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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만 꾸면 강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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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보이맨
작품등록일 :
2024.06.24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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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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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피할 수 없는 죽음

DUMMY

"헉, 헉.."


과호흡 증세인지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폐가 찢어질 듯 아프고,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이 옷깃을 적신다.

목이 터져라 살려달라 소리치고 싶지만, 그럴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내 외침을 들은 괴물이 눈 깜짝할 새에 나를 두부 가르듯 반으로 갈라 놓을 테니까.


'도대체 나한테는 왜 이런 일만 생기는 거냐고..'


정부가 발표한 게이트에서 괴물이 튀어나올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소 30분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게이트에 관련한 연구가 진행된 지금은 게이트가 열려도 인명 피해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들었던 것 같은데..

개소리가 따로 없다.


'아저씨..'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일할 땐 여분의 장갑이 필수라 일러준 김 아저씨가 문득 떠올랐다.

만일 김씨 아저씨에게 그 말을 듣지 못했더라면, 나는 절대 장갑을 찾으러 창고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아무런 전조도 없이 창고 입구에 열린 게이트에서 쏟아진 괴물 떼를 피할 수 없었으리라.

그리고 나 역시 창고 밖에 여기저기 흩뿌려진 피투성이 살점 더미 속에,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시체로 뒹굴고 있었겠지.


'어떡하지..'


탈출?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이 지옥에서 탈출하려면 창고를 나가야만 한다.

허나 문 너머에는 괴물 떼가 우글거리며 나를 기다리고 있을 터.

당장 눈앞만 봐도 그렇다.

괴물들이 인부들의 시체를 밟으며 주변을 어슬렁 거리고 있지않는가.

분명 다른 방도가 있을 것이다. 아니,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씨발.. 씨발.. 씨발..'


가망 없는 상황임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살아남을 궁리를 해 보았지만, 달아날 길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리고 그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이 캐비넷 뒤에 웅크린 채 숨소리조차 죽이며 신에게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신이시여.. 제발..'


민간 헌터든 특수반이든, 우연히 이 참상을 목격한 누군가가 나타나 저 괴물들을 쓸어버려 주기를.

그리고 내 목숨만이라도 구원해 주기를.

하지만..


쩌저적.


'어억?'


순간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려던 것을 가까스로 삼켰다.

위에서 들려온 소리에 고개를 들어 살펴보니, 괴물들이 게이트를 빠져나가며 창고를 건드렸던 탓인지 천장에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없던 실금이 그어져 있었다.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지붕이 무너지는 소리를 듣고 창고 근처를 배회하던 괴물 하나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나도 밖에 흩뿌려진 인부들의 시체와 같은 운명이 될 모양인가 보다.


"크르릉.."


괴물이 창고 입구에 열린 게이트를 지나 창고 안으로 머리를 쑥 집어넣었다.

쓰러진 선반 틈새로 힐끗 본 이 괴물은, 자세히 보니 개도 아닌 주제에 외형이 묘하게 개와 닮아 있었다.

TV에서 봤던 이전 괴물들은 대게 훨씬 더 흉측한 생김새 였는데 말이다.


쿵, 쿵.


이윽고 괴물의 상반신이 창고에 들어오자 나는 곧바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사실 선택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저 괴물의 발톱에 찢겨 죽든, 무너지는 천장 아래 깔려 죽든 결과는 마찬가지일 테니까.

그렇다면...


'아, 모르겠다.'


어차피 죽을 거, 뭐라도 해보고 죽는 편이 저승에서 김씨 아저씨를 만났을 때 좀 더 당당할 수 있지 않겠는가?

생각을 마친 나는 떨리는 손을 가누려 안간힘을 쓰며, 바닥에 떨어진 작은 철근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철근을 지팡이 삼아 주저앉아있던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끄르릉.."


어느새 괴물은 창고 안으로 완전히 들어와 있었다.

하지만 대가리에 달린 네 개의 눈이 사방팔방으로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보니, 내가 선반 뒤에 숨어있는 것은 모르는 듯했다.

어라? 그렇다면 굳이 나갈 필요가.. 라고 생각하던 그 순간.


쿠르릉.


계속해서 먼지와 콘크리트 파편을 쏟아내던 천장에서 불길한 소리가 들리더니, 결국 내 머리 위에서부터 서서히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에 맞춰 내 몸은 내려앉는 천장을 피해 반사적으로 앞으로 튀어나갔다.


"아.."


숨기고 있던 몸을 드러내자 각기 다른 곳을 살피던 괴물의 눈알들이 일제히 나를 향했다.

이에 순간 공포에 휩싸여 한 걸음 물러섰지만, 이내 두 손으로 철근을 꽉 붙잡고 괴물을 향해 겨눴다.


"나도 죽여봐, 개새끼야!"

모든 것을 잃은 자에겐 두려울 게 없다더니, 생존의 희망을 버리니 오히려 용기가 샘솟는 듯했다.

그런 내 모습에 화답이라도 하듯 괴물은 앞발을 휘둘렀다.

나는 그에 맞춰 손에 쥐고 있던 철근을 본능적으로 높이 들어올렸다.


쾅!


휘둘러진 앞발과 충돌하자 나는 옆면 벽으로 내동댕이쳐졌다.

그리고 동시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 전신을 휩쓸었다.

아, 바로 직전까지만 해도 뭐라도 해보고 죽겠다고 생각했던가?

30초 전으로 돌아가 나의 멱살 잡고 이런 무모한 짓 말고 차라리 겸허하게 죽음을 받아들이라고 멱살이라도 잡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이런 고통은 겪지 않았을 텐데.


'죽는 건가..'


정신이 번쩍 들만한 고통속에서도 의식이 점점 희미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는 누군가 구하러 온다고 하더라도 살아남기는 힘들겠지.


'나도 각성자였더라면..'


그랬다면 이런 일을 겪지 않아도 됐을까?

적어도 이런 식으로 무력하게 당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각성자라면 저 괴물과 맞서 싸울 수 있는 힘이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그런 생각을 한들,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제기랄..'


이제 시야는 점점 더 흐릿해지고, 시간마저 느리게 흐르는 듯하다.

이미 엉망진창인 채로 바닥에 쓰러진 내 위로, 괴물의 무거운 발이 다시 한번 내리꽂히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고통은 없다. 단지 성큼 다가온 죽음을 다시 한번 온몸으로 느낄 뿐.

그렇게 나는 천천히 의식의 끈을 놓았다.


&


타다닥.


상쾌한 바람이 온 몸을 스친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고양감이 파도처럼럼 밀려든다.

이에 이끌려 나는 눈 앞에 보이는 건물을 향해 가볍게 도약했다.


탁!

타닥.


은빛 갈기로 뒤덮인 내 몸은 도약할 때와 마찬가지로 착지할 때도 놀라울 만큼 가벼웠다.

마치 중력이라는 것이 나에겐 아무런 영향이 없는 듯 말이다.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나는 이내 다음 건물을 향해 재차 몸을 날렸다.


타다닥.


아, 건물 옥상을 뛰어다니는 것이 이리도 즐거웠던가.

지금 내가 건물 이곳저곳을 종횡무진 누비는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상쾌한 바람,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는 도시 야경의 조화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질만큼 훌륭했으니까.

하지만 즐거움도 잠시, 언제나처럼 이것이 꿈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은빛 갈기는 물론, 먼 거리를 단 한번의 도약으로 이동할 만큼의 신체능력도 없었으니까.


'아.. 꿈이구나.'


꿈을 꾼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잠들면 으레 꿈을 꾸곤 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게이트가 처음 열린 그 날 이후로는 꿈을 꾸지 않았었는데..

오늘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꿈을 꾸게 된 것이다.


'몸이 말을 안 듣는 건 여전하네..'


내가 꾸는 꿈은 다른 이들이 말하는 꿈과는 사뭇 달랐다.

꿈의 내용을 마음대로 바꿀 순 없어도, 적어도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하던데..

나는 꿈속에서 내 마음대로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 감각을 설명하자면.. 그래, 마치 누군가 내 몸을 조종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나저나 내가 뭐하다가 잠 들었더라..'


이렇게 꿈에 빠져들면 현실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금세 기억나지 않곤 했다.

아니, 사실 꿈을 자주 꾸던 2년 전을 생각하면, 오히려 그 기억들을 의식적으로 외면하려 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겠지.

그때는 떠올리기 싫은 일상들의 연속이었으니까.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지금이 꿈속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레 깨닫게 되는 것처럼.

잠에 빠져들기 직전의 순간도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씨발..'


떠올린 기억은 여태 떠올린 모든 기억들 중 단연코 가장 최악이었다.

그 어떤 것도 죽는 것만큼은 나쁘지 않았으니까.


'진짜 좆같네..'


곧 죽을 것이라는 것을 깨닫자, 지금 느끼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상쾌하게 느껴지던 바람은 텁텁하기 그지 없었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고양감은 허황된 꿈의 편린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조금 전까지 느끼던 즐거움이 단번에 절망으로 바뀌려던 순간.


'으윽?'


하늘에서 무언가 나를 끌어올리는 듯한 느낌이 나더니, 나는 천천히 허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헉. 이, 이게 무슨.. 설마?!'


꿈에서 깨어나려고 하는 건가?

아니, 안돼. 꿈에서 벗어나는 순간 죽음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었다.


'안 돼, 제발!!'


극도로 불안해진 나는 필사적으로 온 힘을 다해 발버둥쳤다.

그런데 분명 내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던 팔과 다리가 자유롭게 움직여지는 게 아닌가.

이에 깜짝 놀란 나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은빛 갈기로 뒤덮여 있던 손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내 본래의 손이 시야에 들어왔다.

다만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투, 투명해..?'


손 너머로 옥상의 바닥이 그대로 비칠 만큼 내 손은 투명했다.


'대체..?'


꿈에서 이런 일은 처음인 터라, 곧 닥칠 죽음마저 잠시 망각한 채 멍하니 손만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들려오는 익숙한 소리에 나는 천천히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타다닥.


고개를 들어 바라본 눈앞에는, 은빛 갈기를 지닌 생물체가 빠른 속도로 뛰어가고 있었다.

그것은 분명 바로 조금 전까지 내가 지니고 있던 것과 똑같은 은빛 갈기였다.


탁.


그 생물체는 이곳에 보이는 건물 중 가장 높은 곳을 향해 힘차게 도약했다.

그리고는 이전처럼 가볍게 착지하더니, 더는 움직일 생각이 없다는 듯 그 자리에서 우뚝 멈춰 섰다.


'...'


여전히 궁금한 게 많았지만 이제는 상관 없었다.

어차피 이것은 그저 꿈일 뿐이었고, 중요한 건 내 죽음이 곧 임박했다는 사실이니까.

체념한 나는 끌어 당기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것을 느끼며 그 생물체의 등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조금 전까지 저 생물체였었던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확신할 순 없었지만, 직감적으로 그랬음이 분명했다.


'.. 굉장했지.'


저 생물이었을 때 느낀 고양감과 신체 능력은 정말 일반인인 내게는 경이로운 수준이었다.

만약 그런 능력을 실제로 가졌더라면, 현실에서의 결과는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 나 참..'


생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순간에조차 쓸데없는 상상에 빠져 있던 바로 그때, 어디론가 빨려들어가는 감각이 느껴졌다.

이제 정말 꿈에서 깨려는 모양이다.

그래도 마지막 순간에 즐거움을 안겨준 저 꿈속의 생물체에게 감사를 보낸다.


'멋지긴 하네.'


바람에 나부끼는 은빛 갈기를 보던 시야가 의식을 잃을 때처럼 서서히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찰나, 등을 보이고 있던 생물체가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굽은 등에 가려 보이지 않던 뾰족한 귀와 길게 뻗은 주둥이에 박힌 날카로운 이빨들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아..'

꿈은 꿈이구나.


'늑대인간이라..'


생물체의 정체를 깨달음과 동시에 나는 다시 한 번 의식을 잃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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