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여러 차례 언급한 적이 있지만,
습작가들이 기성 작가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거의 유일한 방법은 바로 누구라도 반할 멋진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단번에 아주 뛰어난 인물을 만들어내는 건 사실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만한 천재성을 가지고 있다면 굳이 캐릭터로 승부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기성작가를 압도할 작품을 쓰고도 남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멋진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방법은 하납니다. 꾸준함입니다.
무슨 말인가?
바로 자기만의 캐릭터 뱅크를 꾸준히 만들어가면서 좋은 타이밍에 적절한 캐릭터를 데뷔시키는 방법입니다.
이 캐릭터 뱅크 역시 단기간에 만들어낼 수 있는 작업은 결코 아닙니다.
제 경우에는 스무살 무렵 만화 스토리 작가 데뷔 직전에 군입대를 하는 바람에 그 꿈이 좌절되고 나서부터
차선책으로 선택한 방법이 나만의 캐릭터 뱅크를 만들기 시작했던 것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대학노트로 시작한 이 작업은 어느덧 메인 캐릭터만 해도 수백 명에 달하는 캐릭터뱅크가 만들어졌습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만났던 사람들이나, 인상깊게 읽었던 책들에서, 혹은 다양한 매체에서 모티프를 얻어,
각각의 카테고리를 만들어 그 안에 인물군을 넣거나 혹은 다수의 카테고리에 겹치는 인물들들 배치했습니다.
또한, 처음 만들어낸 인물이 늘 불변하는 것도 아니며 경험과 수정을 통해서 점점 입체적인 인물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이렇게 캐릭터 뱅크를 구축해놓으면,
후에 하고 싶은 이야기나 컨셉이 정해졌을 때, 거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캐릭터를 선별하여 배치할 수 있습니다.
또 어떤 캐릭터는 적당한 이야기를 만나지 못해 계속 데뷔를 미루다가, 때때로 특정 작품의 조연으로 참여시킬 수 있습니다.
유명 소설 시리즈 중에서도 이런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로버트 크레이그의 유쾌한 탐정 시리즈에서 주인공의 친구역할을 맡았던 조 파이크가 그런 예입니다.
조 파이크는 이전 시리즈에서는 늘 과묵하고 포커페이스인 해결사인데 오히려 그 존재감이 주연보다 강해서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 결국에는 독립적인 시리즈 발간에 이르렀고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런 건, 미국 만화나 드라마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게 가능하려면 반드시 캐릭터 뱅크를 구축해두어야 합니다.
최소한 엔터테인먼트 스토리를 계속 쓸 생각이라면 자기만의 캐릭터 뱅크를 만드는 건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001. Lv.90 발로쓴다
14.05.12 17:10
와우 좋은글 감사합니다
002. Lv.68 이가후
14.05.17 03:50
나중에 니르바나님께서 어떤 방식으로 캐릭터 뱅크를 구축하셨는지 글 한 번 쓰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
003. 니르바나
14.05.17 12:47
나중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