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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무비 님의 서재입니다.

디멘션(dimension) 1부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나이스무비
작품등록일 :
2020.04.18 14:16
최근연재일 :
2020.04.23 21:23
연재수 :
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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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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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7,335

작성
20.04.1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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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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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5화

재미있게 읽으시길...




DUMMY

5화


걷고 또 걸었다. 얼마만큼의 거리를 걸었는지도 모를만큼 한참을 걷기만 했다. 저세상에서라면 걸어온 시간이라도 보면서 대충 어느 정도의 거리를 걸었겠다고 가늠이라도 할 수 있겠지만 어디인지도 모르는 이곳에서는 딱히 그런 걸 알 수 있는 방법도 없었기에 내 앞에서 짧고 귀여운 다리를 쫄랑쫄랑 거리며 걸어가고 있는 하양이를 표지판 삼아 한참동안 말없이 걷기만 했다. 그렇게 하염없이 걸어가길 반복하다 결국 난 배고픔과 저질스럭 체력의 고갈로 인해 내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고는 자리에 주저 앉았다.

처음 도착했을때의 낯선 화산지대 같은 이곳의 환경도 오래 걷다보니 어느정도 적응이 되어서 군데군데 분화구에서 화염이 일렁이고 그 화염에서 비롯된 열기가 올라오는 뜨끈한 땅바닥에도 이젠 아무렇지도 않게 거리낌없이 주저 앉을 정도나 되었다.

‘그러고 보니 땅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기운이 걷고 있을때는 전혀 느껴지지가 않았네. 아무튼 신기한 곳이라니까.’

난 뜨끈한 온돌방에 앉은것처럼 편안한 양반다리 자세로 땅바닥에 주저 앉아서 하양이를 향해 말했다.

“하양아. 심심하기도 하고 슬슬 배도 고프고 더 이상 지겨워서 못 걷겠다.”

그런 날 바라보는 하양이의 표정은 마치 ‘어째 지금까지 별말없이 잘 참고 걷는다고 했다’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리곤 주저 앉아 있는 내 등뒤로 가서 내가 메고 있는 백팩을 앞발로 툭툭 치기 시작했다.

“하양이 너도 배고프구나. 좋아 그럼 간식줄테니까 아까처럼 저기 분화구 불길에다 좀 구워다 주라.”

난 예전에 하양이가 구워다 준 최고급 쇠고기육포맛이 나는 강아지 간식을 생각하며 입맛을 다시고는 백팩에서 간식을 하나 꺼내 하양이의 놓아 주었다. 그러자 전처럼 하양이가 앞발톱을 이용해 강아지 간식을 정확히 반으로 잘라 한 조각은 자기 입고 물고 나머지 한 조각은 그대로 바닥에 내버려두는게 아닌가. 내 예상대로라면 하양이가 나머지 조각을 자기 앞발톱에 꽂아 분화구 불길로 향해야 하는데 그러질 않고 땅바닥에 놓여진 간식 조각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아쉬운 놈이 우물 판다고 난 땅바닥에서 간식 조각을 들어 하양이에게 내밀며 말했다.

“하양아. 저번처럼 구워다 주면 안될까?”

내 말은 들은척도 않은 채 자기 입에 물려 있던 간식 조각을 다 먹은 하양이는 또다시 내 등뒤의 백팩에다 앞발을 들어 올렸다.

“뭐야. 혼자서만 다 먹어 놓고 더 달라고?”

고개를 가로 젓는 하양이.

“그럼 뭐? 원하는게 뭐야?”

빤히 나를 바라보기만 하는 하양이.

이곳에서는 절대 갑인 하양이에게 절대 을인 나는 질 수 밖에 없었고 조용히 하양이의 앞에 백팩의 지퍼를 열고 내려놓았다. 그러자 하양이는 길 안내할때도 잘 쓰고, 싸움할때도 잘 쓰며 간식 구울때도 잘 쓰는 만능 앞발을 이용해 전에 지옥개들과의 싸움에서 뿌려대느라 얼마남지 않은 물을 담고 있는 생수병을 툭툭 쳤다.

‘하양이가 목이 말라 물이 먹고 싶은 건가?’

난 하양이가 마실 수 있도록 생수병 뚜껑에 물을 따라 하양이 앞에 놓아주었다. 그러자 하양이는 생수병 뚜껑속에 있는 물에 자기 혀를 적셔서 자기 만능 앞발을 핥더니 다시 물에 혀를 적셔서 내 오른손 바닥과 손등에 핥았다. 그러고나선 자기를 따라오라는 표현으로 내 발을 툭툭 건드렸다. 이게 지금 뭘 하는 것일까 싶다가도 친구로서 하양이를 믿기로 이미 마음을 굳혔기에 별 다른 의심없이 하양이를 따라 나섰고 곧 나는 내 행동을 후회하기에 이르렀다.

“하양아.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야?”

난 이곳에 오고 나서 하양이를 만난 뒤 처음으로 하양이에게 화를 내며 큰소리를 쳤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게 하양이가 날 데리고 온 곳은 그 무시무시한 내가 지옥불이라고 오해했던 그 분화구의 일렁이는 화염 앞이었다.

“도대체 날 여기 불길 앞으로 데려온 이유가 뭐야? 지금까지 나한테 잘해준게 결국은 날 이 분화구 불길속으로 밀어넣기 위해서였던거야?”

별 다른 표정없는 하양이 앞에서 난 저세상에서 맛 보았던 실망감과 배신감을 다시 한번 느끼며 털썩 그 자리에 쓰러지듯 주저 앉았다.

‘아~하양이 너 마저 날 버리는구나.’

하양이에게서 느낀 배신감과 실망감이 커 갈수록 역설적으로 내가 얼마나 하양이를 믿고 의지했는지 다시 깨달을 수 있는 순간이였다.

내가 혼자서 배신감과 실망감에 치를 떠는 생쑈를 하는 순간에도 하양이는 무심히 날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다 하양이와 내 두 눈이 마주쳤고 그 순간 하양이가 아까 혀로 물을 묻혀 핥았던 만능앞발을 분화구 화염속으로 쑥 집어 넣는 것이 아닌가. 하양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지 영문을 알 수 없어 그저 멍하니 바라보다보니 아까 보았던 그 광경이 다시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 아까 간식 구울때도 저렇게 앞발을 분화구 불길속에 넣었었지.’

좀 더 집중해서 분화구 화염속에 들어 있는 하양이의 앞발을 보자 역시나 얇은 막이 하양이의 앞발을 둘러싸고 분화구의 뜨거운 불길로부터 보호막처럼 앞발을 보호하고 있었다.

‘하양이는 아마 저걸 나한테 보여주려고 날 여기로 데려온 모양인데...’

‘뭐 보호막 있다고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저걸 나한테 보여줘서 뭐 어쩌자는거야...’

아까 하양이에게서 느꼈다던 배신감이나 실망감은 혼자 난리법석을 떤 부끄러움에 슬며시 아래로 숨어들었지만 이젠 새로운 얄미움이 슬슬 올라오고 있었다.

“야~보호막 있다고 자랑하냐?”

그렇게 내가 한번 쏘아 주자 하양이가 이제껏 느껴본 적 없는 강한 세기로 만능앞발을 휘둘러 내 발을 퍽퍽 쳐댔다. 엄살 조금 보태서 발에다가 망치를 떨어뜨리는 그런 느낌의 얼얼함이였다.

“하양아. 그만. 아파..아프다고...”

한심하단 듯이 날 쳐다보던 하양이가 아까 자기가 핥았던...아직도 먹지 못한 한 조각의 강아지 간식을 쥐고 있는 내 오른손을 만능앞발로 툭툭 쳤다.

‘하양이가 뭘 하려고 저러는거지? 내 발을 툭툭 쳤을땐 따라오라는 거였으니까 지금 내 오른손을 툭툭 치는건...설마 지 앞발 분화구 불길속에 넣었던 것처럼 내 오른손도 저 화염속에 넣어보라는 건...설마 아니겠지...그래 아닐 거야...아니 아니어야만 해...’

하양이의 행동이 과연 내가 생각한게 맞을까 하는 놀라움에 어버버거리다 좀 진정이 되고 나서야 찬찬히 다시 생각해보니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양이 만능앞발에 생긴 보호막 같은게 내 오른손에도 생겨날까? 그걸 알려주려고 하양이가 이러는건가?’

보호막이 생겨나다니(저 세상에서라면 곧바로 정신병원행이겠지만) 무슨 영화속에서나 가능한 상상을 하고 있는건지도 모르겠지만 자살했다고 생각했던 내가 이상한 문같은걸 통해서 어딘지도 모를 이곳에 와 있는 것만으로도 난 충분히 영화속에서 살고 있는 중이였다. 그렇기에 한번더 영화속에서나 일어날 일을 상상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만약 정말로 보호막이 생겨난다면 아직까지는 낯선 이곳에서의 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았기에 두려움과 함께 호기심이 치밀어 오르며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고민을 거듭한다고 내가 알 수 있는건 없었고 지금까지 하양이가 날 항상 도와주고 실망시킨적이 없었기에 이번에도 하양이를 믿어 보기로 하고 난 내 오른손을 화염구 불길쪽으로 슬슬 옮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하양이를 믿고 의지한다해도 막상 눈앞에서 뜨거운 불길속에 오른손을 집어 넣자니 아무렇지도 않을 수가 없었다. 몇 번을 망설이던 끝에 난 두 눈을 질끈 감고서 괴성을 지르며 분화구 화염속에 오른손을 집어 넣었다.

“으아....?!! 응..? 별 다른 느낌이...아니 좀 시원한데...”

상식적으로는 뜨거움이 그것도 엄청난 뜨거움이 느껴져야 하는데 막상 오른손에서 전해져 오는 느낌은 오히려 뜨거움의 반대라고 할 수 있는 약간의 시원함이였다. 그 시원함에 감았던 두 눈을 슬며시 떠 보니 하양이의 앞발에서 보았던 그 얇은 보호막이 내 오른손에도 입혀져 있었다.

난 내 오른손의 보호막을 보며 신나서 마구 웃으며 소리쳤다.

“으하하하~하양아. 봐. 내 손에도 너처럼 보호막이 생겼어.크하하하~”

보호막이 생겨서 신나서였을까, 무슨 용기가 어디서 얼만큼 샘솟았는지 난 보호막이 둘어진 오른손을 불길속에서 빼내고는 왼손을 분화구 화염속으로 집어 넣었다. 오른손처럼 당연히 보호막이 생겨날거라 확신하면서...

하지만 나에게 돌아온 건 오른손의 보호막이 아니라 왼손의 타는듯한 뜨거운 고통이였다.

“으아아~너무 뜨거워. 이거 왜 이래...뭐야...”

왼손의 고통에 어쩔줄 몰라 하고 있을 때 역시나 나의 구세주 하양이가 또 한번 날 구해주었다. 분화구 화염속으로 뛰어 올라 내 왼손을 입으로 물고 나와서 천천히 혀로 핥기 시작했다. 그러자 뜨거운 고통이 서서히 줄어들며 예전에 느꼈던 그 시원함이 느껴지며 아픔이 사라졌다. 난 다시 한번 하양이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그 보답으로 간식을 하나 던져주며 생각에 잠겼다.

‘하양이가 핥았던 오른손에는 보호막이 생겨났지만, 그렇지 않은 왼손은 하마터면 다 태워 먹을뻔 했다. 그렇다는건 보호막이라는 능력은 하양이에게서부터 오는 능력이라는건데...’

내가 던져 준 간식을 쩝쩝 거리며 먹고 있는 하양이를 보면서 난 보호막은 결국 하양이한테서 전해지는 능력이라는 걸 깨달았다.

‘하양아. 너의 능력은 어디까지인거니. 똑똑해...싸움 잘해...보호막도 만들어...앞으로도 내가 잘 할게.’

난 다시 한번 조심히 분화구 화염속으로 내 오른손을 가져가 보았다. 역시나 보호막이 생성되었고 난 그 보호막을 바라보며 여전히 내 오른손에 쥐어져 있던 간식 조각을 조용히 굽기 시작했다.




재미있게 읽으셨기를...다음화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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