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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만 꾸면 강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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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보이맨
작품등록일 :
2024.06.24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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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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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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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각성.. 했나?

DUMMY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온 듯한 감각과 함께 천천히 눈을 떴다.

몽롱한 정신에 초점도 흐릿했지만, 한가지는 분명했다.


'아직.. 살아있다?'


무언가 나를 짓누르는 듯한 압박감.

온몸을 타고 흐르는 듯한 심장박동.

먼지 낀 공기가 폐부를 감싸는 익숙한 느낌.

이 모든 감각에 정신이 번쩍 들며, 나는 두 눈을 부릅 떴다.


'아..'


괴물은 여전히 나를 발로 밟고 있었고, 그 뒤로 비치는 천장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롭게 내려앉아 있었다.


'제기랄..'


살아있다는 안도감도 잠시,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절망감에 다시 휩싸이려는 순간.

문득 의문이 머릿속을 스쳤다.


'왜.. 아프지 않지?'


차라리 죽는 게 나을 정도라고 여겼던 고통이 말끔히 사라졌다.

게다가 괴물이 나를 짓누르던 압박감도 그리 심하지 않게 느껴졌다.


'뭐지..?'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나는 이상하게 확신이 들었다.

그래, 예를 들자면.


펑!

나를 밟고 있던 괴물의 발을 손쉽게 치워버릴 수 있다는 확신.


빠각!

단 한번의 발차기로 괴물을 창고 밖으로 날려보낼 수 있다는 확신.


그리고 이 모든건 단 하나의 결론을 가리켰다.


".. 내가 각성한 건가?"


저 멀리 튕겨나간 괴물을 보며 양손을 쥐었다 폈다.

갓 각성한 헌터가 교육도 받지 않은 채 곧바로 첫 전투를 치렀을 때의 생존 확률이 얼마였더라?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뭐, 상관없다.

전신을 타고 흐르는 이 거대한 힘이라면..

눈앞의 괴물들을 찢어발기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테니까.


크르릉.


멀리 나가떨어진 괴물 주변으로 나머지 무리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내 발차기에 튕겨 나간 괴물은 머리라도 으깨졌는지 미동도 없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며 나는 창고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파삭.


무너진 창고의 잔해를 밟는 소리가 고요를 깼다.

그 소리에 괴물들의 붉은 눈동자가 일제히 나를 향했고, 순간 주변의 공기가 얼어붙는 듯했다.

나를 노려보는 그들의 눈빛에는 광기와 살의가 서려 있었다.


침묵의 대치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내 몸이 완전히 창고 밖으로 나오자, 으르렁거리는 소리와 함게 괴물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천천히, 그러다 점점 빠르게.

순식간에 그들은 폭주하는 열차마냥 나를 향해 돌진해왔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지금은 각성자지만 조금 전까지 일반인이었기에, 긴장될 법도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전혀 긴장되지 않았다.

분명 각성과 연관이 있는 거겠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괴물은 어느새 내 코 앞까지 다가왔다.

온몸의 근육이 부풀어 오르며 내 의지에 따라 움직일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나는 외쳤다.


"와라!"


내 외침에서 늑대 울음소리가 겹쳐 들리는 건 기분 탓일까.


그렇게 각성자로써의 첫 전투가 시작됐다.


* * *


검은 지프 한 대가 사이렌을 울리며 급하게 어딘가를 향하고 있었다.


"간만에 잠에 들었었는데,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지."


얼굴을 굳인 채 운전대를 잡은 사내의 중얼거림에 조수석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강 팀장님뿐만 아니라 근방의 모든 휴가자가 현재 그곳으로 집결 중입니다."

"나 같은 휴가자들만 불쌍하게 됐군.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설명도 없이 긴급 소집을 하는 거지?"

"그에 대해선 저도 들은 바가 없습니다. 일개 부관으로서는..."


부관의 말에 운전대를 잡고 있던 강한석의 손등에 핏줄이 돋았다.


"하, 상부 새끼들.. 까라면 그냥 까라는 건가?"

"얼핏 들은 바로는 이번 게이트로 인한 인명 피해가 심각하다고 합니다."

"뭐라고? 인명 피해?"


뜻밖의 말에 강한석은 두 눈을 크게 뜨며 부관을 힐끗 쳐다보았다.


"인명 피해가 얼마 만에 발생한 거지?"

"에너지 파인더 개발 이후 처음이니, 약 1년 8개월만입니다.

"그런가.."


강한석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서둘러야겠군."


두 사람이 탄 지프가 더욱 속력을 올리기 시작했다.


* * *


강한석과 그의 부관은 이윽고 사건 현장에 도착했다.


"정지, 이곳은 민간인 출입 금지 구역입니다."

"특수반, 강한석 대위다."


강한석이 신분증을 보이자, 현장을 지키던 병사가 바지춤에서 쇠 막대기를 꺼냈다.

그리고 쇠 막대기에서 빨간 레이저가 뿜어져 나와 강한석의 신분증을 스캔했다.


삐빅-


"신분 확인 완료됐습니다."

"고생해라."


신분 확인을 마친 강한석과 부관은 '통제구역'이라 적힌 노란 폴리스 라인을 넘었다.

이윽고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야말로 참혹했다.


"..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특수반 인원들이 옮기는 시체들은 여러 갈래로 조각나 있었고, 일부는 그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을만큼 짓이겨져 있었다.

지옥과도 같은 광경에 잠시 멍하니 서 있던 강한석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팀장님?"


강한석이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팀원인 이세진 중사가 있었다.


"이 중사."

"언제 도착하셨습니까?"

"방금. 근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강한석의 질문에 이 중사가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대답했다.


"일단 현장을 정리하면서 시체들의 신원부터 파악하라는 명령만 받아서 저도 자세한 건 모릅니다."

"3팀 인원 전부가 이곳에 와 있나?"

"네, 그렇습니다."

"나 대신 팀원들 통솔한다고 고생이 많군."


강한석의 격려에 이 중사가 멋쩍은 듯 쓰고 있던 헬멧을 매만졌다.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여기 지휘 본부는 어디에 있나?"


이 중사가 현장에서 떨어진 구석에 설치된 간이 막사를 가리켰다.


"저쪽입니다."

"그래, 알았다. 다녀올 테니 조금 있다 팀원들과 함께 보자."

"네!"


강한석은 이 중사의 경례를 대충 받은 뒤 빠른 걸음으로 막사를 향했다.


"공사 현장이라 차량 진입로가 여러 개였나 봅니다."

"저기 막사가 있는 것을 보니 확실히 그런 거 같군."

"그나저나 정말 참혹한 현장입니다.."

"그래.."


앞장서 걷던 강한석이 불편한 기억을 떠올린 듯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덧붙였다.


"마치 게이트가 처음 열렸을 때를 보는 것 같군."

"그때는.. 정말 인류의 멸망만 남았다고 모두가 생각했었죠."


부관의 말에 강한석은 묵묵히 걸었다. 부관도 강한석의 심기를 눈치챘는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잠시 후, 두 사람은 막사를 지키는 병사들을 지나 막사 안으로 들어섰다.

막사 안에서는 이미 브리핑이 한창이었다.


"그래서, 이 부분을 미루어 보건데.."


강한석은 빈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자 바로 옆자리에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늦었네?"

"늦긴 무슨.. 소집 명령 떨어지자마자 달려왔다."

"휴가 중이었을 텐데 마른 하늘에 날벼락 맞은 기분이겠어?"

"쓸데없는 소리 말고 일단 브리핑부터 듣지."


변지석 대위가 어깨를 으쓱이며 모니터로 시선을 옮겼다.

이에 강한석도 브리핑에 집중하려 했지만..


"그래서 이에 대한 해결책은 아직 좀더 강구해봐야 할 것 같다는 게 저희 팀의 결론입니다."


브리핑은 어느새 끝나 있었고, 발표자는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렸다.


"이제부터 질문을 받겠습니다."


발표자의 말에 곧바로 맨 앞에 앉은 사람이 손을 들었다.


"박승찬 대령님?"

"그러니까, 결국은 이 사태의 원인을 전혀 알아내지 못했다는 말인가?"

"'아직은' 없다고 말씀 드리고 싶지만.. 네, 지금까지는 전혀 없습니다."

"게다가 해결책조차 없다는 소리고?"

".. 맞습니다."

"허어."


한숨을 길게 내쉰 대령은 더이상 질문은 없다는 듯 입을 다물었고, 발표자는 자리에 앉은 인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또 다른 질문 없으십니까?"


질문이 있을 리가 없었다.

사태의 원인도 불명인데 그 해결책조차 없다면 무슨 질문이 있겠는가?

그리고 발표자도 이를 알고 있었는지 곧바로 말을 이었다.


"더이상 질문이 없으시다면 브리핑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발표자는 모니터를 끄고 막사 밖으로 향했다.

그의 얼굴엔 숨길 수 없는 참담함이 역력했다.

발표자가 나가자 잠시 적막이 흘렀다.

그때 박승찬 대령이 무거운 기색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들 들었다 싶이 상황이 녹록지 않다."


대령은 잠시 말을 멈추고 막사에 모인 인원들의 표정을 하나하나 살폈다.


"하지만 이럴 때 일수록 각자 맡은 임무에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새로운 정보가 있다면 즉시 보고하도록. 그럼, 이만 해산!"


대령의 마지막 참석자들이 하나둘 일어나 막사 밖을 빠져나갔다.

변지석 대위 역시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자, 강한석이 그의 팔목을 잡았다.


"왜?"

"브리핑 내용 좀 설명해 주지?"

"아, 귀찮은데."


변지석은 뿌드득 소리가 나도록 고개를 좌우로 꺾더니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귀찮다던 말과 달리, 그는 오늘 있었던 브리핑 내용을 상세히 읊기 시작했다.

이어지는 브리핑 요점은 다음과 같았다.


1. 아무런 징조 없이 게이트가 갑자기 열렸다.

2. 이번에 나온 괴물들은 이전과 달리 개와 비슷한 형태였다.

3. 게이트의 갑작스러운 개방으로 현장 인부들이 괴물들에게 학살당했다.

4. 인부들과 마찬가지로 괴물들도 모두 죽었다.

5. 게이트 발생 원인은 물론, 이를 예측할 방법도 아직 전무하다.


"게이트가 열린 곳에 CCTV가 있었길 망정이지.."

변지석은 의자에 몸을 기대더니 아슬아슬하게 의자를 뒤로 기울이며 말을 이었다.


"그게 아니었으면 게이트가 아무런 징조도 없이 열린 걸 나중에서야 알았을 거야."

"그럼 괴물을 죽인 사람의 얼굴도 찍혀있겠군. 누구지? 민간 기업에서 먼저 나선 것은 아닐테고."

"아니, 그건 몰라."

"CCTV가 있다고 하지 않았나?"

"맞아, 분명 내가 방금 그랬지."


탁!


기울이고 있던 의자를 다시 원위치로 돌린 변지석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가 말할 내용은 어차피 CCTV만 봐도 알 수 있으니까 현장에 있는 CCTV를 직접 확인해 봐."

".. 알았다."


변지석은 씩 웃으며 강한석의 어깨를 툭툭 두드린 뒤, 그의 부관과 함께 막사를 빠져나갔다.

잠시 후, 변지석과 짧은 인사를 나눈 부관이 강한석에게 다가왔다.


"대위님."

"그래."


강한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막사 입구로 비치는 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일단 CCTV부터 확인하도록 하지."


* * *


"으으.."


온몸 구석구석 쑤시지 않는 곳이 없다.

괴물의 발과 충돌했을 때 만큼은 아니지만..

고아원 원장이 체벌이라는 명목으로 나를 구타했을 때 정도의 고통은 되는 것 같다.


"각성하면 원래 다 이런 건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던 고양감은 마지막 괴물을 곤죽내자 서서히 사라졌다.

처음 써는 능력이 미숙했던 탓일까? 영문을 알 수 없어 답답한 마음은 점점 옅어지는 신체의 고통에 반비례해 커져만 갔다.


"어떡하지.."


그 일이 있은 지 정확히 3일이 지났다.

처음엔 괴물을 모조리 처치한 후 자리를 지키려 했다.

비록 인명은 구하지 못했지만, 내가 괴물들을 처리했다고 말하고 싶었다.

각성으로 별 볼일 없던 인생에 전환점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힘이 서서히 사라지는 것이 느껴지자 곧 두려움이 엄습했다.

게다가 내가 괴물들을 정리했는데, 능력 없는 내 모습을 보고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것 같았다.

마치 사라지는 힘과 함께 괴물을 죽일 때의 배짱도 함께 빠져나가는 듯했다.

그래, 꼭 거짓말 쟁이로 몰릴 것 같아 두려웠다.

그래서 그 두려움을 피해 남은 힘을 쥐어짜 이 좁디 좁은 원룸으로 돌아왔다.


"아픈 건 대체 언제 없어 지는.."


똑,똑.


주문한 배달이 벌써 도착한 모양이다.

앱에는 아직 배달 중이라고 뜨지만, 이런 일은 종종 있었기에 나는 아무 생각없이 말했다.


"문 앞에 놓고 가세요."


사람이란 생명체는 참 아이러니하다.

앞날을 고뇌하는 순간에도 배고픔에 음식을 찾으니 말이다.


"으윽.."


아픈 몸을 이끌고 현관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끼익-


하지만 문을 열자 눈에 들어온 건 복도 바닥도, 배달 음식 비닐봉지도 아니었다.


"안녕하십니까. 성시우 씨 맞으십니까?"


나는 고개를 들어 목소리의 주인공을 보았다.


".. 누구세요?"


"아, 정부 산하 게이트 전담 특수반에서 나왔습니다."


새까만 정장에 어울리는 칠흙같은 구두를 입은 사내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무언가를 꺼냈다.

신분증으로 보이는 그것에는 TV에서 보던 특수반 문양과 함께 '강한석'이라는 이름 석자가 적혀 있었다.


"몇 가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아.."


아무래도 얼마전 게이트가 열린 현장에 있던 것이 들통 난 것 같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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