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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70 님의 서재입니다.

죽어서 살려준다고 하는데 그냥 안살려줌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Lv.70
작품등록일 :
2021.07.30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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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9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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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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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3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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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쪽

22. 하이 큐 - 2

DUMMY

들어와 군장을 놓고 본격적으로 사막을 건너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대비했다. 모래에서 반사되는 직사광선을 막지 않으면 살이 타는 건 물론이고 시신경과 같이 중요한 감각기관에 화상이 올지도 몰랐다. 짐을 놔두고 통풍이 잘되는 옷과 선글라스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밤이 되면 영하의 기온까지 추락할 테니. 패딩은 둘째치고 발열 내의를 사야 할지도.


"아냐.. 자원을 돌리면 추위는 어떻게든 버텨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중에 폰에 링크가 도착해있는 것을 본다. 잠깐 누워서 링크를 확인해 보자. 해가 떠 있는 시간 동안은 더워서 움직이기도 싫으니까.


링크엔 초 장문의 글이 나온다. 약관 동의서 같은 건가? 글도 작아서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이해조차 되지 않았다.


20분 동안 모든 글을 읽어보니 몇 가지 큰 사항으로 간추려졌다.


- 3명이 한 팀.

- 토너먼트식으로 싸움.

- 이 무대에 한 해 죽음에 가까운 충격을 받을 경우 스테이지에서 리타이어 되고 세이프 룸으로 방출.


이 정도였다. 그 외에는 경기장에서 상대 팀과 싸워 이겨야 다음으로 진행되며 플로어 마스터와 대리가 모든 싸움에 심판으로 들어온다는 얘기였다. 일종의 철권 릴레이 배틀 같은 건가?


그리고 가장 아래에 52팀이라는 마크가 보였다. 팀 번호인가? 폰으로 밖의 온도를 확인하고 적당한 시간에 알람을 맞춰 놓는다. 그리고 데드맨 위키를 이곳저곳 들쑤시고 다닌다.


그때 노크가 들려왔다.


"손님. 다른 손님이 보시자고 하십니다. 팀 52번이라고 전해달라 하시네요"


순간적으로 놀라 바로 일어났다. 아니 내가 있는 장소를 안다고?


나는 경계하며 밖을 쳐다봤다. 거기엔 카운터에 있던 그 점장이었다. 나는 문을 열어 그의 얼굴을 봤다.


"누가요?"


"그.. "


주인은 왼쪽을 본다. 거기엔 2명이 서 있었다. 적대적인 느낌은 전혀 아닌 사람들이었다. 한 명은 30대인지 40대인지 알 수 없었지만, 주름 없는 백발의 동아시아풍 남성이었다. 한국 길거리에 있을 만하게 옷을 입고 있기도 했다. 반면 다른 한 사람은 20대 중반의 여성이었다. 이쁘다? 아니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매력이 있다고 표현하는 게 맞지 싶었다. 마치 조금 전에 관리받은 찰랑거리는 머리카락. 진하진 않지만 돋보이게 하는 메이크업. 몇 겹이나 겹쳐 입은 실용적인 방어구까지. 그러고 보니 남자 쪽은 방어구가 아예 없군.


나는 방을 나와 그들에게 다가갔다. 남자 쪽에서 폰을 들이민다. 거기는 설명서에서 봤던 그 팀 문양이었다.


"52지구는 한국을 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군."


셋이 한국 사람임을 직감했다. 이전 스테이지에서 더빙처럼 입 모양과 안 맞던 것과는 다르게 자연스러운 입 모양. 게다가 억양조차도 사투리가 살짝 들어가 진짜 한국인이었다.


"반가워요. 이다혜예요."


그리고 바로 악수를 해오는 여자. 목소리도 간드러져 좋다.


"아진수입니다."


그리고 고개를 남자 쪽으로 돌렸다.


"이찬석."


묘하게 낯이 익었다. 봤던 사람인가? 아니 이상하네. 최근에.. 어디서....!?


나는 바로 폰을 꺼내 사진을 봤다. 튜너.. 머리색이랑 스타일이 바뀌었지만, 사진과 정확히 일치했다.


"허허"


이찬석은 멋쩍게 웃었다. 이런 일이 자주 있는지. 별다른 말은 안 했다.


"와 역시 유명인이시네! ㅋㅋ"


이다혜는 이찬석을 보고는 음흉하다면 음흉한 미소를 짓는다.


"위키에 얘길 해야겠네. 초상권 없으니, 거지 같구먼."


순간적으로 내가 그에게 무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명인을 봤을 때. 폰으로 보면서 비교하진 않으니까.


"아 죄송합니다.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알게 됐습니다."


"아냐. 나도 몇 년 전까지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거든."


이찬석은 말을 아꼈다. 그리고 화제를 돌렸다.


"별일 없으면 같이 앉아서 대화를 좀 하지?"


나도 이다혜도 전적으로 동의했다. 나는 여관에서 마실 것을 공수해 테이블에 앉았다. 둘 다 커피 나는 콜라. 씹을 거리로는 보존식 육포를 놔뒀다. 이다혜는 만족스러워 보이며 바로 육포를 씹기 시작했지만, 이찬석은 이 더운 날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홀짝인다.


"그럼 어디까지 진행됐고 어떤 능력인지 알려주겠나?"


이찬석은 커피가 만족스러운 듯이 한숨 고르고 말한다.


"아 저는 그 딱히 능력이랄 것도 없고 움직여도 피로가 덜하고 힘세지기도 하고요. 그 뭐냐 검기 같은 필살기 같은 것도 있습니다."


아까의 미안함에 먼저 입을 열었다.


"심플하네. 심플 이즈 베스트지. 우리 쪽은."


이찬석은 이다혜와 누가 먼저 할지 정하는듯한 사인을 보였다. 하지만 '우리'? 이다혜는 갑자기 어디서 꺼내든 허니브레드를 먹기 바빴다.


"어.. 같이 큐 잡으신 건가요?"


"맞아. 너한텐 좀 하이큐가 되긴 했겠지? 원래 이 스테이지는 50층 전후로 매칭되는 스테이지라. "


50층...!?


"어..."


무슨 일인지 감도 안 잡혔다. 앞으로 47개의 스테이지를 지나야만 이 스테이지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사람들과의 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져 있다는 것을 뜻할지도 몰랐다. 무엇보다도 한 스테이지에 짧게는 2달 길게는 몇 년이고 걸린다고 했을 때. 데드맨으로써 경력이 하늘과 땅 차이라 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나의 반응을 살폈다. 그리고 이찬석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몇 스테이지인지?"


"... 3스테이지요."


둘 다 입을 다물었다. 마치 햇병아리를 보는듯한 눈이었다.


"너무한 거 아니에요? 아무리 안 죽는다 해도 한번 죽으면 바로 리타이어라면서요."


이다혜가 투덜거리듯 말했다. 하지만 이찬석은 좀 다른 생각인듯했다.


"능력은 누구한테 배운 거냐?"


"능력이요? 아 네. 첫 번째 스테이지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서 그 사람한테 배웠습니다."


"이 정도의 질량을 가질 수 없는 레벨이지. 스테이지의 진행도는 낮으나."


이찬석이 이다혜를 보며 말했다.


"뭐라구요?"


"말이 안 될 거 없지. 그리고 너랑 나랑 큐 잡는데. 이 정도면 진짜 감지덕지인거 몰라?"


이다혜는 불만족스러워 보였다. 다른 건 몰라도 제시카가 능력적인 방면으로 우수하다는 건 알겠군. 잘 배웠어. 나중에 만나게 되면 고맙다고 해야겠다.


"3스테이지를 기억하긴 해요? 다들 총 들고 서로에게 쏜다, 만다 이러고 있을 땐데. 뭔 토너먼트에요. 그것도 여기서 1등 하는 게 목적이라면서요. 한 명 더 있고 없고 가 얼마나 큰데"


"괜찮아. 어쩔 수 없이 튜닝을 좀 하는 수밖에."


"얘한테요???"


이다혜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이찬석을 몰아세웠다. 완전 화가 난 듯이 10살 이상의 사람을 가차 없이 밀어붙인다. 하지만 이찬석도 한마디 안 진다. 둘 다 말이 너무 빨라서 무슨 얘기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내 입장에도 기분이 나빴지만, 도저히 말할 상황이 아니었다.


"좋아요! 그럼 하세요! 하시라고요. 그 수많은 좋은 조건 놔두고 지 신념이니 뭐니 하면서 미뤄오더니 이번엔 '이기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 어휴 어차피 거기까지인 거죠? 능력 있으면 뭐해 으으 역시 게임에 참가하지 말고 있을걸"


"아? 아. 그 얘긴 하지 마. 너나 나나 거기 있을 바엔 게임에서 구르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겨우 나온 거잖아. 안 그래? 고작 이런 걸로 말을 바꾸는 건 구제해 준 사람한테 실례지!"


구제? 이다혜는 그 얘기가 나오자 속사포 같은 입을 닫았다. 아킬레스건이라도 되는 건가? 이찬석은 톤을 바꿔서 나에게 말했다.


"걱정은 하지 마라. 1등 하는 게 목표고 누가 파티에 들어오든 간에 모든 수를 동원해서라도 이뤄내는 게 능력이지. 그러니까 너는 내키지 않겠지만 여기서 고속 성장을 좀 해줘야겠다. 잔챙이들은 모르지만, 결승에 올라올 만한 애가 나 혼자론 좀 벅차거든···."


"후.."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는 이다혜. 이제 감정이 좀 진정됐는지 살짝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어.. 그러니까 튜닝해 주신다는 거죠?"


"특별히. 해주마."


"그런데 궁금한 게 1등 하면 뭐가 되나요?"


이다혜와 이찬석은 썩은 동태 눈깔로 날 봤다.





"그러니까 최고 권한을 한번 시행하는 권한을 가진다는 건가요?"


"맞아. 그 권한의 범위는 너무 방대해서 무슨 소원이든 들어준다고 해"


이다혜는 체념한 듯이 이 스테이지에 관해서 자세히 알려줬다.


"어느 정도의 파워를 가졌는지 아무도 몰라. 따져 말하자면 '리프트'를 제외한 모든 걸 이룰 수 있다고 하지."


그렇다면 엄청나게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포인트를 무한히 얻을 수 있다면 리프트를 목적으로 진행하지 않아도 충분히 먹고살 만했다 세이프 룸 내에서 좀 우울하겠지만 적어도 이 죽고 죽이는 게임을 멈출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뭘 비실 거예요?"


둘 다 조용했다. 짜기라도 한 듯이. 둘 다 말 못 할 소원이 하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난 당장 떠오르는 소원이 없었다. 살아나는 게 아니면···. 그냥 다음 스테이지에서 잘 할 수 있게 준비하는 것 정도? 아니면 좀비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네.


"마실 것 좀 더 드릴까요?"


"... 좋지."


이찬석은 반도 안 비어있는 커피를 나에게 건넸다. 침묵을 깨는 걸 돕듯이. 커피를 다시 채워 올라왔을 때. 둘은 스테이지의 첫 번째 싸울 장소를 추론하는듯했다.


"이 장소일 가능성이 높고. 그렇다면 고지대의 고지대를 네가 잡고 나랑 꼬마 애가 정면에 서는 게 좋겠다."


"위험하지 않겠어요?"


"물론 위험하지. 하지만 이렇게 하면 이겨."


"룰로 강제당하면 어쩌려고요?"


"그땐 유연하게 대처하도록 해. 고정관념을 벗어나는 건 나보다 네가 잘하잖아?"


"번지르르하긴."


"작전은 다 짜졌나요?"


"어 대충. 아마 이슬람 팀을 만나기 전까진 별로 어렵진 않을 거야."


"이슬람 팀요?"


"가명이야. 하루에 3번 신에게 존경을 담아 인사를 한다고 하더라고. 알아본 바로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인데 말이야."


"에.. 제가 그거에 대해 전혀 몰라서요.."


"그래 한국 사람이라면 모를만하지. 힌두랑 이슬람도 구분 못 하는 사람이 태반이니까. 진심 몰라도 돼. 이전에 같이 스테이지를 진행했는데. 뭔 나이프 하나로 탱크를 갈라버리더라니깐."


"네?"


"나이프 하나로 탱크를 반으로"


"아 잘못 들은 게 아니구나."


씨발.


"근데 그건 아저씨도 가능한 거 아니에요?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는데?"


"물론 어려운 일은 아니지. 만전을 기해서 탱크가 가만히 있고 나에게 시간이 주어진다면. 근데 걔는 달려가면서 손짓 한번 쓱. 쩍. 깩. 알겠냐?"


모르겠는데요?


아무래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아니 애초에 말려든 느낌 뭘까. 아니 그런데 나중에 되면 탱크랑 싸워야 하나? 좀비 밭을 살아가는 게 전부가 아님은 확실한 것 같군. 그리고 나 말고도 다른 두 사람의 능력은 안 밝히는 건가?


"크흠. 그래 그 이슬람 팀도 우리처럼 언밸런스할 거지만 적어도 선봉과 중견 싸움에선 저쪽이 유리할 거야. 그 이슬람 팀의 넨은 비정상적이거든."


"넨?"


나는 모처럼 아는 말이 나와서 반응하고 말았다. 하지만 내가 초보라는 것을 인지한 이찬석은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을 해줬다.


"일종의 능력 방식이지. 사람들이 임의로 정한 것이긴 한데. 계통이라고 해야 하나 적합성이라고 해야 하는 것이야.


너처럼 몸의 내부에서 강화하거나 에너지의 형태로 발산하거나 하는 것을 넨.


접합한 도구나 심법 운용법이 더해져서 혈 자리를 중심으로 조절이 불가능한 동작, 신경계를 컨트롤하는 것이 무공.


에너지를 체외로 빼서 현상이나 물건으로 바꾸는 것을 마법.


등등이 있지. 흔히 스택 쌓는 능력은 카르마라고도 하고 마법 무공 넨을 한꺼번에 쓰는 능력도 있지. 개중엔 규모가 크거나 효과가 탁월한 것을 신기라고도 하고"


"다들 적당 적당하네요. 알기 쉽다고 해야 하나.. "


"그걸 정의하는 것도 우리랑 비슷한 사람들이야. 우리들이 아는 그 개념이 다시 여기 와서 통용되는 거뿐이지. 나이 좀 어린애들에겐 스킬이라고 하는 편이 설명하기 좋고."


이런 거 이름 붙이기 좋아하는 사람이 있겠지. 적어도 내 눈앞에. 하지만 그렇게 관심이 많다는 말은 능력을 키우기에 적합한 정론을 제시해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이번 스테이지가 여기 두 사람에겐 중요해 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한번 보자. 아까도 말했지만, 자격조건 강화를 좀 해줘야겠다."


이찬석은 뒷주머니에서 나무젓가락처럼 2단으로 되어있는 플라스틱을 꺼냈다. 아니 저거 뒷주머니에 들어갈 만한 크기가 아닌데?


"웃옷 벗고 저기 엎드려라."


침대에 엎드리라 한 게 아니었다. 손가락은 바닥 양탄자를 가리키고 있었다. 하.. 쉽게 갈 리가 없지.


내키지 않았지만, 의사에게 환부를 보이는 것처럼 약간 긴장되었다.


"조금 따끔할 거다."


집게로 목 아킬레스건 손목 힘줄을 집었다. 조금만이라도 세게 잡으면 바로 상처가 날듯이 아팠다.


"윽!"


전기가 온몸을 통하는듯했다. 3번의 전기가 흐르곤 이찬석은 내 몸에 집은 집게들을 뺐다.


"어후.."


"이제 일어나도 돼."


그는 5개의 집게를 하나로 합치면서 폰을 보고 있었다.


"엥..?"


집게를 바지 뒷주머니에 넣고 나서. 폰을 다시 살펴본다. 아니 집게 어디 간 거냐고.


"왜요?"


"아니 이럴 리가 없는데."


"뭔데요?"


이다혜까지 와서 상황을 살핀다. 이찬석은 폰을 이리저리 만져본다. 으아 궁금해 뭔 일이야!


"어.. 능력 아는 사람한테 배웠다고 했지?"


"네.. 1스테이지에서 얼굴 봤다가 2스테이지를 같이 진행하게 돼서 좀 배웠죠."


"어떻게 가르쳤는데?"


"그 뭐냐 나눠준다고 했나? 주입한다고 해야 하나. 받으면 그걸 돌리느니 뭐니 해서 그랬을걸요...?"


"능력으로?"


"아뇨 실험실에서 얻은 아이템으로 한다던데"


"그래 말도 안 되지 이거는"


"뭔데요 궁금해서 뒤지겠네"


나는 폰을 향해 얼굴을 들이밀었다. 하지만 뭔지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을 뿐이었다. 아니 뭐야 남이 보면 암호화라도 해놓는 건가? 화면보호기를 보면서 놀라는 거 뭔데.


"주술 제약 서약 맹약 계약 이런 거 없이 이 정도의 적성과 양은 말이 안 돼. 남의 에너지가 들어와서 돌고 있는 거 아니면"


"그럼 얘한테 2인분 에너지가 있다고요?"


"이론상은 그렇지. 너 방금 계통 얘기 기억나지?"


"넨이니 마법이니 그런 거요?"


"맞아. 대부분 적성이라고 해야 하나 에너지를 가장 강력하게 낼 수 있는 분야가 있기 마련이지. 전체에 적성을 가지려면 효율이 안 나오는 다른 분야를 연습해야 하는 부분이지. 적성이 없을수록 속도도 더뎌서 보통은 자신과 맞는 적성을 바탕으로 능력을 구축한다."


"으아니 그래서 전 어떤데요!"


"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만.."


이찬석은 나에게 주먹을 툭 대며 말했다.


"넌 근접 계열이 어울린다. 넨이나 무공 쪽을 수련하는 게 가장 빨리 강해지는 길이야. 마법은 젬병. 아니 지나가는 개미가 더 잘할 거다."


"아니 그런..."


"끝까지 들어. 마법은 다른 한쪽이 메꾸고 있다. 시간이 지나 봐야 알겠지만, 두 에너지가 아직은 각자의 성향을 띠는 중이다. 중요한 건 네가 너의 에너지를 쓸수록 점점 두 번째 에너지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지. 자신의 에너지는 계속 사용되고 창출되지만, 다른 에너지는 소모만 되고 채워지진 않으니까."


"아 그렇군요.."


제시카의 자원이 내 몸을 돌고 있다는 건가. 무슨 짓을 한 거냐.. 그 긴급한 순간에 기절한 이유가 이거였나.


"중요한 건 두 번째 에너지가 네 잠재력보다 10배는 순도가 높고, 사용하기에도 용이하단 거지."


아니···. 그렇게 얘기하시면···. 제가 뭐가 됩니까?


목구멍까지 차올라온 말을 하진 않았다. 그래도 이 분야에서 나름대로 이름 있는 사람인데. 그렇게 막 대하고 싶진 않았다. 저 사람은 날 막 대하고 있지만.


"음... 하지만 이 센서에 반응된다는 것은 네가 이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지."


"그건 또 뭔 소리예요? 그러니까 한 사람이 두 명 이상의 에너지를 운용하는 게 가능하다고요?"


이찬석의 말에 이다혜가 눈을 반짝거리며 물었다.


"보통은 조건이 까다롭게 붙지. 효율도 구리고 결국 한 사람의 잠재력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서 하진 않아. 데드맨이 자살하기 전이나 죽기 직전이 아니라면 잘 하지도 않을 거고. 하더라도 성과를 내는 건 드문 사례 중에서 드물지."


"와 그럼...? 그래도 재생되는 에너지는 아니니까. 필살기 이런 거?"


두 사람은 나에게 시선이 왔다. 아니 어째야 하는 거야? 순도가 높으면 뭔데. 적성이 높으면 뭘 해야 하는 건데! 나의 물음에 답하듯 이찬석이 말을 꺼냈다.


"다행히도 그 스승이라는 사람의 재능 편린만 봐도 얼마나 대단한 능력자인지 알 수 있어. 네가 만약에 두 에너지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면, 재생되지 않는 마법 쪽이 도와주는 형식이 가장 베스트겠지. 순도 높은 에너지를 꺼내 쓰지 않고 너의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만들거나 강하게 만들거나"


"어... 어떻게요?"


"나도 처음이라 몰라. 지금은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만 본 거고 네가 어떻게 운용하는지는 직접 봐야 알지 않겠냐? 그러니까 가자"


이찬석은 일어나 문을 박차고 움직인다. 다른 두 사람만 즐거워 보이고 나만 재미없나.





"정말 그 무기 확실해?"


"네. 손에 착착 맞기도 하고 처음에 성공한 게 도끼라"


오른손에는 내 팔뚝만 한 굵기의 도끼를 들고 있었다.


"넨이든 마법이든 무술이든 자기에게 맞는 무기를 찾는 것은 정말 중요해. 일종의 부적 같은 것이기도 하고, 무기와의 카르마도 순간적인 화력이나 유지비 같은 것에 크게 영향을 미쳐."


"그런 거군요.."


도끼를 끝까지 들고 갈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당장 떠오르는 다른 무기도 없다. 권총? 제시카가 줬던 에너지라면 권총이나 저격총을 쓰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찬석의 말대로 쓰고 나면 영원히 사라질 에너지라면, 내 자원을 잘 쓰게 돕는 것이 가장 현명하겠지. 아마?


"일단은 실력 좀 보자."


"알겠습니다."


-습- 후우..


심호흡하고 나서 자원을 펌프질시키기 시작한다. 심장을 중심으로 도는 원에 점점 워밍업되어가는 자원. 동맥혈관을 따라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힘.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차오르는 활력이 올라온다. 명확한 목표는 없었지만, 자세를 쥐었다. 도끼의 끝을 의식하며 천천히 들었다. 온몸에 포괄적으로 퍼져있던 에너지를 다시 내면의 원으로 푹 밀어 넣자. 내면의 원은 그 스피드가 한층 더 올라가 더 이상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자원을 한 번에 방출시킨다. 양손을 타고 올라간 자원이 도끼 목을 타고 올라가 날까지 올라간다.


"하아압!"


도끼가 바닥을 순식간에 찍었다. 공터의 끝에는 작은 스크래치가 나있었고 바닥에도 선이 그어져 있었다. 하지만 나 자신으로서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이전 화력의 반도 안 나온 느낌이었다. 이찬석을 보자 이찬석은 오래돼 보이는 외눈 안경을 끼고 상황을 살핀다.


"끝?"


이다혜가 물었다. 아 왠지 기운 빠지네.


"네 뭐.. 이전엔 더 날카롭게 잘 날아갔는데."


"타깃이 있고 없고 가 집중의 차이이기도 하고, 생사의 갈림길에서 더욱 강해지기도 하고, 이번에 잘 안됐다고 걱정하지 마라. 그 정도도 가늠하지 못한다면 눈이 썩은 거지"


이다혜를 까 내리기라고 하듯 말한다. 이다혜는 눈이 빠짝 올라왔지만, 별말 하지 않는다. 이찬석은 내가 선 모습을 제대로 그리기도 하고, 어느 정도 자원을 사용해서 물리력을 행사했는지, 이것저것을 적어나간다.


"설명해야 할 게 많다. 위키를 보여주는 편이 편하겠지만 그러면 시간이 한참 걸릴 테니까. 속성 강의를 해야겠네"


"강의? 스테이지 준비는 어쩌고! 요"


"대진표를 입수했지. 배치만 지키면 문제없어"


"말로는 뭐가 어렵겠어요"


"설계라는 게 원래 그래. 유능한 설계자는 지금 뭘 해야 하는지 아는 거라고"


이다혜는 진짜 밥맛 떨어진다는 듯한 표정이다.





여관으로 돌아오고 나서 이찬석은 이상한 기구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개중엔 익숙하면서도 정말 다시 보기 싫은 물건들이 몇 가지 있었다.


"경락계에 대해 모르진 않겠지?"


"네 모르진 않죠. 저의 할머니가 한의학에 열혈한 신봉자셨거든요"


"그러면 잘 알고 있겠네. 생각보다 효력이 있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는 것도"


"그런데 저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따라가서 맞았는데 돈은 돈대로 들고 효과는 잘 모르겠는데. 할머니가 그 힘든 몸을 이끌고 간 곳이라 시원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죠."


"나는 생각보단 안 믿는 편이야."


"네.. 네? 그럼, 그건 왜 들고 다니시는 거예요?"


"생각보단 안 믿는 편이라고. 한의학은 귀납적으로 정의된 학문이지. 항상 통한다고 생각은 안 해. 하지만 항상 통하지 않는다고 못 믿을 이유 없고, 적절한 수단이 있다면"


"안 통할 이유가 없다는 거군요"


이다혜가 말을 끊었다. 그건 그렇고 이찬석이 자기 말을 끊는 거 되게 싫어하는 것 같은데 그걸 알고서 끊는 건가?


"그래."


이찬석은 담뱃갑보다 작은 성냥통같은 곳에서 침을 꺼냈다. 몇 개 있지도 않은데. 이상하게 그 침을 보고 있자면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와 미쳤네."


이다혜는 바로 코를 막고 눈을 감았다.


"뭔 짓을 한 거예요! 이 미친 영감쟁이!"


"이런 능력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지. 응? 보라고 이 침에 서려진 중압감."


마치 방사능이 눈에 보인다면 저렇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무색무취에 그냥 바늘이지만 눈으로 그것을 보고 있자니 눈이 아파졌다.


"그래 능력은 이런 것도 가능하게 만들지. 클리어해야 하는 조건이 정말 많지만, 그 조건을 클리어하면 이런 침을 가진 놈과도 싸워야 한다는 거지. 알겠지? 둘 다?"


강의하듯이 말하는 이찬석. 으악 그런데 제발 좀 치웠으면 좋겠는데. 아니 좀 있다가 저걸 내 몸에 꽂는 건가? 미친 건가? 온몸이 저 5센티 정도밖에 안 되는 침을 거부하고 있었다. 맞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소름이 쫙 돋는다.


"누워."


시발


다행히 눈에 따뜻한 수건을 댔다. 눈이 닫힌 만큼 온몸에 감각이 예민해졌지만, 다행히도 그런 침을 감지하는 능력은 갖추고 있지 않았다.


"넨을 사용하는 건 온몸의 에너지를 다시 피나 경락을 통해 사용한다는 얘기지. 체외로 이동하지 않는 만큼 손실이 가장 적고, 간단하게 강해질 방법이다. 심플하게 화력을 늘리는 방법은 꾸준히 사용해서 출력을 늘리는 것이지만. 강제적으로 입구를 벌려서 적응시키는 방법도 나쁘지 않게 쓰이지. 특히나 한 번이라도 자신의 에너지를 제어한 사람이라면 훨씬 더 효과적이고.


다만 3시간에 걸쳐서 방출되어야 할 에너지가 1초에 방출된다면 반동도 무시 못 할 수준이고, 바로 방전해버릴 가능성도 있으니까-"


"아니 빨리 좀 해봐요.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야..!"


이다혜가 재촉했다. 뭔 일이.. 일어나는 거야? 내가 묻고 싶었다.


"그렇게 무서우면 방을 나가던가. 볼 거면 손으로 가리지 말고 제대로 보던가. 확실히 해"


"아니 진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기도 하고 무서우니까 이럴 수밖에 없잖아요! 막 찌르는 순간 펑 터져버리는 거 아냐?"


"환자에게 그런 얘기는 삼가도록 해. 특히나 능력 부분에서는 무엇이든 말이 되니까. 실제로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뭐라고?


"아 됐으니까 빨리해봐요"


"간다. 편하게 있어."


이찬석의 손이 내 어깨와 목 경계를 찾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곤 그 자리를 정면에서 찔러서 어깨를 관통하는 게 느껴졌다. 으아아악?


"생각보다 별거 없지?"


이찬석의 말에 내가 어떻게 되었는지 살피고 싶었다. 하지만 감각으로는 그냥 그 한의원에서 침 맞은 것처럼 이물감이 살짝 들 뿐 전혀 문제는 없어 보였다.


"휴 다행이군?"


"아니 시술하는 사람이 그러면 환자가 뭐가 돼요."


이다혜의 목소리가 한 것 가까워졌다. 아무래도 폭발하지 않는 걸 보고 시술 환부를 보고 있는듯했다.


"첫 번째에 거부반응이 없다면 이후는 문제 될 게 없지."


이찬석은 차례차례 내 머리끝, 명치, 배꼽 아래, 아랫배에 하나씩 침을 놨다.


"침의 에너지가 다 빠지려면 2시간은 걸릴 거다."


"그러니까 그동안 가만히 있으란 말이죠?"


"움직여도 내 책임은 아니란 거지"


"... 알겠습니다."


"2시간 후에 돌아오지. 30분 단위로 알람을 울릴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자 이제 우리는 구청으로 가자."


"구청은 왜--"


목소리가 급하게 멀어졌다. 이거 맞냐고..


계속 눈을 감고 있자. 온몸이 바늘에 경직되어 있어도 순간적으로 의식이 잠으로 빠질 때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밖은 서서히 추워지는데. 등과 눈이 따뜻하게 유지되는 것이 꼭 나쁘게만은 생각이 들지 않아서였다.


"앗따가!"


처음 느낌이 온 것은 오른쪽 새끼손가락이었다. 누군가 바늘로 찌르는 것 아닌가 싶은 느낌이 들었다. 팔을 조심스럽게 들어 왼손으로 확인했다. 약간의 액체? 새끼손가락 손톱 옆이 터져있는 듯했다. 마치 살이 안쪽에서 터진 듯이..? 터진 듯이!


머리를 스치는 이다혜의 한마디.


'펑 터져버리는 거 아냐?' '펑 터져버리는 거 아냐?' '펑 터져버리는 거 아냐?' '펑 터져버리는 거 아냐?'


긴급하게 자원의 회전을 시켜서 침의 에너지를 빼냈다. 그러자 이번엔 발등에서 찌르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 발등뿐만 아니라 등 허리, 허벅지, 엉덩이 할 것 없이 누군가 바늘로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으아.. 뭔 일이야!"


수건을 떼고 폰을 잡아다가 이찬석에게 연락하려 했다.


"아 시바 맞다 전화번호!"


손을 으스러질 듯이 쥐었다. 고통이 점점 온몸으로 퍼져가고 있었다. 맨눈으로 내 몸을 봐도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여기저기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으며, 지금도 마치 안 아픈 곳을 찔러 피를 내는듯했다. 당장에 이 침들을 빼버리고 싶었지만 잘못 뺐다간 내가 죽을 것만 같았다. 만약에 이것이 이찬석의 튜닝 방법의 하나라면 이 부분을 견뎌내야만 하는 것이다. 특히나 급하게 자리를 뜬 것이 수상했다. 이렇게 될 줄 알고 자리를 뜬 것이다.


"이씨이발.. 이래서 한의학 개 싫어한다니까 으아ㅏ아.."


온몸에서 상처가 터지기 시작했다. 곧잘 멎을 것 같은 피였지만 응고되지 않고 계속해서 흐른다. 이 에너지를 갈무리해야만 했다. 나조차도 알 수 없는 거대한 에너지가 온몸을 들쑤시고 다니고 있었다. 더 이상 놔뒀다가는 과다출혈로 사망할 것만 같았다. 점점 집중력이 떨어지고 혼미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이씨바."


가부좌를 틀고 내면의 원에 자원을 적극적으로 온몸으로 보내 수복시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에너지가 너무도 크고 많고 순도도 높아서(이럴 때 쓰는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같은 자원으로도 움직임을 유도하는 게 불가능했다.) 도저히 감당이 안 됐다. 어쩔 수 없이 에너지를 움직이는 방향이 아닌 너무 많은 에너지로 터져나간 신체를 수복하는 방법을 취해야만 했다. 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지만, 온몸을 달리는 에너지 만성은 그저 흐르는 것으로 신체에 대미지를 줄 뿐. 공격적인 의사는 없는듯했다. 전차 궤도가 아스팔트 지면을 다 손상시키면서 가면 수복하기 바빴다.


어느 정도의 에너지가 내 몸을 도는지 몰랐다. 어쩌면 이 위치라면 장기를 다치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것을 신경 쓸 타이밍이 없다. 일단은 말단부터 터져나가는 것을 보니. 에너지가 더 이상 갈 곳을 잃었을 때. 병목현상이 주된 원인으로 느껴졌다. 그렇다는 얘기는 장기는 비교적 안전하다는 얘기였다. 물론 그렇다고 내 목숨이 위험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었다. 필살적으로 자원을 돌려 에너지를 사용시킨다.


그러던 도중 머릿속을 스치는 한 가지 생각.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라는 생각이었다. 내면의 원. 이것을 만들어낸 것은 나 자신이었다. 물론 제시카의 원조가 좀 있긴 했지만 내 몸에 넘쳐나는 에너지를 좀 더 잘 통제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나의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 오갈 데 없어서 몸을 망가뜨리는 에너지를 한곳에 모아서 통제해야만 했다. 몇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원형으로 제어해야만 했다. 많은 에너지를 다른 형태로 제어했다간 각이 있는 곳에서 터져나갈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몸 내부에 이 거대한 흐름을 한곳에 모은다면 내부가 엉망진창이 되고 말 것이다.


'마법은 잼병. 아니 지나가는 개미가 더 잘할 거다-'


'끝까지 들어 마법은 다른 한쪽이 메꾸고 있다-'


몸 내부에서는 불가능-

마법은 몸 외에서 만들어내는 에너지-

제시카가 넘겨준 두 번째 자원-


번뜩임이 곧 깨달음으로 움직일지도 몰랐다. 제시카의 자원은 다행히도 내가 원하는 데로 움직여줬다. 마법을 이용해 몸 밖에 1미터 남짓 한 원을 만들었다. 아니, 마치 제시카의 자원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기가 외면의 원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마치 산꼭대기에서 민 바위처럼 내가 손대지 않아도 점점 가속해가면서 완성되어간다. 내면의 원과 완전히 결이 달랐다. 투박하고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인 내면의 원과는 다르게 외면의 원은 마치 원래부터 그렇게 만들어졌다는 듯이 매끈하고 강철처럼 단단했다.


그리고 서서히 그 원을 타고 흐르는 막대한 에너지들. 에너지가 서서히 그쪽으로 배출되기 시작하면서 상처가 만들어지는 빈도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피가 점점 멎기 시작하고 막대한 외부 에너지가 반쯤 밖을 회전하고 있을 때. 내면의 원에서 자원을 본격적으로 움직여서 온몸을 수복해간다.






"이상해."


"뭐가요?"


"소화되고 있어"


"뭐가요???"


"돌아가자"


"아니 뭔데요! 말을 해요! 아니 꼬지 사준다면서 와 더럽고, 치사해서 안 먹는다!"


이찬석이 방에 도착했을 때. 말도 안 되는 광경을 봤다. 12가지 이상의 제약과 조건을 걸어 클리어한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아진수에게 소화되고 있는 모습은 쉽게 상상하기 어렵지만 소질이 있다면 아주 가능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런 형태는 아니었다.


아진수의 등에는 후광이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눈이 부시진 않았다. 그저 명도가 낮은 할로겐 등을 켜놓은 듯했다. 하지만 그것은 명백히 자신이 넣은 과도한 에너지를 집어삼켰다. 닥치는 대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있었다.


"말도 안 돼-"


이찬석은 할 말을 잃었다. 자신의 측정은 틀리지 않았다. 아진수는 2시간 동안 온몸을 뒤틀다가 겨우겨우 살아남아서 자기 몸에 열린 정공에 서서히 적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 1시간도 안 되는 시간에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어쩌면 새로운 능력을 만들어냈을지도 몰랐다.


후광을 자기 능력으로 쓰는 사람은 정말 많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에너지를 흡수하는 후광 따위 본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


'흡성대법은 소설에서나 존재하는 무공이다. 게임 마스터가 그런 편법에 힘을 실어줄 리가 없으니까'


이찬석은 조심스럽게 다가가 꽂은 바늘을 하나씩 뽑았다. 에너지를 몽땅 빨린 바늘을 하나씩 소독하고 수납했다. 본래라면 정공을 열만큼 에너지를 주입해나가면서 2시간이 지나더라도 조금의 에너지는 남아있어야 했을 바늘엔 천천히 에너지를 주입한다는 기믹조차 빨려 들어가 있었다.


"먹어 치운 건가..."


하지만 이찬석의 시술 자체는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온몸의 말단에 상처들이 성공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아니 뭔데요! 갑자기-?"


이다혜는 방을 들어오며 이상하다는 듯 상황을 살폈다.


"얘는 왜 앉아있어요? 원래 이런 거예요?"


"튜닝의 첫 번째 과정은 고통스럽긴 해. 강제로 몸을 잡아 찢는 느낌이라고 하더라고. 당연하지 몸을 다시 만드는 것과 다름이 없으니까. 하지만 도중에 이렇게 능력이 만들어지는 것은 잘 없지"


"능력이 만들어져요?"


"?"


이찬석은 이다혜를 봤다. 이다혜는 '뭐가?'라는 눈이다. 땡그랗게 뜬 얼굴이 마냥 지금 현상이 신기해 보이는듯했다.


"아냐. 신경 쓰지 마라"


"뭔데요! 아 나 짱나게 꼬지를 사주 길해. 시원하게 말하기를 해. 아저씨 오늘 되게 맘에 안 드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요즘 그림ai 라는게 신기해서 써보고 있는데. 문피아에 찾아봐도 정책같은걸 명시해놓은게 없더라구요. 실사ai만 아니면 괜찮으려나. 같은 가벼운 마음으로 썼다가 철퇴맞으면 또 슬플 것같아. 고민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하꼬엔 쓰지않으면 표지에서 튈 수 없다는 얘기도 간간히 보이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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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 살려준다고 하는데 그냥 안살려줌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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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 결승전 - 2 23.04.05 2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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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 결국엔 누군가의 도움을 얻어 살아간다 - 2 23.03.26 26 1 23쪽
25 25. 결국엔 누군가의 도움을 얻어 살아간다 - 1 23.03.25 28 1 14쪽
24 24. 하이 큐 - 4 23.03.25 26 0 16쪽
23 23. 하이 큐 - 3 23.03.24 26 1 20쪽
» 22. 하이 큐 - 2 23.03.23 27 1 33쪽
21 21. 하이 큐 - 1 23.03.23 25 1 15쪽
20 20. 실패 21.09.15 36 1 15쪽
19 19. 도둑질 당함 21.09.07 40 0 15쪽
18 18. 준비 끝 21.09.02 35 0 12쪽
17 17. 준비 시작 21.09.02 32 0 19쪽
16 16. 오히려 좋아 21.08.27 40 0 13쪽
15 15. 활용방법 21.08.26 34 0 17쪽
14 14. 6시간동안 아무것도 못함. 21.08.22 3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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