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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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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임
작품등록일 :
2023.04.03 11:16
최근연재일 :
2024.05.06 00:48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459
추천수 :
19
글자수 :
31,182

작성
23.04.26 01:09
조회
24
추천
2
글자
5쪽

까페 매장 음악을 스스로 정하는 손님들.

DUMMY

산 밑의 까페에 도착. 몇 번 왔던 곳이지만 그래도 빗속 풍경을 찬찬히 둘러보니 안 보이던 게 눈에 들어왔다.


​우선 매우 작은 창문들이 드문드문 박혀 있는 밝은 색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그 생김새를 보고 모텔 건물인 줄 알았는데 입구 표지판을 보니 빌라였다. 설마 뒷면에도 유리창이 그리 작나 싶어 유심히 보니 산을 바라보는 쪽의 창문은 자그마한 베란다도 있고 창문들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었다. 누구라도 넓직한 창문으로 산을 바라보며 산다면 만족스러울 것이다.


오늘 간 까페는 입구 층에서 차와 빵을 구입하고 윗층으로 올라가거나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자리를 잡고 마시는 구조이다. 우리는 커피만 주문했다. 아래층은 반지하층인데 이 까페의 특이한 점이다. 반지하층을 영업에 활용하고 있다. 창가 자리에 앉아 질릴 때까지 밖을 내다볼 수 있다는 것이 내가 까페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여서 지하 까페를 선호하진 않는다. 그런데 이 까페의 반지하층은 주어진 벽면의 넓이만큼 전면창을 설치하였고 창 너머 보이는 산밑 풍경도 예쁘다. 성공한 반지하층이랄까.


먼저 위층에 자리가 있나 가보긴 했지만, 손님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결국 반지하층으로.


반지하층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는데, 있던 손님들도 얼마 후 떠났다. 고요함. 그때 들어온 직원이 전기 물걸레로 계속 내 옆쪽 바닥 청소를 하여서 신경이 쓰였지만 뉴스를 읽으며 거기에 신경을 안 쓰려고 했다. 매장엔 음악이 흐르지 않았다. 직원까지 떠나자 지하층엔 우리, 나와 J만이 앉아 있었다.


“전세 냈네.”


우리는 상당히 만족해하며 한참 동안 각자의 것들을 읽었다. 나는 손님이 우리밖에 없는 시간을 이용하여 뉴스 영상을 틀어놓고 보기도 했다. 다른 손님이 없으니 가능한 일이다.


그때 커다란 목소리 한 무리가 들어섰다. 얼른 뉴스 영상을 닫았다.


“우리 아예 밖에서 먹을까?”

“안 돼, 비와서. 빵이 눅눅해질 거야.”


청소년들의 목소리였다. 비 오는 날이라도 실내와 실외의 습도 차이가 그렇게 많이 날 것 같지는 않았는데, 그 아이는 밖으로 나가기 싫은 모양이었다. 쳐다보는 것은 그들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고개를 돌리지는 못했고 대충 느껴지는 실루엣 상으로 전반적으로 캐주얼하면서 펑퍼짐한 옷차림이었고 여자 아이들은 화장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음악 소리마저 없는 조용한 공간에서 그들의 커다란 목소리들이 울려퍼지자 처음엔 짜증이 났다. 게다가 그들은 망설임 없이 자체적으로 음악을 크게 틀었다.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깜짝 놀랐다. 노래는 가수 변진섭의 노래였다. 더 놀랐다.


내가 초등학생 때 듣던 노래.


청소년들이 변진섭 노래를 듣는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았지만, 실제 상황이었다. 상황을 혼자 골똘히 생각하다가 아마 아이돌 중 한 명이 리메이크했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아이돌이 부른다면 옛날 노래라도 청소년들한테 다시 인기를 얻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조용한 까페에서 자체 음악을 트는 그 아이들의 행동이 나는 너무 웃겼다. 웃음이 터져나오려고 했다. J도 그런 것 같았다. 너무 웃겨서 그런지 ‘다른 손님들이 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예의가 아냐.’와 같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무리 중 한 명이 다른 사람을 “전무님!”이라고 불렀다. 청소년들에게 전무라고 부를 사람이 있다니.


‘연예인 지망생들이 기획사 임원과 함께 온 건가?’


“술 먹은 다음 날은 달달한 거 먹어야 돼.”


‘저 청소년들은 술을 마시는구나.’


이때 그들의 자체 매장 음악은 원미연의 ‘이별여행’으로 넘어갔다.


“이 거리를 나 떠나가리♪ 내가 아닌 너를 위한 이별 여행을♪”


변진섭 노래 다음에 원미연 노래라니. 그들은 전문가들이었다.


‘80년대 음악 리스트인가보다.’


“내일도 쉬는 게 너무 행복해.”

"맞아 맞아. 안 그랬으면 이렇게 여기 못 오지."


J는 그들이 청소년들이 아니라 젊은 회사원들이라고 말했다. 나는 믿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남자 중 한 명의 목소리는 변성기가 온 청소년의 목소리로 들렸기 때문이다.


그들의 자체 매장 음악은 최대 볼륨인 것 같았지만 그럼에도 기기가 스마트폰이기에 사운드가 매장을 가득 메우진 못 했고 그들의 대화는 모두 생생하게 들렸다. 그리고 조정현의 노래 ‘슬픈 바다’까지 나오자, 나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그들 때문에 웃고 있는 것을 들키면 안 될 것 같아서 J와는 카톡으로 대화했다.


크게 웃었다. 마침 우리도 배가 고파서 식사하러 가기 위해 그곳에서 나왔다. 나오면서 그들의 얼굴을 잠깐 보았는데, 얼굴을 보니 J 말대로 이십대 직장인들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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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페 매장 음악을 스스로 정하는 손님들. 23.04.26 25 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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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하루 쉬어가기. 23.04.18 19 1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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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의 이야기는 여기에 있다. 23.04.03 40 1 3쪽
1 매일 한 시간 글쓰기, 내가 집착하는 것. 23.04.03 74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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