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처없이 방황하는 런던의 사울 개러먼드는 어느 날 아버지를 죽였다는 죄목으로 체포되어 경찰서에 수감된다. 그날 밤 쥐의 왕을 자처하는 수수께끼의 남자가 나타나 사울을 탈출시킨다. 그 남자는 자신이 700년 하멜른의 참혹한 사건으로 인해 쥐 부대의 대장 자리에서 쫓겨났으며, 사울의 친아버지는 바로 자기라는 충격적인 얘기를 털어놓는다. 여전히 왕위 복귀의 미련을 버리지 못한 남자는 쥐잡이에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인 사울을 이용하기 위해 몇 가지 술수를 부리는데...
민속설화와 전설, 그리고 신화는 판타지 문학을 꽃피게 하는 풍요로운 보물창고다. 많은 작가들은 그러한 창고에서 필요한 보물들을 꺼내고 거기에 상상력을 가미함으로써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와 스토리를 구성해왔다. 그런데 이러한 보물들은 어떻게 만들어졌던 것일까.
인류가 언어를 사용하게 된 이래,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의 미지성, 자연에 대한 두려움과 경외심, 그리고 거기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을 줄기차게 퍼부어왔다. 또한 그 질문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을 다양한 방식으로 정리해왔다. 그것이 가장 원초적이고 상징적으로 표현된 것이 다름 아닌 민화와 전설이요, 신화다. 이러한 민화·전설·신화는 동화 또는 옛날이야기로 변모되어, 탄생 후 최초로 사유다운 사유를 하게 되는 아이들에게 맨 처음 다가가게 된다. 그것을 통해 아이들은 세계관과 더불어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규범을 배우게 되는데, 이것은 곧 선조가 축적해온 수천 년의 경험을 짧은 시간 안에 받아들이는 행위와 같다.
이렇듯 민화, 전설, 신화 등은 아무리 황당한 내용의 것일지라도 일정한 세계관과 규범을 내포하고 있으며, 그것들이 만들어졌을 당시(그 기간은 딱히 언제부터 언제까지라고 단정지어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의 시대적·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배경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망각의 안개 저편으로 물러나고, 후대 사람들에 의해 각색이 더해지면서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로 남게 된다. 바로 그 각색이 이루어지는 지점에 동화가 있고, 판타지 문학이 있다.
차이나 미에빌은 이 보물창고에서 <피리 부는 사나이>를 끄집어냈다. ‘피리 부는 사나이’ 혹은 ‘쥐 잡는 사나이’는 13세기 독일 하멜른(중북부 니더작센 주에 있는 도시)에서 만들어진 전설이다. 쥐가 엄청나게 들끓자 마을 사람들은 쥐잡이를 고용했는데, 이 남자는 피리의 선율로 상대를 홀리는 재주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쥐들에게 최면을 걸어 모두 강에 빠뜨려 죽인 후 대가를 요구했다. 그러나 욕심이 생긴 마을 사람들은 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고, 이에 쥐잡이가 아이들을 피리소리로 홀려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데리고 가버렸다는 이야기다.
아서 C. 클라크 상, 영국환상문학상 수상작
당신의 도시는 잠들지 못한다!
디스토피아에서 던져지는 인간에 대한 물음!!
가상의 공간이지만 현실 세계와 꼭 닮은 도시국가 뉴크로부존을 배경으로 하는 어번(urban) 판타지의 대표작. 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에서 다섯 개의 기차 노선이 만나듯 공상과학소설과 판타지, 로맨스와 계급문학의 요소가 얽혀 있고, 생동감 넘치고 개성적인 등장인물들, 기괴한 상상력으로 빚어진 독특한 이미지가 이를 구현해내고 있는 소설로, 도시와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이 도시의 비주류 과학자 아이작은 어느 날, 날개를 잃은 가루다로부터 다시 날 수 있게 해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그리고 연구를 위해 하늘을 나는 갖가지 짐승들을 모으던 중 정체불명의 애벌레를 얻게 된다. 환각성 마약을 먹고 자라 나방이 된 애벌레는 결국 우리를 탈출해 사냥을 시작한다. 동물의 고깃덩어리 대신 그들의 꿈과 욕망을 먹고 사는 괴물이 된 나방으로 인해 뉴크로부존의 하늘은 악몽으로 뒤덮인다. 시 정부는 병력과 기술을 모두 동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악마와 다차원의 존재인 직조자와도 손을 잡지만 나방들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는데...
하늘을 찌를 듯 점점 높아지는 초고층 빌딩들과 그 건물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밀려나는 슬럼가로 인해 매일 지형이 바뀌는 곳, 과학과 마법이 고도로 발달되어 있으며, 온갖 종족이 공존하지만 결코 함께 어울려 살지는 않는 도시, 뉴크로부존. 호화 주택가와 피억압자들의 게토가 뒤섞여 있고, 인간 노동자와 비인간 노동자의 차별과 갈등이 존재하며, 겉으로 드러나는 안온함을 유지하기 위해 일상적인 감시와 처벌이 이루어지는 첨단 도시 뉴크로부존의 모습은 자본주의 세계의 디스토피아이자,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작품은 분명 <판타지>이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현실>에 맞닿아 있고,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와 인간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될 것이다.
스모그가 비가 되어 내릴 때,
그날이 바로 세상의 끝이다!
차이나 미에빌은 판타지 월드에서 뉴위워드의 기수로서 ‘새로운’ 판타지를 선보이고 있는 젊은 작가다. 특히 그는 ‘어번(urban) 판타지’란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냈는데, 어번 판타지란 현대의 도시를 공간적 배경으로 삼는 판타지를 뜻하며, 중세와 마법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판타지들에서 주로 드러나는 ‘동화(童話)성’ 대신 실제의 현실을 기반으로 하여 그 현실을 뛰어넘는 더 큰 ‘환상성’을 보여준다.
런던의 거울 도시, 언런던. 얼핏 보면 런던과 꼭 닮았지만 실상은 모든 게 기괴하게 뒤바뀌어 있는 이곳은, 런던에서 버려진 물건들과 폐기처분된 사람들로 이루어진 도시다. 팔다리가 한쪽밖에 없거나 얼굴이 함몰된 사람, 물고기나 벌이 모여 몸을 이룬 사람, 지붕 위에서만 생활하는 종족, 죽은 후 다시 소생할 수 있기를 바라는 유령 등 온갖 특이한 존재들이 한데 어울려 살아가는 곳.
『언런던』은 가상세계를 배경으로 하여, 환경오염과 자본의 탐욕, 정경유착 등 현실 세계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책이다. 1952년에 런던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스모그 참사 사건을 모티프로 삼은 이 작품은, 평범한 소녀가 강력하고 거대한 적에 맞서 싸우는 험난한 여정을 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휴고상·세계환상문학상 수상 작가인 차이나 미에빌의 독특한 상상력이 빚어낸 괴물들과 마법이 등장하고, 진기한 세계와 환상적인 모험담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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