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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거지의 서재

시메트리[생각을 읽는 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역전거지
작품등록일 :
2016.03.15 16:14
최근연재일 :
2019.01.31 15:15
연재수 :
38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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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079,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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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3.21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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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글자
24쪽

드라이스

DUMMY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사건을 담당하는 형사부. 그중 형사 제3부의 부장검사 박태일은 한 여검사를 칭찬하고 있었다.


“이번 아동학대사건, 너무나도 말끔히 처리가 되었군 그래. 역시 연수원 수석이라 그런지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아는 것 같구만. 앞으로 기대하지, 남수인 검사”

“네...... 감사합니다.”

“남수인! 목소리가 왜그래? 학교와 주민센터에서도 신경안쓰던 아동학대 사건에, 그 어머니 살인사건을 이리 완벽하게 기소해버렸으니, 저쪽 변호인은 변론의 의욕도 없다고 하더라고 하하! 더 자신감 가져도 돼!”

“그, 그게.....”


남수인은 뭐라고 말을 덧붙이려다 말았다. 칭찬이 듣기 싫은 소리도 아니고 괜한 말을 꺼내서 부장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남수인은 부장검사에게 꾸벅하고 고개를 숙인 뒤 부장검사실을 나섰다. 자신의 직무실로 돌아가며 남수인은 아미를 찌푸렸다.


“생각해보니, 너무 완벽하게 처리가 되어서 왔지. 마치 누군가가 다 고기를 다 익혀서 보내주고, 난 그대로 썰어서 대접한 느낌이야.”


몇주 전, 사건하나가 배달되었다. 보통 형사사건이 벌어지고, 초동수사 및 기초수사가 진행이 된 다음, 검사에게 사건내용이 전달되고, 검사가 수사를 지휘한다.

형사소송법 196조 1항. ‘사법경찰관은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

이 법에 의해 모든 수사는 검사의 손을 통과할 수 밖에없다. 아~~주 가끔 날먹같은 사건이 터지긴한다. 그것이 바로 이번 아동학대 및 살인범인 양순규의 검거사건이다.

양순규의 아동학대 사실 확인, 피해 아동의 구출, 양순규의 살인의혹발견, 증거가 되는 렌터카 수배.

이 모든 것이 하루만에 이루어져 버렸다. 남수인 검사가 사건의 내용과 양순규의 도주 우려 판단등을 고려하여, 영장판사에게 오전에 체포영장을 신청하여 영장을 내려 보냈다. 그리고 오후에 강남경찰서로 갔을 때는 모든 것이 끝나있었다.

양순규가 운전했던 렌터카가 수배가 완료되어있었고, 제주경찰서 감식반에 의해 루미놀 반응이 확인된 후였다.

남수인이 한 것은 하나였다. 그 렌터 차량의 정밀감식을 국과수에 의뢰하는 것. 그리고 오늘, 그 감식결과가 나왔다. 그 차의 혈흔에서 간신히 DNA를 검출해냈고, 양미라와 모녀관계인 사람일 확률이 99.7프로라는 결과.

꽤나 큰 사건이었지만, 서로 가니 모든게 끝나있더라. 라는 검사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몇몇 전설의 사건들. 그중에 하나로 꼽힐만한, 일명 ‘날먹’이라고 불릴만한 사건이었다.


“선배들은 기분좋은 듯이 말하던데, 난 그리 좋지는 않네.”

“검사님도 참. 잘 해결됐으면 좋은거죠.”

“박수사관님, 너무 빨리끝난게 이상해요.”

“네? 뭐 그쪽 경찰이 알아서 다 해놨고, 증거는 완벽했습니다.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그래서 이상하다는 거에요.”


남수인 검사는 자신의 책상앞에 있는 노트북을 만지며 말했다.


“컴퓨터 코딩하는 사람들이 코딩을하며 제일 짜증나는게 바로 버그라고 해요. 근데 웃긴게 뭔지 아세요? 코드를 짜놓고 컴파일러를 했을 때, 버그가 하나도 없으면 그게 더 짜증난다고 하더라구요. 그 사람들은 버그가 나왔을때보다 더 오랜 시간을 그 코드와 씨름을 해야해요. 왜 버그가 전혀 없을까, 한번에 완벽하게 코딩이 될 리가 없는데...... 하면서 말이죠. 지금 내 기분이 그래요.”

“경찰이 다 해결할 정도였다면 검사님이 직접 갔어도 금방 끝났을 겁니다. 그러니 걱정마시고......”

“아동학대를 밝혀낸것까지야 그렇다고 쳐요. 2년전에, 그것도 테트라포드에 유기해서 신원미상의 시체로 만들어놓은 살인사건을 제주도 한번 가보지도 않고 서울에서 해결한다? 이건 말도안돼요.”

남수인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수화기를 들었다. 그리고 전화를 받은 상대에게 말했다.


“강남경찰서 형사 1팀 이죠? 서울지검 형사 제3부 남수인검사입니다.”

“네, 무슨일로......”

“양순규 취조 당시 영상 요청합니다. 취조한 형사 이름도 부탁드립니다.”




김지윤은 기계적으로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요즘 들어 어깨가 천근만근 무겁고, 눈알이 빠질듯한 피로감이 김지윤을 지배하며 괴롭히고 있었다. 과로로 인한 피로누적. 현대인의 직업병이라고 불리는 병. 너무나도 흔해서 병으로도 취급하지도 않는, 어떤 사람들은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도 있는 병이었다.


“오늘도 야근이야! 조금만 더 힘내자고!!”

“네......”


직원들의 목에서는 힘없는 대답이 나왔다. 매일같이 야근이었다. 그리고 사장은 야근수당을 제대로 챙겨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야근수당이 나오긴 하지만, 그중의 절반이상을 휴게시간으로 해놓고 제대로 주지 않는 꼼수를 쓰고 있었다.

노동청에 고발? 그런걸 생각할만한 사람은 회사에 없었다. 이곳을 신고하고 내부 고발자가 되면, 어느 회사에서 자신을 받아준단 말인가. 김지윤은 그런 현실속을 버텨가며 사는 한 청춘이었다.

졸업한지 3년. 아직도 학자금 대출은 남아있었다. 월급 180을 받는 조건으로 입사하였다. 하지만 그것이 월급 140, 야근수당40을 합쳐 말한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뒤늦게 그만두려 했지만, 친구들이 취업하지 못하고 있는걸 보니, 퇴직 후 자신의 모습같아 그만두지 못했다.

김지윤은 쌓인 피로감에 더는 못 참고 과장에게 가서 야근을 못하겠다고 말하자, 돌아오는 말은 칼날처럼 매서웠다.


“뭐? 이봐 지윤씨!! 지금 다른 동료들 전부 야근하는데 혼자못하겠다는 소리가 나와?? 제정신이야??”

“그게, 오늘 몸이 안 좋아서......”

“지윤씨 정말 양심이 없는거 아냐? 여기 있는 사람들은 지윤씨 일할 때 놀았어? 게다가 지윤씨는 한달에 한번 생리휴가까지 타먹잖아! 회사를 위해 어떻게 하면 더 열심히 할까를 고민해도 모자란데, 야근도 못하겠다??”

“저, 너무 몸이 안좋아서......”

“안그래도 얘기 할까 말까 고민이었는데 해야겠어. 지윤씨, 은행 한번가면 대체 얼마를 있다가 오는거야? 하루 종일 그렇게 농땡이 피우면서 밤이되면 몸이 막 안좋아져? 너무 편해서 몸이 안 좋은건 아니고?”

“은행 기다리는 시간이 많아서......”


지윤이 맡고 있는 일 중에 하나가 식자재들의 대금결제와 구매, 그리고 각 학교 급식소 마다 지출현황 등의 체크다. 따라서 은행을 많이 갈 수 밖에 없는 업무를 맡고 있었다.

하지만 김과장에게는 일 때문에 은행을 가는 것이 아닌, 단순히 빈자리 로만 인식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아, 알았어!! 그럼 조퇴로 처리할테니 그런줄 알아!!”

“야, 야근만 안하는 건데요. 오늘 업무시간동안은 전부 일했는데......”

“뭐? 우리 회사가 언제부터 주간 야간 따로 생각했는데? 지윤씨가 야근 안한다는건 오늘 하루의 업무를 하다가 말았다는 거니까 당연히 조퇴지! 그렇게 알고, 얼른 가봐!”


지윤은 입술을 깨물으며 돌아섰다. 그때, 과장을 나무라는 사람이 등장했다.


“김과장, 직원에게 너무하는거 아닌가?”

“아, 사장님. 언제 오셨습니까.”

“퇴근하기 전에 보니 불이 켜져 있길래 들렀지. 이거 이렇게까지 열심히 안해도 되는데 말이야.”

“아닙니다. 사장님. 요즘 100만원어치 일하고 100만원 받아가면 그게 사람입니까? 도둑놈이죠. 100만원을 받으면, 200, 300만원어치 일을 해야 진정한 사원 아니겠습니까.”

“이래서 내가 김과장을 좋아한다니까! 핫하하! 지윤씨, 오늘 몸 안좋으면 푹 쉬라고. 내일 더 열심히 일하면 되지.”

“네. 사장님.”

“지윤씨 차 없지? 내가 데려다 줄테니 나오라고. 김과장, 쉬엄쉬엄하게나.”

“네, 사장님. 이봐, 다들 열심히 하라고! 이런 사장님이 어딨어!”


사장 김인하. 그는 직원들을 노예처럼 부리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지만, 직원들은 그에게 대항조차 할 수 없었다. 여기저기 주요직원들을 딱딱 필요한 사람만 자신의 사람으로 거두기 때문이다. 김과장은 그런 김인하 사장의 졸개정도의 사람이었다.

지윤은 뜻하지 않게 사장의 차를 타게되었다. 차가 신호대기에 걸리자, 사장은 지윤에게 말을걸었다.


“회사생활 힘든가?”

“아, 아니요......”

“힘들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내 직원들이야 나에게 가족같지 않나.”


직원들 월급날만 되면 사장의 표정과 기분이 안 좋다는건 다들 알고있는 사실이다. 저번 월급날에는 로비에서는 낮술에 취해서 니네들이 뭔데 내 돈을 가져가냐고 난리를 부렸다고 한다.


“그나저나 지윤씨, 올해 몇 살이지?”

“네, 스물일곱 입니다.”

“스물일곱이라... 여자가 제일 물이오를때지. 지윤씨도 보면 정말 싱싱하단말이야.”

“네......감사합니다.”


성희롱적인 발언이었다. 하지만 지윤은 화를 낼 수가 없었다. 전형적인 갑을관계. 그 갑을관계에서는 을이 참아내야하는 것이 한두개가 아니었다. 갑의 기분이 조금만 상해도 을에게 전해지는 데미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지윤은 생각했다.


‘한귀로 듣고 흘리자. 저 인간 저러는 것 하루이틀도 아니고, 무사히 집에만 도착하면 돼.’


김인하는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김지윤의 전신을 훑었다. 김지윤은 온몸에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을 받았지만, 애써 정면을 보며 무시했다. 그러나 김인하의 눈길을 더욱더 집요했고, 아예 고개를 돌려 대놓고 김지윤의 옷 밖으로 드러나는 윤곽을 감상했다.


‘얼굴은 그리 예쁜편은 아니지만, 요즘 한국에서 이정도 몸매면 알아주는 몸매지. 크크크, 언제 한번 몸보신을 해야겠군.’


“사장님. 신호가...”

“아, 그래그래. 그사이 바뀌었나 보구만.”


간신히 집에 도착한 김지윤은 김인하의 차를 향해 꾸벅 인사를 하고선, 발걸음을 옮겼다. 집이래봤자 두평남짓한 고시원. 방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1인용 침대에 몸을 뉘인 김지윤은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커리어우먼까지는 아니어도, 그냥 일해서 돈 벌고, 가끔 휴가받아 여행가고, 저녁엔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데이트도하고, 결혼도 하고...... 그렇게 살고싶은데, 욕심인거겠지?”


그때 지윤의 핸드폰이 울렸다. 지윤은 ‘엄마’라고 표시된 발신자를 확인하고는 전화를 받았다.


“응, 엄마. 나야 잘 지내지, 무슨일인데? 아... 그래? 알았어. 내가 돈 보내줄게 엄마. 괜찮아 엄마, 나 회사다니는거 알잖아. 돈있 어요. 걱정하지마.”


전화를 끊은 지윤은 천장에서 시선을 옮겨 작은 고시원방 구석구석을 보았다. 갑자기 이사를 한다고 해도, 가져갈만한 것이 몇 개 있지도 않았다. 좁은 침대에서 지윤은 누운채로 벽에 손을 뻗어 불을 껐다. 그리고 지윤의 입에는 정말 엄마에게 하고 싶은, 하지만 죽어도 전할 수가 없는 말이 나왔다.


“흑흑!! 흑흑! 엄마!! 나 힘들어 엄마!!!”


그렇게 고시원 안의 작은 아기새는 쉬지 않고 울었다. 청년실업 100만의 시대. 어른들은 취업하지 않는 청년들을 게으르다고 하고, 회사를 그만두는 청년들을 끈기가 없다고 하는 시대.

그 시대의 한 획중 티도 나지않을 하나의 점, 김지윤은 그렇게 지쳐가고 있었다.



다음날.

“이거 정말 감사해서 어쩝니까? 교장 선생님 덕분에 요즘 살맛납니다.”

“허허. 이거 누가들은 내가 자넬 봐주는 줄 알겠구만. 이번 경쟁은 공평했던 걸세. 알겠나?”

“암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정운초등학교의 교장실. 흰머리가 만연하지만, 눈빛에 담긴 탐욕은 마치 세월이 상관없다는 듯이 가득 들어찬 사람과 김인하 사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저희 드라이스를 이용하신 것은 천운이실겁니다. 다른 식품업체랑은 완전히 다를 겁니다. 제가 약속드리죠.”

“허허. 우리 학생들이 좋은 급식을 먹고 무럭무럭 잘 자라주면 그걸로 끝인것이지. 잘 해보십시오 한번.”


교장은 안경을 벗어서 안경수건으로 안경을 닦으며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는 일상적인 어투로 김인하에게 말했다.


“그나저나, 우리학교 운동장에 놀이터를 새로 만들어 줘야 할텐데 말이지......”

“네. 놀이터요... 당연히 이제 이 정운초등학교 학생들은 제 조카나 다름없지 않겠습니까. 제가 돈을 내야죠. 삼촌이 놀이터 하나 못 지어 주겠습니까?”

“이거 아이들이 좋은 삼촌을 뒀구만 허허허.”


‘개새끼. 그전에도 천만원을 받아갔으면서 그걸로 부족하다는 거냐? 잘못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겠네 이거.’


초등학교 급식업체를 선정하는데 있어 교장의 입김은 막강했다. 실제로 이번에 김인하가 내건 가격과 급식수준은, 다른 업체에 비해 많이 부족했다. 그러나 교장의 입김으로 단번에 선정된 드라이스는, 앞으로 정운초등학교 학생들의 밥을 책임지게 된 것이다.


‘뭐, 그만큼 남겨먹으면 되는거니까.’


드라이스의 방식은 뒷돈을 주고 급식업체로 선정된다음, 최대한 많이 빼먹고 다른 학교로 옮겨가는 방식이었다. 뒷돈으로 들이는 돈은, 어차피 선정만 된다면 그 돈의 열배는 넘게 벌어들이게 된다.

그리고 김인하는 절대 재료에 돈을 투자하지 않았다. 김치 하나만 봐도 중국산, 국내산으로 나뉘고, 중국 국내산도 어느곳에서 만들었는지, 수제인지 공장인지에 따라서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근데 중국산 김치와 국내산 김치를 애들이 먹고 그게 무슨 김치인지 아느냐? 모른다.

최근에 일본에서의 해산물 수입은 전면 금지되고 있다. 하지만 그 생선을 팔면 과연 사람들이 눈치를 챌것인가? 답은 NO다. 애초에 상한음식만 아니라면 뭘 먹이든, 설사 방사능으로 오염된 생선을 먹이든 즉각적으로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몇년 뒤에 나타난다면 모를까......

그렇기 때문에 김인하는 재료의 부패관리에는 철저했지만, 재료의 질은 최대한 맛이 크게 변하지 않는선에서 낮췄다. 물론 모두 그런 것은 아니었다. 좀 더먹어도 된다고 판단이 되면 지체없이 해당식재료를 썼다.

조금 냄새나는 고기는 양념육으로, 조금 시들시들한 채소는 나물이나 국이나 찌개에 넣으면 해결된다. 그렇게 평생을 장사한 사람이 김인하다.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아, 그리고 저번에 저랑 가셨던 가게는 어땠습니까?”

“아, 2차 같이 간 년이 조금 까탈스럽긴 했지만, 나름 괜찮았지.”

“다시 한번 그곳으로 모시겠습니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애가 있다고 하더라구요. 얼마전까지는 여대생이었답니다.”

“쯧쯔. 어쩌다 그리됐을고?”

“요즘 애들 뻔하지 않습니까. 돈은 많이 벌고싶고, 근데 힘든일은 싫고. 뭐 그런거 아니겠습니까?”

“허허, 내가 교육자로써 따끔하게 혼내줘야겠구만.”

“안 그래도 선생님 지도만 기다리고 있답니다. 하하!”

“이사람 이거, 선생에게 자꾸 귀찮은 학생들을 맡기네 그려.”


김인하는 교장실을 나와서 문을 향해 욕지거리를 퍼부었다.


“그래, 이번에 500 더 넣어주마. 1500까지는 쓸만하지. 이 학교 전교생이 상당하니까, 여기까진 해주겠지만 더 바라면 나도 안참아.”


김인하는 성질을 내며 계단을 내려갔다. 김인하는 내려가던 중, 핸드폰 진동을 느끼고는 전화를 받았다.


“그래, 박부장. 무슨일이야.”

“저, 사장님. 큰일났습니다.”

“아, 또 무슨일인데? 혹시 박사장이 우리가 뇌물먹인거 알아챘다는 건가?”

“유월초등학교 말입니다. 아이들이 식중독에 걸렸습니다.”


김인하는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듯 했다. 김인하는 박부장에게 따져물었다.


“무슨 미친소리야!! 뭐가 문제가 됐는데??”

“그... 이번 급식에 들어간 불고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그 소고기......”

“뭐? 내가 재료관리 똑바로 하라고 했지!!”

“애초에 그 소고기가 상해있던 것 같습니다. 관리는 철저했습니다. 냉동되기전의 위생상태가 문제였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소고기가 너무 저렴하다고요.”


저렴한 재료만을 찾다보니, 결국 벌어진 사태였다. 소불고기 냉동팩을 너무나도 저렴하게 도매하는 중국의 한 업체에서 대량으로 구매해 들여왔지만, 상한고기를 냉동팩으로 판 것이다.


“요리때부터 냄새가 좀 이상하긴 했답니다. 근데 냉동팩이었다가 녹인 양념육이라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고, 지금 급식을 먹은 학생들이 식중독을......”

“휴, 그러게 말이야. 김과장, 왜 그런거야 대체?”

“네? 사장님, 김과장은 사장님이 시키는대로만 한 것 밖에......”

“박부장, 잘 생각해봐. 재료선정은 누가하지?”

“김과장이 맡고있습니다.”

“그래. 김과장이 맡고있는거지. 김과장이 누구에게 맡겼다고 말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김과장이 맡고있는거야. 그치? 김과장이 선정하고 김과장이 구매한거잖아. 맞지?”

“네...... 맞습니다 사장님.”


김인하와 통화를 하던 박부장은 김사장의 말에 욕이 튀어나올 뻔한 것을 간신히 참아냈다.


‘김과장이 무슨 잘못이라고 그러는 건가 대체......’


하지만 박부장은 사장에게 대항할 수 없었다. 그저 자신이 아닌 것을 감사할 뿐이었다.


“김과장을 징계하겠습니다.”

“이번사태는 누군가 책임을 져야지. 담당자가 책임지는건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인 것이고......”




지윤은 오늘도 김과장에게 혼나고 있었다. 김과장은 김지윤을 신랄하게 갈구고 있었다.


“지윤씨. 어제 가서 푹~~ 쉬었을텐데 오늘 지각을 해? 제정신이야 지금!?!?”

“죄송합니다.”


지윤은 주변의 분위기를 바라보았다. 안타깝게 보는 직원도 있었지만, 김지윤을 고깝게 보는 직원도 있었다. 오늘 와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제 12시까지 야근에 회식도 억지로 했다고한다. 그런 상황에서 일찍 퇴근한 지윤이 지각을 했으니, 직원들도 좋게 보진 않는 것이다.


“지윤씨, 미쳤어? 제정신이야? 하여간 계집들을 이래서 쓰면 안된다니까. 일할 자신이 없으면 가서 대기업 다니는 남자나 꼬시던가!! 뭐 조금만 일을 시켜도 앓는 소리나 해대고, 회식은 다 빠지고!! 사회생활 이따위로 할거면 회사는 왜 들어왔어!! 어!!”

“그....”

“뭐? 이게 이젠 아주 미쳤나보네. 상사가 말하고 있는데 감히 끼어들......”

“그만하라고!!!”


지윤의 외침에 사무실안은 순간 정적이 흘렀다. 지윤은 김과장에게 소리쳤다.


“막말로, 회사에서 우리한테 해주는건 없으면서 바라는 것만 많은거 모르는 사람 있나요? 월급은 140, 야근까지 올인해야 180. 게다가 과장이라는 인간이 월차의 월 소리만 나와도 벌레보는듯한 표정으로 보고, 야근 안한다고 하면 인간취급도 안하고!! 게다가 작년 김장때 나불러서 김장도 시켰잖아 새꺄!! 근데 더한것도 해야 그게 사회생활이냐!!”


김지윤은 거침없이 쏘아붙였다. 자신에게 어쩌다 이런 용기가 나왔는지 모르지만, 김지윤은 누가 들어도 정말 시원하게 김과장에게 외쳤다.


“넌 하는 일이 뭔데? 컴퓨터 앞에 앉아서 소리 줄이고 게임하는거? 넌 일이 내려오면 그냥 일만 나누고 너는 안하잖아 새꺄. 그리고 와이프랑 사이 안좋아서 집에 안들어가고, 회식하는거 모를줄 알아? 넌 집에 가기 싫겠지만 우린 가고 싶다고! 언제까지 너 같은 새끼 한테 맞춰줘야 하는데!!”


김지윤은 거침없었다. 다른 직원들도 김지윤의 말이 마치 자신이 내지르는 말처럼 통쾌해했다. 김지윤은 그런 김과장에게 더 쏘아붙였다.


“그리고 작년에 그만둔 지현이, 니가 건드린거 모를줄 알아? 근데 저번에 술자리에서 니가 뭐라고 했더라? 지현이가 실실 웃으며 꼬리쳤었다고? 걔 이제 안 웃어, 이 개새끼야. 그렇게 잘 웃던애가 이제 웃질않는다고!! 어떤 미친년이 자기 뱃속의 애 지워놓고 웃으며 살겠어!”


김지윤은 모든 걸 토해내고 속이 후련한 듯 김과장을 보았다. 물론 잘릴 것이다. 하지만 응어리들을 다 쏟아낸 김지윤은 더 이상 원이 없는 듯 자신의 자리로 가서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 이봐 김지윤. 너 상사에게.......”

“아 시팔! 지금 줄까 사직서! 나 이제 니 부하 아니라고! 근데 왜 말을 까고 지랄이야!!”

“지금 나...나한테 뭐라고?”

“지윤씨. 짐 쌀 필요 없어.”

“부장님?”

“김과장! 자네 오늘 부로 해고야.”

“부, 부장님!! 대체 무슨!!”


김과장은 어이가 없다는 듯 박부장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박부장은, 귀찮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냄새나니까 가까이 오진 말라구. 말그대로 자네는 해고야. 요즘들어 행태가 너무 직원들을 괴롭히는 것 같더니, 결국 문제나 일으키고 말이야. 김지윤씨, 그리고 나머지 직원분들. 평소 김과장의 행태에 불만이 있는분들은 직접 자필로 적어서 나에게 주도록 하세요.

김과장이 해고에 대해 걸고 넘어질 수도 있거든. 김과장이 다시 돌아오길 바라지 않는다면 상세히 적어서 내야할거야.”

“네?”


박부장이 나가고 나서, 김과장은 멍하니 있다가, 이윽고 박부장을 따라 뛰쳐나갔다. 그러자 사무실안에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지윤씨! 화끈한데!!”

“잔다르크야? 완전 영웅이네!”

“김과장 저자식 쌤통이다 진짜 하하핫!!”


김지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정말...... 내가 해낸거야?”


김지윤의 얼굴은 오랜만에 웃음으로 가득찼다.



“부, 부장님. 저런 미친년 소리를 듣고 나를 해고시키는 겁니까?”

“그것때문만이면 당연히 해고는 아니겠지. 김과장, 왜 상한 양념육을 들여온거야?”

“네? 무슨......”

“김과장이 들여온 상한 양념육 때문에 결국 식중독사태가 터졌어. 그리고 경찰조사도 받게될거야.”

“무, 무슨 말이십니까!! 그건 전적으로 사장님이......”

“그럼 사장님이 자기가 시켰다고 말할 분이었나? 김인하 그 독사같은 늙은이가 자기가 했다고 말할 가능성이 몇프로인지는 알아?”

“저, 전 안했습니다! 수사를 하면 당연히 나오겠죠! 제가 하지 않았다는걸!”


박부장은 그런 김과장을 보고 혀를 쯧쯧하며 찼다.


“이봐 김과장, 뭔가 착각하나본데, 자네의 본 업무가 뭐야? 자네가 한게 당연한것이고, 자네가 안했다는 증거를 찾아야 할텐데 그게 가능한가? 그리고 이제 직원들이 자네가 했던 부당한 짓들에 대해 자필로 적어서 낼거야. 그럼 자네는......”

“말도 안됩니다! 어떻게 저에게 이러실 수가 있습니까!”

“도마뱀 머리가 찍히게 생겼는데 꼬리 떼줘야 할거아닌가. 그동안 수고했네.”

“이대론 저 안죽습니다. 제가 안시킨건 안시킨겁니다. 사장님이 직접 계약한 증거를 전부 없앴겠지만, 그걸 알고있는 증인이 될 직원이 있을겁......”


김과장을 말을 하다말고 침음성을 냈다. 사장이 했건, 김과장이 했건 그것을 알 수 있는 사람. 모든 식자재 구매에 대한 대금결제를 맡고있는 직원. 김지윤이었다.


“부장님, 살려주십시오.”

“안그래도 둘 다 쳐내야 하나, 아니면 김지윤씨에게 꿀을 발라야 하나...... 하고 고민중이었는데 말이지. 자네가 아주 좋은 상황을 만들어줬어. 이제 김지윤씨는 공공의 적이었던 자네를 몰아낸 회사의 영웅이 됐으니, 자네를 복귀시킬만한 증언을 할 리가 없고, 직원들이 낸 자네에 관한 자필평가서가 경찰에게 전달될거야.

법적으로 아무상관도 없을지 모르지만, 요즘 검사들은 그런걸 아주 잘쓰더라고. 평소에 어떤 사람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하면서 말이지. 결국 증거도, 도와주는 사람도 없이 자네는 감옥에 가게 될걸세.

자네가 알아서 자수한다면 사장님이 손을 써준다고 하더군. 3년안이면 끝나. 자네가 아주 조용히 있어줘서 여론이 빨리 가라앉는다면 그안에도 나올 수 있지.”

“대체 사장님과 부장님은 저에게 왜 이러시는 겁니까? 전 입사이후 매일같이 야근했습니다. 야근이 없는날도 혼자남아 야근했고, 주말에도 부장님, 사장님과 등산하느라 아이들과도 멀어졌습니다. 회사를 위해 평생을 바쳤습니다!!”


박부장은 한심하다는 듯이 김과장에게 말했다.


“누가...... 자네한테 시켰나? 평생을 바치라고?”


김과장의 두 눈은 흔들리며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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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메트리[생각을 읽는 형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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