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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미아 님의 서재입니다.

디오브 : 아르트리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미아미미
작품등록일 :
2020.09.26 22:45
최근연재일 :
2022.02.20 22:00
연재수 :
102 회
조회수 :
5,911
추천수 :
127
글자수 :
734,475

작성
21.12.06 00:58
조회
39
추천
1
글자
17쪽

90.마루온(1)

DUM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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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쿠쿠쿠쿵!!!


‘점점 진동이 심해지는 군.’


머리 위로 떨어지는 흙가루를 털어낸 레일은 다시금 방패를 들어 전면을 가린 뒤 발을 옮겼다. 아이리와 갈라진 채 포자 생성체를 나선지 십여 분. 아직까지 별다른 것을 발견하지 못한 그였다. 보이는 것이라곤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스포어의 숙주로 몰락해 짐승보다 못한 행동을 보이는 스포어 감염자들뿐이었다.


“끄으으으억.”


“?!”


일렁이는 횃불의 불빛 아래, 새카만 어둠속에서 감염체가 돌연 비명을 지르며 그를 향해 공격해왔다. 침착하게 방패를 이용해 감염자의 손을 막아낸 그는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검을 휘둘러 감염자의 목을 끊어내었다.


퍽!


“후우...”


“크아악!”


감염자의 머리가 바닥을 구르고 위협이 사라졌음에도 그는 긴장을 끈을 놓지 않은 채 조금씩 발을 옮기며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아 감염자들이 들이닥쳤다.


‘마치 프레이아가 좋아할 무서운 이야기 같군.’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어두운 동굴과 기괴한 감염자들이 곳곳에서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공포스러운 상황.


끼야아아아악!


“으으으으....”


기괴함이 가득한 소리가 동굴에 가득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감염자들의 행동이 눈에 띄게 둔해지기 시작했다.


“...?”


그들을 물리치던 레일은 갑작스런 이상행동에 눈을 끔뻑거리며 상황을 살폈다.


‘반격을 하지 않는다?’


둔해지던 감염자들은 점차 움직임을 멈추더니 우두커니 제자리에 선 채 땅만 바라볼 뿐이었다.


‘지금이 기회.’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내부를 파고들 기회라 여긴 레일은 빠르게 치고 나와 감염자들의 사이를 뛰어 나갔다.


횃불 아래 미미하게 밝혀지는 동굴을 한참을 달리던 그는 주변의 공기가 바뀌는 것을 감지했다. 그리고 미세하게 들리는 소리.


‘이건... 파도 소리?!’


그 소리는 작았지만 분명 파도가 암벽에 부딪쳐 산산이 조각나는 소리였다. 동굴 길 한 곳에 몰려든 채 우두커니 서있는 감염자들을 밀어 넘어트린 레일은 그대로 동굴을 빠져나와 빛이 새어나오는 큼지막한 공간에 발을 디뎠다.


“...!”


하늘을 가려버리는 거대한 동굴 아래 바닷물이 돌을 깎아 내며 파도를 뿌려댔다. 파도에 깎인 암석들 안쪽으로 드러난 광장에는 수많은 거중기들과 족장, 각종의 시설들이 높고 크게 자리해 있었고 그것들이 한데 뭉쳐 만들어낸 결과물인 거대한 선박이 광장에 세워져 그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아이리가 맞았다. 해안 동굴에 숨어 배를 만들고 있었어!’


광장으로 발 빠르게 이동한 레일은 거중기와 타워를 조금은 요란스럽게 옮겨 타며 선박으로 향했다.


‘거대하다... 이걸로 포자 생성체를 옮기려 한 것인가.’


압도적인 위용에 자연스레 침을 삼킨 그는 빠르게 갑판에 오르는 계단에 올라섰다.


키야아아아악!!!


“!”


머리 위로 다시금 들려오는 기괴한 울음소리에 그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이건...”


계단 손잡이를 비롯해 선체의 주변 곳곳이 핏빛을 머금은 뿌리들에 의해 침식되어 붉게 물들어 갔다. 그리고 이는 갑판에 다가갈수록 더욱 짙어졌다.


‘이곳에 있다.’


불쾌하면서도 불길한 느낌을 가득 내뿜는 핏빛의 뿌리. 이의 본체에 해당하는 포자생성체가 갑판에 있음을 짐작한 그는 숨을 크게 내뱉고는 마지막 계단을 올라 갑판에 올라섰다.


“······.”


넓은 갑판을 가득 채우는 새빨간 악마의 꽃. 악마의 식물. 어떤 수식어로도 표현하기 힘든 괴생명체가 뿌리와 같은 핏빛 촉수와 풀잎을 천천히 흔들며 자신의 태동을 나타내고 있었다. 섬뜩한 포자 생성체의 모습에 얼어붙는 것도 잠시. 거대한 괴생명체의 앞에 자리한 한 남성을 본 그의 마음이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레일이 온 것을 모르는지 남성은 어두운 기운, 델라론을 주변에 감싼 채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었다.


자신과 똑 닮은 갈색 머리의 남성이었다.

자신이 새겨 넣은 검흔이자 그의 코와 얼굴에 가로지어 지나가는 크나큰 흉터.

자신의 형이자 이 모든 일의 원흉인 자.


제라드 스테루거. 그를 향한 레일의 노성이 크게 울려 퍼졌다.


“...제라드!”












======








“어디 그깟 허접한 마루온으로 이 자리에 오느냐! 어서 꺼져라!”


스테루거 영지에 거주하는 젊은 청년들이 한데 모인 자리. 그런 그들 사이에서 한 청년이 발에 차여 바닥에 쓰러졌다. 그를 걷어찬 남성은 제라드의 어깨를 감싸고는 넘어진 청년을 멀리하자며 그의 시선을 돌려버렸고 주변의 동지들도 이에 동조했다.


“제라드, 자리를 옮기자고.”


“그래. 저런 한심한 녀석이랑은 얘기를 섞지 말게나.”


“······.”




마루온은 사람을 나누었다.





“넌 자랑스러운 내 아들이다!”


스테루거 가문을 큰 가문으로 만들어내고 한 지역을 다스리는 영주이자 자신의 아버지 마르크 스테루거. 그는 제라드의 양 어깨를 잡고는 두들기며 많은 귀족들 앞에서 호탕하게 웃음 지었다.


“스테루거 가의 장남으로써 장차 우리 모크룬을 부흥시키고 강하게 만들 인재니라.”


영주의 웃음과 함께 귀족들 자리한 귀족들 또한 같이 웃으며 그를 칭찬하기에 바빴다.


“또 그놈의 화약 가루를 만지작거리고 있느냐?!”


어느 날 문을 박차고 들어온 마르크가 노성을 내질렀다. 화약 때문이었다. 어떤 문헌 하나의 글귀로 연구를 시작한 것에 불과했지만 화약 연구에 대해 진심이었고 열성적이던 제라드였다. 그런 그의 모습에 자신을 칭찬하고 자랑스러워하던 아버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방구석에 박혀 화약을 연구하는 제라드의 모습은 자신이 설계한 기로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네가 말하는 힘이란 게 고작 그런 가루와 조잡한 기계를 말한 것이더냐? 저기 저 미천한 가문의 마루온도 이 힘보다는 강할 것이다.”


그러나 그의 연구는 늘 마루온과 비교 당했고 장남으로써의 위치를 다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아버지였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남부 녀석들의 기를 꺾는 데 집중 하거라. 지금이 남부 놈들을 밀어내고 중앙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니라. 더 강하게 마루온을 다룰 힘을 연구하거라!”


“······.”




마루온은 고고했다.





“응? 화약?”


“자네 아는 가?”


“아니 몰라.”


작은 체구를 가진, 귀여운 고양이 귀를 가진 카비룬들이 이루어진 마법 단체. 달 고양이들은 제라드가 보여준 가루에 연신 귀를 움찔 거릴 뿐이었다. 이어진 제라드의 설명에 신기해하며 귀를 계속 움직이며 경청하던 그들이었지만 점차 그 움직임은 줄어들었다. 그리곤 점차 관심이 떨어졌다는 듯 무관심해하며 그의 얘기에서 귀를 멀리하는 그들이었다.


“근데 그거 마루온으로 다 할 수 있는 거잖아.”


“맞아.”


“낭비인 거 같아.”


“마루온이면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


“맞아!”


“넌 그 말 밖에 할 줄 모르냐?!”


“맞아!”


“······.”




마루온은 위대했다.







“이딴 걸 어떻게 하자는 건가? 마루온은 어디다 두고?”


“새로운 힘을 찾자고? 그런 엉뚱한 발상에 허비할 시간 없네, 인력이 아까워.”


앞에 놓인 가루를 만져보던 그들은 제라드를 향해 눈을 흘기었다. 동그란 털 귀를 가진 자신들과 다르게 양쪽으로 길게 솟아오른 털 귀. 툴룬이었다.


“좀 엉뚱하구먼.”


“흥. 모지란 종족들 같으니. 어디 이런 조잡한 가루로 무얼 하겠다는 건지 원.”


“우리랑 어울리지 않아. 시끄럽기만 하고.”


“그렇지. 우리같이 고귀한 마루온을 다루는 이에게 필요 없지. 저 미천한 틴 놈들이라면 모를까. 하하하.”


“더 이상 들을 필요 없네. 내보내게.”


시종일관 그를 깔보듯 고압적이며 우롱하는 말들을 거침없이 내뱉는 그들에게 제라드는 크게 실망했다.


“말이 좀 심한 거 같군.”


“어허, 파라드!”


“거친 언행들은 사과드리오. 현재로는 그대가 말하는 새로운 힘이란 게 현실적으로는 와 닿지 않아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 같소이다. 나 또한 아직까진 그 힘에 대해 의구심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오.”


화약에 관해 부정을 넘어 멸시를 하던 킨 일부 중 유일한 한 남성만이 그들을 제지하고 제라드에게 사과를 하였다. 그러나 분위기는 여전히 차가웠고 제라드를 냉대했다. 오히려 그들은 다른 것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우린 이런 걸 논의하려고 온 게 아닐세. 어서 저 석상이나 만들자고.”


“왜 아직도 석상이 완성이 안 되어있는 거야?”


“틴 놈들 하라는 일은 안 하고 도망을 다닌다는 소문이 있어.”


“맞아. 요새 틴 녀석들 게으름이 심해진 것 같단 말이지. 이럴 때일수록 녀석들에게 혹독하게 굴어야 한단 말일세.”


“암. 그렇고말고.”


“······.”




마루온은 계급을 만들었다.







“어.. 음.”


“화약? 굳이 이런 걸 써야 하나?”


“쟤들은 허약하잖아.”


가루를 만져보는 그들은 다소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축 처진 털 귀를 가진 종족. 델룬이었다.


“이거 봐. 이렇게 하면 바로 불이 생겨나는데. 굳이?”


“맞아. 굳이 저런 걸?”


그들은 제라드가 건넨 화약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치었다. 그들 또한 툴룬과 다르지 않은 반응이었다.


“강한 힘? 흠.. 딱히 지금보다 더 좋아져야 하니 그런 건 못 느껴봤는데?”


“우리 꽤 강할지도?”


“우린 델룬이니까?”


“하하하!”


“이놈들이..!”


“억.”


그들은 자신의 힘을 과시하며 그를 앞에 두고도 웃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런 그들의 뒤로 나타난 거구의 남성이 그들의 머리를 쥐어박고는 제라드에게 사과의 뜻을 내비치었다.


“결례를 용서하시게.”


그는 너털웃음을 보이며 상황을 무마하려는 듯 말을 이어나갔지만 그들의 뜻은 변하지 않았다.


“이들의 성향을 잘 알지 않나. 그 화약이라는 것으로는 이들을 매료시킬 수도 없거니와... 그런 것에 머리가 안 돌아가는 사람들일세, 우리 델룬은. 미안하네.”


“······.”




마루온은 오만했다.







“······.”


“흥미로운 이야기인 걸. 더 말해 보거라.”


“!”


예상치 못한 대답에 제라드는 눈을 크게 떴다.


“그렇지 않아도 오래전에 이곳을 다녀간 리엔트리아의 손님 덕에 화약이란 것에 눈을 뜬 상태라고 할까? 근데 그걸 알고 있다니 재미있구나.”


머리 위로 뾰족하게 솟은 털 귀를 가진 종족. 갈룬이었다. 그들을 지키는 다섯 개의 기둥인 다섯 장군들이 각자의 위압감 넘치는 기운을 내뿜으며 제라드의 알현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왕좌에 자리한 갈룬의 2대 족장이 그의 이야기에 흥미를 보였다.


“마루온을 놔두고 왜 그러냐고?”


이제껏 받아온 반응에 지쳤었던 것일까. 그의 대답에 도리어 제라드는 다른 반응을 보이며 그에게 되물어보았다.


“이 세상이 마루온만 있는 건 아니지 않느냐. 화약과 미량의 마루온으로도 그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더 좋은 세상이 오는 건 당연한 이치가 아니겠나.”


“난 말이네 왼손잡이일세.”


그는 자신의 왼손을 내밀어 제라드에게 보여주었다. 얼마나 많은 세월 동안 검을 쥐고 휘둘렀는지, 짐작이 가지 않을 만큼의 굳은살과 상처를 가진 손이었다. 분명 마루온으로 손을 지켜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었다.


“물론 이 아르트리아라는 대륙에서는 왼손잡이를 욕하고 부정하고 있지. 근데 손은 두 개잖아. 난 왼손으로 검을 휘두를 때 힘이 더욱 실리고 정교하게 벨 수 있는 걸?”


말을 잇는 갈룬의 족장 얼굴엔 미소가 걸려 있었다.


“분명 이 세상은 마루온이 축복하는 세상이 맞지만 마루온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잖아? 마루온이 강한 사람들도 많겠지만 약한 사람들도 많네. 그런 사람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왼손을 찾자는 거야.”


“!”


“그들 또한 누릴 건 누려야지 않겠나?”


그들의 족장. 릭터 마드레드의 말에 위엄이 넘치던 장군들 또한 입가에 작은 미소가 걸려있었다. 그리고 제라드는 자신의 심장이 격하게 뛰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 일을 계기로 제라드는 수없이 갈룬을 향해 애정을 보였고 많은 시간을 갈룬과 함께 했다. 제2의 고향을 찾은 것 마냥 그의 열정 또한 뜨겁게 불타올랐다.


“콘스라고 하네.”


그리고 새로이 신설 된 연구원의 책임자와 함께 그가 얻고자 하는 길에 한 발 더 디디게 되며 연구에 박차를 가했다. 제라드는 분명 기뻐했고 몸이 고되었어도 행복함을 일순간 느끼었다.


그러나 그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요새 콘스 님이 이상해지신 것 같지 않아?”


“맞아. 그 새로이 발견됐다는 유적에 가신 뒤로는 계속 그러셔.”


“유적?”


“그래. 그 왜.. 우리 신께서 만들어놓은 제단 같은 거래. 그걸 아는 사람이 원로원 몇몇만 알고 있을 정도로 극비였다네?”


동료 연구원들의 말에 그는 고개를 갸웃하며 강한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다.


‘신이 만들어내고 그 신들과 함께한 우리들이 모르는 고대의 것이 있단 말인가.’








“껄껄.”


갈룬의 수도, 제마. 그곳의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사원은 언제 적 부터인지 알 수 없을 만큼 그 기원도, 이야기도 존재하지 않는 버려진 곳이었다. 그런 그곳에서 콘스는 허공을 향해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저번에 주신 스포어가 효과가 보이고 있습니다. 비록 성장속도가 마루온에 의해 늦어지고 있긴 하지만 일전보다는 빠른 속도로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몰래 지켜보던 제라드는 마루온이 아닌, 난생 처음 느껴보는 특이한 기운에 순간 식은땀을 흘려버렸다. 온몸을 훑고 지나가는 불쾌한 기운. 마루온과는 너무나도 다른 기운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이 모든 것을 모피어 님께...”


콘스의 주위에 순간 어두운 기운이 일렁였다. 동시에 제라드가 격통을 느끼곤 쓰러졌다.

머리에 가해지는 알 수 없는 고통에 그는 어떠한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신음만 흘려대었다.


“이런, 보고 말았군. 껄껄.”


그리고 그런 그를 향해 콘스가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며 다가왔다.


“입을 놀리는 순간 자네의 머리가 터져나갈 걸세. 조용히 있으라는 걸세. 자넨 현명하니까 내 말을 잘 알게야...”


그렇게 머릿속에 생겨버린 족쇄. 헬스포어.


‘한치 앞을 알 수 없을 만큼 어둡다. 이 힘에 반항할 수 없다.. 방심하는 순간 내 머릿속을 자기 마음인 양 휘저어 놓는다.’


자신의 마음을 마구 휘저어놓으며 기억조차 쉽게 조작해버리는 헬스포어의 힘에 그는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반항한다면.. 내 머리가 뜯겨져 나갈 것이다.’


또한 점차 힘을 잃어가며 쇠약해지는, 콘스의 개가 되어가는 릭터의 모습을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다.




마루온은 자신을 버렸다.




헬스포어를 이용한 콘스의 힘 아래 어떠한 반항도 하지 못한 그는 점점 타락해 가는 갈룬의 수뇌부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아르트리아의 것이 아닌 다른 세상의 힘에 공포를 느끼며 점차 의지를 잃어갔다. 절망만이 어두운 지하에서 그를 기다릴 뿐이었다.


‘방법은 없는 것인가...’


그리고 나타난 또 다른 절망. 푸른빛이 제마의 하늘 위로 높게 솟아올랐다.


독룡 나이드라의 등장과 함께 순식간에 파괴되어 버린 갈룬, 파괴되어 가는 아르트리아. 동료들과 친구들이 독에 산화되며 사라졌고 마루온만을 믿으며 살아온 많은 이들에게 마루온은 나이드라의 독으로부터 그들을 지켜주지 않았다.




마루온은 패배했다.



델라론의 힘으로 나이드라의 독을 쉽게 버텨낸 콘스였지만 그는 분함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먹이를 뺏긴 것이다. 반면 제라드는 고장 난 인형 마냥 숨만 붙인 채 그를 따를 뿐이었다.


콘스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제라드는 제마의 중앙에 주저앉은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마루온이 아닌 새로운 힘으로 약한 이들을 구하고자 했던 그는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이다.


“아...”


모든 것을 앗아버린 강한 힘에 허망함과 슬픔은 다시 일어설 일말의 힘조차 남김없이 절망으로 바꾸어 놓았다.


「 여기는 라프서스. 」


“!”


순간 그런 그에게 이명의 소리가 들려왔다. 일전에 콘스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었던 사원의 중앙지였다. 분명 알아들을 수 없는 이계의 언어였지만 그에게 심어진 델라론의 힘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남성의 말뜻을 알려주었다.


「 헬스포어는 모두 제거되었다. 요아프의 괴물은 이곳을 다시 넘보지 못할 것이다. 」


기개가 넘치는 남성의 목소리에 그의 심장이 다시금 뛰어올랐다.


「 우리가 이겼다. 우리는 델라론을 지켜내었다. 우리가 아포스타(Apostar)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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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91.마루온(2) 21.12.13 34 1 15쪽
» 90.마루온(1) 21.12.06 40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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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88.냉철한 분노(6) 21.11.22 42 1 14쪽
87 87.냉철한 분노(5) - 삽화 o 21.11.15 35 1 15쪽
86 86.냉철한 분노(4) 21.11.08 32 1 16쪽
85 85.냉철한 분노(3) 21.11.01 34 1 18쪽
84 84.냉철한 분노(2) 21.10.25 28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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