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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곗돈의 서재입니다.

제국의 국민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아마곗돈
작품등록일 :
2020.08.07 21:33
최근연재일 :
2021.01.10 16:00
연재수 :
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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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2
추천수 :
24
글자수 :
342,489

작성
20.11.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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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이별의 슬픔

안녕하십니까?




DUMMY

37. 이별의 슬픔


석관호는 이토록 자기의 임무에 충실한 여자가 대견할 뿐이었다. 누구냐고 정은정에게 묻자 그녀가 좋게 대답해줬다.


“정보7과 등옥애 형사라는 언니예요. 저한테 잘 해줬어요.”

“그래? 그럼 고이 가면 안 되겠군.”


그는 등옥애의 목덜미를 질질 끌다시피 하여서는 역장의 의자에다가 앉혔다. 등옥애의 푸른 재킷 옷소매를 빼서는 의자 뒤에다가 그녀의 두 손을 묶는 포승줄로 써먹었다. 그런 다음 입에다가는 수건을 뭉쳐서 쑤셔 넣었다.


“미안하오. 이게 당신을 살리는 길이 될 것이오.”


그는 그렇게라도 해놔야 책임자가 와서 보더라도 그녀가 추궁을 면하리라고 보았다. 그런 다음 그는 은정이를 데리고 유유히 그곳을 떠나갔다.


***


다행히 입환기관차는 멈췄다. 그건 기관차에서 운전하며 총을 쏴대던 석관호가 정은정이를 구출하기 위해서 내렸기 때문이었다. 흑곰 한 명이 용감하게 기차에 올라타서는 겨우 멈출 수가 있었다.


그 한편으로도 양 실장과 역장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도착 직전의 상행선 기차도 멈추게 할 수 있었다. 승강장 진입 직전이었으니 큰 재난은 피하고 본 셈이었다.


이마의 식은땀을 손등으로 닦아대던 양 실장은 불현듯 생각나는 게 있어서 이번에는 역장실이 있는 방향을 향하여 선로를 달렸다.


이 나이에 이게 무슨 꼴이더란 말인가. 진작 진급했어야 했는데 만년 치안소장에 머물다가 이제야 겨우 끈을 제대로 잡았다 싶었다.


그놈의 유들유들한 바람기가 사람을 요 모양 요 꼴로 만들어 놓았다. 한데 그 바람기가 또 도지려는 모양이었다. 턱 하니 동글동글 오동통한 뺨을 지닌 등옥애가 나타났으니.


역장실의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니 아니나 다를까. 자기가 생각한 바대로 미끼는 없고 낚시꾼만 의자에 묶여서 끙끙대고 있었다.


양 실장은 얼른 등옥애의 손에 묶인 그녀의 옷소매를 풀어주었다. 사실 그건 쉽게 푸르도록 석관호가 해놓은 것이었지만, 그의 의도를 알아차린 그녀는 일부러 누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실장님! 왜 이제야 오나! 나 죽을 뻔했지 않나!”


그녀는 입에서 수건 뭉치를 꺼내자 마지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양 실장은 미심쩍은 눈으로 그녀의 위아래를 살피는 것이었다.


“아무 일···없었던 거지?”

“아무 일이라니?”


등옥애는 의아한 빛으로 그를 바라보다가는 곧 그 뜻을 알아차리고는 화를 벌컥 내었다.


“실장! 니는 시방 내가 석관호에게 당했나 그게 궁금한 것이니! 그런 거니? 총에 맞아 죽을까 봐 간이 콩알만 해진 사람에게 그게 할 말이니?”


그녀가 두 주먹으로 그의 가슴을 두들겨 대자 그는 뒤로 훌쩍 물러나면서 두 팔로 방어 태세를 취해 보였다.


“그게 아니라, 다친 데는 없냐고 물은 거지.”

“실장! 니는 석관호보다는 한참 뒤 떨어진다아! 그는 뺨은 때렸어도 얼마나 신사 같이 굴었는지 모른다!”

“뭐야! 그 자식이 네 뺨을 때렸어? 이 자식 가만 놔두면 안 되겠네! 그건 그렇고, 너 왜 그놈을 그렇게 두둔해! 뭔가 있지? 그렇지?”


등옥애는 기가 막힌 모습을 보였다.


“나 참! 실장! 니 의처증이니? 니가 개처럼 노니까 다 그리 보이니? 이래 봬도 나 순정 있는 여자다!”

“허! 순정이라니. 개가 웃을 일이다.”

“니 말 다했니? 좋다! 내는 이런 누명을 쓰고는 더는 여기에 못 있겠다! 갈 테니까 잡지 마라!”


그녀는 씩씩거리면서 문 바깥으로 나가려고 하였다. 당황한 양 살장이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잡지 마라 했다!”

“농담한 걸 가지고 왜 이러니.”

“그놈의 농담에 한두 번 속니? 남자 새끼들은 개도 안 들을 농담도 잘하더라! 일없다!”


그녀가 손을 뿌리치고, 양 실장은 굽실거려 가면서 그녀의 비위를 맞추려고 애썼다.


“여기 계셨군요.”


그때 불쑥 최 형사가 들어섰다. 양 실장은 퍼뜩 놀라면서 재빨리 그녀에게서 떨어졌다.


“허! 뭘 그리 놀라십니까. 꼭 뭐하다가 들킨 사람처럼 말입니다.”

“이 사람아 하긴 뭘 해.”

“딴 사람은 몰라도 제 앞에서는 괜찮습니다. 애정 표현을 한두 번 봅니까?”

“허 참!”


양 실장이 쑥스러운 듯 손으로 턱을 문질러 댈 때 등옥애가 태도를 변화시켜 방실거리면서 나왔다.


“실장님. 그렇게 해서 석관호가 저를 묶어 놓고는 정은정이를 데리고 간 것입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잘 지켰어야 했는데요.”

“다치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가···”


그리 대꾸하면서도 양 실장은 참으로 묘한 계집이란 생각을 하였다. 속을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고, 뚱하다 싶으면 방실거리면서 나오니 그것도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지 안 보면 눈에서 아른거렸다.


그동안 양 실장이 상대해온 여자는 간 쓸개를 빼줄 듯이 굴던 여인들뿐이었다. 그건 그의 신분이 치안이었기 때문이다. 한데 등옥애는 화가 나면 신분이고 뭐고 상관없이 묘한 어투로 쏴붙이고는 하는데 그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모양이었다.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지?”


최 형사가 물어왔다. 그녀 대신 양 실장이 두둔하고 나섰다.


“그걸 어찌 알겠어. 죽이지 않은 것만도 천만다행인데.”

“아! 이거 어디 가서 그놈들을 찾나···”


최 형사가 탄식하면서 뒤통수를 긁는데 똥돼지와 우신이 들어섰다. 두 명은 양 실장에게 고개를 푹 숙여 보였다. 면목없음을 나타내는 것이리라. 하지만 공과 실의 다툼들을 보였다.


“우리 측 회원이 입환기관차를 막아서 큰 화를 면했습니다.”


표정 없는 우신의 그 말에 똥돼지의 황금니가 쩍 벌어지면서 발끈하였다.


“무슨 소릴 하시는 겁니까! 그쪽이 그 기관차를 지키지 않았습니까! 그걸 빼앗기신 책임은 어떻게 지실 겁니까? 그걸 안 빼앗겼다면 우리 흑룡이 그놈을 잡고도 남았을 겁니다!”

“흐흐흐! 그건 그쪽 생각이시고. 그래서 벌떼처럼 달라붙어서도 그놈 하나를 못 맞췄단 말이오. 우리는 흑룡이 공을 세우라고 기회를 줬건만.”


무표정의 우신이 더욱 얄미울 뿐인 똥돼지는 훌러덩 까진 입술을 혀로 한차례 훑고 나서는 분에 터지는 소리를 질렀다.


“뭔 기회를 줬단 말이오! 우리 식구들이 다 죽은 뒤에 공을 차지하려고 일부러 대응하지를 않았다는 거 모를 줄 아시오!”

“말이 안 통하는구려.”

“에잇!”


조롱하는 투의 우신에게 화가 터진 똥돼지는 권총을 빼 들어서 그에게로 겨누었다. 가만히 있을 우신이 아니었다. 그도 권총을 빼 들어서는 똥돼지를 겨누었다.


일촉즉발의 사태에서 양 실장과 최 형사의 얼굴은 파리해졌다. 의리고 뭐고 없는 놈들이 언제 자기들에게 총을 겨눌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이럴 때 간덩이가 큰 사람은 따로 있었다.


“이거 야들이 시방 뭐하는 짓이니!”


등옥애가 손바닥으로 똥돼지와 우신의 뒤통수를 한 차례씩 후려쳤다.


“감히 우리 실장님 앞에서 총을 빼 든 것이니? 니들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총 치워라!”


그 호통에 두 사람은 얼른 총을 내렸다. 양 실장은 헛기침으로 떨떨함을 감추었다. 태연함을 가장하여서는 훈계하였다.


“충성이 지나치면 그럴 수도 있기에 너그러이 이해하네. 그렇지 않아도 청장님에게 두 조직의 활약이 크다고 매일 보고하고 있어. 하지만 도가 지나치면 보기가 흉해. 안 되겠어. 공조보다는 단독, 즉 독고다이로 활동하면서 수시로 나에게 보고하도록.”


양 실장은 아무래도 두 조직을 떼어놓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들끼리 다투다 못해 치안 쪽으로 총구를 돌릴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


석관호는 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정은정이를 데리고 갔다. 그녀는 감격에 젖어있었다. 그가 엄청난 사고를 감수하면서까지 자기를 구하러 왔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건 한 편의 영화나 다름없었다. 그러니 그의 팔에 매달리다시피 따라가면서 질문을 퍼부어대지 않을 수 없었다.


“선생님께서 정말 석관호별초대의 그 석관호세요?”


그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댈 뿐이었다. 조잘조잘 흥분된 표정의 그녀를 보면서 그는 자기도 모르게 싱긋 웃고 말았다. 막 건져 올린 고기처럼 싱싱함과 귀여움이 듬뿍 배어 있었다.


위문편지라는 게 있었다. 최 일선에서 근무하는 군인이나 치안에게 초중고생이 보내는 위문의 편지였다. 제국을 꿈꾸는 참신한당의 작품으로서 과거 군사 정권을 답습하는 것이라는 반대도 많았다.


아무튼 그녀를 대하고 있으니 마치 위문편지를 읽고 있는 것만 같았다. 자동으로 편지의 내용을 술술 읽어주는 앵무새라고나 할까.


어둠의 거리에서 그는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는 그녀의 휴대폰을 달라고 하여서 전화하였다. 그가 전화한 상대방은 바로 정은정의 아버지였다.


그는 딸을 택시로 보낼 테니까 부녀가 상봉할 수 있는 장소를 그녀의 아버지와 약속하고는 지나가는 택시를 잡았다.


안경을 쓴 통통한 40대 운전기사에게 집안 검찰청으로 이 여학생을 데려다 주라고 하니 그는 반색하였다. 경각심으로 이 여학생의 아버지가 검사라면서 그의 얼굴을 그녀의 휴대폰으로 찍어서 전송시켰다.


정은정이는 택시를 거부하였다. 두 팔로 그의 목을 휘감고는 떨어지지 않은 채 슬픈 모습을 보였다.


“싫어요! 선생님과 같이 있을 거예요! 선생님은 제가 싫으신가요?”

“이건 그런 문제와는 다른 거야.”

“뭐가 다른데요? 저를 어린애로 취급하시는 거죠? 그렇죠?”

“그게 아니야. 지금은 위급한 상황이니 잠시 떨어져 있자는 뜻이야. 그러면 내가 연락할 게.”


그녀의 맘을 달래기 위해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였지만, 정신적 숙성이 덜 됐다고는 해도 그걸 믿는 소녀는 아마 없을 것이다. 아니 이별의 말은 그 어떤 감언이설 속에서도 감지할 수가 있었다.


“거짓말! 믿을 수 없어요! 같이 가겠어요! 절 떼어놓지 마세요! 흑흑!”


급기야 그녀는 울음을 터트렸다. 그의 가슴에 바짝 매달려서 흐느끼는 그녀의 눈물이 그의 목 사이로 뚝뚝 떨어지면서 그의 마음을 뜨겁게 일렁이었다.


장거리 손님인지라 택시기사는 이의 없이 기다려주었다. 택시 뒷문 쪽에서 정은정은 그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그는 두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잡고는 얼굴을 뒤로 젖혀서 촉촉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까만 눈망울은 밤하늘의 별이 내려앉아서 부서진 듯 반짝반짝 눈물바다로 출렁이었다. 그런 그녀의 눈이 슬프기만 한데 외려 그녀는 그를 동정하였다.


“선생님의 눈이 슬퍼요! 그런 선생님의 곁에는 제가 있어야 한다고요! 같이 가게 해주세요! 선생님 제발!”

“말했잖아. 이건 잠시의 이별이라고. 우선은 걱정하시는 부모님을 생각해···”


그녀는 고개를 흔들었다. 하긴 당장 부모의 생각이 떠오를 리가 없었다. 오직 풋풋한 사랑을 위한 몸부림만이 있을 뿐이다. 그녀는 그걸 몸소 실천해 보였다.


“읍!”


달콤함으로 가득 넘쳐날 것 같은 붉은 입술로 그녀는 그의 입술을 덮쳤다. 뜨겁고, 뜨겁게 밀고 들어오는 그녀의 사랑을 그는 자기도 모르게 받아들였다. 그 한편으로는 잡혀 있건 말건 자기를 유인하기 위한 미끼임을 알고도 그녀를 찾아간 자기의 잘못이 크다는 것을 뉘우쳤다.


그는 그녀의 머리를 잡고서는 강제로 입술을 떼어내었다. 그녀는 거부의 몸짓을 보였으나 그는 그런 그녀의 몸을 강압적으로 제어해서는 택시 뒷자리에다가 태웠다.


문을 닫고는 출발하라는 뜻으로 택시 트렁크를 두들겼다. 그 신호에 맞춰서 택시는 총알처럼 달렸다.


택시 뒤의 창문으로 바라보이는 정은정이의 눈물 젖은 두 눈망울은 금방 멀어져갔다. 그쪽을 향하여 오른손을 들어 보이는 그의 눈망울은 촉촉함으로 가득 배어 들어갔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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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진지 탈출 21.01.08 21 0 12쪽
61 방어 전술 21.01.07 24 0 12쪽
60 모여드는 군상 21.01.03 23 0 12쪽
59 다시 찾은 세렝게티 21.01.02 25 0 12쪽
58 또 다른 동행 21.01.01 17 0 12쪽
57 도로 위의 총격전 20.12.31 24 0 12쪽
56 테오도시우스 성의 총격전 20.12.27 26 0 12쪽
55 다툼 20.12.26 30 0 12쪽
54 늪지의 격전 20.12.25 28 0 12쪽
53 사지의 늪 20.12.23 31 0 12쪽
52 맞불작전 20.12.20 25 0 11쪽
51 피의 명령 20.12.19 28 0 12쪽
50 악랄한 덫 20.12.18 25 0 12쪽
49 격론 20.12.16 25 0 12쪽
48 만남 20.12.13 25 0 12쪽
47 지상으로의 낙하 20.12.12 3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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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재회 20.12.05 30 0 12쪽
42 변신 20.12.04 34 0 11쪽
41 납치 20.12.02 31 0 12쪽
40 좁혀지는 범인 20.11.29 39 0 12쪽
39 의문의 폭파사건 20.11.28 29 0 12쪽
38 또 다른 청탁 20.11.27 34 0 12쪽
» 이별의 슬픔 20.11.25 41 0 12쪽
36 혼란의 승강장 20.11.21 33 0 12쪽
35 도청 20.11.20 3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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