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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새날입니다

헌터사무소 김앤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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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새날
작품등록일 :
2022.10.31 19:38
최근연재일 :
2022.12.17 19:20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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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1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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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Case 4. 랭크 조정 기간(1)

DUMMY

랭크 조정 기간.

헌터들의 랭크를 재측정하여 조정하는, 일 년에 한 번 있는 일주일 간의 이벤트를 말한다.

이 기간에 전국의 헌터들은 길드 총연합에서 마련한 측정소에서 랭크를 유추할 수 있도록 설계된 측정들을 받는다.


명목상으로는 헌터들의 실력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랭크 조정 기간의 본 목적은 E랭크 헌터들의 퇴출과 랭크 변동이 심한 D, C랭크 헌터들의 강등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C랭크 이하의 헌터만 매년 의무 참가라는 규칙이 있을 리가 없다.


“하아.”


그리고 그것이, 유성이 퇴근하자마자 침대에 걸터앉아 한숨을 쉬는 이유일 것이다.


유성이 자신의 헌터증을 꺼냈다.

C랭크임을 나타내는 초록색 테두리의 헌터증이다.

지금 모습과는 달랐던 처음 헌터증을 받던 날을 떠올리며, 유성은 헌터증을 만지작거렸다.


.


유성이 처음부터 C랭크였던 것은 아니다.


“E······ 랭크요?”


고등학교 졸업식 다음 날, 바로 길연에 찾아가 헌터 시험을 본 유성은 며칠 후 길연 직원에게서 하얀색 테두리의 헌터증을 건네받았다.


“호, 혹시 E랭크 밑에 F랭크가 있나요?”

“아뇨? E랭크가 마지막 단계예요.”


유성도 알고 있던 사실이다.

그럼에도 굳이 질문한 것은, 그만큼 유성은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왜요?! 저, 신체 능력 측정은 거의 만점이었고 대련 측정도 괜찮았는데요?”

“하지만 능력 측정은 빵점이었잖아요.”

“그건······.”

“비각성자니까 그런 결과가 나온 거겠죠?”

“그, 그걸 어떻게······?”

“능력 측정에서 결과값이 아예 없는 건 비각성자를 측정했을 때뿐이기도 하고, 워낙 유명해서요. 이번에 헌터 도전하는 비각성자가 있다고.”


그때 길드 직원이 어떤 말투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

비꼬는 말투였는지, 덤덤한 말투였는지.

그러나, 그의 말이 마음을 파고 들었던 감각만은 지금도 생생했다.

이어진 말 또한 마찬가지였다.


“학생, 신체 능력이 좋은 건 알겠어요. 그런데, 헌터는 포기해요. 비각성자가 헌터를 한다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길드 직원은 유성에게 헌터증을 건네 줬으면서도 그렇게 말했다.

헌터증을 쥔 유성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런 법이 어디 있어요.”

“네?”

“비각성자가 헌터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냐고요! 나도, 괴수들이랑 싸울 수 있어! 나도 지킬 수 있다고!”


.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모일 만큼 크게 소리치며 뛰쳐나온 것이, 유성이 처음 헌터증을 받아 든 날의 기억이다.

돌이켜보니 상당히 창피한 기억에, 헌터증을 만지작거리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렇게 뛰쳐나온 후, 동경하던 가디언즈를 포함한 여러 길드들을 찾아다닌 끝에 클리너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헌터가 된 후 맞이한 첫 조정 기간에 유성은 D랭크가 되었다.

여전히 능력 측정은 빵점이었지만, 헌터로서의 활동 기록이 반영된 결과라는 말을 들었다.


그 다음 해에는 무려 C랭크가 되었다.

그 시점에는 윤아와 합을 맞추고 있었기 때문에 윤아도 뛸 듯이 기뻐해주었다.


A랭크 헌터와의 대련을 통해 전투력을 측정하는 ‘대련 측정’에서 상대역을 해준 헌터도 유성을 칭찬했다.

능력을 가지고서도 평생을 D랭크로 보내는 헌터가 굉장히 많은데, 비각성자가 C랭크를 달성한 것은 엄청난 일이라는 것이었다.

그때까지 헌터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것을 모두 보상해주는 것 같은 말이었다.


초록색 테두리의 헌터증을 받아 들며, 어렴풋이 ‘능력 없이 도달할 수 있는 곳은 여기까지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그럼에도 유성은 그 이후를 목표할 수 있었다.

앞으로의 길은, 경사의 차이는 있겠지만 올라갈 길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유성이 각성한 스스로를 마비시키는 능력은 어떤 식으로 생각해도, 긍정적으로 보려고 노력해도 전투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어린 아이가 심사를 해도, 이런 능력을 가진 헌터에게 높은 랭크를 주지는 않을 것이다.


C랭크에서 E랭크로 두 단계가 강등될지도 모른다.

정말 심하면 바로 퇴출이라는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지금까지는 기대되는 마음으로 기다리던 조정 기간이 이제는 근심의 원인이 되었다.


만지작거리던 헌터증을 집어넣고 휴대폰을 꺼냈다.

번호를 입력했다 지웠다는 두어 번 반복하다가, 결국에는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연결음이 얼마 들리지도 않았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윤아의 목소리였다.


“선배, 뭐해요?”

“쉬고 있어. 왜?”

“아뇨, 그냥.”

“뭐야, 전화한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전화한 이유라 하면, 조정 기간을 앞두고 불안한 마음에 갑자기 윤아가 생각 났을 뿐이었다.


‘그걸 어떻게 말하냐고.’


그렇다고 계속 아니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게 그······ 선배 혹시 최강인 헌터 알아요?”

“최강인 헌터? 그 S랭크?”


강인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루기로 했었는데, 급한 마음에 머리 한 쪽에 치워 뒀던 화제가 튀어나와 버렸다.


“알기는 알지. 그건 왜?”

“그, 일을 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어? 혹시 만났어? 최강인 헌터랑?”

“만나······ 기는 좀 됐고, 말 놓기로 했어요. 아, 물론 제가 놓는 건 아니고 강인이형이 저한테······.”

“강인이’형’?! 진짜야?”

“뭐, 그렇게 됐습니다.”


기대한 대로 나오는 반응에 기분이 좀 나아지는 것 같았다.


“괜찮아?”

“네? 뭐가요?”

“그게, 들은 바로는 그 사람, 성격이 그리 좋지 않다던데?”

“네?”

“S랭크라고 해서 사람을 깔본다나?”

“제가 본 바로는 그렇지 않던데요? 오히려 좋은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 어차피 내가 들은 것도 소문에 불과하니까 직접 본 네가 더 잘 알겠지. 아마 S랭크니까 이상한 소문에 휘말린 것도 있지 않을까?”


S랭크도 나름의 힘든 부분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거 자랑하려고 연락한 거야?”

“······네.”

“정말?”

“네.”

“그래? 그럼 됐어.”


애초에 고민을 말하기 위해 연락한 것이 아니었다.

잠깐의 수다로 어느 정도 기분 전환도 되었으니, 굳이 윤아까지 걱정시킬 필요는 없었다.


“무슨 일 있으면 말해. 그래도 되니까.”


윤아의 말에 유성은 자칫하면 전부 털어놓을 뻔했다.

유성의 입을 막은 것은, ‘내가 힘들 때만 선배를 찾아서 선배가 먼저 이런 말을 꺼내나?’하는 생각이었다.


복잡한 표정이 되었지만, 어차피 전화라서 얼굴은 보이지 않으니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요. 별일 없어요.”


간단한 인사 후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해가 져가면서 불을 키지 않은 방이 어두워졌다.


“하아.”


몇 번 째인지 모를 한숨을 내보낸 유성이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불을 켤 생각은 하지 않고 그대로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


유성이 갈아입은 옷은 단련할 때마다 입는 트레이닝복이었다.

조정 기간을 코 앞에 두고 하는 단련은, 학교에 다닐 때에도 하지 않았던 벼락치기 같은 느낌이 들었다.


꾸준한 단련을 통한 높은 신체 능력은 유성에게 유일한 의지할 것이다.

마비 능력 때문에 그 의지할 것이 위태로워진 게 모든 문제의 근원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이것밖에 없었기 때문에 유성은 밖으로 나왔다.

간단하게 몸을 풀고 달리기 시작했다.


익숙한 길을 달리며, 유성의 사고는 주머니 안쪽에 찔러 둔 비타민을 향했다.

재원의 능력이 담겨 있어서 먹으면 마비 능력이 해제되는 이 비타민은, 지금 유성의 주머니에 있는 것이 마지막 남은 하나였다.

조정 기간에도 이 비타민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겠냐는 방향으로 생각이 흘렀다.


유성의 능력은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랭크 하락의 사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비타민으로 간단히 해제하는 것을 보여주면 하락까지는 안 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조정 기간에서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은 실전성이라고 하니까.


콰당!


너무 생각에 빠져 달렸다.

몸에 힘이 안 들어가는 지도 모르고 달린 결과, 자신의 발에 걸려 성대하게 넘어지고 말았다.


앞면 그대로 엎어졌을 뿐 아니라, 달리던 힘 때문에 얼굴로 바닥을 쓸며 몇 미터는 미끄러졌다.

달리던 길이 고무로 만든 푹신한 길이 아니었다면 얼굴이 말 그대로 갈려버렸을 것이다.


“꺄악! 괘, 괜찮으세요?”


지나가던 사람이 그 모습을 보고 비명을 지르며 다가왔다.

비정상적인 속도로 달리던 사람이 갑자기 넘어지더니 꽤 긴 거리를 구르는 장면은, 유성이 생각해도 비명이 나오기 충분한 장면이었다.


“괜찮습니다······.”

“저, 정말요? 119 불러 드릴까요?”

“아뇨, 정말 괜찮아요. 그, 계속 보고 계시면 제가 창피해서 못 일어날 것 같거든요. 혹시 가던 길 가 주실 수 있으실까요?”

“정말 괜찮으신거죠?”

“네.”

“그, 그럼 가볼게요.”

“감사합니다.”


인기척이 멀어지는 것을 느낀 유성은, 아직 마비가 덜 진행된 팔을 움직여 비타민을 꺼냈다.

이로 물어서 봉지를 뜯고, 내용물을 털어 넣었다.


“마지막 한 개였는데······.”


오늘은 왠지, 신맛을 넘어 쓴맛이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


“안녕하세요.”

“어? 오늘부터 조정 기간 아니야? 일주일 동안 자리 비우는 거 아니었어?”

“조정 기간은 월요일부터 금요일 중에 하루만 가는 거예요.”

“아, 그래? 난 가본 적이 없어서.”

“그거야 A랭크 이상은 면제니까요.”


사무실로 출근한 유성이 재원과의 잡담으로 긴 인사를 나눴다.


“······.”


인사가 끝나고 잠시 생각을 정리한 유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재원의 책상 앞으로 갔다.


“응? 왜? 할 말이라도 있어?”

“네. 드릴 말씀이 있어요.”


작가의말

이틀 간의 무단 휴재 죄송합니다.... 유리 멘탈이 터져버리는 바람에....

오늘도 늦게 올리면 한 분이라도 더 빠져 나가실까봐 빨리 올려봅니다

봐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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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시간(12/3 수정) 22.11.02 67 0 -
34 Case 4. 랭크 조정 기간(2) 22.12.17 22 2 11쪽
» Case 4. 랭크 조정 기간(1) +2 22.12.10 30 2 10쪽
32 막간. 이후의 이야기 22.12.07 26 1 13쪽
31 막간. 사단장 앞에 선 이병의 느낌 22.12.06 25 1 15쪽
30 Case 3. 사람을 잡아가는 호랑이(完) 22.12.04 27 3 15쪽
29 Case 3. 사람을 잡아가는 호랑이(7) 22.12.03 29 0 12쪽
28 Case 3. 사람을 잡아가는 호랑이(6) 22.11.30 31 1 12쪽
27 Case 3. 사람을 잡아가는 호랑이(5) 22.11.29 36 1 14쪽
26 Case 3. 사람을 잡아가는 호랑이(4) 22.11.28 40 1 14쪽
25 Case 3. 사람을 잡아가는 호랑이(3) +1 22.11.26 40 2 12쪽
24 Case 3. 사람을 잡아가는 호랑이(2) +1 22.11.25 46 2 11쪽
23 Case 3. 사람을 잡아가는 호랑이(1) +1 22.11.24 43 3 12쪽
22 막간. 밥 잘 사주는 예쁜 후배 +1 22.11.23 43 3 12쪽
21 Case 2. 애완용 괴수(完) +1 22.11.22 46 4 15쪽
20 Case 2. 애완용 괴수(9) +2 22.11.21 52 4 13쪽
19 Case 2. 애완용 괴수(8) +1 22.11.19 52 3 12쪽
18 Case 2. 애완용 괴수(7) +1 22.11.18 52 4 12쪽
17 Case 2. 애완용 괴수(6) +1 22.11.17 53 4 14쪽
16 Case 2. 애완용 괴수(5) +1 22.11.16 56 4 11쪽
15 Case 2. 애완용 괴수(4) +1 22.11.15 62 6 12쪽
14 Case 2. 애완용 괴수(3) +1 22.11.14 64 5 12쪽
13 Case 2. 애완용 괴수(2) +1 22.11.12 74 4 12쪽
12 Case 2. 애완용 괴수(1) 22.11.11 85 6 11쪽
11 막간. 장고 끝에 악수 둔다 22.11.10 96 5 11쪽
10 막간. 직장인은 누구나 가슴 한 편에 사표를 품고 있다 22.11.09 104 5 12쪽
9 Case 1. 툭하면 쓰러지는 헌터(完) +2 22.11.08 123 8 16쪽
8 Case 1. 툭하면 쓰러지는 헌터(7) 22.11.07 116 5 11쪽
7 Case 1. 툭하면 쓰러지는 헌터(6) 22.11.06 124 5 12쪽
6 Case 1. 툭하면 쓰러지는 헌터(5) 22.11.05 11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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