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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보이맨 님의 서재입니다.

시간 베는 달빛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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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보이맨
작품등록일 :
2024.08.08 16:32
최근연재일 :
2024.09.14 17:49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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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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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수 :
71,714

작성
24.09.1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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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강한 상대를 이기는 법.

DUMMY

문을 열자 2차 시험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1차 시험장보다 확연히 넓은 공간.

그 끝을 알 수 없이 높이 솟아있는 천장.

벽면에 설치된 마법 조명이 공간을 은은하게 밝히고 있었다.

그리고..


"얼굴을 가린 놈은 또 오랜만이군"


시험장 중앙, 원형의 대련장 위에 팔짱을 낀 채 서있는 거대한 덩치의 사내.


"대련장 위로 올라와라."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대련장으로 올라섰다.


"반갑다. 나는 이번 대련을 맡은 감독관 다이크라고 한다."


가까이서 본 그의 모습은 마치 살아있는 산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아버지인 그람보다도 큰 체구에 온몸에 뒤덮여 있는 근육.

팽팽히 당겨진 피부 아래로 꿈틀거리는 핏줄.

그리고 엄청난 덩치와는 반대로 놀랍도록 작은 얼굴까지.


가면을 쓴 내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니, 마치 작은 수박 하나가 거대한 산맥 위에 올려진 것 같은 모습이었다.


"..아, 네. 안녕하세요."


다이크를 향해 고개를 숙이자 그가 말했다.


"그럼 잡설은 집어치우고 바로 시험에 대해 말하도록 하지."


그가 설명한 2차 시험의 내용은 아주 간단했다.

시험 시작과 동시에 5분이 주어지고, 그 시간 동안 이뤄지는 대련을 통해 나 자신을 증명하면 된다는 것.


그의 말을 들은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1차 시험장과는 달리 그 어떤 무기도 보이지 않았다.

내 의문을 눈치 챘는지 다이크가 말을 이었다.


"1차 시험과는 달리 2차 시험에서는 지원자 소유의 무기 사용을 허한다."

".. 아, 그럼 제 검을 사용해도 된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래, 그 어떤 것을 사용해도 관계없다. 그게 설령 마도구나 독이 됐다고 할지라도."


그의 깊은 중저음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묻어나왔다.

하긴, 대련 담당 감독관이니 저런 모습은 당연한 것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5분간 이뤄지는 대련은 내 판단하에 조기 종료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도록."

".. 네."


조기 종료.

그에 대한 설명은 따로 없었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그 의미를 알 것이다.

아마도 두 가지 경우겠지.

예상치 못할 만큼 뛰어난 실력보이는 경우.

다른 하나는 그 반대로, 실력이 형편없어 더 이상의 평가가 무의미한 경우.


"따로 준비할 시간은 필요한가?"


준비할 시간이라..

나는 허리춤에 있던 검을 뽑았다.


스릉-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검신이 드러났다.


".. 아니요. 괜찮습니다."


내 말에 다이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군! 그럼 지체할 것 없이 시험을 시작하도록 하지!"


다이크의 우렁찬 목소리가 대련장에 울려퍼졌다.

점점 빨라지는 심장박동을 느끼며, 나는 천천히 다이크를 향해 검을 겨눴다.

그리고 그 순간.


"덤벼라!"


그에게서 다시 한번 터져나온 함성.

2차 시험의 막이 올랐다.


* * *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이기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독을 푸는 방법? 동료와 합공하는 법?

항복한 척 연기하다 기습하는 법?

생각해보면 의외로 많은 선택지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전략들은 각자의 경험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 뭐?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상대와 붙었을 때 이길수 있는 방법이 있냐고?


- 도망가야지, 케빈. 목숨은 하나라고?


- 도망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럼 뭐 죽는 거지.


- 하하, 장난이야. 그럴 땐 말이지..


그 뒷말을 떠올린 소년은 검을 한층 더 강하게 쥐었다.


시험에서 도망칠 순 없으니까.


* * *


시험이 시작되자마자 다이크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묘한 압박감이 나를 감쌌다.

이 느낌... 어디선가 경험한 적 있는 기시감.

문득 떠오른 얼굴.


'마크 삼촌.'


하지만 그 뿐, 내게 큰 영향은 없었다.

다이크의 기세는 실전 대련에서 살기를 뿜어내던 마크에 비하면 한참 부족했으니까.


나는 주저 없이 다이크를 향해 돌진했다.

순식간에 그의 앞에 다다른 나는 재빨리 검을 휘둘렀다.


"호오?"


다이크의 입에서 놀란 듯한 탄성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한 발자국 옆으로 움직이는 것만으로 내 공격을 간단히 회피한 그가 무심한 듯 발을 뻗었다.


퍽!


분명 가볍게 뻗은 듯한 발가치였다.

심지어 팔짱은 그대로 낀 채가 아니던가?

그런데 이런 무거움이라니!


그의 '가벼운' 일격을 간신히 어깨로 받아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마치 거대한 바위에 부딪힌 것처럼 뒤로 밀려났다.

충격은 있었지만 생각보다 버틸만 했다.


"후!"


짧게 숨을 뱉은 뒤, 나는 지체 없이 다시 몸을 날렸다.

이번엔 다이크의 배를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그러자 이전처럼 검을 회피한 다이크가 발차기를 꽂아넣으려 다리를 들어올리던 바로 그때.


슉-


찰나의 순간, 나는 검을 빠르게 회수한 뒤 다이크가 회피한 방향을 향해 다시 휘둘렀다.


하지만 내 검이 무언가 단단한 것에 부딪혀 튕겨 나가는 충격이 손을 타고 전해졌고, 거의 동시에 옆구리에 강력한 일격이 꽂혔다


빠악!


순간 시야가 흐려졌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고통이 전신을 관통했다.

이전의 공격과는 차원이 달랐다.

단순히 뒤로 밀려나는 게 아니었다.

내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가 대련장 끝으로 날아가는 것이 느껴졌다.


"컥!"


바닥에 떨어지며 숨이 막혔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얼핏 본 바로는, 다이크가 한 다리로 내 검을 튕겨내고 동시에 다른 다리로 내 옆구리를 가격한 것 같았다.


"순간 놀라서 힘 조절을 못했군. 괜찮나?"

"끄으.. 저는 괜찮습니다.."


실제로 강렬했던 통증은 점차 사그라 들었다.

다행히 뼈가 부러진 것은 아닌 모양이다.


"흠, 혹여나 시험을 치르기 힘들다면 여기서 멈춰도 좋다."


여기서 끝내라고?

아니, 그럴 순 없지.


나는 허벅지에 손을 올려 몸을 지탱하며 일어섰다.


".. 계속 하겠습니다."

"소심한 말투와는 달리 근성있는 놈이군. 그래, 좋다. 그럼 시험을 재개하도록 하지!"


다이크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재차 그를 향해 돌진했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옆구리가 욱신거렸지만, 그런 것을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머릿속에는 오직 마크가 알려준 강자를 이기는 방법만이 맴돌았다.

지금이 바로 그 전략을 실행할 최적의 타이밍이었다.


휙 -


다이크 앞에 선 나는 이전처럼 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하지만 그 거대한 체구가 무색하게도, 다이크는 여유롭게 공격을 피한 뒤 내 뒤를 점했다.

그리고 곧바로 내 허벅지를 걷어찼다.


빡-


다이크가 힘을 조절한 덕분일까.

이전과 달리 밀려나거나 튕겨 나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두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아팠다.


"끄윽.."


억눌린 신음을 뱉으며 나는 재빨리 몸을 돌려 다이크에게 검을 휘둘렀다.

그는 당연하다는 듯 백스텝으로 그 공격을 피해낸 뒤, 움직임을 멈추고 중얼거렸다.


"더 이상 보여줄 게 없는 건가? 애매하군.."


애매해다.

그 말은 나에 대한 평가 같았다.

이에 순간 불안감이 엄습했다.

설마 시험이 이렇게 끝나는 건 아니겠지?


"흠.. 혹시 모르니 남은 시간 동안은 계속 해봐야겠어."


다행히도 시험은 계속 진행되는 모양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는 찰나, 그가 말을 이었다.


"그럼.."


텅!


다이크가 대련 중 처음으로 나를 향해 쇄도해왔다.

눈 깜짝할 사이, 그는 순식간에 내 앞에 다가섰다.


휙 -


그의 무릎이 내 얼굴을 향해 날아올랐다.

나는 그 공격을 옆으로 몸을 굴려 간신히 피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몸을 일으켜 도약함과 동시에 아래에서 위로 검을 휘둘렀다.


슉 -


하지만 몸의 방향을 틀어 공격을 흘린 다이크가 다시 내게 발을 뻗으려 했다.

그리고 그 순간.


'지금!'


나는 마나를 끌어올렸다.

고양감이 온몸을 감쌌고, 검에는 순식간에 미약한 은빛 오러가 맺혔다.


그래, 이 오러가 아직 완연하지 않다는 걸 나도 안다.

마크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

내 또래에서 이 정도의 경지를 이룬 자는 몇 없을 것이라 그랬으니까.


"아니?!"


다이크의 목소리에 당혹감이 묻어났다.

내가 오러를 사용할 수 있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그의 반응을 보며 나는 마크가 했던 말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 자신을 얕보는 상대에게 예상치 못한 순간 의외성을 보이면 당황하기 마련이야.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면 강자를 상대로도 승산이 있지.


그 조언을 되새기며, 나는 오러가 맺힌 검을 틀어 다이크를 향해 휘둘렀다.

마나로 강화된 신체 덕분에 검의 속도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하지만.


파캉!


어느새 발바닥에 오러를 두른 다이크가 검을 막아내며 외쳤다.


"오러 유저였나! 근데 왜 여태까지.."


그래,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겠지.

하지만 아직이다.


캉!


나는 검과 맞닿아 있는 다이크의 발을 튕겨낸 뒤, 온몸의 마나를 세차게 순환시켰다.

이어서 어깨, 팔꿈치, 손목, 손가락 순으로 순간적으로 마나를 집중시켰다.

그러자 검이 관성의 법칙을 무시하듯 기이한 방향으로 꺾이며 순식간에 세 번 휘둘러졌다.


캉, 카강!


회심의 일격이었다.

하지만 괜히 '제국 국립 아카데미' 입학 시험의 대련 감독관이 아니라는 듯, 다이크는 끼고 있던 팔짱을 풀고 순식간에 오러를 일으켜 공격을 막아냈다.

다만 뜻밖의 수확이 있다면, 예상치 못한 상황에 오러를 두르는 것이 조금 늦어 그의 팔과 손에 약간의 생채기가 난 것.


다이크는 상처 입은 두 팔을 번갈아 보더니 마지막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게 무슨..."


놀란 것을 넘어 도무지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기색.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다시 한번 다이크의 가슴을 향해 검을 찔러넣었다.

그저가 방심은 한 번이면 족하다는 듯 그가 더욱 짙은 오러를 두르고 주먹을 뻗었다.


나의 검과 다이크의 주먹.

서로의 무기가 맞닿자 이전과 달리 그의 주먹에 둘러진 오러가 검을 감싸듯 휘감았다.

그리고 그 순간.


펑-


작은 폭발음과 함께 빛이 점멸했다.

예상치 못한 충격에 나는 뒤로 밀려났다.


"윽!"


나도 모르게 짧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몇 걸음 뒤로 밀려난 나는 간신히 중심을 잡았다.

온몸이 살짝 저릿했지만, 실질적인 타격은 없어 보였다.


흐트러진 호흡을 가다듬으며 다이크를 바라보니, 곧바로 그가 외쳤다.


"2차 시험은 종료됐다!"

".. 벌써 5분이 된 건가요?"


내 질문에 다이크가 고개를 갸웃하며 다가왔다.

그는 팔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네가 방금 전 내게 이 상처를 남긴 놈이 맞나?"

“..네.“


다이크는 팔을 내리고 허리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는 몸을 약간 앞으로 기울이며 말했다.

내 대답에 김이 샌 듯했다.


"5분이 되려면 아직 조금 남았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시험은 이것으로 충분한 것 같군."

"... 그렇군요."

"몸은 괜찮나?"

".. 네, 괜찮습니다."


다이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 발짝 다가와 내 몸을 살펴보았다.


"괜찮을 리가. 내 오러 폭발을 정면으로 받았는데. 시험장을 떠나거든 출구 앞에 배치돼있는 의무 텐트에 꼭 가보도록."

"..."


.. 진짜 괜찮은데.


욱씬-


아니, 어쩌면 옆구리는 안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감사합니다.. 꼭 가보도록 할게요."

"그래, 그나저나 너 육체과 꽤 잘 단련되어 있는 것 같은데, 혹시 검술 말고 무투술에는 관심이.."


그 순간.


[감독관]


끝이 보이지 않던 천장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이크는 위를 올려다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거참, 야박하게들 구시는군."


그러고는 다시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164번, 네가 쓴 가면을 기억하겠다."


그 말과 함께 다이크의 신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스러웠다.

2차 시험이 끝난 건 알겠지만, 이렇게 갑자기 사라진다니?

적어도 3차 시험장의 위치는 알려주고 가야 하는 것 아닌가?


어리둥절한 채로 다이크가 사라진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그때.


쿠르릉-


굉음과 함께 내가 서있던 원형 경기장이 천장을 향해 높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억?!"


순간 깜짝 놀라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원형 경기장은 움직임을 멈췄고, 나는 휘청거리던 몸을 가누며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 세 개의 단상이 보였다.


"164번 지원자."


조금 전 들었던 목소리.

그 목소리가 좌측 단상에서 울려퍼졌다.


"2차 시험 후 3차 시험을 치르는 데 문제가 없어 보이니 곧바로 시험을 진행하겠다."


3차 시험.

면접이 시작되려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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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노인과 문양 24.09.14 6 0 12쪽
» 강한 상대를 이기는 법. 24.09.11 14 0 13쪽
11 변상각 24.09.06 13 0 12쪽
10 주제 모르는 자의 말로 24.09.03 14 1 13쪽
9 시험 시작? 24.08.29 29 1 11쪽
8 수박 파티 24.08.26 24 1 12쪽
7 어머니, 우리 어머니 24.08.23 32 0 12쪽
6 제국으로 24.08.22 30 1 11쪽
5 이별 24.08.20 29 1 14쪽
4 네? 뭐라고요? 24.08.16 38 1 13쪽
3 괴물은 누구? 24.08.14 32 1 13쪽
2 케빈 24.08.13 45 1 13쪽
1 프롤로그 24.08.09 71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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