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손새날입니다

헌터사무소 김앤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손새날
작품등록일 :
2022.10.31 19:38
최근연재일 :
2022.12.17 19:2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2,748
추천수 :
170
글자수 :
186,972

작성
22.11.26 10:20
조회
39
추천
2
글자
12쪽

Case 3. 사람을 잡아가는 호랑이(3)

DUMMY

노인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자신은 어릴 때부터 이 마을에서 살았는데, 예전부터 마을에 호랑이가 내려와 사람들을 잡아간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자신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호랑이 때문에 실제로 사라진 사람이 있다고 들었다.

그와 관련된 이야기는 한참동안 없었는데, 최근 벌어진 일들을 보자마자 그 이야기가 떠올랐다.


“헌터님들 죄송합니다. 저희 어머니가 쓸데없는 이야기를······.”

“아뇨, 충분히 도움이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어르신, 정말 감사합니다.”


재원의 정중한 감사 인사를 받은 노인이 의기양양한 태도를 취했다.


“이장님, 일단 오늘은 시간도 늦었으니 다들 귀가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또 필요한 것이 있다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주민들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 후, 마지막으로 이장의 집에서 나온 유성과 재원에게 의뢰인이 다가왔다.


“이 마을에 계시는 동안은 저희 집에서 지내시죠.”

“그래도 괜찮을까요?”

“네. 어머니께 이미 사정 설명은 드렸습니다. 저희 가족이 내려올 때마다 묵는 방이 있으니 그곳을 쓰시면 될 것 같습니다. 불편하시겠지만, 주변에 여관 같은 것도 없는지라 조금 참아주세요.”

“아니요. 내주시는 것만으로 감사하죠.”


의뢰인의 안내를 따라 그의 어머니가 사는 집으로 이동했다.


“어머니, 제가 말씀드렸죠? 헌터님들 마을에 있는 동안 좀 지낸다고.”

“그려, 기억혀. 선상님들 식사 좀 챙겨드리구 허면 되는겨?”

“네. 마을을 위해서 일하시는 거니까 좀 잘해드리세요.”

“그려.”

“아니요, 그렇게까지 신경 안 써 주셔도 됩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와 주셨는데요.”


의뢰인의 호의로 숙식을 제공받게 된 두 사람은 우선 안내받은 방에 짐을 풀었다.


이동하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도착해서 잠깐 조사를 했을 뿐인데 밖은 어두컴컴했다.

도시와 달리 시골의 밤은 빨리 찾아왔고, 훨씬 어두웠다.


“유성아, 손전등 같은 거 챙겨왔니?”

“아뇨?”


뜬금없는 물건을 찾는 재원의 말에 유성은 당연히 부정으로 답했다.

갑자기 손전등은 왜 찾나 싶어 재원 쪽을 보니, 그의 손에는 이미 손전등이 들려 있었다.


“······있는데 왜 찾으셨어요?”

“응? 이건 내 건데?”

“그럼 제 거 챙겨왔냐고 물어보신 거예요?”

“응.”

“왜요?”

“지금 나갈 건데, 밖에 어둡잖아.”


‘그걸 출발하기 전에 말해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물론 급하게 출발하게 된 거니까 말해주는 걸 깜빡했을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또 본인 거는 챙기셨네요?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챙겼을 텐데 저도 챙기라고 연락이라도 해줄 수 있지 않았을까요?’


“······요즘은 휴대폰에도 손전등 기능이 있어서 그거 쓰면 돼요.”


마음 속에서 몰아치는 수많은 말들을 삼키고 유성은 삐걱거리는 미소와 함께 그렇게 말했다.


마을과 인근 산을 둘러보자는 재원의 말에, 두 사람은 옷을 챙겨 입고 집 밖으로 나왔다.


“이 밤에 나가셔유?”

“네,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려고요.”

“조심히 다녀오슈. 호랭인지 뭔지는 모르겄지만, 선상님들이 잡히지 말구.”


반응하기 힘든 농담에 어색한 웃음으로 대답하며, 두 사람은 마을 쪽으로 움직였다.


“그런데 왜 손전등까지 써가면서 밤에 움직여요? 가로등도 몇 개 없어서 다니기도 힘든데.”

“다섯 분 중에 낮에 사라지셨다는 분도 계셨는데 범인의 형상이라도 본 사람이 없잖아? 범인은 아마 사람의 눈을 잘 피해 다니는 것 같아. 그렇다면 낮에 돌아다니는 것보다 밤에 돌아다니는 게 마주칠 확률이 조금이라도 더 높을 것 같아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주택들에서 나오는 빛 덕분에, 마을 안에서는 손전등 없이 다닐 수 있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산으로 들어가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다.

재원은 손전등을 들고, 유성은 휴대폰을 들고 발 밑을 비춰가며 산으로 들어갔다.


“소장님 혹시, 이 야밤에 이 주변 산들을 다 오를 생각은 아니죠?”

“둘러만 보는 거야. 어떤 모습인지 파악하는 김에, 아까 말한 것처럼 혹시 밤에 움직이면 뭐라도 마주치지 않을까 싶어서 지금 나온 거고.”

“밤에 움직이면 범인이랑 마주칠 확률이 높을 수도 있는 건 알겠는데, 일단 조금만 둘러보고 자세한 건 내일 아침에 하는 건 어때요? 어차피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잖아요. 그, 범인 말고 다른 거랑 마주칠 수도 있고······.”


유성의 말에서 마지막 부분을 들은 재원이 이상하다는 눈으로 유성을 잠시 돌아봤다.


“다른 거라니? 야생 동물 같은 거?”

“아, 아뇨, 그, 그게, 귀······.”

“귀신?”


유성은 대답이 없었다.


“······귀신도 무서워하니?”

“소장님, 괴수와는 다른, 벌레와 귀신의 공통점이 있어요.”

“뭐, 공격에 안 맞는다고?”

“네.”


재원이 유성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유성은 어두워서 그 표정이 잘 보이지 않는 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농담은 이쯤하고.”


재원이 다시 앞으로 얼굴을 돌리더니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성아, 아까 어떤 할머님이 호랑이 이야기하신 거, 어떻게 생각하니?”

“네? 그냥 그런가 보다 했죠? 옛날에는 우리나라에도 호랑이가 살았다고 하니까, 호랑이가 꽤 최근까지도 있었구나 생각했어요.”

“우리나라의 호랑이는 아마 그 전에 다 멸종했을 걸?”

“그래요? 그럼 할머님이 하신 말씀은 거짓말이······ 아니, 소장님이 굳이 말을 꺼냈다는 건?”

“나는 할머님이 말씀하신 호랑이가 호랑이의 모습을 한 괴수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


유성이 깜짝 놀라 말했다.


“도움이 되는 말이라고 하신 게 진짜였어요?”

“거짓말인 줄 알았어?”

“거짓말은 아니고,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죠.”


유성의 반응에 재원의 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어. 그거 알고 있니? 어떤 지역에 게이트가 발생하면, 거의 대부분의 경우 항상 나오는 종류의 괴수들만 나온다는 거.”


재원의 말을 들은 유성은 잠시 곰곰이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거의 비슷한 종류들만 봤던 거 같아요.”

“저번 애완 괴수 때 갔던 곳이 제일 많이 드러나는 지역이었지.”


유성은 그곳의 게이트에서 나온 괴수들이 전부 똑같이 토끼의 모습이라 더 징그러웠던 것을 떠올렸다.


“그러니까 소장님 말은, 옛날에 호랑이 괴수가 사람을 잡아갔다는 할머님의 말이 진짜고, 이번에도 비슷하게 호랑이 괴수가 나타나서 사람들을 잡아갔다는 건가요?”

“할머님의 말씀을 듣고 그럴 가능성도 있겠다고 생각 한거지.”

“그럼, 범인은 사람이 아니라 괴수일 가능성이 높은 거네요?”

“아직 확신할 수는 없어. 만약 괴수라면 가까이에 있는 모든 사람을 공격하려고 들지, 지금처럼 사람을 골라가며 공격할 것 같지는 않아. 사람의 눈을 피해 다니는 것도 괴수의 행동이라고 보기 힘들고.”


‘사람의 눈을 피해 다니는 것’이라는 대목에서, 유성의 머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소장님, 휴가 때 만난 선배가 들려준 이야기인데요.”


윤아가 들려줬던, 숨어있다가 헌터들을 기습했던 괴수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지······.”

“길연에서 B랭크 이상의 헌터들에게만 알리라고 했다는데, 들은 거 없으세요?”

“길드 쪽에 전했다면 길드에 속해 있지 않은 나는 모르지. S랭크라도 해도.”

“하여튼 애완 괴수 때 괴수의 공격성이 높아진 것도 그렇고, 괴수들이 점점 이상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렇다면, 괴수가 한 짓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들이 많은 이번 일도 괴수의 짓일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해요.”


유성의 말에 재원은 잠시 말없이 생각에 빠졌다.

그러던 중 둘은 나무에 둘러 쌓인 길에서 빠져나와 내리막길이 시작되는 곳에 도착했다.


“확실히 예전의 괴수라면 설명되지 않는 부분들이, 최근 들어 계속 이상해지고 있는 괴수의 짓이라고 하면 설명이 될 수도 있어.”


내리막길을 내려가며, 재원은 조금 뜸을 들인 후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런 일을 정말 괴수가 저질렀다고 하면, 그거대로 상황이 심각하다는 뜻이겠지.”

“괴수가, 점점 더 위협적으로 변한다는 거니까요······?”


재원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덩달아 유성의 마음도 무거워졌다.


“소장님.”

“응?”

“범인이 괴수라고 한다면······ 사라진 사람들이 돌아올 가능성은, 없는 게 아닌가요······?”


유성의 질문에 재원은 걸음을 멈췄다.

뒤에서 따라가던 유성도 자연스럽게 멈춰 섰다.


“유성아.”


혹시 쓸데없는 말을 했다고 혼나는 건 아닐지 걱정했던 유성에게, 재원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부정할 수는 없어. 하지만 우리부터 절망에 빠지면 안 돼. 슬퍼하는 건 확실해진 후 해도 늦지 않으니까, 지금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 하자. 이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기 전에 해결해야지.”

“······네.”


유성의 대답에서 슬픔이 묻어났다.

그 모습을 쓰게 미소 지으며 바라보던 재원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더니 가만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유성아.”

“네?”


부르는 소리에 재원을 바라본 유성은, 한 쪽에 시선을 고정한 재원의 모습에 그 시선을 따라갔다.

그 시선의 끝에서 빛 하나가 보였다.


마을 쪽에서 보이는 빛들과 비슷한 느낌이었기에, 유성은 그것이 집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일은 저 집에도 가보자.”


.


다음날 아침, 유성과 재원은 이장을 찾아갔다.


“아이고, 헌터 선생님들! 강씨 할머니네는 잘만 하던가요?”

“네. 편안하게 보냈습니다.”


유성도 뒤에서 미소를 짓고는 있었지만, 평소 침대 생활을 하다가 얇은 담요만 깔고 자느라 몸 여기저기가 쑤시는 상태였다.


“그럼 다행이고요. 그래, 이 아침부터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하나 여쭤볼 게 있어서 왔습니다. 저 밑에 집 한 채가 있던데, 어제 오신 분들 중에 거기 사시는 분은 안 계셨죠?”


재원의 말에 이장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었다.


“예, 예?”

“마을에서 좀 떨어진 곳에 집 한 채가 있던데, 혹시 모르는 집인가요?”

“아, 아아. 아뇨, 알죠. 그 아저씨가, 원래는 우리 마을에 살던 아저씨인데 좀 성격이 괴팍해서 마을 아줌마들을 좀 괴롭히더라고요. 그거 때문에 몇 번 뭐라 했더니 얼굴 들기 힘들었는지 혼자 떨어져서 살고 있습니다.”

“그랬군요.”

“그, 근데 그 집은 왜······?”

“그 집에는 피해 입으신 분이 없으신가 해서요.”

“아유, 그 집은 없습니다. 워낙 뻔뻔해서 괴수도 비켜갈 집이에요.”


질색을 하며 말하는 이장의 모습에 유성은 대체 얼마나 이상한 사람이기에 저러는지 궁금해졌다.


“어쨌든 어제 모인 분들 중에는 안 계셨던 거죠?”

“예, 예.”

“그럼 한 번 가 봐야겠네요.”

“예?! 아니, 왜요?”

“뭔가 알고 계시는 게 있을 수 있지 않습니까?”

“아니, 저 아저씨가 알긴 뭘 알어.”

“이장님, 지금은 정보 하나하나가 중요한 때이기 때문에 이것저것 가릴 때가 아닙니다. 만약 정말 알고 계신 게 없다고 하면 금방 다시 돌아올 테니 걱정 마세요.”


재원의 단호한 말에 이장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그 아저씨가 무슨 말을 할지 모르지만, 원래 좀 이상한 사람이니 흘려들으세요! 네?!”


이장의 그 외침을 뒤로, 유성과 재원은 마을과 떨어져 있는 집으로 향했다.


작가의말

일요일은 휴재입니다~

경험이 적은 저로서는 선작수가 늘어나는 것도, 추천을 받는 것도, 댓글이 달리는 것도 하나하나 행복한 경험입니다

제게 그런 경험을 선물해주신 여러분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헌터사무소 김앤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시간(12/3 수정) 22.11.02 67 0 -
34 Case 4. 랭크 조정 기간(2) 22.12.17 22 2 11쪽
33 Case 4. 랭크 조정 기간(1) +2 22.12.10 29 2 10쪽
32 막간. 이후의 이야기 22.12.07 26 1 13쪽
31 막간. 사단장 앞에 선 이병의 느낌 22.12.06 25 1 15쪽
30 Case 3. 사람을 잡아가는 호랑이(完) 22.12.04 27 3 15쪽
29 Case 3. 사람을 잡아가는 호랑이(7) 22.12.03 29 0 12쪽
28 Case 3. 사람을 잡아가는 호랑이(6) 22.11.30 31 1 12쪽
27 Case 3. 사람을 잡아가는 호랑이(5) 22.11.29 36 1 14쪽
26 Case 3. 사람을 잡아가는 호랑이(4) 22.11.28 40 1 14쪽
» Case 3. 사람을 잡아가는 호랑이(3) +1 22.11.26 40 2 12쪽
24 Case 3. 사람을 잡아가는 호랑이(2) +1 22.11.25 46 2 11쪽
23 Case 3. 사람을 잡아가는 호랑이(1) +1 22.11.24 43 3 12쪽
22 막간. 밥 잘 사주는 예쁜 후배 +1 22.11.23 43 3 12쪽
21 Case 2. 애완용 괴수(完) +1 22.11.22 46 4 15쪽
20 Case 2. 애완용 괴수(9) +2 22.11.21 52 4 13쪽
19 Case 2. 애완용 괴수(8) +1 22.11.19 52 3 12쪽
18 Case 2. 애완용 괴수(7) +1 22.11.18 52 4 12쪽
17 Case 2. 애완용 괴수(6) +1 22.11.17 53 4 14쪽
16 Case 2. 애완용 괴수(5) +1 22.11.16 56 4 11쪽
15 Case 2. 애완용 괴수(4) +1 22.11.15 62 6 12쪽
14 Case 2. 애완용 괴수(3) +1 22.11.14 64 5 12쪽
13 Case 2. 애완용 괴수(2) +1 22.11.12 74 4 12쪽
12 Case 2. 애완용 괴수(1) 22.11.11 85 6 11쪽
11 막간. 장고 끝에 악수 둔다 22.11.10 96 5 11쪽
10 막간. 직장인은 누구나 가슴 한 편에 사표를 품고 있다 22.11.09 104 5 12쪽
9 Case 1. 툭하면 쓰러지는 헌터(完) +2 22.11.08 123 8 16쪽
8 Case 1. 툭하면 쓰러지는 헌터(7) 22.11.07 116 5 11쪽
7 Case 1. 툭하면 쓰러지는 헌터(6) 22.11.06 124 5 12쪽
6 Case 1. 툭하면 쓰러지는 헌터(5) 22.11.05 113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