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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새날입니다

헌터사무소 김앤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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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새날
작품등록일 :
2022.10.31 19:38
최근연재일 :
2022.12.17 19:2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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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1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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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Case 2. 애완용 괴수(8)

DUMMY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현재 알 수 없는 원인에 의해 전 지역에 괴수들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시민 분들은 지금 바로 가까운 건물로 들어가시고,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나오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실제 상황입니다!”


유성과 재원이 밖으로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깥에 괴수들이 있으니 건물 안에 있으라는 방송이 들려왔다.

확성기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있을 테지만, 그 내용은 버디의 헌터들에게도 정확히 전달되었다.


도현의 예상대로 다른 길드가 포획했던 괴수의 공격성도 평소보다 높았던 것이 분명했다.

버디의 괴수들이 창고문을 부수고 나온 것처럼, 잡아 두었던 곳을 부수고 탈출한 결과가 이것일 것이다.


멀리서 이상한 소리들이 들려왔다.

가까운 곳에서 축제 같은 게 있었을 때에나 들리던 소리였다.

그때는 환성이었다면, 지금은 비명인 것이 차이점이었다.


바깥이 소란스러운 것과 달리, 버디의 사무실 겸 숙소는 조용하기만 했다.

멀리서 들려오는 끔찍한 소리들이 너무 잘 들릴 만큼이나, 다섯 헌터가 모여 있는 거실은 조용했다.


“어떻게 할 거야?”


유성과 재원이 나간 이후 처음으로 나온 목소리의 주인은 윤찬이었다.


“뭐를······?”


소율이 되물었다.


“길드에 대한 거? 아니면······ 납품에, 대한 거?”


조금 시간이 흐르고, 고개를 떨군 윤찬이 대답했다.


“바깥 상황에 대한 거.”

“······우리가 뭔가를 할 자격이 있을까?”


도현이 옷을 움켜쥐며 그렇게 말했다.

도현의 말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이따금씩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에 몸을 떨며, 버디의 헌터들은 그저 입을 다물고 있었다.


“우리······ 처음에 왜 길드를 만들기로 했더라?”


가라앉은 목소리의 소율이, 조용한 거실에 그런 질문을 던졌다.


“······최호영, 아버지 때문에.”

“맞아, 그랬었지.”

“용케도 기억하고 있네?”

“그랬었지. 나도 지금 생각났는데.”


호영이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역남을 보며 말했다.


“내가 아버지의 길드에 들어가기 싫다고 해서, 그래서 우리끼리 길드를 만들어 버리자고 했었지.”

“왜 아버지 길드가 싫었는지는 기억 안 난다.”

“그건 단순해. 아버지네 길드가 뒷길드였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호영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뒷길드에 들어 가는 게 싫어서 길드를 만든 건데, 어느새 뒷길드도 안 하는 일을 하고 있었네.”


호영의 말은 다른 네 명의 가슴에 파고 들었다.

모두가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일이 이렇게까지 됐으니까, 이제 버디는······ 강제 해산이겠지?”

“그걸로 끝나면 다행이고, 우리 다 감옥에 갈지도.”

“우리, 그렇게나 나쁜 짓을 하고 있었던 거구나······.”


여전히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밖을 보며, 도현이 말을 흘렸다.


“······.”


어두운 표정으로 벽에 기대어 있던 역남이 갑자기 걸음을 옮겼다.

쿵쿵거리는 발소리가 거실에 울리고, 역남은 일 층 구석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벌컥.

금방 다시 나온 역남의 손에는 그의 무기인 곤봉이 들려 있었다.


“나간다.”


그 한 마디 후, 역남은 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자, 잠깐! 지금 밖에 있는 괴수들은 평소에 우리가 알던 괴수가 아니야! 너도 잡으면서 느꼈잖아. 그런 애들이 그때보다 훨씬 많다고!”


호영의 말에 역남은 발을 멈췄다.

그러나 몸은 여전히 문 쪽을 향해 있었다.


“······버디가 강제 해산되면, 우리가 죄를 지어 해산되는 것이기에 헌터 자격도 박탈될 거다. 우리가 헌터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건 오늘이 마지막일테지.”


드물게도 길게 말을 하는 역남의 모습에 호영이 입을 닫았다.


“유성이 말했다. 헌터는 사람을 지키는 직업이라고, 길드를 지키기 위해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거면 때려치라고.”

“역남아.”

“확실히, 나는 한 번도 제대로 헌터였던 적이 없다. 애초에 헌터가 된 이유부터가 길드를 만들기 위함이었지. 그러니 마지막만큼은······ 진짜 헌터의 일을 하고 싶다.”


역남의 손이 문 손잡이에 걸렸다.


“죽을지도 몰라······.”


윤찬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서 죽는다면 오히려 다행이다. 동네를 이 꼴로 만들어 놓고 동네 사람들을 볼 낯이 없으니.”


벌컥.


“안 따라올 거면, 내가 잘못되었을 때 가족에게 전해라. 미안하다고.”


쾅!

문이 닫혔다.


문 닫히는 소리가 조용한 거실에 부딪히며 메아리쳤다.

메아리가 수그러들 때쯤, 또 한 명이 움직였다.


“도현아······?”


불안함이 가득 담긴,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는 소율을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바라보던 도현은 이 층으로 뛰어올라갔다.

금방 밑으로 내려온 도현은, 역시 무기로 사용하는 단검 두 개를 허리에 차고 있었다.


“역남이 말이 맞아. 나, 이대로는 동네 아저씨 아줌마들을 볼 낯이 없어.”


그렇게 말한 도현은 마치 마지막으로 눈에 담아두려는 듯이, 숙소를 둘러보았다.

한 바퀴를 빙 돌아본 후, 도현은 말했다.


“얘들아, 우리······. 우리 말이야.”


결국, 도현의 볼을 타고 참고 있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진짜 나쁜 짓 많이 했다. 그치?”


그 말과 함께, 도현도 밖을 향해 달렸다.


이제 거실에는 세 사람 밖에 남지 않았다.

어색하고, 절망적이고, 불안한, 형용하기 힘든 분위기가 거실을 감쌌다.


“하아.”


그런 분위기를, 윤찬의 작위적인 한숨이 밀어냈다.


“이소율, 최호영.”


이름이 불린 두 사람이 윤찬을 바라봤다.


“일어나. 가자.”


.


“아아악! 살려, 살려주세요!”


퍽! 팍!

달려온 유성의 주먹에 맞은 괴수가 날아가 끔찍한 소리를 내며 벽에 박혔다.

아니, 벽에 부딪혀 터졌다는 표현이 정확하겠다.


“괜찮으세요?”

“소, 손가락이! 내 손가락!”


괴수에게 공격당하던 시민은 괴수의 공격에 잘려버린 손가락을 감싸고는 울부짖었다.


“일단 진정하세요! 손가락은 천 같은 걸로 묶어서 지혈하시고, 병원을······ 일단 지혈하시고 가까운 건물 안에 들어가 계세요! 최대한 빨리······!”


퍽!

말하는 중간에도 공격해 오는 괴수 한 마리를 날려버리며, 유성은 설명을 이어갔다.


“최대한 빨리 정리할 테니, 일단 지혈하고 기다리고 계세요! 뛰어요!”


길드 연합에서 가까운 건물로 대피하라고 방송했지만, 아직 꽤 많은 일반인들이 밖에서 헤매고 있었다.

패닉에 빠져 어쩔 줄 몰라 하는 사람, 건물에 있다가 굳이 대피소로 이동하기 위해 나오는 사람, 이어폰을 꼽고 있느라 방송을 못 들은 사람 등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은 갑작스럽게 덮쳐 드는 괴수들과 섞여 아수라장을 자아냈다.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에 유성은 이를 악물고 움직였다.


“빨리 건물 안으로 움직이세요! 아무 건물이나 좋으니까 빨리!”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주저 앉아있는 사람에게 유성이 소리쳤다.


“괴, 괴수가 왜······.”

“빨리요, 좀!”

“꺄아아악!”


가까운 곳에서 찢어지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눈을 돌리니, 한 여성이 세 마리의 괴수에게서 한 번에 공격을 당하고 있었다.


“크윽, 젠장! 얼마나 쳐 잡아 놓고 있었던 거야, 이 미친 놈들이!”


그 여성을 구하러 가려 했으나 덤벼드는 괴수에 막혀 움직이지 못했다.

여기서 움직이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채 주저 앉아 있는 이 사람이 공격받을 것이 뻔했다.

이 순간에도 괴수들은 어디선가에서 끊임없이 나오고 있었다.


“아무나 좀, 도와줘!”


눈에 보이는데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에, 유성은 그렇게 소리쳤다.


“얘들아, 쳐라!”


마치 유성의 소리를 듣고 나온 것처럼, 절묘한 타이밍에 커다란 덩치의 남자 대여섯 명이 골목에서 달려 나왔다.

각자 각목, 야구 방망이 등 어딘가 이상한 무기들을 들고는 주변의 괴수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도와드리겠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남자들의 도움으로 인근의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을 전부 건물로 들여보낼 수 있었다.


“게이트가 나타난 것도 아닌데 이게 무슨 난리랍니까?”

“······.”


섣불리 말해도 될 만한 이야기가 아닌 것 같은 느낌에 유성은 일단 모른 척을 하기로 했다.

주변에 여전히 괴수들이 보이긴 했으나, 아까에 비해서는 확실히 줄어든 상태였다.


“전 이만 다른 곳으로 가 볼게요. 마무리 부탁드려요!”


아무리 봐도 뒷길드에서 나온 것 같은 헌터들에게 뒤를 맡기고, 유성은 땅을 박차고 달렸다.


유성에게는 주먹질 한 번으로 끝나는 약하기 그지없는 괴수였지만, 일반인에게는 한 마리만으로도 목숨이 위험했다.

혹시 아직도 대피하지 못한 채 공격받는 사람이 있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유성의 다리에는 더욱 힘이 들어갔다.


구조를 우선 순위로 잡은 유성이 도로에서 뛰어다니는 괴수들을 지나쳐 달렸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앞쪽에서 바닥에 웅크리고 있는 사람의 형체를 발견했다.

그 옆에는 괴수 한 마리가 돌진의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안돼!”


맞는 부분에 따라 사망까지도 이를 수 있는 위력의 공격이다.

유성은 소리치며 땅을 박찼다.


퍼억!

유성은 포장된 도로가 부서질 정도로 뛰었으나, 거리가 너무 멀었다.

돌진하는 괴수의 몸통이 웅크리고 있던 사람의 옆구리에 명중했고, 큰 덩치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무력하게 옆으로 나가 떨어졌다.


“안 된다고, 했잖아!”


전력으로 달리던 유성이 그 속도 그대로 공격받은 사람 주변에 있던 괴수들에게 부딪혔다.

한 번에 서너 마리가 튕겨져 나가고, 유성 본인도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바닥을 굴렀다.


“크윽.”


도로 위에서 몇 바퀴를 구르고 일어나려고 손을 짚으면서, 손 쪽에서 이제는 익숙한 마비감을 느꼈다.


“시도 때도 없이 난리야!”


언제든 꺼낼 수 있도록 주머니에 넣어둔 비타민을 바로 꺼내, 포장을 뜯고 입에 털어 넣었다.


“컥, 케흑, 콜록, 커헉.”


가루가 목에 들어가 괴로운 중에도 유성은 손에서 느껴지던 약간의 마비감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

연신 기침을 하면서, 공격을 받은 사람에게 달려갔다.


“콜록, 괘, 괜찮으세요?”


바닥에 엎어진 사람에게서 낮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일단 살아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유성이 엎어진 몸을 일으켰다.


“김역남······?”


몸을 돌리며 확인하니, 괴수에게 공격을 받은 사람은 버디의 역남이었다.


“네가 왜 여기 있어!”

“마지막이라도······ 헌터가 되고 싶어서······.”


역남의 대답에 유성은 말문이 막혔다.


“쿨럭. 커흑.”


탁한 소리로 기침을 하는 역남의 입에서 피가 나왔다.


“······야! 너, 이거!”

“안 쪽이, 다친 것 같다.”

“약하면 가만히라도 있지! 왜 괜히 나와 가지고 이런······!”


안타까운 마음에 유성의 입에서 모진 말이 나왔다.


“미안하다.”


역남은 그렇게 답했다.


“미안하다. 너에게도, 가족들에게도, 이웃들에게도, 친구들에게도······.”

“야! 너 왜 그렇게 죽는 거처럼 말해! 야! 눈 떠!”

“······미안하다.”


역남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미안하니?”


바로 그 때, 유성이 너무나도 기다렸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미안하면, 일어나서 싸워.”

“소장님!”


어느샌가 유성의 뒤에서 나타난 재원이 빛이 나는 손을 역남에게 가져갔다.

불안정하던 역남의 호흡이 한순간에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걸로 지은 죄가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가족과 이웃과 친구들은 지킬 수 있을 거야.”


재원의 말을 들은 역남이 천천히, 그러나 스스로 일어나 무기를 손에 쥐었다.


“저희가 벌인 일이나 마찬가지니, 죽을 각오로 싸우겠습니다.”

“죽음으로 도망칠 생각은 안 하는게 좋아. 죽게 안 놔둘 테니까.”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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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Case 4. 랭크 조정 기간(1) +2 22.12.10 30 2 10쪽
32 막간. 이후의 이야기 22.12.07 26 1 13쪽
31 막간. 사단장 앞에 선 이병의 느낌 22.12.06 25 1 15쪽
30 Case 3. 사람을 잡아가는 호랑이(完) 22.12.04 27 3 15쪽
29 Case 3. 사람을 잡아가는 호랑이(7) 22.12.03 29 0 12쪽
28 Case 3. 사람을 잡아가는 호랑이(6) 22.11.30 31 1 12쪽
27 Case 3. 사람을 잡아가는 호랑이(5) 22.11.29 36 1 14쪽
26 Case 3. 사람을 잡아가는 호랑이(4) 22.11.28 40 1 14쪽
25 Case 3. 사람을 잡아가는 호랑이(3) +1 22.11.26 41 2 12쪽
24 Case 3. 사람을 잡아가는 호랑이(2) +1 22.11.25 46 2 11쪽
23 Case 3. 사람을 잡아가는 호랑이(1) +1 22.11.24 43 3 12쪽
22 막간. 밥 잘 사주는 예쁜 후배 +1 22.11.23 43 3 12쪽
21 Case 2. 애완용 괴수(完) +1 22.11.22 46 4 15쪽
20 Case 2. 애완용 괴수(9) +2 22.11.21 52 4 13쪽
» Case 2. 애완용 괴수(8) +1 22.11.19 53 3 12쪽
18 Case 2. 애완용 괴수(7) +1 22.11.18 52 4 12쪽
17 Case 2. 애완용 괴수(6) +1 22.11.17 53 4 14쪽
16 Case 2. 애완용 괴수(5) +1 22.11.16 56 4 11쪽
15 Case 2. 애완용 괴수(4) +1 22.11.15 62 6 12쪽
14 Case 2. 애완용 괴수(3) +1 22.11.14 64 5 12쪽
13 Case 2. 애완용 괴수(2) +1 22.11.12 74 4 12쪽
12 Case 2. 애완용 괴수(1) 22.11.11 85 6 11쪽
11 막간. 장고 끝에 악수 둔다 22.11.10 96 5 11쪽
10 막간. 직장인은 누구나 가슴 한 편에 사표를 품고 있다 22.11.09 104 5 12쪽
9 Case 1. 툭하면 쓰러지는 헌터(完) +2 22.11.08 123 8 16쪽
8 Case 1. 툭하면 쓰러지는 헌터(7) 22.11.07 116 5 11쪽
7 Case 1. 툭하면 쓰러지는 헌터(6) 22.11.06 124 5 12쪽
6 Case 1. 툭하면 쓰러지는 헌터(5) 22.11.05 11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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