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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법, 혹은 꼼수] 열의와 절실함

 

집에 TV를 없앤 지 거의 십 년이 되어갑니다.

TV를 치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책장을 놓을 공간을 확보하려는 게 가장 컸습니다.

미디어에 무관심한 부분도 있고, 어릴 때부터 TV를 그렇게 즐겨보는 편이 아니라서 딱히 불편함은 없습니다.

다행히 요즘은 TV가 없어도 뉴스를 자유롭게 접할 수 있고 보고픈 드라마나 프로도 마찬가지므로,

이제는 TV가 없는 생활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여겨집니다.

간혹 지방에 내려갈 일이 있어 숙소를 찾으면 한귀퉁이에 놓인 TV를 병풍처럼 여기곤 합니다.

그래도 TV프로그램 중에서 유독 챙겨 보려는 게 있다면 '오디션 프로그램'입니다.

그렇다고 누군가의 성공기를 지켜보고픈 관음증이 있다거나 하진 않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는 이유는,

참가자들이 보여주는 열의와 절실함, 그리고 그들에게 던지는 심사위원들의 조언 때문입니다.

비록 분야는 달라도 문학이든, 음악이든, 어떻게 그 길을 가야하는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은 대동소이합니다.

그리고 그 길을 가려는 사람들이 꼭 가져야할 마음가짐이나 덕목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전부는 아니겠지만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하는 열의와 절실함이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생생히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이건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이라도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절실함이 없고, 열의가 없는 사람을 무척 싫어합니다.

그래서 늘 이런저런 핑계부터 대는 사람을 경멸하고 거리를 두는 편입니다.

이번엔 이러한 이유 때문에, 다음엔 저러한 이유 때문에 늘 핑계를 만드는 사람은 결코 꿈을 이룰 수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속여가며 핑계를 만들고 그 뒤에 숨으려고 합니다.

분명, 이 분야는 그 무엇보다도 '재능'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 '재능'이 아무리 크더라도 열의와 절실함이 없으면 없느니만 못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그 '재능'이라는 것도 갈고 닦지 않으면 시간의 흐름 속에서 퇴색하고 마모되어서 결국 '제로'가 되기 때문입니다.

재능은 필요한 요소이긴 하나, 그게 전부일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매년 열리는 무수한 공모전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한때 재능을 인정받았던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실패를 거듭하고, 때때로 좌절을 맛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재능을 믿고 열의를 갖고 도전하는 이들 중 누군가는 반드시 꿈을 이룹니다.

사람들은 다른 누군가의 성공을 너무 쉽고 안일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들이 차지한 타이틀에만 눈길을 주고 부러워하고 시기할 뿐, 지난 세월 속에 가려진 그들의 노력은 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최근, 한 지인에게 몹시 실망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 지인 또한 스스로에게 무척 '재능'이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었고 그 재능만 믿고 세월을 허비했습니다.

얼마 전, 그 지인과 함께 다소 긴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미팅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너무 안타깝게도 그 지인은 과거의 영광만 기억할 뿐, 성의나 절실함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그 지인은 아주 사소한 '일'조차 제대로 마무리짓지 못하고 실망만 안겨주었습니다.

그래서 꽤 공들인 프로젝트였지만 '미래'가 보이지 않아 그냥 없었던 일로 매듭지었습니다.

이전에도 이런 이야기는 무척 많이 해왔던 것으로 압니다.

어쩌면 잔소리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럼에도 거듭 말하는 건 몇 번을 말해도 부족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는 여러분이 그 절실함과 열의를 놓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여러분이 꾸는 '꿈'은 결국 손에 잡을 수 없는 신기루에 불과합니다.

그 꿈의 끝이 허망하게 신기루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오아시스'로 이끌지는 여러분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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