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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니 님의 서재입니다.

영화평


[영화평] 곡성

저도 나이를 먹은 관람객이다보니 이젠 영화를 보면 옛날에 봤었던 "어떤"영화가 줄줄이 이어 나오는 곳은 어쩔수가 없나봅니다.
마지막 울며 어둠 속으로 묻혀가는 곽도원의 얼굴을 보고 난 후 떠올랐던 영화가 바로 미키루크 주연의 엔젤하트였어요. 그리고 엔젤하트를 복기하며 곡성을 맞춰 나가다보니 뭔가 맞아 들어가는 것이 많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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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드니로가 삶은 계란을 먹을 때 계란은 영혼을 상징한다며 한 입 씹어 잘라 먹죠.
곡성에서는 사진을 찍어 그 영혼을 사로 잡습니다.
신부가 손전등, 빛 과 낫,무기를 사진을 찍을 때마다 떨어뜨리던 것은 분명히 그 영혼이 잡히는 것을 상징한다고 저는 해석했습니다.
다 보고 나오며 곡성은 우리나라보다는 기독교적 사후관, 특히 지옥관을 가진 나라에 더 어필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악마"에게 "영혼"을 사로잡혀 "영원히"벌을 받는다는 사후관이 없다면, 
윤회론적 사후관을 가졌다면 그다지 와 닿지 않을 영화였다는 거죠.
엔젤하트의 라스트 엘리베이터 씬을 다르게 표현한 사진 찍기는 나름 인상적이었습니다.

-결국 황정민과 쿠니무라 준은 한 명이었어요. 
엑소시스트에서 멀린과 카라스 신부가 처음 만났을 때 나눴던 대화, 기억하시나요?

["지금까지의 상황을 설명 드리겠습니다."
"뭐하러?" 
"아이의 몸속에는 최소 3명이 있는 것 같습니다." 
"카라스 그들은 하나야. 그들은 없어. 단지 하나야."]

 이 대화를 가장 마지막 악마화된 쿠니무라 준이 한 말,

"와시와 와다시다." "나는 나다."와 일맥상통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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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인 쿠니무라준이 자신의 스티그마타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예수인가?하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던데 그건 넌센스죠.
악마는 왜 악마가 되었느냐면 신이 되고 싶어했기 때문이죠. 
자기가 신이 되려는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신에게 반역하여 도전했고 그 결과로 타락한 거죠.자신의 부활과 성흔을 보여준 것은 "봐! 부활? 그런 거 나도 할수 있어"라는 오만이고 예수 부활의 신성을 모독하는 겁니다.
또 예수는 자신의 죽음으로 인간의 원죄(선악과를 먹은 아담과 이브)에서 해방 시켜 자유롭게 하죠. 그러나 악마는 사진을 찍어 그 영혼을 자신의 상자 속에 구속합니다. 
그 상자는 나중에 황정민이 가지고 있고요. 그래서 황정민과 쿠니무라는 한 악마인거죠.

-천우희는 뭐냐? 곡성의 요정이죠.
이렇게 말하면 유머 같습니다만 저는 여기서 '트윈픽스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즉 사람들의 영혼을 악마로부터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곽도원에게 손을 뻗어준 유일하게 도우려고 했지만 결국 곽도원이 뿌리치죠.
트윈픽스에서도 "난장이""거인""노래하는 여인""할머니""마술을 하는 아이"등 여러 형태로 FBI 수사관 쿠퍼를 도우려고 하지요.
그 스타일들과 칼라는 지금도 함부로 따라하기 힘든 독보적인 린치의 세계죠.
마지막에 사람들의 옷과 딸 아이의 머리핀을 보고 잘못 해석한 곽도원은 천우희를 뿌리치지만 저는 그 옷가지와 핀을 모두 빼앗기고 겨우 남긴 영혼의 조각이라고 저는 해석했습니다.
이후에 거리에 주저앉아 슬픈 표정으로 있었던 것은 또 빼앗긴 영혼을 안타까워 하는 표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실지로 악마 쿠니무라 준이 가장 아파하고(황정민이 말뚝을 박는 장면과 교차로 보여줘 황정민이 쿠니무라를 공격하는 것 같지만 이건 감독의 편집 속임수죠. 실지로는 황정민이 공격하는 것은 딸이었고 쿠니.준을 공격한 건 천우희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쿠니. 준이 완전히 행동불능까지 빠지는 절벽에서 던져진 이후 자동차에 치었을 때 그 일을 모두 해낸 것은 천우희였죠.
거의 천우희가 이길 뻔 하지만 결국......

-실지로 천우희는 늘 흰옷만 입고 다니죠. 그 겉에 다른 사람의 옷을 걸쳐서 잘 모르겠지만 안의 옷은 언제나 흰색입니다. 흰색은 절대 악마를 상징하진 않죠. 천사죠.
또 계속 할머니를 언급하는 것도 분명 나는 절대신에게서 지시, 부탁, 명령을 받고 있다는 분명한 암시죠.

- 기독교적 사후관에서 가장 무서운 결과는 자신, 개인의 영혼이 악마에게 사로잡히는 거죠.
그렇다면 유교사회인 우리나라의 가장 무서운 결과는?
천우희의 입에서 씨를 말린다는 얘기가 정말 많이 나오죠?
생각해보니 다른 가족들도 일가족 모두의 참변이 많죠. 곽도원의 가족도 어머니, 아내가 죽고 아이는 악마의 것이 된 것이 분명하고요.(여기서 엔젤하트에서처럼 아이의 눈이 빨갛게 변해있는 것이 보였으면 한 층 좋았을 것 같습니다.) 곽도원 자신도 황정민이 사진을 찍어가죠.  

-곡성의 현재 호평은 약간 과장된 감이 있습니다.
뭐..... 캡아3 시빌워의 극장 장악을 일종의 민족적, 영화인적 자존심의 손상으로 생각한 영화계 전체의 연계플레이라고 생각합니다.
곡성를 본 저에게 나홍진의 최대 걸작을 묻는다면 아직, 여전히 추격자입니다.
곡성은 살짝 못 미쳐요.
캡아3와는 솔직히 많이 모자랍니다. 
다만 기독교적 악마가 등장하는 공포물, 그리고 감독이 연출로 관객에게 문제를 던지는 게임영화(식스센스나 디 아더스같은)를 좋아한다면 즐길만한 영화입니다.

"모든 의미에서 무시무시하다."던가
"작두 탄 영화"라던가
"곡소리 나는 이야기, 억소리 나는 연출"던가하는 얘기는 반광고입니다. 
좀 가려들을 필요가 있네요.
10점 만점에 딱 5점입니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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