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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곗돈의 서재입니다.

제국의 국민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아마곗돈
작품등록일 :
2020.08.07 21:33
최근연재일 :
2021.01.10 16:00
연재수 :
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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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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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글자수 :
342,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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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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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갑작바람 작전

안녕하십니까?




DUMMY

44. 갑작바람 작전


제일 먼저 최전만이 눈에 보이자 석관호의 인상은 찡그려졌다. 그러다 곧 얼굴을 폈다. 은정이가 갱들에게 잡힌 것은 아니었기에 적이 안심되어서였다.


그 외 박석수와 모르는 사람이 두 명 더 있었다. 아니 한 사람, 한 여자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하였다. 얼굴이 동글동글하니 귀염성이 듬뿍 담긴 모습으로 방실방실 웃고 있었다.


그때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검은 테 안경을 쓴 중년인이 앞으로 나서서 은정이의 손을 잡아끌었다.


“인제 우리는 가자.”

“아, 아빠. 난 안 갈래요. 선생님과 같이 있을 거예요. 흑흑!”


석관호는 그 사람이 바로 은정이의 아버지임을 알았다. 최전만이 은정이를 달랬다.


“그래 은정아. 이젠 아빠랑 서울로 가봐라. 석관호 선생님도 우리랑 볼일이 끝나면 서울로 갈 거야. 그때 만나면 되잖아.”

“정말이세요 선생님? 서울 오실 거예요?”

“그, 그래.”


석관호는 썩은 미소로서 그리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가만히 웃음을 짓고 있던 여인이 한마디 하였다. 그는 이들이 대체 무슨 수작을 벌이는지가 의아할 뿐이었다.


“은정아. 안심하고 가봐. 이 언니가 틀림없이 모시고 갈 테니까. 오늘부터 소녀의 마음에 불을 지핀 은정이의 선생님은 이 언니가 책임진다!”

“언니, 정말이세요? 선생님을 모시고 서울에 오실 거죠? 오시면 꼭 전화하셔야 해요.”

“그렇다니까. 너의 그 애타는 마음을 봐서라도 내가 네 선생님의 감시자로 늘 따라다닐 거야. 그래도 되겠지요?”


등옥애가 최전만에게 그리 물었다. 최전만은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리인가 해서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이다가는 인정하고 들었다.


“하하! 좋습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시는 분이니 껌처럼 달라붙어서 감시하십시오.”

“감사합니다.”


등옥애는 고개를 약간 앞으로 숙이는 동작으로 마치 상냥한 사무원처럼 굴었다. 정은정이 그런 그녀에게 살갑게 달라붙어서 꼭 선생님을 서울로 데려와야 한다는 언질을 받아내었다.


정 검사는 철딱서니 없는 딸의 행동을 지켜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이 아픔을 잊으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임을 생각하니 안쓰러운 마음을 금할 길 없었다.


슬쩍 석관호라는 자를 바라보니 눈썹이 진한 것이 눈빛에는 신뢰성이 가득 담겼다. 충직한 군인답게 생긴 모습으로 언론에서, 아니 이 정부에서 왜 그리 영웅으로 치켜세웠는지 알만하였다.


“서울 오면 연락 주십시오.”


정 검사는 내키지가 않았으나 딸에게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서 석관호를 향하여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그가 그의 손을 마주 잡으면서 답변하였다.


“알겠습니다. 은정이와 함께 사무실로 찾아뵙겠습니다.”


석관호 또한 은정이에게 신뢰감을 심어주기 위해서 그리 말을 던졌다. 두 남자의 그러한 말을 들은 은정이의 얼굴은 활짝 피었다. 그 말을 진정으로 믿는 아직은 순수하기만 한 소녀였다.


은정이는 순순히 아버지를 따라나섰다. 나머지 사람들은 부녀를 전송하면서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어주었다.


정 검사 부녀를 보내고 난 그들의 표정과 기류는 서먹서먹해졌다. 최전만과 박석수는 그를 고이 모셔가야 하는 처지인지라 공손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등옥애는 이들의 중간에서 줄다리기를 펼쳐야 할 형편인지라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사정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 못지않게 석관호 역시 이들의 모계를 예측할 수 없었기에 정황을 살피려고 말을 아꼈다.


“석관호 씨를 뵙고 싶어 하는 분이 계십니다. 가시지요.”


최전만이 차가 있는 방향을 두 손으로 가리키면서 굽실거렸다. 그때 등옥애가 나섰다.


“안심하십시오. 전혀 해를 끼치지는 않습니다.”

“그걸 어떻게 믿지요?”


선 듯 따라나설 것 같지가 않게 석관호가 묻자 그녀는 활짝 웃어 보였다.


“국가안보부가 아닙니까. 국안부는 선량한 국민에겐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최 수사관님. 그렇지요?”

“하하! 그, 그럼요. 하하! 안심하십시오.”


느닷없는 그녀의 질문에 최전만은 당황의 빛을 보이다가는 수긍하였다.


“정체가 뭡니까?”


석관호가 등옥애를 당황케 하는 질문을 던졌다. 그건 최전만과 박석수도 알고 싶어 한 내용이었기에 그녀의 표정을 주시하였다.


“호호! 정체라니요? 그리 물으시니 저를 범죄자로 보시는 것 같아서 섭섭합니다만, 저는 장춘치안청 정보7과 등옥애 형사입니다. 이렇게 신분증도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앞으로는 국안부 정보원으로서 석관호 국가영웅을 담당하게 됐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등옥애라고 합니다.”


등옥애는 신분증을 꺼내 보이는 등 무릎과 고개를 살짝 숙여 보이는 애교로 석관호의 의심을 녹이려드는 노력을 보였다.


질문의 방식이 잘못됐음을 석관호는 알지 못하였다. 이 사회라는 곳은 다양한 인종이 바글바글 모여 살기에 진실이 성립할 수가 없었다. 상대의 속마음을 알아내기보다는 유추할 수만 있어도 큰 수확이었다. 진심을 보이지 않는 인간의 속마음을 추측하기 위해서는 회유라던가 삼각 화법을 써야 하건만, 그는 아직 사회의 물이 덜 들어서 직설적으로 물었다.


“마, 맞습니다. 장춘치안청 형사를 겸해서 국안부 정보원으로 활동하게 됐습니다.”


최전만은 자기도 확실히 등옥애의 정체를 모르는 판인데 석관호가 그런 물음이 담긴 눈빛을 자기에게 던지자 그리 인정해주었다.


석관호는 국내성치안청사 폭파사건에 등옥애가 관여됐음을 아직은 모르고 있었다. 그러한 발표가 나자마자 이곳으로 피해왔기 때문이다. 다만 유하역 역장실에서 정은정을 안전하게 데리고 있었다는 것을 떠올리니 가짜 형사라는 의구심이 풀리면서 좋은 인상으로 자리를 잡았다.


등옥애는 이곳을 흑룡회와 흑곰회가 지키고 있는 줄로 알았는데 그런 기미가 일절 보이지 않는 게 수상쩍기만 하였다. 양 실장과 있을 때 두 조직이 이곳에서 석관호를 지키고 있다는 보고를 들었기 때문이다.


최전만 일행과 이곳으로 오면서 그녀는 두 조직의 사실을 밝히지를 않았다. 그것은 석관호라는 개인과 갱단 조직과 이 국안부 조직 간에 다툼이라도 벌어진다면 그 틈을 노려서 도망을 치려던 나름대로 복안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두 조직은 코빼기도 보이지가 않았다. 정은정 부녀는 떠나가려고 하고, 살아남기 위해서 재빨리 머리를 굴려 석관호 쪽으로 붙었다. 왜냐하면, 이 순간 가장 중요한 인물은 바로 석관호라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최전만도 석관호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그저 상관의 명령을 쫓아서 데리고 갈 책무로 그를 찾는 게 우선이었다. 그랬기에 국안부 소속의 정보원으로 써달라는 그녀의 청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말았다. 석관호를 찾는 게 목적이었기에.


그녀가 치안청사 폭파사건의 범인일지도 몰랐다. 하여 석관호만 찾게 되면 그녀를 치안청으로 넘겨버리려고 했는데, 그녀가 선수를 치고 나왔다. 석관호의 질문대로 대체 정체가 뭔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그러나 인제는 빼도 박도할 수가 없었다. 석관호 앞에서 인정하고 들었으니까. 하지만 아직도 그녀를 차버릴 기회는 또 있었다. 석관호가 상관만 만나면 그의 비중이 어떠한가 판가름이 날 테니까. 그때 가서 두 사람 다 제거하겠다는 암중모색으로 그는 석관호와 등옥애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


이곳은 멀리 고분군이 내려다보이는 계곡 위의 고급 식당 ‘해 뜨는 집’ 이었다. 그 식당 주변으로는 철통 같은 경호가 펼쳐져 있었다.


각양각색의 차림으로 국안부 직원들이 손님을 가장하여 식당에 앉아서 식사하든가, 바깥 테라스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행태를 보이고 있었다.


등옥애는 최전만과 박석수와 함께 테라스에 앉아서 지는 노을을 바라봐가며 안심스테이크로 저녁 식사를 하였다.


“국장님과 독대를 할 정도로 그 사람이 중요한가 보죠?”

“그건 우리도 모른다. 그나저나, 너 정체가 뭐니? 진짜 치안청을 폭파한 범인이 맞는 것이니?”

“무슨 소리를 그리하십니까? 절대 아닙니다!”


그녀는 나이프와 포크를 휘둘러가면서 부인하다가는 실례였음을 인정하는지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살짝 숙여 보였다.


“근데 왜 형사라면서 은정이를 태우고 도망을 쳤던 거야? 뭔가 켕기는 게 있기 때문이잖아. 안 그래?”

“아닙니다. 그건 서울에 급한 일이 생겼기에 겸사겸사 은정이를 데려다 줄 겸 그랬던 겁니다.”


등옥애는 부인으로 일관하였다. 짜증이 난다는 듯 최전만은 말을 툭 던졌다.


“알았다, 알았어! 치안청에 알아보면 될 일이니까.”


순간 등옥애의 얼굴이 긴장감에 휩싸였다가는 곧 침착함을 되찾았다. 그때 실장이 그들 쪽으로 와서는 최전만과 박석수를 오라고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두 사람이 그리로 가자 실장은 그들을 조용한 곳으로 데리고 갔다.


“석관호 씨에게 중요한 일이 맡겨졌다. 갑작바람 작전으로, 국안부 외주(外注)라 특급 기밀이다.”

“외주요?”


최전만과 박석수는 그리 되물으면서 서로 바라봤다. 외주라 함은 국안부가 개입해서는 안 되는 일을 다른 곳에다 맡김을 말함이었다. 실장이 계속 말했다.


“그렇지만 석관호 씨를 감시할 자가 필요해. 그걸 너희 둘이 맡아줘야겠어.”


두 사람은 바짝 긴장감에 휩싸였다. 모처럼의 작전이었다. 호기심과 흥분이 몰아치는 한편 좋은 방편도 떠올랐다. 최전만이 건의하였다.


“목숨을 다해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석관호 씨에게 정보원 하나를 붙여서 지내게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만. 그러면 우리의 임무가 훨씬 수월해질 것 같습니다.”

“정보원?”

“예. 석관호와 붙어 다니면서 우리에게 연락을 취하게 하는 이중간첩용 말입니다.”


실장은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중간첩? 그거 위험한 발상인데. 믿을 만해?”

“그렇습니다. 치안청 폭파사건에 연루된 여자인데, 그 죄를 감해준다고 하면 충성을 다 할 것으로 봅니다.”

“석관호 씨도 그 여자를 알아?”

“예. 오면서 그녀가 석관호 씨를 감시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자청할 정도였기에 그다지 의심하지는 않을 겁니다.”


최전만은 정은정과 정 검사의 얘기는 하지를 않았다. 그 한편으로는 만약 그녀가 한 말대로 석관호를 감시하는 자가 되면 자기들이 훨씬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이 제대로 섰다.


실장은 심사숙고하는 빛을 보이다가는 힘줘 주먹을 쥐었다.


“좋았어! 문제가 있는 자들끼리 모아놓으면 임무가 더 빨라질 수가 있겠지. 이건 우리끼리만 알고 있는 비밀이다.”

“알겠습니다!”


최전만과 박석수는 힘찬 대답을 하였다. 그러고 나서 테라스로 오니 등옥애는 백포도주를 홀짝이고 있었다.


“등옥애 씨.”


최전만이 공손하게 부르기에 그녀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슨 일로 이리 정중하게 나오는가 싶도록 의아심이 듬뿍 담긴 눈빛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좋게 나온다 싶을 땐 그 뒤끝을 의심해봐야 한다.


“방금 장춘치안청과 국내성치안청에 알아봤는데, 등옥애 씨에게 붉은 딱지가 붙어 있더군요.”

“그래요?”


그녀는 무관심하니 대답하였다. 최전만이 미끼를 던졌다.


“그 붉은 딱지를 떼어줄 수도 있어요. 관심이 있나요?”

“말해 봐요.”


도도하니 나가는 그녀였다. 최전만은 한쪽 입술을 추켜올려가는 미소를 짓다가는 얘기하였다,


“모종의 작전을 맡았어요. 그 작전에 등옥애 씨를 추가시켰으면 해서입니다. 그건 은정이에게 석관호 씨의 감시자가 되겠다고 약속한 것을 실현해 드리고 싶어서이기도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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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테오도시우스 성의 총격전 20.12.27 2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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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맞불작전 20.12.20 2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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