 제기했다.


“프로펫님. 센터의 규칙은 시메트러를 죽여선 안된다인데, 에어가 있다면 죽인다는게 무슨 말입니까?”

“정당방위가 아닌이상 시메트러를 죽이지 말라는 규칙이 만들어진 이유가 뭔지 알아?

컴플리터가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함이야. 컴플리터가 아군에게 중요한 전력이겠지만, 강한힘을 갖게된 인간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니까. 에어가 옆에 같이 있어서 함께 죽일 수 있다면 상관없지.”

“하지만, 이지훈인가 그놈을 윈드워커 때문에 놓쳤어요. 내가 분명 쫓고 있었는데......제길.”


크로우의 푸념을 들은 프로펫은, 셀헤븐이 가득 들어있는 가방을 보며 말했다.


“어차피 우리의 일은 여기까지야. 이 이후부터는 경찰이 할 일이겠지. 우린 센터로 돌아간다.”


프로펫은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프로펫을 불렀다.


“이봐요, 프로펫. 뭔가 잊은게 없나봐?”

“뭐 잊은게....... 저...저기... 미, 미안해......”


온몸에 땀이 배어있고, 단발머리마저 뺨에 달라붙어 있는 초췌한 여자. 그녀의 두눈은 프로펫을 뚫어져라 보며 다가오고 있었다.


“뭐? 돌아간다? 동료를 사지나 다름 없는데다가 버려놓더니, 기억도 못해?”

“하하, 난 당연히 키커의 능력을 믿으니까, 그런 것 뿐이지. 저녁은 내가 살테니, 먹고 들어갈까?”

“한우. 그 이하로는 지금 지친 몸이 회복이 안될 것 같아.”

“이, 이봐...... 그거 다 상술이야. 한우가 맛있긴 한데, 밑간 잘되어있는 외국산 소고기도 충분히......”


키커는 한쪽다리를 들고있었다. 왠지 모르게 더욱더 찬란하게 빛이 나는 각반. 프로펫은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





강남경찰서


취조실에서 다시 만난 한도혁과 고중현. 도혁은 상당히 피곤해보이는 중현에게 물었다.


“고중현, 몸은 어떠냐?”

“시팔, 그때 내가 왜 네 볼펜에 손을 댄거지? 그 이후는 기억에 없는데, 내가 자살을 기도했다더군.”

“뭐, 살아있으면 된거고, 이 신분증 좀 봐바. 너한테 셀헤븐을 판매한 놈이 혹시 이놈이냐?”

“흠...... 이놈 맞네, 조직내에서 지위가 좀 되는 놈 같더라고.”


도혁은 윤종명의 주민등록증을 자신에게로 돌려서 사진을 보았다. 그리 험악하게 생기지는 않은 인상이었다. 도혁은 고중현에게 물었다.


“근데, 이놈이 왜 지위가 좀 되는놈 이라고 여긴거지?”

“그 새끼랑 시비가 좀 붙었는데 바로 세무조사가 들어왔어. 뻔한거 아냐?”

“그리고 네가 말한 안영찬이라는 놈이 운영하는 밤안개라는 룸살롱이 어디지? 밤안개라는 이름을 가진 룸살롱이 몇 개있긴 했는데, 연락해본 결과 룸살롱에 별 이상은 없었어. 정확히 어디라는거야?”

“당연히 정식 룸살롱은 아니지. 그날 그걸 말하려다가 갑자기 내가 볼펜에 손을 댄거야. 그리고 기억이 없어.”


도혁은 고중현의 말을 듣고 그 밤안개라는 룸살롱에 무언가가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도혁은 물었다.


“그 밤안개가 정식 룸살롱이 아니라고?”

“거긴 원칙적으로 따지면 룸살롱이 아냐. 아파트지.”

“뭐?”

“변두리 아파트 3개층을 개조해서 만든 룸살롱이야. 워낙 후락하기로 유명한데, 희안하게 가격은 비싼 아파트라 아무도 살지않지. 근데 주차장은 늘 외제차가 즐비한곳이지.”


도혁은 이해가 안된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 룸살롱을 왜 가는거야? 다른 좋은 룸살롱 많이 있고, 시내가 편하지 않아?”

“애들이 최상품이야. 연예인 지망생들, 그리고 탑모델들. 가끔 한물간 연예인들도 호스트로 있더군”

“뭐?”

“거길 관리하던 놈이 바로 안영찬 그 새끼야. 안영찬이 거기 사장이고, 이 자식을 내게 소개해줬지. 그리고 나중에 들은 얘기인데, 윤종명 이 새끼가 거기 마담 기둥서방이라고 하더군.

그리고 밤안개에 들락거리는 손님들은 자기 나름 자기분야에서는 이름좀 떨치는 놈들이더군. 거기 단골같은 경우, 나 정도 자산으로는 겨우 명함이나 내밀정도라니까? 주소는 당장에라도 불러줄 수 있어.”


도혁은 손의 상처를 만지며 머뭇거리다가, 중현에게 말했다.


“죽고싶다거나, 그런생각은 이제 없는거야?”

“난 내 목숨과 돈만 아는 놈이야. 내가 또 그런다면, 그냥 정신병원에 보내줘. 그건 고중현이 아니라 미친놈일테니까.”

“다시 그런 일이 안생기기를 바라지. 증인보호프로그램은 예정대로 진행될거야. 재판에 가면......”

“재판은 갈 수나 있는건가? 주민등록증이 그을린 꼬라지를 보아하니, 이 새끼 살아있을 것 같지가 않은데?”

“그건 우리가 알아서 해.”


도혁은 그 말을 끝으로, 취조실 문을 열었다. 나가려는 도혁의 뒤에서, 고중현은 한마디 했다.


“내 자살을 막았다고 들었다. 고맙다고는 해야할 것 같아서.”

“자살이 아니었으니까 막은거야.”

“응? 그게 무슨 말이야? 기억은 안나지만, 내가 볼펜으로 목을 찌를려고 했다던데?”

“그런게 있다.”


도혁은 취조실을 나섰다. 그러자, 취조를 지켜보던 남수인 검사가 따라나왔고, 용수철이 도혁을 불렀다.


“야, 그 자식, 살인전과 1범말고는 있는게 없는 놈이더라.”

“살인전과요?”

“그래. 그것 말고는 깨끗해. 고중현은 뭐래?”

“밤안개 룸살롱이 어딘지를 알아냈어요. 가시죠.”

“저도 같이 가요.”


남수인과 용수철, 그리고 한도혁은 밤안개로 향했다.





“누구야?”

“강남경찰서 형사1팀 순경 한도혁입니다.”

“영장 있습니까? 경찰이라고 해도, 이렇게 남의 집에 함부로......”


기도를 서고 있던 깍두기의 말에, 용수철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평범한 집앞에, 깍두기가 둘이나 서있냐? 수사하러 온게 아니라, 니네 사장 때문에 온거니까 그냥 문 열어.”

“사장님......이요?”

“니네 사장 요즘 안보이지 않아? 아마 오늘도 못 나왔을 것 같은데?”


그러자, 조직원들은 무전기를 들고 몇 차례 얘기를 하더니, 문을 열면서 말했다.


“마담이 들어오라고 하십니다.”


덩치가 용수철보다도 큰 조직원이 세명을 안내했다. 흔한 아파트였지만, 문을 열고 나서 보이는 풍경은, 거실이 아니라 복도와 윗층으로 향하는 계단이었다.

원래 방이었던 부분들을 룸으로 개조해놨는지, 웨이터들이 서빙을 하고 있었고, 거실이었던 공간은 홀복을 입은 여자들이 줄을 맞춰서 앉아있었다.


“캬, 이거 단속에 걸릴 리가 없겠구만.”

“윗층입니다.”


안내하는 조직원을 따라서 계단을 올라간 뒤에, 화려한 방으로 들어가자, 한 여인이 세사람을 맞았다.


“안녕하세요. 밤안개의 마담인 캔디에요.”

“외로워도 안우나봐?”

“여기서 외로울틈이 있나요? 호호호!”


용수철의 농담을 받은 캔디는 푹신한 소파를 가리켰다. 도혁은 소파에 앉고서, 캔디에게 물었다.


“이 사람을 아십니까? 당신 애인이라던데......”

“흠...... 사진이 좀 옛날 꺼 같긴 한데, 오빠 맞네요. 근데 왜 이렇게 그을린거죠?”


캔디의 말에, 남수인이 대답했다.


“이 사람, 오늘아침에 시체로 발견됐어요. 마지막으로 본게 언제죠?”

“뭐, 뭐라고요? 화.....확실 한거에요?”

“네. 가스소각기 안에서 불에 타......”


한도혁은 남수인의 손을 잡으며 말을 제지했다. 그 이유는, 캔디의 눈에 눈물이 고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들은 흔히 겪는 난감한 상황. 경찰은 가만히 울음이 그칠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어떻게 오빠가......]


‘진짜로 슬퍼하고 있군. 윤종명이 죽었다는걸 모르고 있었어.’


도혁은 테이블 위에 있던 곽티슈를 뽑아서 캔디에게 건네주고는, 그녀의 눈물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캔디의 울음이 어느정도 그치자, 도혁은 캔디에게 물었다.


“윤종명씨를 마지막으로 본게 언제입니까?”

“어제 집에서 나간게 전부...... 아, 저희 같이 살거든요. 어제 밤에 나가서 들어오질 않았어요.”

“어제 몇시쯤이요?”

“8시인가 9시인가 쯤에 전화를 받고 나갔어요. 그게 다에요.”


‘우리가 고중현을 체포하고 난 다음이다. 분명히 누군가가 윤종명에게 책임을 물었겠지.’


도혁은 룸살롱의 내부를 둘러보며 물었다.


“이 가게, 안영찬 사장이 관리했었죠?”

“네? 당연히 사장님이 관리하죠. 그러고보니 요 며칠 오질 않네요.”

“그 사람은 지금 행방불명입니다. 그리고 아마 행방불명된 이유는 윤종명씨가 사망한것과 같은 것 같군요.”

“네? 두사람이요?”

“두 사람이 자주 만나거나 하진 않았나요?”

“언제부터인가 두 사람이 친하게 지내더군요. 저야 애인과 사장이 친하게 지내는데, 말릴 이유는 없잖아요?”

“윤종명씨가 어느 조직이었는지 아십니까?”

“아뇨. 꽤나 높은 위치인지, 가끔 험악한 깍두기들을 뒤에 달고 다니긴 했는데, 어디인지는 몰라요.”


도혁의 표정이 굳었다. 배후조직이 누구인지를 알 수가 없다. 도혁은 캔디에게 재차 질문했다.


“그럼, 어떤 조직에 속해 있는지, 대충 말이라도 한적 없습니까? 같이 살았다면서요.”

“그런 말은 듣질 못했어요. 아, 옛날에 어떤 조직을 들어가게 된 얘기를 하긴 했을텐데......”

“어느 조직입니까?”

“저도 이름은 몰라요. 제가 오빠를 만난 건, 오빠가 조직에 몸담고 있다가 교도소를 갔다온 후니까...... 맞다, 얼마전에 오래 알던 형님이라며 룸살롱에 한번 누구를 데리고 온적이 있었는데, 좀 많이 친해보이긴 했어요.”

“그게 누구입니까?”

“이....지훈? 이름이 아마 그랬어요.”


그 이름을 들은 용수철은 캔디에게 말했다.


“혹시 관자놀이 쪽에 점이 있는 놈입니까?”

“아, 맞아요!! 처음 봤을때는, 눈썹이 거기까지 있는 줄 착각했었으니까.”

“선배님, 그게 누구입니까?”


용수철은 이지훈이라는 이름과 관련된 기억들을 떠올렸다.


“현재 태령파의 간부...... 아니지, 이태령이 죽었으니 아마도 지금은 부두목이겠군. 두목은 장종호일테고......”

“그럼, 이번 사건이 태령파?”

“이태령이 보스였다면 의심조차 안했을거야. 마약중독자 아버지의 폭력때문에 어머니를 잃은놈이거든. 마약이라면 치를 떨던 놈이었지. 하지만 장종호라면 얘기가 달라.”

“그럼 태령파를......”


남수인의 말에, 용수철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 윤종명과 태령파의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지훈과 친하다는 것 만으로는 엮기가 힘들어요. 윤종명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증언을 하면 모를까, 지금 이대로는......”


또 다시 막힌듯한 벽. 하지만, 태령파의 이름이 나온 것은 또다른 실마리의 시작이었다.


“제가 태령파를 찾아갈게요. 그럼 뭐가......”

“그러지 마라. 지금 태령파는 강남파에 맞설정도로 강한조직이야. 보스의 말 한마디면 모이는 인원만 100명 가까이 되고, 수금, 관리등을 하는 잔챙이까지 다 합치면 조직원은 300이 넘어. 형사 한명이 들쑤시고 다니기는 위험해.”

“그럼 두명이 들쑤시면 되겠네요.”

“뭐 이새꺄?”


용수철은 어이가 없다는 듯 한도혁을 바라보았다. 한도혁은 용수철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이 후배가 절대 위험한곳에 혼자 가는걸 두고 보지 않을 거라고 믿습니다. 저랑 가시죠.”

“에라이 미친놈아! 그러지 말란 말 취소다. 너 혼자가.”

“저번주에 방송된 수사팀장 보니까, 혼자 간다는 형사를 때려눕혀 기절시키고는 자기가 가던데요? 선배님은 그런 거 없습니까?”

“그냥 때려 눕혀만 줄 수는 있지. 그렇게 해줄까?”

“아~ 요즘 약해지셨네......”

“에라이~”


용수철은 포기한 듯, 권총을 꺼내 총알을 확인한 뒤, 일어섰다. 그러자 도혁은 용수철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캬~ 이 시대 최고의 경찰이라니까!! 얼른 가죠! 형님!”

“지 죽는길로 선배를 물귀신처럼 끌어당기는 놈이 파트너가 됐네, 시팔!!”

“저도 같이 가죠.”


남수인 검사는 두 형사를 따라서 일어났다. 그러자 한도혁은 남수인을 향해 말했다.


“그건 안됩니다. 위험하고, 또 우리 영장도 발행해 주셔야죠.”

“영장은 내가 발행하나요? 그리고 어차피 이대로 가봤자 영장판사는 영장 발행 안해줍니다. 뭐라도 들고 가야하지 않겠어요?”

“그게......”


남수인을 어떻게 하면 떼놓고 갈까 궁리를 하던 도혁의 머릿속에, 환영할만한 소리가 들려왔다.


[오빠가 정말 불에 타 죽었을까? 그럼 얼마나 뜨거웠을까 우리 오빠......]


“캔디씨, 윤종명씨 시체 확인해줄 수 있나요?”

“네?”

“고인의 시체를 애인이 확인하는건 당연한 겁니다. 그리고, 윤종명씨가 어떻게 떠났는지도 알 수 있겠죠.”

“가서 제가 확인해도 되나요?”

“그럼요. 여기계신 남수인 검사님이 같이 가주실 겁니다.”

“뭐요? 이봐요, 나보고 그런 잡일을 하라고요? 나 서울지검의 남수인 검사에요!”

“같은 여자니까 마음 이해할거 아닙니까? 그리고 우리는 지금 태령파로 가야한다고요. 캔디씨 슬픈표정 안보이십니까?”


캔디는 남수인 검사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수인은 생각했다.


[한도혁.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죄송합니다, 검사님.’


“네...알겠어요..... 제가 캔디씨를 모시고 가야겠네요...... 도혁씨? 우리 나.중.에 보죠~”


악센트가 들어가있는 ‘나중에’ 라는 말의 의미는 도혁에게 확실히 전달이 되었다. 도혁은 빠르게 문을 열며 나섰다.


“선배, 얼른 가야죠?”

“그, 그래!! 가자구!!”


무슨 불똥이 튈지 모르는 방. 두 남자는 서둘러 나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강남의 한 빌딩. 그 앞에 택시 한 대가 멈춰선다.


“하아......”


거친숨과 함께 차에서 내린 남자는 이지훈이었다. 그는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빌딩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이지훈에게 고개를 숙이는 조직원. 이지훈은 자신에게 하는 인사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은채, 복도를 걸었다. 한참을 걷고나서 멈춘 방. 이지훈은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방문을 열었다.


“운이 좋았구나. 그들을 만나고도 살아남다니.”

“형님, 대체 그놈들은 뭡니까? 70에 달하던 조직원들이 몇 명 되지도 않는 사람들에게 모두 당했습니다. 지금 당장 조직원들을 보내야합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을......”

“갈 필요없다.”

“형님...... 거기 조직원들이!!”

“그런 괴물같은 놈들이 왜 이제껏 대한민국에 소문으로도 떠돌지 않았을까? 그놈들은 자신의 모습을 본 사람들을 그냥 놔두질 않아. 일반인이라면 돈으로 회유를 하거나 감시를 하고, 범죄자라면 거리낌없이 죽인다. 아마 살아남은 놈들은 거의 없을거야.”

“대체 그놈들은 뭡니까? 그리고 마지막에 나타난 그 여자도 뭔가 이상한 마법같은걸 써서 나타났다가 사라졌습니다. 그놈들은 그냥 보통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랑 뜻을 같이하는 초능력자가 있고, 그들과 대립하는 초능력자들이 있다고 보면 돼. 경찰과 우리처럼 말이지.”

“형님. 대체 무엇과 손을 잡은 겁니까?”


장종호는 이지훈의 물음에, 물음으로 답했다.


“왜? 내가 악마와 손이라도 잡은 것 같나?”

“악마요? 난 형님이 악마같습니다.”

“지훈아. 넌 항상 살아남는 법을 아는 놈이다. 근데, 오늘은 좀 흥분한 것 같구나.”

“어차피 제가 여기 도착하기 전에, 형님은 이미 나를 죽일지 살릴지 결정하셨겠죠. 어느쪽이든 제 말 몇마디로 바뀌진 않을겁니다. 저를 죽일겁니까?”


장종호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그래, 너를 죽여야할지, 살려줘야할지 이미 다 결정되었지. 하하하하!! 넌 정말 매력적인 놈이야.”





“그래? 찾아낸거야?”


-네. 지금 태령파가 얼마나 핫한 조직인데, 제가 이걸 실수하겠습니까. 태령파의 본부라고 할만한 건물은 두 개. 지금 주소 두 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주소가 이지훈의 사무실이 있는 곳입니다.


“오케이. 유두, 수고했어.”


-아, 진짜! 유두라고 부르지 말......


뚝!


도혁은 운전을 하며 용수철에게 말했다.


“선배, 윤종명이 저질렀다는 살인 있잖습니까. 아무래도......”

“태령파에서 대타로 살인을 저지른 것이겠지. 이태령은 그런 것에 대한 보상이 확실했으니까. 출소하고 나서 태령파에서 간부급의 대우를 받았을거다.”

“그리고 장종호로 보스가 바뀐 다음부터는, 셀헤븐을 관리했다.....”

“애인이 마담으로 있던 밤안개에서 사장으로 있던 안영찬을 꼬드겨 셀헤븐에 중독되게 만들고, 그것을 구실로 밤안개의 고객들에게 셀 헤븐을 판다......”


도혁은 시나리오의 종지부를 찍었다.


“그리고 그 안영찬이 운전중에 셀헤븐을 복용하고 사고를 낸 후, 병원에 오게 된다. 셀헤븐의 노출을 두려워한 윤종명이 안영찬을 제거. 그리고 고중현이 체포되자, 장종호는 윤종명에게 목숨으로 책임지게끔 한다.”

“그래.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있던 일이지. 이제 앞으로는 무슨 일이 더 있을지 궁금하네.”


하지만 잠시 후, 용수철은 자신이 말했던 ‘무슨 일’이 매우 극단적으로 펼쳐졌다는 것을 알게된다.


“뭐, 뭐야?”


유두영에게 받은 이지훈의 사무실이 있다는 빌딩의 주소. 그 주소대로 빌딩을 찾아온 도혁과 수철은, 참담한 광경에 말을 잇지 못했다.

수십여명의 시체들. 층마다 사람의 시체가 가득했다. 가끔 의식이 있어 보이는 사람들 조차, 살아날지가 미지수일 정도로 상처가 심했다.


“강남파에서 쳐들어온건가? 아냐. 이건 사시미 같은 걸로 쑤신게 아냐.”


마치 무언가 살을 한움큼 뜯어간 듯한 자국들. 용수철은 그 상처들을 보면서 도혁에게 말했다.


“이게 무슨 일인거냐? 조직간의 싸움치고는 상처들이 이상해. 맨 아래층은 무슨 쇠막대기로 맞은 것 같더니, 그 다음 층은 살을 뜯어간 상처. 그 다음 층은 다시 쇠막대기. 이게 무슨일일까?”

“글쎄요, 저도 잘...... 전 윗층에 가볼께요.”


도혁은 9층을 살펴보았다. 9층은 다른층과는 다르게, 도혁에게 익숙한 상처를 가진 시체들이 있었다.


“발에 맞아서 생긴 상처. 이 층만 달라. 뭐지? 이 위로 가봐야겠군.”


도혁이 10층에 올라가자, 여기저기 열려있는 방문들이 보였다. 도혁은 돌아다니다, 익숙한것들을 발견했다.


“까마귀로봇......”


도혁은 머리가 파괴되어 움직이지 않는 까마귀 로봇을 들고는, 10층의 이곳저곳들 돌아다녔다. 사람을 철제냉장고에 던져서 죽인듯한 시체. 철제냉장고가 사람을 던져서 찌그러트릴 만큼 약한게 아니란걸 잘 알고 있는 도혁은, 심각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이건......?”


발밑에 떨어진 셀헤븐 알약 하나. 그 알약을 손에 쥔 도혁은, 왠지 이곳에서 일어난 일을 알것만 같았다.

도혁은 핸드폰을 꺼내어, 곽수빈의 번호를 찾았다. 곽수빈의 번호를 누르기 직전, 한도혁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남수인의 전화였다.

도혁은 곽수빈에게 전화거는 것을 미루고는, 남수인의 전화를 받았다.


-도혁씨, 새로운 사실을 알아냈어요.


“무슨일입니까?”


-지금 캔디씨가 시체를 확인했어요. 그러더니, 말하더군요. 최근에 커플문신을 했는데, 어깨에 그 문신이 없다고......


“네? 그말은......”


수화기 너머에서 남수인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 시체는 윤종명이 아니에요. 윤종명은 살아있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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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메트리[생각을 읽는 형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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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또 다른 시작 +4 16.04.15 3,664 72 24쪽
28 또 다른 시작 +6 16.04.14 3,927 78 23쪽
27 또 다른 시작 +8 16.04.13 4,420 85 25쪽
26 셀헤븐 - I +12 16.04.12 3,985 90 25쪽
» 셀헤븐 - I +8 16.04.11 4,525 94 22쪽
24 셀헤븐 - I +7 16.04.10 4,217 92 23쪽
23 셀헤븐 - I +8 16.04.09 4,365 96 20쪽
22 셀헤븐 - I +6 16.04.08 4,674 104 27쪽
21 셀헤븐 - I +8 16.04.07 4,841 107 28쪽
20 셀헤븐 - I +9 16.04.06 4,999 100 24쪽
19 셀헤븐 - I +8 16.04.05 5,457 106 23쪽
18 셀헤븐 - I +6 16.04.04 5,935 117 22쪽
17 센터 +10 16.04.01 5,922 111 24쪽
16 센터 +10 16.03.31 6,143 121 21쪽
15 센터 +7 16.03.30 6,337 119 21쪽
14 센터 +9 16.03.29 6,908 119 20쪽
13 센터 +8 16.03.28 6,979 147 23쪽
12 드라이스 +7 16.03.25 6,865 145 21쪽
11 드라이스 +8 16.03.24 6,747 141 20쪽
10 드라이스 +8 16.03.23 7,011 128 23쪽
9 드라이스 +8 16.03.22 7,585 127 17쪽
8 드라이스 +9 16.03.21 7,966 143 24쪽
7 축복인가 저주인가 +8 16.03.19 7,440 163 30쪽
6 축복인가 저주인가 +6 16.03.18 8,037 147 21쪽
5 축복인가 저주인가 +6 16.03.17 8,056 142 21쪽
4 형사 한도혁 +12 16.03.16 8,486 154 23쪽
3 형사 한도혁 +6 16.03.15 8,542 147 15쪽
2 형사 한도혁 +8 16.03.15 11,231 158 17쪽
1 프롤로그 +9 16.03.15 13,606 128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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