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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문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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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아마곗돈
작품등록일 :
2018.05.18 05:16
최근연재일 :
2019.03.24 06:00
연재수 :
91 회
조회수 :
51,838
추천수 :
255
글자수 :
502,216

작성
19.01.18 09:04
조회
371
추천
2
글자
12쪽

바람처럼

반갑습니다!




DUMMY

63. 바람처럼


고우 염포총국 내 염포국 사람들은 혼비백산하여 일순 도망치기에 급급하였다. 도가 번쩍 휘둘러질 때마다 사람의 목이 간당거렸다.


사양호 옆에 자리한 염포총국장 2층 집무실 전각과 여러 채의 전각이 들어서 있는 장원이었다.


느닷없이 활짝 열려 있는 이곳 대문 안으로 필마단기가 쳐들어왔다. 말 위에 탄 자가 휘두르는 미첨도의 칼날은 영문도 모른 채 쳐다보는 무사들의 목을 덜렁거리든 팔다리가 덜렁거리든 고통스러운 비명에 잠기도록 하여 나갔다.


염포대 대장급이 되는 자가 장창을 들고 나와 상대하였다. 제법 창술을 부리는 그자의 공격은 날카로웠다. 상보(上步)의 움직임으로 창을 휘둘러 어깻죽지를 내려치는 개파(蓋把) 등 갖가지 창술과 보법으로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상대는 미첨도로 그 창을 막는 동시 반격을 가하면서 말을 가까이 접근시켰다. 창이란 자루가 길어서 상대와의 거리가 가까우면 쓰기가 불편한 법, 그가 재공격을 위해 퇴보의 움직임으로 뒤로 쭉 빠졌다. 공격을 위해 찰창(?槍) 자세를 펼치기도 전에 뭔가가 날아와서 이마를 강타하였다.


“악!”


그 짧은 외침과 함께 어깨가 뜨끔하면서 의지와는 상관없이 창을 땅에 떨구고 말았다. 곧 고통이 밀려들면서 어깨뼈가 훤히 드러난 가운데 피가 철철 흘러나오는 게 보였다.


위급을 알리 북소리가 ‘둥둥둥’ 연이어서 들려왔다. 이곳저곳에서 창이나 칼을 든 무사들이 나타나 필마를 상대하였으나 상대가 되지 않을뿐더러, 그의 면목을 대하고 나니 감히 덤벼들 마음이 들지가 않았다.


긴 머리를 휘날려가며 드러낸 얼굴에는 ‘불출’ 이란 자줏빛 문신이 새겨져 있고 눈빛은 형형하기만 하였다. 그렇다면 이자가 소문으로만 듣던 그자인가.


“의, 의행공?”

“의행공이다!”

“어, 어떻게 여길···”


두려움으로 그들은 접근을 피한 채 멀찍이서 견제만 하였다. 말이 달려들면 물러서는 등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들을 놔둔 채 말을 탄 자는 이곳저곳 전각을 다니면서 용감히 맞서는 자는 단칼에 날려버렸다.


이 염포총국에는 인원이 많지가 않았다. 대부분이 손가상포를 치기 위해 지원을 나가 있어 텅 비다시피 하였다. 위장막 총국장 측은 이런 걸 전혀 예상치 못하였다. 궤도(詭道)로 함정을 만들어 단숨에 서주 성점을 점령한 뒤 수로든 육로든 낙양으로 치고 올라갈 전략만 생각했다. 이같이 상대도 똑같은 전략으로 나올 줄은 전혀 예상치를 못했다. 이에 느닷없이 들이닥친 기습으로 넋이 뿔뿔이 흩어질 뿐이었다.


의행공이란 이 자의 출현에 이어 본대가 합류할 줄로 알았으나 그런 기미는 아직 보이지가 않았다. 그자는 여전히 총국을 휩쓸고 다녔다. 몇몇이 지붕 위로 올라가 활을 쏘았다. 그자의 미첨도는 가차 없이 화살을 쳐내었다. 그자가 뭘 던진다 싶더니만 날아온 그게 얼굴을 맞혀서 암기인 줄로만 알고 기절초풍하였다. 다행히 돌멩이였다. 이번엔 암기가 날아올까 보아 재빨리 도망을 치고 말았다.


김역의 예상은 적중하였다. 염포총국에 몇 놈 없을 것이라는 예감으로 두 흑매화가 말리는 걸 뿌리치고 기습을 감행하였다. 소야와 막내는 위험하니 이왕 도우려면 다시 서주 쪽으로 돌아가자고 하였다. 하나 그의 역발상이 맞아떨어진 것이 기뻤다. 아무도 예상치 않았던 이들의 본거지를 들이치는 전략으로 나갔으니 이거야말로 대마(大馬)를 잡는 수였다.


전의를 상실한 것 같자 김역은 담소귀마를 진정시키면서 그제야 웅혼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곳 책임자 부총국장은 나와라! 나오지 않으면 여기 이 전각을 모조리 불태울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생육편살의 도법에 배여 아픔으로 괴로워하는 자들의 숨통을 미첨도로 끊고 다녔다. 자비를 베푸는 것인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인지 몰랐다.


숨어서 행동을 엿보는 염포총국 사람들은 어찌하여 손상여주는 저런 악귀와도 같은 자와 부부가 됐을까 하는 의아심으로 가득 찼다. 저런 자가 과연 의를 행하기 위해 불출의 봉분을 깨고 나왔단 말인가.


확실한 것은 치우천황의 현신이란 것은 맞는 모양이었다. 마치 행동이 머리에 뿔이 난 투구를 쓰고 험악한 인상을 짓는 치우천황의 모습처럼 비췄기 때문이다. 악귀마저 물리친다는 치우천황이기에 부적을 그려 대문에 붙여놓을 정도로 용감무쌍한 전쟁의 신이 아니던가.


염포국 사람들은 곧 손가상포 본진이 들이닥칠 거라고 예상하였기에 의행공도 그렇지만, 감히 나설 엄두가 들지 않았다. 본진이 오기 전에 도망칠 걸 예상했는지 소년과 같은 두 사람이 장원 안으로 들어서더니 육중한 대문을 닫아버리는 것이었다.


중앙의 이 층 전각 안에서 애써 위엄의 빛을 보이며 서른 살 가량의 부총국장이 나왔다.


“소, 소인이 이, 이곳 부총국장이오만, 소, 소인은 아무것도 모르옵니다. 총국장께서 다 알아서 하신 일입니다.”


김역은 대답 대신 가까이 오라며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부총국장이 쭈뼛쭈뼛 게걸음으로 다가왔다.


“우선 죽은 자를 뺀 남녀 모두를 이곳으로 집결시켜라. 해치진 않는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부국장은 사방을 향해 소리쳤다.


“남녀 서기 하인 무사 모두 나와라! 해치진 않으실 거다!”


사방에서 한두 명씩이 나오는데 모두 칠십여 명에 이르렀다. 그중에는 동자와 여자가 삼십여 명 포함되어 있었다. 말을 탄 김역은 두 흑매화를 대동한 채 두 줄로 쭉 늘어선 그들을 살펴나갔다. 그 광경은 마치 사열하는 것만 같았다. 감히 얼굴을 마주하지 못한 채 그들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 중 한 젊은이가 김역의 얼굴을 똑바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그 앞에서 말을 멈췄다.


“내가 신기하느냐?”

“옛? 아, 예예. 조, 조금은 요···”


겁을 먹은 듯 말은 더듬었지만, 그의 시선은 김역의 얼굴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솔직해서 좋다. 앞으로 나서라.”


그 소리에 ‘넌 이제 죽었다’라는 판단으로 그곳은 술렁거렸다.


김역은 비단 장삼에 패물로 치장한 한 중년 여인의 앞에 멈췄다. 눈치를 보듯 살피는 그녀의 눈꼬리는 매서웠다.


“관계가 어떻게 되오?”

“총, 총국장님을 모시는···”

“처첩이란 말이오?”

“그, 그러하옵니다.”

“자식은 있소?”

“위여해 공자가 있기에 두지를 않았습니다. 나으리! 소첩은 강제로 끌려와서 총국장의 위세에 눌려 지낸 잘못밖에는 없습니다! 정말입니다!”


앞으로 뛰쳐나온 그녀는 말을 탄 김역의 발이라도 잡을 듯이 굴었다. 놀란 담소귀마가 두 발을 추켜들었다.


“명색이 총국장의 내자인데 부끄러운 줄 아셔야지요.”

“그동안 억압과 고통 속에 지낸 것이 억울할 뿐이옵니다! 부디 불쌍히 여기시어 살려주십시오!”


그녀는 패배한 우두머리의 가족이 어떠한 처벌을 받는지 잘 알았기에 살고자 몸부림을 쳤다.


“억압을 받고 지낸 것치고는 행색이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다는 걸 말해 주니 어찌 된 일입니까. 평소에도 이럴 진데 잔치라도 있으면 황후 못지않겠군요.”


날카로운 김역의 지적에 그녀는 말로는 금은보화를 내던질 것처럼 굴면서도 아까운지 행동으로는 옮기지를 못하였다.


김역의 미첨도가 번쩍하더니 그녀의 목을 단숨에 날려 버렸다. 그녀의 목이 데구루루 구는 걸 보고는 좌중은 비명을 질렀다.


끔찍함으로 훌쩍이는 소리에 잘 죽었다는 소곤거림도 묻혀 나왔다. 죽음을 맞이해서도 동정을 받지 못 할 정도로 모질 게 살아서 뭐하겠는가. 죽으면 뭘 알겠느냐는 현세관에 집착해서 악행을 떠는 자들이 천하엔 너무 많았다.


그들은 곧 더욱 술렁거렸으니, 또 한 사람을 호명한 것이다.


“통신국장은 앞으로 나서라.”


방건을 쓴 사십 대의 남자가 나섰다.


“부국장하고 여기 이 두 사람만은 남고 나머지는 본진이 올 때까지 저 전각으로 들어가 있어라.”


본진이란 말에 좌중은 더욱 술렁거렸다. 김역은 왜 그런지를 알만하였다.


“얌전히만 있으면 본진이 오더라도 너흰 무사할 것이다. 이 의행공이 보장하겠다.”


손가상포 내의 염포국이기에 주인이 오면 이곳 사람들은 반기를 든 배신자가 되어 처단되기에 십상이었다. 하여 총국장의 처첩이 살고자 몸부림을 친 것으로 나머지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패배한 측의 포로라는 건 승자의 권한으로 생사 안위가 바람 앞의 등불이었다.


그들은 김역의 말에 안심하면서 한 전각 안으로 들어갔다. 소야와 막내가 그 앞을 지켰다.


말에서 내린 김역은 세 사람을 이끌고 중앙의 이 층 전각 염포총국으로 들어가서 통신실로 향했다.


“부총국장. 여기서 제일 가까운 손가상포가 어디요?”

“고우에 분점이 있습니다.”

“그럼 분점장은 총장 측 사람이겠소?”

“아닙니다. 손 대인이 총국장을 믿지 못해 가까운 사람을 심었습니다.”

“그럼 감시를 받고 있겠구려?”

“중요한 시점이라 더 그렇습니다.”


김역은 고개를 끄덕였다.


“통신국장. 고우 분점으로 전문을 보내시오. 내용은···”


손가상포 선발대가 염포총국을 점령하였으니 이곳으로 와서 본진을 맞이할 채비를 갖추란 서찰을 통신국장은 직인을 찍어서 내밀었다. 김역은 서기 직책이란 정한모라는 젊은이에게 그걸 주면서 따로 말하였다.


“직접 분점장에게 줘야 한다. 선발대가 누구느냐고 물으면 손상여주라 대답하고, 위사관의 위사를 전부 데려오라고 일러라.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옛!”


똘박한 눈으로 힘차게 대답하는 정한모의 어깨를 김역은 두드려주었다.


그런 다음 김역은 두 사람을 이끌고 지하 감옥으로 내려가 봤다. 나무 창살이 세워져 있는 두 개의 감옥 중 한 곳은 세 사람이 갇혀 있었다. 죄명을 물으니 이번 거사에 항명한 염포국 무사들이었다.


본진이 오면 석방될 거라는 말을 해주고 김역은 옆 감옥을 살폈다. 그곳에는 한 사람만이 있었다. 옷은 해져서 누더기인데 뜻밖에도 여인이었다. 머리가 백발이라서 나이는 가늠키가 어려웠다.


파란 안광을 뿜어내며 그녀는 김역을 향해 소리쳤다.


“손춘문 그 늙은이는 아직도 살아 있더냐! 그 늙은이 말이다! 호호호! 내 모든 걸 빼앗아 가고도 오래 살 줄 알았더냐! 호호호!”

“누구요?”

“소신들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날부터 여기 있었습니다.”


김역은 머리를 갸웃거리며 그곳을 나왔다.


***


사십의 나이인 고우 분점장은 단숨에 위사들을 이끌고 달려와서는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였다. 손상여주가 염포총국을 선발대로 점령하였다는 소리를 들었으나 의외의 인물이었다.


그러다 곧 손상여주와 의행공이 부부가 됐다는 소문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던 참에 남편이 올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딴 사람이 서찰을 볼까 봐 선발대란 말을 썼습니다. 또, 분점장님이 믿게 하기 위해서도 그랬고요. 선발대는 물론 본진도 없습니다.”

“옛! 없, 없다니요?”

“본점이나 서주에서 들어온 소식은 없습니까?”

“이곳은 염포총국장 관할이라 자세한 통신은 보내오지를 않습니다. 다만 손 대인의 복심에 따라 중간적 입장만을 견지한 채 장사에만 몰두했지요. 총국장이 손상을 치러갔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그나마 오던 통신도 뚝 끊겼습니다.”


김역은 서둘렀다.


“이럴 새가 없습니다. 총국장 후발대가 되돌아올지도 모르니 빨리 이곳을 접수하시고 안정시키십시오. 부총국장 이하 간부들만 손상 사람으로 교체하시고 나머지는 그대로 놔두십시오. 그들은 죄가 없으니까요. 주변 성점이나 분점으로 연락하여 위사를 늘려 이곳을 지켜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빨리 이곳의 정황을 손상여주에게 보고 하는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경황이 없으니 도와주십시오.”

“그럴 수가 없습니다. 소인은 할 일이 있기에 곧 떠나야 합니다.”

“옛! 그, 그렇게나 빨리요?”


계속 남아서 잔일 처리하다 보면 또 다른 연환으로 붙잡힐 게 두려운 김역은 두 흑매화를 이끌고 바람처럼 사라져버렸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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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대승 19.03.10 367 2 12쪽
84 간계 19.03.07 349 2 12쪽
83 창살천인 19.03.01 361 2 12쪽
82 전면전 19.02.24 363 2 12쪽
81 초야의 기습 19.02.20 364 3 12쪽
80 오열(嗚咽) 19.02.18 362 3 12쪽
79 화월 19.02.16 399 2 12쪽
78 손녀서(孙女婿) 19.02.15 360 2 12쪽
77 효웅들 19.02.13 361 2 12쪽
76 맥궁 19.02.11 357 2 12쪽
75 살수(殺手) 19.02.10 352 2 12쪽
74 북행(北行)2 19.02.09 363 2 12쪽
73 북행(北行)1 19.02.08 37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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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옹중지별(甕中之鱉) 19.02.04 422 3 12쪽
69 대명군영지도 19.02.03 374 3 12쪽
68 이소향 19.02.01 353 2 12쪽
67 미향루 19.01.29 361 2 12쪽
66 진범 19.01.26 377 2 12쪽
65 복수의 순간 19.01.23 351 2 12쪽
64 복수의 시간 19.01.19 364 2 12쪽
» 바람처럼 19.01.18 372 2 12쪽
62 정세 19.01.15 39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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