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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문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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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아마곗돈
작품등록일 :
2018.05.18 05:16
최근연재일 :
2019.03.24 06:00
연재수 :
91 회
조회수 :
51,839
추천수 :
255
글자수 :
502,216

작성
19.02.1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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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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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효웅들

반갑습니다!




DUMMY

77. 효웅들


싸리나무로 된 화살 끝에는 송곳 같은 날카로운 촉이 박혀 있었다. 점차 활과 화살이 손에 익어 나갔다. 과녁에 맞은 화살들을 막내가 뽑아다가 주었다.


활은 명중률도 높아야 하지만 얼마나 빨리 연속적으로 쏘느냐도 중요하다. 꾸준한 연습을 통한 결과물로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매일 쏘는 연습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고대로 활은 국가에서 장려했기에 귀족의 집 뒤뜰에는 꼭 활터가 있었으며 마을에도 서너 군데 형성돼 있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사람들은 그곳에 가서 활의 감각을 되살리고는 하였다.


위사 중 한 젊은이가 시합을 벌이자고 나왔다. 이곳의 활과 고려, 즉 조선 이전의 배달 나라 때부터 소문난 활과의 시합을 제의한 것이다.


“천하에 위명을 떨친 맥궁의 소문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 그럽니다.”

“하하! 그런데 내걸 게 없는데 어쩌지요?”


선장이 말했다.


“벌칙으로 지신 분에게는 백주를 한 사발 드리지요.”

“좋습니다.”


출렁거리는 배에서는 과녁의 중심이 아니라 그 자체를 맞추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두 사람은 한발씩을 쏴 나갔다. 위사가 먼저 쏘고 그다음은 김역이 쏘는 식으로 모두 세 발을 쏘았다.


김역이 쏜 세 발의 화살이 중심에 가까이 맞아 1차전은 승리하였다. 선장이 백주가 가득 담긴 술잔을 위사에게 내밀어 그는 그걸 단숨에 마셨다.


2차전은 위사가 이겨 김역이 백주를 마셨다. 최종적인 3차전은 아슬아슬하게 김역이 이겼기에 여인들의 환성이 드높았다. 그 기분을 살리려 김역은 모두에게 백주 한 잔씩을 돌리라고 했다.


***


위장막은 속이 타들어 갔다.


“에이! 못난 놈!”


화가 나서 나간 뒤로 아들놈은 자기 군막에 처박혀서 술만을 마시고 있었다. 곁에는 화월이 붙어 있다고 했다. 뭔가를 전달해도 화월이 답을 해오던가 부하를 보내왔다.


화월의 치마폭에 꼭 둘러싸여 있었다. 그만큼 그녀에게 빠져있었다. 원사방 전포사라는 게 무엇인가. 포교를 담당하는 직책이었다. 그건 그만큼 사람 다루는 법을 잘 알고 있음이었다. 거기에 전포사를 총괄하는 지위라니 그 내공이 어찌할지는 뻔한 일이었다.


“못난 놈! 어찌 그런 여자에게 빠져서! 소민이를 휘어잡았어야지!”


그럴 때 부관이 들어와서 보고하였다.


“명개철 단주 일행이 가까이에 왔습니다.”

“그런가. 나가 봐야지. 소주에게도 알리게.”


군막을 나가 진채 문 앞으로 가니 저 멀리서 파사귀 명개철이 병력을 이끌고 오고 있었다. 위장막은 손수 나가서 맞이하였다.


“하하! 어서 오십시오. 먼 길을 고생하셨습니다. 소생이 위장막입니다.”

“하하! 반갑습니다. 명개철입니다. 위 공자는 보이지를 않는군요.”

“급한 일이 생겨서 조금 늦을 겁니다. 들어가시지요.”


그들이 군막으로 들어가서 담소를 나누는 중에 위여해가 들어와 명개철에게 인사하였다. 한데 자다가 일어난 게 확연한 것이 눈은 충혈돼 있고 술 냄새가 확 풍겼다.


“하하! 위 공자는 언제 봐도 듬직합니다. 좋으시겠습니다.”

“허허, 별말씀을요.”


위장막의 미간이 일순 찡그려졌으나 얼른 펴면서 아들에게 친밀한 면을 보이려고 하였다.


“네가 군막으로 안내 좀 해드려라.”

“소자 바쁘옵니다. 그럼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횅하니 나가 버리는 아들을 보니 화가 치민 위장막이었으나 어쩔 수가 없었다. 그때 부하 하나가 들어와서 허겁지겁 보고 하였다.


“지금 문 앞에 북마고봉 호가명 대협이 부하를 대동하고 와서 상주님 뵈옵기를 청합니다.”


북두고봉(北斗高峰) 호가명이라면 하북에서 이름난 녹림 수괴였다.


“그분이 왜 여길···”

“그러게 말입니다.”


위장막과 명개철은 어리둥절하였다.


“나가 봅시다.”


그들이 나가 보니 말을 탄 호가명이 수백 명의 기마와 보병을 데리고 있었다. 고슴도치의 수염을 한 호가명은 서른 살 가량이 되었다.


“듣자하니 염포총국장께서 정의를 위해 궐기하신다기에 동맹군이 되고자 밤을 낮 삼아 달려왔습니다. 이거 영 환영하는 분위기가 아니로군요.”

“무슨 말씀을 그리하십니까. 마침 흑사단 명개철 단주께서도 와 계신 데 말입니다. 잘 오셨습니다. 들어가시지요.”


위장막이 호가명을 안내해 데려가려 할 때, 그는 부관이 소리치며 손으로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일단의 병력이 이쪽을 향해 오고 있었다. 기마가 섞여 있는 수백 명의 인원 선두에는 붉은 전포를 입은 투구 차림의 사내가 있었다.


관에 의심을 받을까 봐 깃발을 세우지 않았기에 누구인지 구분할 수는 없었으나, 호가명은 그를 알아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흥! 강남수두(江南水頭)로군.”

“강남수두 양간도 대협이란 말입니까?”


위장막이 물으니 호가명이 고개를 끄덕이고, 명개철이 의외라는 듯 말했다.


“허, 북남의 효웅이 한자리에 만났으니 이것도 보통 인연이 아니로군요.”


위장막은 심기가 불편하였다. 누가 또 끼어들지를 몰랐다. 이렇게 모여들다가는 지분 문제로 손상을 차지한다 해도 허울뿐인 상주가 될지도 몰랐다.


녹림 쪽 무리는 기존의 손가상포에 붙는 것보다 그 반대편에 가담해 공을 세워야 이득이 돌아오기에 이리 모여드는 것이었다. 그들은 동물과도 같은 탐욕을 지녔기에 의리니 도의니 그런 건 몰랐다. 오직 이득만 따질 뿐이었다.


반듯하게 생겼으나 예리한 눈썹에 염소수염의 양간도는 호가명과 비슷한 나이였다. 두 사람은 사이가 좋지 않아 보였다. 대면하자마자 고개 돌려가며 헛기침을 하였다.


북쪽 남쪽 두 지역에서 암흑가를 주름잡는 수괴였기에 적대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늘에 해가 두 개일 수 없듯이 이 기회에 싹 쓸어 북남을 통일해 패자로 군림하리란 야욕이 꿈틀거렸다.


***


칠흑 같이 어두운 밤이었다. 뱃전 이물비우에 부딪쳤다가 부서져 나가는 물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그 소리는 적막감 속에 더 크게 울려 퍼졌다.


고우분점의 배는 어둠 속에서도 운항하였다. 선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위사들은 눈에 불을 켜고 주위를 살폈다.


헙착하에 들어섰기 때문이었다. 운하의 폭이 좁혀져 갔다. 한층 검게 보이는 양쪽 뭍이 손에 잡힐 듯 가깝고 마을의 등불이 깜빡거렸다.


마을이 있는 곳을 조금 지나니 우측으로는 야트막한 산들이 이어졌고 좌측은 깎아지른 절벽으로 이뤄져 있었다.


야트막한 야산 그 아래의 물가에는 세척의 배가 떠있었다. 제법 큰 배였다. 고우분점의 배가 좁은 협착하 가운데로 두둥실 떠내려올 때 두 척의 배가 빠르게 그 배를 향해 다가갔다.


“수상한 배가 다가온다! 대비하라!”


위사장이 명령하니 스무 명의 위사는 시위에 화살을 걸어 놓고 여차하면 불화살을 날릴 준비를 하였다. 이미 배 주위로는 판목이 쭉 세워져서 화살에 방비하게 되어 있었다.


“노를 더 빨리 저어라!”


선장이 노군들에게 소리쳤다. 좌우 여섯씩 모두 열두 명의 노군은 사력을 다해 노를 저었다. 배는 앞으로 쭉쭉 나갔다. 두 배가 빠르게 접근하면서 불화살을 쏘았다.


“쏴라!”


위사장의 명령에 위사들이 판목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 불화살을 날렸다. 오가는 불화살이 밤하늘을 수놓았다.


***


야산 아래에 있던 한 척의 배는 고우분점의 배가 그 앞을 지나가자 그 배 후미로 붙기 위해서 서서히 움직였다. 그럴 때 배 뒤쪽에서 아이 머리만 한 항아리들이 넘어들어오더니 갑판으로 떨어지면서 깨져버렸다.


“기름이다! 기름이야!”


기름 냄새가 확 풍겨 온다 싶은 순간 횃불 하나가 그 안으로 던져 지면서 기름 위로 불이 쫙 번져나갔다.


배의 놈들은 우왕좌왕하였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인데 후미로 긴 머리의 남자가 불쑥 모습을 나타내더니 칼을 휘두르고 다녔다.


훨훨 타오는 갑판의 불빛에 그자의 모습은 말로만 듣던 의행공이 틀림없었다. 40여 명에 이르는 놈들은 이리저리 피해 다니는 등 맞붙어서 싸우다가는 비명횡사하였다. 그 전란과 화마 때문에 물로 뛰어드는 자들도 있었다.


빠르게 흘러가던 고우분점의 배가 멈췄다. 두 배가 불화살을 쏘며 접근하다가 후미를 맡았던 배가 활활 불에 타오르면서 이쪽으로 향하는 것을 보았다.


“저 배가 어찌 된 거지?”

“기습을 받은 모양입니다.”

“이쪽으로 오잖아! 배를 돌려라!”


김역은 협착하에 이르러 자기들이 타고 왔던 배로 옮겨 타서는 어둔 밤을 이용해 기습을 감행하였다.


거기에 같이 태우고 온 선원 두 명으로 불타는 배를 놈들의 배로 이끌도록 하였다. 그 뒤로는 흑매화와 이소향이 탄 배가 따랐다.


뱃전에 서서 김역은 제일 가까운 거리의 배를 향해 불화살을 쏘았다. 백발백중이었다. 그 배의 우두머리일 것 같은 놈을 조준해서 살을 날리니 머리에 맞고는 물로 떨어져 버렸다.


불타는 배가 그 배에 근접해서 부딪칠 찰나 두 선원은 아슬아슬 방향을 틀었다. 배가 그 배의 옆을 스치고 지나갈 때 김역은 그 배로 몸을 날려서 옮겨 탔다.


불길이 거세어지는 배에서 두 선원은 물로 몸을 던졌다. 흑매화의 배가 그쪽으로 향하였다.


김역은 옮겨 탄 배에서 생육편살을 펼쳐 아비규환을 만들어 나갔다. 팔다리 머리가 겨우 붙어 있고 배도 살짝 그어져 창자를 쏟을 듯 말 듯하였다.


“으하하하!”


마음의 울분을 풀어나가다 보니 김역은 그 광기에 젖어든 듯하였다. 파란빛을 뿜어내는 눈빛과 추켜 올라간 입꼬리가 미쳤음을 말해주었다.


“주공! 그만 하세요! 됐습니다!”


날카로운 소리가 들리기에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소야가 지른 소리였다. 주변을 살피니 흑매화가 쭉 늘어서 있는 가운데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뒹구는 부상자들이 널려있었다.


“저쪽으로 배를 몰아라!”


피가 묻은 칼로 또 한 척의 배를 가리키며 소리치니 온몸이 물에 젖은 채 배로 올라탄 두 명의 선원이 소리쳐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곧 배는 한 척이 남아 있는 놈들의 배를 향하여 방향을 틀었다.


“화살에 불을 붙여라!”


김역의 지시에 막내가 화살에 불을 붙여 그에게 계속 내밀었다. 그걸 받아든 그는 고우분점의 배를 공격하는 그 배를 향해 연속적으로 활을 쏘았다.


주로 펼쳐 놓은 돛을 향해서 쏘았다. 그곳으로 유성처럼 날아가 박힌 불화살은 돛을 불태워 나갔다. 두 배의 간격은 점점 좁혀졌다.


그 배는 차츰 후퇴하기 시작하였다. 두 배에서는 불화살을 날리고, 그 중 한 척의 배가 근접해 오니 의기가 꺾여 버렸다.


“쫓아라!”

“주공! 도망치고 있습니다!”

“잡아서 씨를 말려야 한다!”

“불붙은 배라 멀리 못 갑니다! 그만 하십시오!”


소야가 김역의 팔을 잡아끌며 말리는 순간, 그의 손바닥이 그녀의 뺨을 때렸다.


“말이 많구나!”


흑매화와 이소향이 깜짝 놀란 얼굴로 소야를 쳐다봤다. 젖혀진 얼굴을 똑바로 했을 때 소야의 코에서는 코피가 주룩 흘러내렸다.


“공자! 너무 하시는 거 아닙니까!”


이소향이 소리를 치며 달려와서 소야를 끌어안고는 얼굴을 살폈다. 거북한지 소야가 그녀를 뿌리치며 한쪽으로 가서는 손으로 코를 풀었다.


“이러실 필요는 없잖아요!”


언뜻 정신이 돌아온 김역은 아직도 분한 듯 씩씩거리다가 뱃전으로 가서는 밤하늘을 향해 울분을 퍼부었다. 그건 고독한 늑대가 울부짖는 소리와 다름없었다.


진정이 된 김역은 소야를 중심으로 흑매화와 이소향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미안하구나. 잠시 내 정신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괜찮습니다. 살수 때문에 주공의 신경이 예민해지신 듯합니다.”

“저 배로 옮겨 가자.”


고우분점의 배에서 승리의 함성이 울렸다. 사망자도 없이 경미한 부상자만 있었다. 선장과 위사들이 김역을 추켜세웠으나 그는 뱃머리로 향하여서는 밤하늘만을 우러렀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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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초야의 기습 19.02.20 364 3 12쪽
80 오열(嗚咽) 19.02.18 362 3 12쪽
79 화월 19.02.16 399 2 12쪽
78 손녀서(孙女婿) 19.02.15 360 2 12쪽
» 효웅들 19.02.13 362 2 12쪽
76 맥궁 19.02.11 357 2 12쪽
75 살수(殺手) 19.02.10 352 2 12쪽
74 북행(北行)2 19.02.09 363 2 12쪽
73 북행(北行)1 19.02.08 375 2 12쪽
72 탈출 19.02.07 359 2 12쪽
71 탈출구 19.02.05 371 2 12쪽
70 옹중지별(甕中之鱉) 19.02.04 422 3 12쪽
69 대명군영지도 19.02.03 374 3 12쪽
68 이소향 19.02.01 353 2 12쪽
67 미향루 19.01.29 361 2 12쪽
66 진범 19.01.26 377 2 12쪽
65 복수의 순간 19.01.23 351 2 12쪽
64 복수의 시간 19.01.19 36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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