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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령 님의 서재입니다.

요양산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여령
작품등록일 :
2011.03.16 21:38
최근연재일 :
2011.02.09 22:58
연재수 :
4 회
조회수 :
41,478
추천수 :
59
글자수 :
12,810

작성
11.02.09 22:55
조회
12,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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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글자
4쪽

계두식전기 - 序

DUMMY

안휘성에 자리 잡은 황산은 오악을 능가하는 절경을 이룬 산이다. 무려 72개의 봉우리가 네 개의 현에 걸쳐 있을 정도로 이 웅장한 산의 주봉인 연화봉(蓮華峰) 자락에 황산을 닮은 거대한 장원이 하나 있었다.

장원의 이름은 요양산장(療養山莊).

정사마를 막론하고 무림의 일선에서 물러나 은거를 택한 노고수들이 찾는 장원이었다. 장강의 뒷물이 앞 물을 밀어낸다고는 해도 그들의 마음까지 세상에서 떠난 것은 아니었다.

적적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그들이 편안하고 즐거운 노후를 위해 한 데 모인 곳이 요양산장이었다.

“허, 이곳인가?”

가벼운 걸음으로 연화봉을 올라 요양산장의 거대한 정문을 바라본 노인은 그 세가 제법 대단하다는 것을 보고 살짝 놀랐다. 그저 노인들이 모인 장원이라고 생각했던 요양산장의 규모는 호북 무당산의 무당파와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어떻게 오셨어요?”

정문에는 보기만 해도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엽게 생긴 소동(小童) 둘이 서 있었다. 그 중 나이가 한두 살 더 많아 보이는 아이가 노인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노부는 해남검문의 단자양이라고 한단다. 이곳 요양산장의 소문을 듣고 멀리 해남에서 찾아왔느니라.”

“와, 단적쾌검(斷敵快劍) 어르신이 우리 산장을 찾아주시다니. 감격이에요!”

“험험. 노부를 아느냐?”

“그럼요. 과거 호남 악록산에서 흉명을 떨치던 녹림의 흑호채를 무너트리신 일화는 아직도 저잣거리에서 입에 오르내려요. 와, 정말 대단하세요!”

탄성을 연발하는 아이의 칭찬에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 듯 단자양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감돌았다.

“그런데 저희 요양산장에 들어오시려면 한 가지 조건과 한 가지 약속을 지켜주셔야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조건이 무엇이더냐?”

약속이라는 것은 지키면 될 일이고, 중요한 것은 조건이었다. 이미 요양산장의 명성을 듣고 온 터라, 조건이 까다롭지는 않을지 적잖이 걱정되던 참이었다.

“본 산장의 입장 조건은 간단하답니다. 초절정 이상의 경지. 최소 초절정 이상의 경지에 오르셔야만 입장하실 수 있어요.”

“…그것이 간단한 것이더냐?”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간단하지 않을까요?”

무인이 절정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수십 년 간 부지런히 무공을 갈고 닦아야만 가능했다. 물론, 천재라 불리는 이들은 이십대 혹은 삼십대에도 절정의 벽을 깨고 초절정의 경지에 드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그들은 말 그대로 천재였다.

사막의 모래알처럼 수많은 무림인들 중에서도 오로지 선택받은 소수만이 도달할 수 있는 경지, 그것이 초절정의 경지였다.

“이것이면 조건에 충족하겠느냐?”

우웅.

단자양의 청강검에서 시퍼런 검강이 맺혔다.

강기는 초절정고수만이 발현할 수 있는 지고무상한 경지.

단자양은 간단하게 자신의 수준을 입증할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조건에 만족하셨어요.”

아이는 웃으면서 미리 준비해 놓은 듯 새하얀 한지 다발을 내밀었다. 한지에는 빽빽이 글자가 적혀져 있었다.

“이것이 무엇이더냐?”

“조금 전 말씀드렸잖아요. 한 가지 약속을 해주셔야 한다고. 그 약속을 대신할 서문이에요. 잘 읽어보시고 맨 뒷장에 어르신의 혈인(血印)을 찍어주시면 된 답니다.”

서문은 무려 열 장이 넘어갔다.

겨우 천자문을 떼 까막눈이나 다름없는 단자양으로서는 보는 것만으로도 현기증이 날 만한 양이었다.

찍, 꾹.

단자양은 채 세 줄도 읽지 못하고 엄지손가락을 깨물어 인장을 찍었다. 그가 서문을 다시 아이에게 건네자, 기다렸다는 듯 요양장의 정문이 열렸다.

그곳에는 곱상한 외모의 청년이 미소를 띤 채 단자양을 맞고 있었다.

“요양산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단자양 어르신의 편안한 노후를 성심성의껏 책임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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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계두식전기 - 제2장 혼동 +2 11.02.09 7,863 11 8쪽
3 계두식전기 - 제1장 사고 +3 11.02.09 8,423 13 10쪽
2 계두식전기 - 제1장 사고 +6 11.02.09 11,627 16 7쪽
» 계두식전기 - 序 +7 11.02.09 12,970 19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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