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단체는 허구입니다. 설정에 따라 현실과 다를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2019년 2월.
답지 않게 화창한 날씨였다.
눈이 아닌 비가 한바탕 휩쓸고 간 뒤라 그런지 공기도 상쾌했고, 햇볕은 어찌나 따뜻하던지 걷다가도 졸릴 지경이었다.
바야흐로 벌써 봄이 오는가.
하지만 그딴 건 내게 조금도 중요하지 않았다.
“하······. 어디 공고 난 데 없나······.”
부단한 노력으로 일찌감치 취직한 친구들과 달리 나는 아직 백수를 벗어나지 못했다.
어지간한 자격증 정도는 갖춰놓았지만 마치 누군가가 방해라도 하는 것처럼 서류 한 번 통과하지 못했다.
이렇게 일이 안 풀리다보니, 나도 사람인지라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도 한다.
“아, 진짜 공무원 준비나 할까······.”
그렇게 중얼거리는 내 눈에 한 가지 키워드가 띠었다.
“한국방송기자 공개채용?”
초록색 창으로 유명한 포털 사이트 메인에서 떡하니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실시간 검색어.
한국방송이 어떤 곳인가.
우리나라 최고의 공영방송사이자 온전한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공정함을 모토로 세운 바로 그곳.
국민 신뢰도가 무려 50%에 달하는데다가 대기업 뺨치는 연봉을 받는 꿈의 직장이 아닌가.
물론 그런 만큼 엄청난 스펙과 학력을 가진 인재들만 뽑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큰 감흥은 일지 않았다.
그저 한가하다는 이유로 클릭했을 뿐이었다.
딸깍-
<한국방송은 대한민국의 트렌드를 이끌어 갑니다!>
-한국방송은 늘 대한민국의 유행을 주도해 왔습니다. 이제 이 양상이 단적인 문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면에서 나타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채용에 있어서 지원자의 스펙이 아닌 사람을 보고 뽑는 방식이 세계적인 추세가 될 것이고 저희 방송국이 그에 있어서 다시 한 번 앞서나가고자 합니다.
이번 공개채용은 기자분야에 국한되지만 앞으로 점점 범위를 넓혀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스펙을 안 봐?”
나도 어디 가서 꿀리지 않을 정도의 자격증은 있지만 스펙이란 것은 그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카테고리다.
취업처에 필요한 자격증은 물론 학벌, 학점, 어학연수 경력, 각종 수상경력, 봉사활동, 대외활동, 회사 근무경력······.
이런 것들을 안 본다는 것은 꽤나 이례적으로 파격적인 조건이었기에 어째서 지금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는지 이해가 훅 갔다.
물론 블라인드 채용이라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외국에서도 많이 시도하려는 노력을 보였지만 성공사례보단 실패사례가 압도적으로 많았으니까.
과연 내가 여기 지원하면 서류나 통과할 수 있을 것인가.
생각은 그리 길지 않았다.
“한두 번 겪어보나. 떨어지면 말지, 뭐.”
그렇게 언제든 낼 준비를 해왔던 이력서에서 자기소개와 살아온 환경, 좌우명 등등 뻔한 사항들을 복사해 붙여 넣어 온라인 지원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며칠 뒤, 나에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안녕하세요, 박진우 님 맞으시죠?
“네, 그런데요?”
-축하드립니다. 한국방송기자 공개채용 1차 서류면접에 합격하셨습니다.
······뭐지? 신종 보이스 피싱인가?
아니다. 분명히 거짓말은 아니다.
어떻게 아냐고?
나한텐 그게 보이거든.
- 작가의말
거짓말이 가득한 만우절이 아닌, 거짓말 같은 좋은 일들이 가득한 만우절 되세요.
[역대급 팩트체커] 다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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