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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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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먹이는 거냐

DUMMY

“유 주임! 1층 가서 샘풀 받아와!”


“네? 제가요?”


“그럼 어떻게 해? 인턴이 없으니 자네가 가야지.”


“부장님! 저 일이 산더미처럼 많아요. 거기다가 이렇게 심부름까지 시키면···”


유지연이 항의해 보지만 이석용은 오히려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 있다.

인턴 나부랭이가 저지른 일로 유지연이 고통 받는다면 그 원망은 고스란히 박민기를 향하게 되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건 이 사람아 알아서 해야지··· 박민기씨가 없으면 누군가 해야 할거 아냐? 알아서 해!”


“하아···”


한숨을 뱉고선 유지연이 자리에서 일어나 계단실로 향한다.

벌써 심부름으로 자리를 떠야했던게 다섯번째다.

손님 왔다고 커피 타 오라는 건 이해가 된다.

그것도 내키지는 않지만 그럴수 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알이니까.

샘풀 받아오고 샘풀 보내고. 공장가서 시제품 가져오고. 우편물 챙겨오고.

일은 산더미처럼 많은데··· 앉아서 집중해 일할 시간이 없다.


“유주임! 또 어디가?”


복도에서 돌아보니 진기진 대리가 서 있다.


“샘풀 받으러 가요.”


“쯧쯔··· 유주임이 고생이 많아··· 박민기씨가 일 벌린 뒷감당은 유주임이 다하네.”


“그러게 말이에요.”


안그래도 정신없이 바쁜데 박민기가 하던 자질구레한 심부름까지 유주임이 맡아서 해야 한다.

좀 전에 우체국 배송건은 진기진 대리가 나서서 유지연 대신 해결해주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안되겠다 이거··· 이대로 둘꺼야?”


진기진이 표정을 굳히며 말한다.


“어떻게 하겠어요? 하나 있는 부하직원은 도망가고··· 인턴 새로 뽑는다니까 그때까지 버텨봐야죠.”


“인턴 들어오면··· 그땐 편해질거 같아?”


잠시 생각해보던 유지연이 인상을 와락 구겼다.

박민기가 입사했을때 그후 이주일 동안 유지연은 죽는줄 알았다.

데리고 다니며 하나 하나 알려줘야했고 하나부터 열까지 업무를 가르쳐야 했다.

그건 아무리 똑똑하고 눈치빠른 인턴이 와도 또다시 유지연이 하게 될 일이었다.

누군지는 몰라도 그 새로 들어온 인턴도 알아야 일을 시킬테니까.

땡볕에 우체국과 공장을 오고가며 직접 알려줄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어지럽다.


“그러네요 그 고생을 또 할거 생각하니.”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이마의 핏줄이 툭 불거졌다.

그렇게 고생해서 가르쳐 놨더니 자신한테 말도 안하고 사장님한테 달려가서 테스크 포스팀을 차려?


“아 박민기씨··· 정말··· 아···”


‘너무해요.’ 라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유지연이 할 말은 뻔했다.


“으음··· 생각해 봤는데 말이야··· 유주임··· 우리도 튈까?”


“튀어요? 어디로요?”


“어디긴 어디야? 테스크포스팀으로 튀자고.”


“네?”


놀란 표정의 유지연의 얼굴이 조금씩 무너진다.


“그런 방법이 있었네요. 내가 사라지면··· 진대리님이 곤란할 거고 우리 둘이 다 사라지면··· 푸하하하.”


“뭐 자기네들이 알아서 하겠지··· 서로 형동생 하면서 친하게 지냈으니 서로 잘 맞을거 아냐?”


“그래도 될까요? 박민기씨에 대리님과 나까지 빠지면 정말 아비규환이 될텐데···”


“그러라고 튀자는 거야.”


“아아···”


고갤 끄덕거리던 유지연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렇게 해도 될까요? 속 좁은 양반들이라 나중에 분명 복수를 할 텐데.”


“하라 그래!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담그나? 민기씨 봐봐! 저지르고 부딪치잖아··· 겁나서 따라가면 결국 노예처럼 부려지다가 폭망하는 길 밖에 없어.”


TF팀 망하더라도 너 하나 정도 구해주는건 일도 아니고.

진기진이 재밌다는 눈빛으로 유지연을 보고 있다.

진기진과 다른 매력으로 메타전자 남자 사원들의 총애를 받고 있는 유지연. 일 추진 방식은 다르지만 유지연이 싫지는 않다. 일처리 딱부러지고 책임감있고 무엇보다 진기진을 향한 쓸데없는 경쟁의식 같은게 없다. 아니 있을지는 모르지만 티는 내지 않으니까.


“그런데··· TF팀에 들어가는 것도 서류를 내서 합격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런다고 하더군.”


“결국 그 구성원을 박민기씨가 뽑는 거잖아요.”


“아마도··· 그러겠지···”


“그럼 떨어질수도 있다는 소리 잖아요.”


“흐음··· 안 떨어지게 만들어야지. 말 나온 김에 가자!”


진기진이 유지연을 이끌고서 엘리베이터로 향한다.




***




박민기가 팔짱을 끼고 앞에 앉은 두 사람을 노려보고 있다.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두 분의 능력이시라면 제가 원하던 TF팀원으로써 적합합니다.”


“그치?”


진기진이 주먹을 불끈 쥔다.


“그런데··· 함께 일할 수 있겠어요? 제가 팀장인데? 두 분은 제 바로 윗 상사분들이잖아요. 제가 지시한 업무 수행해야 하는데··· 쫄따구 지시 받으면서 일하실수 있겠냐고요?”


그게 제일 심각한 당면한 문제일 것이다.

엊그제까지 업무지시하고 일 못한다고 나무랐던 부하직원을 상사로 모셔? 그게 말이 되나?


“수,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관계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하.”


외국에선 직급 다 버리고 그렇게 한다고 하던데.


“전 상관없는데 두 분이 그럴수 있냐는 거죠? 절말 계급장 떼고 저랑 수평적 관계에서··· 아니구나··· 제 업무지시 받으면서 일할 수 있냐고요?”


그 순간 유지연의 머리가 고속으로 회전한다.

유지연의 머리속엔 양팔 저울 두 개가 놓여져 있다.

이석용, 최만혁, 김진용에게 노예처럼 부려지며 심부름 하고 갈굼 당하며 지내는 것과 어제까지 부하였던 박민기의 팀원이 되어 업무지시를 받는것.

‘띠리리링 띵띵···’ 두가지 고행을 양팔 저울로 올려놓자 마자 한쪽으로 기울어 버린다.


답은 볼 것도 없이 박민기와 일하는 거지, 최소한 불합리하고 열받으면 박민기는 들이받을수도 있을 테니까.


“당연한 소리!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 그건 상식아냐?”


유지연의 말에 박민기만 놀란게 아니었다.

진기진이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유지연을 바라본다.

좀 전까지, 진기진이 적극적으로 나서도 한다리 빼고 관망하고 있던 유지연이었다.

목표가 정해지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달성하는 여자, 유지연의 진면목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좋아요. 전 두 분이 TF팀으로 와주시는걸 적극 환영합니다. 필요한 인력들이 대부분 사업기획 관련한 일들이었거든요.”


오히려 진기진과 유지연이 TF팀에 들어와만 준다면 박민기로써는 한 시름 덜수가 있다.

시장조사에서부터, 개발 프로세스 관리, 시제품 개발, 마케팅 플랜을 짜고 출시에 이르기까지 과정별로 믿을만한 사람에게 일을 맡겨야 했는데. 바로 사수였던 유지연과 진기진이 그러한 믿을 만한 사람이었다. 게다가 메타전자의 사업기획 부서는 말로만 사업기획이지 눈앞에 닥친 모든 일을 해치워야하는 멀티플레이어들이니까.


“그럼 사무실 돌아가 바로 인트라넷으로 가입신청서 내면 되는 거지?”


팀원 합류를 보장받고 이후 TF 팀원 가입신청서를 내는, 거꾸로 된 과정이었지만 아무튼 목적한 바가 이루어졌으면 된 것이었다.


[턱!]


진기진의 손이 유지연의 어깨를 붙잡았다.


“여기서 써! 거기서 눈치보면서 쓰지 말고.”


“그러네. 그러면··· 되겠어요.”


유지연이 TF실에 마련된 노트북을 열고 신청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박민기와 눈이 마주친 진기진이 씨익 웃으며 그 옆에 앉아 자신도 신청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




“새로운 인턴을 뽑아야 한다··· 흐음··· 아무래도 그래야겠죠?”


“네 이사님! 지금 있는 인력으로는 제대로 일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요 그래···”


진형주 이사가 서류에 싸인을 한다.

이석용이 인턴 충원에 대한 결재서류를 올렸던 것이다.


“그런데 한 명 뽑는다고 되어 있는데 한 명으로 되겠어요?”


“네?”


물끄러미 이석용을 바라보던 진형주가 상황을 알겠다는듯 피식 웃고는.


“이부장! 인트라넷 안봤어요?”


“이, 인트라넷이요?”


이석용이 놀라 답하자.


“인턴 한 명 더 뽑으세요. 최소 두 명은 있어야겠네요.”


“두 명이나요?”


이석용의 입이 쫙 벌어진다.

똑똑하고 말 잘 듣는 인턴 두 명을 새로 뽑으면 박민기는 끝난거지.

교묘하게 따돌려 지 손으로 사직서를 쓰게 해 주리라.


“알겠습니다. 곧바로 추진하겠습니다.”


진형주 이사에게 인사를 꾸벅한 이석용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양손을 불끈 쥐었다.


“이 새끼가 상사를 엿먹여? 너도 엿먹어 봐라!”


감히 자신을 제치고 곧바로 사장과 이사를 만나서 TF팀을 꾸린 박민기에게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는 상태였다. 한낱 인턴이 그딴식으로 일처리를 해 버리면 사장과 이사는 또 자신을 뭘로 볼 것이며 다른 부하직원들에게 자신의 체면은 뭐가 되겠는가?


인턴을 두 명이나 뽑으면 박민기가 돌아올 자리를 아예 없애버릴 수 있으리라.


이석용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을때 진기진과 유지연의 자리가 썰렁하게 비어 있고 집기를 담은 종이 상자가 놓여 있다.


“이게 뭐야? 진대리 자리랑 유주임 자리 왜 이래?”


이석용이 묻자 최만혁과 김진용의 얼굴이 찌그러진다.


“왜? 뭔데 말을 해야지.”


“······”


“······”


물었지만 두 사람은 대답이 없다.

그 순간 밝은 표정의 진기진과 유지연이 다가온다.


“아 부장님! 기다리고 있었어요.”


“뭔데? 자리가 왜 다 정리되어 있어? 두 사람 뭐하는 거야?”


이석용이 묻자 진기진과 유지연이 서로를 바라보더니.


“저희 TF팀에 참여하기로 했어요. 부장님. 좀 전에 합류가 확정되었거든요.”


“뭐?”


이석용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런게 어딨어? TF팀에 지원하려면 나하고 먼저 상의를 해야지. 그게 순서잖아. 안그래도 박민기씨 빠져서 바빠죽겠는데··· 두 사람이 빠지면 어쩌자는 거야?”


“TF팀 지원은 자유 아닌가요?”


“지원하는게 자유라는 거지. 기존 업무 공백은 어떻게 할꺼야? 먼저 나랑 상의해야지.”


이석용의 말에 유지연이 눈을 치켜올리며.


“부장님께 상의드리려고 말씀드렸죠. 알아서 하라면서요? 그래서 알아서 했어요.”


“뭐, 뭐?”


그제서야 유지연이 업무가 이렇게 많은데 어떻게 하냐고 물었던걸 기억해냈다.

그때 자신이 알아서 하라고 그랬었지.


“그리고 지금 이렇게 TF팀 합류전에 미리 말씀드리고 있고요.”


“아, 아니 이사람들이··· 정말···”


이석용의 얼굴이 빨개졌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진기진과 유지연이 짐이 든 박스를 들더니.


“자 저희는 TF팀으로 알아서 떠날테니 모두 알아서 잘 해보세요.”


약올리듯 말하며 사무실에서 걸어나간다.


“휴우우우···”


김진용 과장의 입에서 나라를 잃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진형주 이사가 인턴을 두 명 뽑으라고 한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던 것이다.


“나 미치겠네··· 넌 또 왜 한숨이야? 서류에서 간추린 애들 연락해서 면접 잡아! 이사님이 인턴 두 명 뽑으랜다.”


“그렇게 두 명 들어오면 제가 또 교육시켜야 하는 거잖아요.”


이제 아예 한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있다.

인턴이 두 명 들어오게 되면 김진용은 그 두 사람 교육때문에 초비상 상태에 놓이게 될 것이다.


“그건 그렇고 분당 Y백화점 클레임 들어온 거··· 김과장! 진대리 없으니 자네가 가봐야 하지 않나?”


최만혁이 외부업무를 은근슬쩍 김진용에게 밀고 있었다.

교통편도 좋지 않고 가서 일보고 끝나면 늦은 저녁때라서 본인은 가기 싫은 것이다.

물론 최만혁이 과감히 나서서 본인이 하겠노라고 해도 되지만 그 귀찮은 일을 뭐하러 나서?


“그래··· 진대리 없으니 어쩔수 없네. 김과장 자네가 가야지 뭐···”


“그렇게 나오시겠다 이겁니까?”


이석용의 말에 김진용이 발끈한다.


“이 친구 부하직원들 없다고 말 막하네. 상사한테 그게 무슨 말이야? 그렇게 나오시겠다라니···”


“······”


아무말 없이 고갤 쳐박고 혼자서 서류를 만들던 김진용이 뭔가를 손에 들고 이석용의 자리로 다가온다.


[턱!]


이석용의 책상에 봉투 하나가 놓였다.


“뭐야?”


“사직서요.”


이석용이 김진용을 노려보자.


“다 나가서 할일도 많은데 인턴 둘 받아서 교육시키라는건 저보고 죽으라는 거 맞잖아요. 죽느니 사직하는게 낫죠.”


김진용의 말에 이석용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이 새끼 정말···

나 먹이는 거냐? 정말 죽이고 말아? 갈등을 느끼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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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이제 시작일뿐 +1 24.08.13 940 17 12쪽
17 꼰대가 해야 할 일 +1 24.08.12 944 19 13쪽
» 먹이는 거냐 +1 24.08.11 930 19 12쪽
15 TF팀 +1 24.08.10 949 20 12쪽
14 법대로 살아도 되는 거였다니 +2 24.08.09 972 23 13쪽
13 기다렸던 사람 +3 24.08.08 976 18 16쪽
12 신뢰라는 것 +3 24.08.07 1,026 23 12쪽
11 경영자적 센스 +1 24.08.06 1,083 17 12쪽
10 갑일때 갑질하기 +2 24.08.05 1,128 20 13쪽
9 받아쳐야 하는 순간 +1 24.08.04 1,129 20 12쪽
8 갑작스런 미팅 +2 24.08.03 1,201 18 13쪽
7 운명의 시간 +1 24.08.02 1,314 19 13쪽
6 사건 발생 +1 24.08.01 1,413 19 12쪽
5 총판 미팅 +3 24.07.31 1,620 23 13쪽
4 미끼를 무는척 함정파기 +1 24.07.30 1,757 28 13쪽
3 사기성 마작게임 +1 24.07.29 2,042 33 11쪽
2 평범한 중소기업 인턴 +2 24.07.28 2,865 35 13쪽
1 모든 걸 다 건 인턴 +7 24.07.28 4,751 4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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