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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제페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정두령
작품등록일 :
2023.05.10 18:27
최근연재일 :
2023.05.11 18:35
연재수 :
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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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3.05.1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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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화 악몽

DUMMY

2화 악몽


제페토가 낮은 목소리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신을 만나지 못한 자가 세상의 법칙을 어기고 힘을 구합니다.”

“자네 지금 뭐 하는 건가?”


제페토를 바라보고 있던 신관이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일반적으로 마법은 평소 서클에 축적된 마나를 사용해 그 힘을 발현한다.


하지만 네크로맨서의 길은 평범과는 다른 길.

세상의 규칙을 비틀고 벗어나 불가능에 가까운 바램을 향해 나아가는 집단이다.

서클이 부족해도 마나가 없어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무엇과 바꾸어 힘을 얻어낸다.


마치 예전 제페토가 자신의 영혼과 육신을 받쳐 아들을 살릴 힘을 얻으려고 했던 것처럼.

비록 그 자신은 리치가 되었지만.


“내게 다른 이를 구원할 힘이 없으니 부족한 저를 가엽게 여기셔 그대의 전능한 힘을 나에게 빌려주소서.”


제페토의 손 주변으로 마나가 모이기 시작했다.


“이... 이게 무슨?”


신관은 제페토 손 주변으로 마나가 모이는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마나는 신의 선물이었다.

평민 따위가 함부로 다룰 수 없는 전지전능한 힘.

선택받은 이들이 오랜 수련과 학습을 통해서만 쓸 수 있던 게 마나가 아니었던가.

신관조차 이제야 간신히 마나를 보는 경지였는데 어찌 이름도 모를 평민 따위가 마나를 모은단 말인가.



신관의 경악을 뒤로한 채 마나는 계속 제페토의 팔 주변으로 모였다.

그리고 마침내 마나는 제페토의 팔에 흡수되어 그의 팔을 검게 물들였다.


“자네 팔이 썩어 들어가고 있어!”

“당신의 눈에는 이게 썩는 것처럼 보이나?”


제페토가 신관을 향해 다가갔다.


“왜.....왜 다가오나?”

“썩는다는 건 말이야.”


제페토의 검은 손이 신관의 어깨를 짚었다.


치이익-


기이한 소리를 내며 신관의 어깨가 녹아 내려갔다.

고통을 참지 못한 신관의 끔찍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으아악!. 제...... 제... 발... 그만.”

“이게 썩는다는 거야. 이제 어떤 건지 알겠지?”


제페토가 신관의 어깨를 잡았던 손을 놓고 신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의 왼쪽 눈에선 뜨거운 피가 한 방울씩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내 아들이 썩어 죽기 전에...”


왼쪽 눈에서 흐르는 피가 그의 말을 막았다.

흐르는 피를 손으로 닦고 제페토가 말을 다시 이었다.


“네가 진정한 신의 사도라면 이 썩어가는 고통을 신도들이 모르게 해야지.”


제페토의 흉흉한 눈빛이 신관과 함께 온 병사들을 훑었다.


“빨리 신관을 데리고 꺼져.”


제페토의 기세에 눌린 병사들이 그제야 신관을 데리고 제페토의 집을 도망치듯 나섰다.


제페토가 피노에게 다가갔다.

이미 숨이 끊긴 피노.

제페토는 차갑게 변한 피노의 입에 숨을 불어 넣으며 주문을 외웠다.


“신께 기도를 올립니다. 평생 그대의 종이 되길 원하니 나약한 저를 위로 하시옵소서.”


제페토의 손에 맺힌 마나가 피노에게 흘러들었다.

마나는 피노의 단전을 걸치고 심장으로 가 멈춰버린 피노의 심장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피노의 심장을 주무르던 마나는 사라져 버렸다.


여전히 피노는 숨을 쉬지 않았다.


제페토는 다시 주문을 외웠다.

주문을 외울 때마다 점점 상처 입고 약해져 가는 제페토.

서클을 만들지 않고 마나를 사용하는 대가를 치르고 있었다.


첫 주문에 그의 나머지 눈을 잃었다.

두 번째 주문에 그의 폐 한쪽을 잃었다.

세 번째 주문에 그는 더 이상 걸을 수 없었고 네 번째 주문에 그의 심장 반쪽을 잃었다.


언제 목숨이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피노를 살리고자 하는 제페토의 의지가 그의 목숨을 붙잡고 있을 뿐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제페토에게 당했던 신관이 병사를 이끌고 제페토의 집으로 쳐들어왔다.


“이 악......마.”


기세등등하게 신관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지만, 신관의 말은 처음과 달리 힘을 잃었다.


눈앞에 보이는 광경이 너무나 아까와는 달랐기 때문이다.


하얗게 변해버린 머리.

쪼그라든 피부.

계속해서 쿨럭거리는 기침 소리.


그 무섭고 두려웠던 존재는 어디 가고 병들고 나약한 노인이 계속 시체를 쓰다듬고 있었다.


“이게 무슨....,, 신께서 벌을 내렸구나!”


상황을 파악한 신관이 재빨리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병사들에 손에 의해 힘없이 끌려온 제페토.

초점을 잃은 그의 눈동자가 허공을 향해 있었다.


“하하하. 신이여 감사합니다. 신의 큰 은총이 우리와 함께함을 믿습니다.”

“신이라고?”


쉬어버린 목소리로 제페토가 말을 이었다.


“신... 빌어먹을 신... 어찌 내게서 또다시 나의 아들을 빼앗아 간단 말이냐!”

“무엄하다. 닥쳐라 이 악마.”

“무엇이 부족해서 무엇이 모자라서!”

“뭣들 하느냐! 저 악마의 입을 막아라.”


그때 허공에서 커다란 소리가 울렸다.


“푸하하하. 역시 인간은 재미있어.”


정체를 모를 존재의 목소리에 신관과 병사들이 고개를 숙이고 외쳤다.


“미천한 존재가 신의 부름을 받습니다.”

“그래. 응당 신을 섬기는 존재라면 저래야지. 그런데 너는 쯧.”


정체를 모를 존재의 말에 제페토가 고함을 내질렀다.


“네가 신이라고? 네가?!.”

“건방진 녀석.”


제페토의 어깨가 떨어져 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페토는 계속해서 피를 토하며 고함을 질렀다.


“너를 멸할 것이다. 네가 만든 세상을 없앨 것이다. 너를 추종하는 자들을 다 죽일 것이다. 상상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평생을.”


피식-


“그런데 어떻게?”


정체 모를 존재의 비웃음에 제페토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그의 말대로 제페토는 복수는커녕 살아갈 힘도 잃고 있었다.


“나에게 한 말조차 못 지키는 녀석이 허세만 가득해서. 내 특별히 기회를 주지. 지금이라도 네 아들을 살린다면 너의 힘을 돌려주도록 하지.”

“.......”


한동안 가만히 있던 제페토가 피노를 향해 기어가기 시작했다.


“미안하다.... 나를 용서하지 말아라.”


이미 시력을 잃어버린 그의 눈에서 피눈물이 흘렀다.


“너를 위해 복수하겠단 핑계는 대지 않겠다. 이렇게라도... 너와 함께할 수 있다면...... 언젠가는 너를 살릴 방법을 찾을 수 있을테니......”


제페토가 피노의 심장을 향해 손을 뻗었다.


“내가 너의 창조주니 너는 누구보다 용맹한 마음을 얻을 것이다. 비록 아직은 연약한 존재일지 몰라도 너는 나와 함께 성장 할지니. 일어나라. 나의 병사......아니 나의 아들이여.”


제페토의 손에 마나가 맺히고 제페토의 반쪽 남은 심장이 멈추었다.


주인을 잃은 마나는 방황하다 주인의 뜻대로 죽은 피노의 몸에 스며들었다.


피노의 몸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마나는 그의 살을 녹이고 그의 뼈로 스며들었다.


덜컥덜컥.


순백의 해골만 남은 피오의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꿈틀거리며 마치 짐승의 새끼가 처음 걸음마를 배우듯 그가 움직였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드디어 피노가 일어섰다.

허리 쪽으로 꺾인 목 5자로 접힌 다리.

완벽하게 일어선 건 아니었지만, 다른 이들을 겁주기엔 충분한 모양새였다.


다시 피노가 움직인다.

5자로 접힌 다리를 그의 팔을 이용해 제대로 만든다.

꺾였던 목이 뼈를 긁는 소리를 내면서 바로 잡힌다.

그리고 제대로 된 해골의 형상이 갖추어졌을 때 피노가 주변을 둘러보며 울부짖었다.


“키키키키키키.”


어린 해골 병사의 웃음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네크로멘서....”


피노가 해골 병사로 변하는 모습을 지켜본 신관이 나지막이 말했다.


신의 뜻을 거스른 존재.

스스로 악을 자처하는 사람들.

일인 군단, 이 세상 최악의 적.

분명 그 네크로멘서가 자신의 눈앞에서 쓰러졌는데 저 해골 병사는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죽여야 한다.’


신관이 엎드려 있는 상태에서 병사들에게 눈치를 주었다.

병사들도 그의 신호를 받아들이고 해골 병사를 죽일 준비를 시작했다.


-하나둘 셋


신관이 보낸 신호에 맞추어 병사들이 일제히 피노에게 덤벼들었다.


그리고 그때 그들의 몸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감히 내 아들에게.”


백발을 한 제페토가 몸을 일으키며 그들에게로 다가왔다.

그가 한 발 한 발 그들에게 다가갈수록 그의 몸은 변하기 시작했다.


한없이 쭈글쭈글했던 피부가 돌아왔다.

굽어있던 허리가 곧게 펴졌다.

절뚝거리던 다리, 그리고 덜렁이던 팔은 강인한 근육과 함께 바로 잡혔다.


제페토가 신관의 앞으로 다가왔을 때 그의 초점을 잃었던 눈도 초점을 되찾았다.


“신.... 신이시어 어째서?”

“내가 한 말은 제대로 지키는 존재라서 말이야. 그리고 너는 나에게 질문하게 되어 있나?”


신관의 어깨가 부러졌다.


“아아아악.”

“아이 시끄러운 녀석. 빨리 저 녀석을 죽여버려.”

“닥쳐라.”


다시 살아난 제페토가 정체를 모를 존재에게 말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신관이 다시 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전능하신 신께 이 하찮은 존재가 대답을 구합니다. 네크로멘서가 소환한 존재가 어찌 살아있다고 여기십니까? 그리고 신의 뜻을 거스르는 자에게 다시 힘을.”


신관이 질문을 끝내지 못하고 다시 비명을 질렀다.

정체를 모를 존재가 그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그의 다리를 날렸기 때문이다.


“누가 너에게 질문할 기회를 주었지?”


정체를 모를 존재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이번 질문은 재미있었으니 답해주도록 하지. 아들을 언데드로 만든 아비라. 흥미롭지 않은가? 나에게 복수한다는 생각으로?”


제페토의 눈빛이 흉흉하게 빛났다.


“이런 재미있는 이에게 힘을 주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지. 기대된다 기대돼!. 크하하하 그럼 나는 이제 떠나 보도록 하지. 재미있는 건 나중에 열어봐야 더 재미있지 않겠나? 낄낄낄.”


비열한 웃음을 끝으로 정체 모를 존재가 사라졌다.

그리고 남겨진 공허를 향해 신관이 목 놓아 울부짖었다.


“신이야 진정 저를 버리십니까.”


제페토가 울고 있는 그에게 다가갔다.


“신은 죽었다.”

“빌어먹을 네크로맨서 새끼야. 그게 무슨 소리냐.”

“신이 살아 있다면 내 아들은...”

“뭔 개소리야. 네 아들은 내가 언데드로 만들었잖아.”


제페토 뒤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피노가 키키키키 거리며 웃었다.


“네 놈이 뺏은 밀. 신의 이름으로 신의 핑계로 강탈하고 수탈해 간 수많은 것들.”

“.......”

“신의 이름으로 우리가 굶어 죽든 말든 신의 땅에 우리의 보금자리가 있다던 너희들의 거짓말.”

“그건 정말로.”

“닥쳐라. 내가 죽음을 경험했다. 신 따위는 없다. 신이 마련한 보금자리도 없다. 정말 신이 있다면 굶어 죽는 아이들 없이...”


제페토의 써클이 돌기 시작했다.

심장에 자리를 잡은 그의 3개의 써클 링.

작은 시골 마을의 신관과 병사들이 감당하기엔 너무나 강대한 힘이었다.


“많은 걸 바란 게 아니다. 그저 하루 먹을 양식과 비를 피할 보금자리. 단지 그것뿐이었다. 그런데 너희가 믿는 신은.”


제페토의 손에서 뼈로 된 창이 만들어졌다.


“그것마저도 빼앗아 갔다. 그딴 게 신이라면 내가 그를 멸할 것이다. 그리고 그가 만든 세상도.”


신관의 심장을 제페토가 만든 뼈 창이 꿰뚫었다.


“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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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악몽 23.05.11 14 0 11쪽
1 1화 저주 23.05.10 1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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