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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제페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정두령
작품등록일 :
2023.05.10 18:27
최근연재일 :
2023.05.11 18:3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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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3.05.10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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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화 저주

DUMMY

1화 저주


인간이 언제 죽음을 탐닉하는지 아는가?


썩어빠진 시체의 냄새, 뭉그러진 시체의 촉감.

생의 자유는 사라지고 그저 허무만이 남은 공간.

그들은 죽음을 찾아 어둠 속으로 스스로를 던진다.


미친 것인가?

왜 그들은 찬란한 생을 뒤로하고 암담한 죽음을 탐구하는 것인가?


그들은 애초에 다른 이들과 다른 사람이 아니었다.

오늘 하루 배고프지 않기를 바라고, 고된 일상에서 희망과 기쁨을 발견하며, 편안한 잠자리를 소망하는 이들.


그들도 남들과 똑같은 사람이었다.


다만 그들은 그리움과 슬픔을 견디지 못했을 뿐이다.

생을 포기하지 않고 분노와 행동으로 죽음에 맞서는 자들.

다른 이들이 그들을 탄압하고 멸시의 시선을 보내도 묵묵히 구도자의 길을 걷는 이들.

우리는 그들을 네크로맨서라 부른다.


여기 마지막 네크로맨서가 죽어가고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마지막 네크로맨서였던 자.

자기의 육체와 영혼을 팔아서라도 아들을 살리고 싶었지만 리치가 되어버린 제페토.

그도 아들을 살리기 위해 네크로멘서의 길을 선택한 평범한 아버지였다.


“피노.......”


그의 변해버린 육신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영혼과 육체는 죽음의 신에게 빼앗겨 버렸지만 아들에 대한 마음만은 지키고 있던 제페토였다.


“이 망할 괴물이.”


야만 전사 팔콘의 검이 제페토의 어깨에 떨어졌다.

하지만 그의 검은 제페토의 어깨를 부수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끼리릭.


제페토의 녹아버린 해골이 기이한 소리를 내며 야만 전사 팔콘을 쳐다봤다.

팔콘의 몸이 순간 멈추었다.

어떠한 몬스터를 상대할 때도 두려움 없이 선봉에 섰던 팔콘이었지만 최악의 적 앞에선 어쩔 도리가 없었다.


“정신 차려!”


성녀 이즈엘의 보호막이 팔콘에게 쳐졌다.

간발에 차이로 떨어지는 제페토의 날카로운 팔.

보호막을 때리며 전장에 큰 소리를 울렸다.


퍽.


보호막 주변의 땅을 파며 흙먼지가 날렸다.

리치 제페토를 잡기 위해 결성된 7인의 결사대의 손에 다시 힘이 들어갔다.


“정신 차려! 저 괴물은 일반적인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고.”

“에이 X발 드워프의 검도 안 통하면 난 어떻게 하라고!”

“우리는 앞에서 시간을 번다. 곧......”


결사대의 대장 라이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제페토의 기이한 울음소리가 울렸다.


끼아아하학.


제페토 주변의 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나둘 전장에 나타나는 몬스터들.

시체의 썩은 내가 전장에 진동하기 시작했다.


“또 소환한다고?”


엘프 궁수 린델이 절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처음 제페토가 소환한 몬스터들을 힘들게 처리했는데 또다시 소환이라니.

법칙을 벗어난 끔찍한 생명의 포호가 린델을 감싸 안았다.


하지만 결사대의 리더 라이언의 몸이 먼저 움직였다.


“아까와는 다르다.”


라이언의 검이 제페토가 소환한 몬스터를 반으로 갈랐다.

그리고 큰소리로 결사대를 향해 외쳤다.


“곧 마법이 완성된다. 결사대여 힘을. 우리가 이 세상의 구원이자 정의다.”


결사대 7인의 눈빛이 바뀌면서 진형을 단단히 만들었다.

바뀐 결사대의 기세에 제페토의 공격이 잠시 멈추었다.


“피......노......”

“X발 저건 도대체 무슨 소리야!”

“지금은 전투에만 집중한다. 괴물의 비명 따윈 무시한다.”


제페토가 거친 숨을 내쉬며 덤덤히 그들을 쳐다봤다.

반쯤 남아버린 몸이 점점 하얗고 단단 뼈로 조금씩 채워지고 있었다.


“피.......”


제페토가 다시 말을 하려 했지만, 마법사 라디아의 주문이 더 빨랐다.


“불의 신이여. 그리고 바람의 신이여. 내 육신이 태양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당신을 섬기니 내게 힘을 빌려주소서.”


라디아의 손에 맺혔던 마나가 빠른 속도로 제페토를 향해 나아갔다.

주변의 공기와 열기를 삼키며 점점 커지는 화염의 소용돌이.

제페토의 형상이 불의 지옥 속으로 사라졌다.


“지금이야!”


7인의 결사대가 라디아가 마법으로 만들어 준 길에 뛰어들었다.

리치 제페토를 죽이기 위한 마지막 키.

몬스터 벽 속에 숨겨져 있던 제페토의 라이프 베슬을 파괴하러 용사들이 뛰어들었다.


그들의 검과 활과 지팡이가 몬스터의 벽을 가른다.

몬스터의 피가 몬스터의 살점이 결사대의 옆에 쌓인다.

하지만 몬스터는 고통 속에서도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어미 새가 자신의 알을 품듯 고통 속에서도 제페토의 라이프 베슬을 지켰다.


“쫌 꺼져라!”


야만 전사 팔콘이 크게 휘두른 검이 몬스터 벽의 틈을 만들었다.

그 사이를 놓치지 않고 날아가는 엘프 궁수 린델의 활.

아주 작은 틈이었지만 린델의 활은 정확하게 그 틈을 꿰뚫었다.


“목걸이?”


린델이 의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보통 역사서에 기록된 리치의 라이프 베슬은 단단한 물체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래서 화살촉도 그 무엇보다 단단한 아만티움으로 준비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지금 몬스터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지키고 있는 건 평범한 나무 목걸이.


순간 린델은 리치의 함정에 빠진 줄 알았다.

하지만 리치 제페토의 마지막 울음소리가 전장에 퍼졌다.


끼해해에엑.


제페토의 몸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든 채로 점점 내려가는 무릎.

그의 모습이 마치 신을 향해 기도를 올리는 성직자 같았다.


“끝났다.”


쓰러지는 몬스터들.

제페토를 따라 점점 몬스터들도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지긋지긋한 새끼.”


그제야 팔콘이 자신의 검을 내려두고 전장에 털썩 주저앉았다.

팔콘을 따라 전장에 앉아 지친 몸을 다스리는 7인의 결사대.

엘프 궁수 린델만 몬스터의 벽을 향해 움직였다.


“저 새끼 죽는 거나 지켜보지 지금 뭐 하는 거요?”


린델이 몬스터의 시체 벽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목걸이를 꺼냈다.

아무런 무늬 없이 가운데 원형으로 된 목걸이.

린델의 활을 맞아 가운데가 관통된 나무 목걸이였다.


“이건?”


동그란 나무 사이에 숨겨져 있던 그림.

붉은빛 곱슬머리가 반짝이는 한 소년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


얼마나 많은 생을 사라지게 했는지 모르겠다.

비록 육체와 영혼이 빼앗겨 벌어진 일이었지만 그 또한 나의 업보.


다시 한번 아들의 웃는 얼굴을 보고 싶어 걸어왔던 길이 누군가의 슬픔이 되어 버렸다.


“지옥인가.”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고통을 주었으니 나 또한 그 업보를 받아야지.


하지만 지옥에 가서라도 보고 싶었던 피노의 웃는 얼굴.

내 육신과 영혼을 악마에게 팔아서라도 보고 싶었던 피노의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미안하다.”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이것밖에 할 수가 없어서.

못난 아버지라 능력 없는 아버지라서.

나를 용서하지 말거라.


하지만 다시 한번만 내 아들로 살아다오.

그때는 그곳이 어디더라도 너의 웃음을 지킬 테니.

다시 한번만 제발 다시 한번만...


“네가 그럴 수 있다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렸다.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폈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요?”

“감히 하찮은 존재가 나에게 질문을?”


갑자기 왼쪽 팔이 부러졌다.


“다시 한번 묻겠다. 네가 그럴 수 있다고?”


팔에 고통이 몰려왔지만, 낯선 존재를 향해 다시 물었다.


“무엇을 말입니까?.”

“하? 나에게 또다시 질문을 한다고?”


오른쪽 허벅지 뼈가 부러졌다.

순식간에 몸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넘어졌다.


“언제까지 내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지 보겠다. 하지만 이번 건 내 잘못도 있는 거 같으니, 대답해주지.”


고요 속에 보이지 않는 존재의 목소리가 울렸다.


“네 아들의 웃음을 언제 어디서도 지킬 수 있다고?”


비웃음이 가득한 그의 목소리.

그의 말에 부러진 다리를 부여잡고 일어나 말을 했다.


“네가 감히 무엇이라고 나를 비웃느냐! 내 육신 영혼을 받치더라도 내 그것을 지킬 것이다. 다시 한번만.... 다시 한번만 만날 수 있다면....”


말을 끝까지 하지 못했다.

내 소망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었으니깐.

그에게 화를 낸다 해도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을 테니.


“크하하하 건방진 녀석.”


왼쪽 허벅지 뼈가 부러졌다.

몸이 무너지면서 바닥에 얼굴부터 떨어졌다.

육체의 고통이 몰려왔지만,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저 허무만이 나를 지배할 뿐이었다.


“이제는 고개조차 들지 않는다?”


알지 못할 힘으로 몸이 뒤집혔다.


“내 너를 불쌍히 여겨서 기회를 줄까 한다.”


그의 말에 허리에 힘을 주고 몸을 일으켰다.


“그게 무슨?”

“또 또 건방지게 말대답이나 하고.”


오른쪽 팔이 부러졌다.

이제 사지가 부러졌지만 못 움직이는 몸과는 달리 정신은 또렷했다.


“내 다시 너에게 삶을 허락할 테니 네 말대로 살아보도록.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하하하.”


알지 못할 존재의 웃음소리가 끝나자마자 나는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내 앞에서 아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아....빠...”

“피노야!”


내가 가진 모든 걸 받쳐서라도 보고 싶던 아들의 얼굴이었다.

하지만 내 아들 피노는 죽음을 향해 가고 있었다.


다시는 떠올리기 싫었던 순간이었다.

아들이 굶주려 죽던 그날.


나에 대한 분노.

아들을 잃은 슬픔.

이 세상에 대한 원망.

나의 하늘이 무너지던 그날 그 순간으로 다시 돌아왔다.


과거의 감정에 빠져 있을 시간이 없었다.

피노를 안고 이빨로 내 손가락을 뜯었다.


흐르는 피를 피노가 받아먹을 수 있게 피노의 입가로 내 피를 보냈다.


피노가 작은 입이 조금씩 움직였지만, 피를 삼키지 못했다.

피노의 눈이 서서히 감긴다.

이대로 가다간 다시 피노를 잃을 것이다.


억지로 피노의 입을 벌리고 내피를 먹인다.

피노의 목을 만지고 팔과 다리를 주무른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피노의 숨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안돼!”


피노의 숨이 끊겼다.

피노의 가슴을 누르고 억지로 숨을 불어 넣는다.

이렇게라도 다시 심장이 뛰고 숨을 쉴 수 있다면 내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너를 살리니.


“이게 뭐 하는 짓인가?”


그때 신관이 집에 들어왔다.

신관과 함께 온 병사들이 나를 피노에게서 떨어트렸다.


“이거 놓으라고!”


아들에게 다가가고자 했으나 병사들이 나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젊은 신관이 나의 뺨을 강하게 쳤다.


“자네 지금 뭐 하는 건가?”

“살릴 거야! 내 아들을 살려야 애!”


내 고함에도 그는 꿈쩍하지 않고 나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자네는 악마를 숭배하나?”

“그게 무슨.”

“집안 꼴을 보게 그리고 네 아들을 봐. 지금 꼴이 어떠한가 말이야.”


내 피로 물든 피노의 얼굴과 옷.

아까 병사들과의 몸싸움 덕분인지 군데군데 뿌려져 있는 피.

하지만 그딴 건 나에게 아무 의미 없었다.


“이거 놔. 내 아들을 살려야 해.”

“이 사람아 정신 차려 네 아들은 죽었어. 나투라 신이 이끄는 곳으로 갔다고.”


신관의 말에 숨을 고르고 물었다.


“나투라?”

“그래, 자애롭고 아름다우신 나투라 신이 이끄는 곳으로 그대 아들의 영혼은 갔다네.”

“......”

“그대가 신을 섬긴 것 만큼 그대의 아들은 좋은 자리를 얻어 행복하게 살 것이네.”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애초에 내 아들은 왜 굶어 죽었는가?

그 빌어먹은 신 때문에 내 아들은 죽었다.


내가 경작한 대지도 신의 것.

내가 잡은 짐승도 신의 것.

내가 만든 물건들도 신의 것.

신의 이름으로 나의 것들을 그들이 가지고 갔다.


지금 내 아들마저.


“이제 그만하고 아들을 보내주게.”


신관이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아들을 보내줘야 한다고?”

“어서 아들의 시신을 병사들에게 넘기게. 나투라 신께 가야지.”


이제야 정신이 똑바로 돌아오는 것 같다.

아들을 살리기 위해 내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이 녀석들을 죽이는 것이다.


작가의말

같이 이야기 나누며 가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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