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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만 꾸면 강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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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보이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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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4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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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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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검사

DUMMY

심장이 뛰고 등골에는 식은땀이 맺힌다.

눈 앞의 사내가 무슨 말을 꺼낼지, 그의 입에 온 신경이 쏠린다.


"네.. 뭐죠?"

"사흘 전에 있었던 게이트 사건, 혹시 아십니까?"

".. 네."


당연히 안다. 그 자리에 있었으니까.


"그날 무엇을 하셨습니까?"

"아.."


뭐지? 다 알고 온 게 아닌가? 나를 떠보는 건가?

사실대로 말할까, 아니면 거짓말을 할까?


".. 게이트가 열린 그곳에 있었어요."

"그러셨군요."


고심 끝에 한 대답에 강한석은 어색한 미소를 거두고 진지한 표정으로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잠시 함께 동행해 주셔야겠습니다."

"네? 지금 바로요?"

"사실 성시우 씨께서 사흘 전 게이트 사건이 있던 날 공사장에 계셨던 것을 이미 CCTV로 확인한 상태입니다."


'다 알고 왔구나.'

CCTV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역시 사실대로 말하는 게 정답이었다.


"그럼..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요? CCTV가 있었다면 그날 일어난 일을 다 보셨을 텐데요."

"아."


강한석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타깝게도 현장의 CCTV가 게이트 출현 직후 괴물에 의해 모두 파괴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당시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이자 목격자로서 귀하의 증언이 필요합니다."


나는 잠시 할말을 잃었다.


'어떡하지..'


CCTV가 파괴되었다면 내가 괴물들을 토벌했다는 증거는 이제 없는 셈이었다.

그렇기에 각성했음에도 이전과 다를 바 없는 내 모습으로는 누구도 내 말을 믿어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거절한다면 분명 의심을 살 터.

아니, 그보다 내가 이렇게 불안해할 이유가 있나?

잘못한 것도 없는데..


"그렇군요.. 그럼 제가 어떻게 도움을 드리면 되는 거죠?"


강한석은 잠시 주변을 살폈다.


"여기서 이야기하기는 좀 그렇고, 본부로 가서 자세히 얘기를 나누는 게 좋겠습니다. 지금 시간 되십니까?"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들었다.


"네, 지금 갈 수 있어요."


문득 더 이상 불안해할 이유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어찌 됐든 내가 한 일은 옳았기에.

게다가 그들이 믿든 믿지 않든, 이제는 진실을 말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옷을 갈아입고 오겠습니다."

"물론입니다. 천천히 준비하세요.."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혹시나 아는가? 사실대로 말해서 각성자로써 인정 받고 내 인생이 피게 될지?

나는 거울속 내 모습을 보며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괜찮아. 넌 잘못한 게 없어. 그저 진실만 말하면 돼.'


준비를 마치고 나왔을 때, 강한석은 여전히 문 앞에 서 있었다.


"준비되셨나요?"

"네."

"차로 이동하겠습니다. 본부까지 거리가 좀 있어서요."

"알겠습니다."


이윽고 나는 강한석을 따라 건물 밖으로 나와 차에 올랐다.


'차 안 향기가 좋네."


예상치 못한 좋은 향기에 잠시 정신이 팔린 사이, 강한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네."


내 대답과 함께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코튼향인가..'


나중에 무슨 향인지 물어봐야겠다.


* * *


"도착했습니다."

"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도착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TV에서나 보던 특수청 건물이 바로 눈 앞에 있었으니까.


"엄청 크네요..?"

"아, 특수청은 처음이신가 봅니다?"

"네, 원래 일반인은 접근할 수 없는 곳이잖아요."


내 말에 강한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하지만 이곳에 특수청 건물이 들어선 초기에는 호기심에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 때문에 꽤 골치를 앓았죠."

"아.."

"뭐, 지금은 그런 일도 없습니다만."


강한석의 말에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의 말대로 같은 정장 차림의 사람들만 바쁘게 오갈 뿐, 일반인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제 곧 보안 검색이 있을텐데, 걱정하지 마세요. 일반적인 절차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이윽고 차에서 내린 우리는 건물 입구로 향했다. 유리문을 지나자 경비원들이 맞이했다.


"신분증 부탁드립니다."


나는 주머니에서 신분증을 꺼내 건넸다.

경비원은 신분증을 확인한 후 금속 탐지기로 내 몸을 훑었다.

잠시 후 그가 말했다.


"확인됐습니다.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강한석이 앞장서서 걸었고, 나는 그를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내부는 외부만큼이나 압도적이었다.

높은 천장, 반짝이는 대리석,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


"이쪽입니다."


강한석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멈춰 섰다.


"조금만 더 가시면 증언을 들을 방이 있습니다."

"네."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며 나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막상 증언할 시간이 다가오니 다시 한번 걱정이 앞섰다.

그때의 일을 이야기하면 분명 각성자 테스트를 진행할 것이다.

그 테스트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능력도 보여줄 수 없고 일반인과 다를 게 없는 지금,

'내가 각성자라는 걸 믿어줄까?'


또 쓸데 없는 걱정이다.

잘못한 것도 없으니 당당했고, 방금 전까지 사실대로 말하기로 다짐하지 않았나?

하지만..


"..."


마음을 다잡은 것과는 달리,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리자 예상치 못한 광경에 나는 잠시 멈칫했다.


"이쪽입니다."


강한석의 안내를 따라 나온 곳은 내가 상상했던 사무실이나 심문실이 아니었다.

대신 넓은 공간에 여러 대의 기계들이 놓여 있었고,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여기가..?"

"각성자 능력 측정실입니다."

"증언이 필요하시다고 하시지 않으셨나요..?"

"네, 증언은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듣기 전에 시우 씨의 각성 여부를 먼저 확인하려고 합니다."


각성 여부를 확인한다고? 갑자기?


".. 그건 그냥 제게 물어보면 되는 거 아닌가요?"


강한석은 내 질문에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물론 그게 가장 빠른 길이겠죠. 하지만 만약 시우 씨가 각성한 사실을 본인이 알고 계셨다면, 함께 오는 길에 먼저 말씀하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말은 틀린 게 없었기에, 나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러자 강한석이 내 표정을 살피며 말을 덧붙였다.


"싫으시다면 거부하셔도 됩니다. 다만 증언을 듣기 전에 시우 씨에게 드는 의문을 확인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무슨 의문이요..?"

"그건 증언 때 말씀 드리겠습니다."


강한석의 단호한 대답에 나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


'그래.. 오히려 잘된 것일지도 몰라.'


사실 나도 궁금했다.

능력이 정말 사라진 건지, 아니면 내가 단순히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건지.

어쩌면 애초에 정말 각성한 게 맞는 건지.


'나도 참..'


이제는 각성한 것조차 의심하는 지경에 이르다니..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던 고양감과 전신을 타고 흐르던 거대한 힘.

분명 의심할 여지 없는 각성이었는데.


그리고 그 의문이라는 것 역시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분명 괴물들 사이에서 어떻게 혼자 살아 남았는지에 대한 것일 터.

CCTV는 괴물이 나타나고 나서 모조리 부서졌다고 했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강한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자, 측정실에 있던 흰 가운 차림의 여성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강 대위? 이 시간에 여긴 웬일이야?"

"김 박사님. 이전에 말씀 드린 분입니다."


김 박사라고 불린 여성이 나를 피곤이 덕지덕지 묻어있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아, 그. 유일한 생존자라던?"

"네, 맞습니다."


김 박사가 천천히 다가왔다.

피곤해 보이는 얼굴과 달리, 가까이서 보니 꽤 날카로운 눈빛에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었다.


"안녕하세요, 성시우 씨. 저는 이 연구층의 책임자 김지연입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나는 어색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김 박사가 잠시 나를 관찰하듯 훓어보더니 말을 이었다.


"자, 이쪽으로 오세요. 간단한 검사를 진행하겠습니다."


그녀는 나를 중앙에 있는 의자로 안내했다.


"여기 앉으세요. 약 15분 정도 소요될 예정입니다."


실험실 같은 공간에 들어선 나는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았고, 김 박사와 다른 연구원들이 다가와 여러 센서를 내 몸에 부착했다.

준비는 순식간에 끝났고, 김 박사는 다시 밖으로 나가 마이크에 입을 가져다 댔다.


"아프거나 불편한 건 전혀 없을 겁니다. 그러니 걱정 마세요."

".. 네."


내 대답과 함께 곧바로 기계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우우웅-


처음엔 아무 느낌도 없었지만, 점점 몸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그러다 갑자기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아프거나 불편한 건 없다더니..'


순 거짓말이었다.


"측정 끝났습니다. 수고하셨어요."


긴장한 탓었는지 15분은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갔다.

김 박사의 목소리와 함께 연구원들이 다가와 몸에 붙어있던 센서를 떼어냈다.


"결과 분석에는 시간이 좀 걸립니다. 잠시 대기실에서 기다려 주시겠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강한석이 내게 다가와 대기실로 안내했다.


"음료 드시겠습니까?"

"아니요. 괜찮아요."


내 대답에 강한석이 내가 앉은 소파 옆에 나란히 앉았다.


"괜찮으십니까?"

"뭐가요?"

"방금 전에 하신 검사말입니다. 박사님은 괜찮을 거라 하셨지만 꽤 통증이 있으셨을 텐데요."


아니, 이 사람이 지금?


"네, 생각보다 아프더라고요. 아프면 아프다고 그냥 미리 말씀해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죄송합니다."


강한석이 손에 쥐어진 캔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었다.


"김 박사님은 그 정도의 고통은 고통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 분이셔서요."

"그게 무슨.."

"박사님의 사적인 일이라 말씀드릴 순 없지만, 불편을 느끼셨다면 다시 한번 사과드리겠습니다."


강한석이 고개를 숙이자 나는 입을 다물었다.

이렇게 까지 사과하는데 달리 할 말이 어디있겠는가?

그리고 지금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그럼.. 검사 결과는 언제쯤 나오나요?"


강한석이 시계를 확인하며 대답했다.


"아마 30분 정도 걸릴 겁니다."

"그렇군요."


내 말을 끝으로 대기실에는 침묵이 흘렀다.


'아, 어색해 죽겠네.'


불편한 침묵이 이어지는 동안, 나는 손가락으로 소파 팔걸이를 툭툭 치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 침묵은 얼마 지나지 않아 조심스럽게 입을 뗀 강한석에 의해 끝이 났다.


"성시우 씨, 괜찮으시다면..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간단히 들어볼 수 있을까요?"

"지금요?"

"네."


나는 잠시 망설였다.

어차피 말할 거, 지금 말하나 나중에 말하나 무슨 차이가 있을까 싶었다.


"네, 어떤 것부터 말하면 될까요?"


강한석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처음 게이트가 열렸을 때의 상황부터 들려주시겠습니까?"


나는 길게 숨을 내쉬고 그날의 기억을 더듬었다.


"그냥 평범한 하루였어요. 처음으로 공사장에 일하러 간 날이었죠."


나는 그날의 끔찍했던 상황을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려 노력했다.

예고도 없이 게이트가 열린 것, 거기서 튀어나온 괴물들에 의해 학살당한 인부들.

그리고 창고에 숨어 있던 내가 괴물에게 발각돼 죽을 위기에 처해 있던 때를 이야기 하던 중.


똑똑-


갑작스러운 노크 소리에 나는 말하던 것을 멈췄다.

강한석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자 김 박사가 서 있었다.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알겠습니다."


강한석이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성시우 씨, 이야기는 나중에 마저 듣기로 하고 결과 먼저 확인해볼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야기를 하는 중에도 검사 결과에 대해서 계속 신경이 쓰였었다.


"네, 그러죠."


나는 강한석과 김 박사의를 뒤따라 검사실로 향했다.

복도를 걷는 나의 심장은 평소보다 빠르게 뛰었다.


'과연 결과가 어떻게 나왔을까..'


측정실에 도착하자 김 박사는 모니터 앞에 섰다.


자, 여기 결과입니다."


김 박사가 모니터를 가리키자 강한석과 나는 그쪽으로 다가갔다.

화면에는 복잡한 그래프와 수치들이 가득했다.


"이 그래프는 비각성자의 생체 에너지 밀도 수치입니다."


김 박사가 설명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 푸른 선은 각성자의 수치이고요."


나는 숨을 죽이고 화면을 응시했다.


"보시다시피 각성자와 비각성자 사이에는 이렇게 극명한 차이가 있습니다만..."


김 박사의 말이 잠시 끊겼다.

그녀는 잠시 화면을 응시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성시우 씨의 경우는.. 굉장히 특이합니다."


그녀가 키보드를 두드리자 새로운 선이 그래프에 나타났다.

붉은색의 이 선은 매우 불규칙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 붉은 선이 성시우 씨의 생체 에너지 밀도 수치입니다."


비전문가인 내 눈에도 이 붉은 선은 비정상적이었다.


아무래도 설명을 들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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