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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을쓰다 님의 서재입니다.

농사꾼이 존나 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글사탕
작품등록일 :
2022.07.26 06:59
최근연재일 :
2022.08.19 19:40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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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글자수 :
108,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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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9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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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0화. 폭행을 당하다

DUMMY

주말에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나와서 기분이 산뜻했다.

이 기분을 망치지 않기 위해 오늘은 감정을 꾹 눌러 참고, 나중에 학교에서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학교에는 아는 사람이 넘쳐났고, 친구들 사이에서 나오는 논란은 얼마든지 과장되고 확장될 수 있었다.

여기서 박윤형을 혼쭐내면 세 사람만의 비밀로 종결될 확률이 높았다.

마음을 정리한 신상아가 이지상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자기야. 뒤에 박윤형 보이지?”

이지상이 고개를 돌렸다.

그는 박윤형을 알아볼 수 있었다.

아무리 못나도 전교 1등이면 주위에 친구가 생기기 마련인데, 왕따인 것으로 유명했다.

“보여.”

“쟤랑 나랑 같은 반인데, 옛날부터 교실에서 내 모습을 훔쳐봤거든? 그 정도는 별거 아닌 일이라고 무시하고 넘겼어. 그런데 지금 보니까 교실에서 그럴 뿐만 아니라, 몰래 나를 따라다니며 스토킹까지 하는 것 같아. 나 너무 무서워.”

“그런 얘기를 왜 지금 해. 진작에 나한테 알렸다면 어련히 조치를 취했을 텐데.”

다른 여자도 아니고, 자신의 여자친구를 괴롭히다니!

분노를 느낀 이지상이 곧바로 뒤돌아서며 박윤형에게 다가갔다.

박윤형은 그가 자신을 노려보며 다가오는데 무슨 영문인지 몰라서,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너 지금 내 여자친구 스토킹하고 있는 거지?”

“아니야.”

갑자기 왜 저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용기를 얻으려고 홍대 거리를 방문했을 뿐이었다.

비록 신상아를 짝사랑하고 있었지만 범죄까지 저지르며 사랑을 이룰 생각은 없었다.

그런 짓을 저지를 정도로 본성이 악독하지 못했다.

“거짓말하지 마. 나 지금 존나 열 받아서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거든? 기분 조금이라도 더 상하면 패 버릴지도 모르니까 솔직하게 대답해야 해.”

갑자기 이지상이 자신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이건 뭐지?

위압을 가하다가 폭력이라도 저지를 셈인가?

박윤형은 만만하게 생겼고, 실제로 만만한 편이었지만 아직까지 남한테 살면서 얻어맞아본 경험이 없었다.

겉보기와는 달리 귀하게 자란 도련님이었다.

*

이지상은 분노를 억누르며 조근조근 말했다.

“다시는 내 여자친구 기분을 상하게 하지 마. 그럴려면 어떻게 행동해야겠어. 쳐다보지 마. 우연히 상아하고 시선이 닿으면 바로 피하고 눈을 땅바닥으로 깔아. 알았지?”

어깨를 지그시 눌렀다.

박윤형은 생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어깨 통증으로 인해 인상이 잔뜩 찌푸려졌다.

고통이 심각해진 나머지 좌절감이 들려고 했다.

“내 말 이해했으면 고개 끄덕여. 너무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는 마. 어차피 몇 개월 뒤면 서로 안 볼 사이잖아?”

박윤형은 고통에서 해방되고 싶은 마음에 고개를 끄덕이려다가 멈칫했다.

생각할수록 이 상황이 너무 분하고 억울했다.

언제 자신이 신상아를 스토킹했단 말인가?

억지 주장이었다. 그녀의 집이 어딘지도 몰랐다.

물론 그녀와 얽히고 싶은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려고 노력한 적은 있었다.

그러나 교외가 아닌 교내에서 벌어진 일이었고, 은밀하게 행했기 때문에 그 사실을 상대방이 눈치챘을 리 없다고 자신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건은 순전히 제멋대로 판단해서 자신을 해코지하는 것이니 사무치게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

이지상의 논리로 사람을 폭행하는 게 정당화된다면 누가 마음 편하게 생활할 수 있겠는가?

증거도 없이 의심이 간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괴롭혀서는 안 되었다.

박윤형의 마음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부드러운 성정의 소유자였지만 누군가 자신을 가차없이 밟아대면 꿈틀거릴 줄도 알았다.

수많은 사람들한테 마냥 처맞기만 하는 복식장의 샌드백이 아니었다.

박윤형은 자신의 입장에서 억울한 점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화내봤자 원하는 결과는 안 나오고 분위기가 악화될 뿐이라, 부드럽게 이 상황을 풀어내려고 노력했다.

“뭔가 오해하고 있는데 나는 신상아를 스토킹한 적이 없거든.”

“잘못을 인정하고 순순히 받아들이지 그래?”

이지상이 겉으로는 좋은 사람처럼 웃으면서 어깨를 더욱 세게 쥐었다.

박윤형의 표정이 한층 더 일그러졌다.

*

한편 이 장면을 바라보고 있는 신상아의 속마음은 조마조마하기 그지없었다.

구원자 세계의 발전 초기 단계였다.

아직까지는 그래도 판검사나 국회의원, 대통령 등 국가 고위직은 국민들에게 위압감을 발산하고 있었다.

박윤형을 응징하기에 부장검사라는 존재는 무척이나 거슬렸고, 그의 어머니도 재벌가 출신이었다.

‘말로 잘 구슬려야 해. 유혈 사태로 번져서는 안 돼.’

상대방은 자신의 말을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그 사실이 너무 열받았다.

박윤형의 분노와 억울한 감정이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

‘내가 왜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하지?’

초한중학교 전교 1등. 자신의 아버지는 부장검사였다.

아버지만 잘난 게 아니라 어머니도 재벌가 출신이었다.

출신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가업을 일부 승계하였고, 한 식품 회사의 사장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외할아버지가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기업인 한성의 회장이었다.

한성은 코스피 시가총액 기준 상위 100위 안에 드는 대기업이었다.

구원자 클랜을 제외하고 순위를 따질 시에는 20위 안에도 들 수 있었다.

역사적으로 누가 집안이 훌륭한 자신을 이다지도 핍박했단 말인가?

감히 이지상이? 뭐 잘난 놈이라고.

기껏해야 축구밖에 할 줄 모르는 놈이었다.

부모가 뭐하는 인간들인지 들어본 적도 없었다.

자신이 그러하듯이 잘난 부모를 뒀다면 교내에 그 사실이 쫙 퍼졌을 것이다.

허나 그렇지 않았다.

부모나 아들이나 자신의 집안이 마음먹으면 죽을 때까지 괴롭힐 수 있었다.

내면의 불길이 폭발하여 불똥이 사방으로 퍼졌고, 이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거대한 분노가 심연에 잠들어 있던 박윤형의 자신감과 용기를 불러내었고, 그것들을 전방으로 분출시켰다.

“이 개새끼야! 나는 신상아를 스토킹한 적 없다고! 네 따위가 뭔데 감히 나를 변태로 몰아가.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 너 돈 많아? 나보다 대단한 빽 있어?”

태어나서 박윤형이 이 정도로 감정을 표출한 적은 이전까지 없었다.

전례가 없었던 일을 처음으로 시도하고 있었다.

항상 조용하고 침착한 편이어서 어느 집단에서든 무색무취한 면을 드러냈다.

만약 동창생들이 현재 박윤형의 모습을 목격하면, 새로운 매력을 발견했다고 느끼며 그와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이 조금은 생길지도 몰랐다.

고함을 내지르자 내면의 응어리가 어느 정도 풀렸으나, 맞닥뜨려야 할 일이 있어서 마음이 안정되지 못했다.

이지상의 주먹이 박윤형의 얼굴을 노리고 날아왔다.

퍼억!!

어찌나 주먹 힘이 좋은지, 얼굴 중앙을 맞았는데 턱을 맞은 것처럼 뇌가 흔들렸다.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지 못하고 신체가 뒤흔들렸다.

이런 상황이 익숙하지 않아 상대방의 공격을 대비하지 못했고, 결국 날아온 선빵에 분노 섞인 태도가 허물어졌다.

바닥에 쓰러진 박윤형 위에 이지상이 올라탔다.

그를 몇 대 더 때리려다가 코피가 나는 모습을 발견하고 공격을 머뭇거렸다.

동정심이 들어서 이러는 것은 아니었고 일을 너무 키울까 봐 내심 두려웠다.

그의 팔을 꺾으며 협박하는 태도를 이어갔다.

“다시는 우리 상아 스토킹하지 않는다고 약속해. 팔 부러지기 싫으면.”

*

이 장면을 바라보는 신상아의 마음속에서는 후회가 밀려오고 있었다.

이지상한테 난처한 입장을 이야기해서는 안 되었다.

어차피 몇 개월만 참으면 초한중을 졸업하며 박윤형과 마주칠 일이 사라질 터였다.

덕은여고로 진학할 예정이어서 박윤형과는 결코 한 학교로 이루어질 수 없었다.

고등학생이 됐을 무렵에는 박윤형도 인생 망가진 놈은 아닌지라, 덕은여고 등하교 시간을 알아내면서까지 자신을 스토킹하려고 들지 않을 것이었다.

홍대 번화가의 수많은 행인들이 두 사람의 싸움을 구경하고 있었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과 관련된 사람으로서 얼굴이 자꾸만 붉어졌다.

일의 규모가 더욱 커지기 전에, 이지상에게 달려가서 자신의 생각을 전달했다.

“지상아. 그만하자. 쟤도 네 말을 알아들었을 거야.”

“아직 약속을 못 받아냈거든? 걱정하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

이쯤 되자 박윤형도 먼저 물러나려고 하지 않았다.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함부로 나댔다가 두드려 맞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살아 왔다.

막상 맞기 시작하니까 그런 두려움에서 해방되며, 싸움을 잘하는 이지상을 결코 올려다보지 않게 되었다.

때릴 테면 얼마든지 때려 봐라!

기절해 쓰러질 때까지 맞아주마.

지금 상황은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안 들었다.

‘짝사랑하는 신상아가 이지상을 위해 폭력을 말리고. 피해자인 나는 그런 여자한테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반격하지 못하고 맞고만 있고. 스토킹하는 변태로 몰리고.’

평소 초한중학교에서 얼마나 동창생들한테 무시를 당해 왔을까?

뒤늦게나마 자신이 처한 현실을 직시할 수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에 대한 감정을 겉으로 표출하지 않았고, 더러운 똥이라고 생각하며 냄새난다고 피해다녔을 뿐이었다.

‘왜. 왜. 나는.......’

이런 신세여만 하지?

냉정하게 상황을 살펴보았다.

이지상과 싸워서 이길 가능성은 전무했다.

패색이 짙다고 해서 그에게 항복하며 변태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상대방이 먼저 물러날 때까지 정면 대결이다.

“우리 아버지가 부장검사야. 오늘 있었던 일. 나를 스토킹하는 변태로 몰아갔던 것까지 전부 아버지한테 말할 거야. 너희 집 잘나가? 잘나가서 내 얼굴에 피가 흐르도록 만든 건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후회하게 만들어 줄게.”

분노에 사로잡혀 타락한 박윤형은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

이지상도 물러날 마음이 없었던 터라 박윤형의 팔을 더욱 꺾으며, 협박을 이어갔다.

그러나 박윤형은 아드레날린에 휩싸여 팔이 부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잘못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다.

뿌드득!!

양쪽 다 물러나지 않은 결과 박윤형이 오른팔이 부러지고 말았다.

그는 통증도 잊은 채 미친 사람처럼 웃어댔다.

“너는 이제 뒤졌다. 니 인생 지옥으로 빠트려줄게. 빨간줄 그어줄 테니까 평생 범죄자로 살아봐라.”

*

신상아는 발을 동동 굴리고 있었다.

‘어떡해!!!!’

이지상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없이 만만해보이던 사람이 이렇게까지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 들 줄은 몰랐다.

그가 타협하지 않았던 데에는 박윤형이라면 당연히 항복할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더 이상 폭력으로는 잘못을 인정하게 만들 수 없었고, 그러고 싶은 마음도 안 들었다.

이지상도 주먹질을 하며 적잖게 흥분했었다.

팔을 부러트린 뒤 제정신이 들면서 박윤형의 협박이 머릿속에 아른거렸다.

박윤형은 얼굴이 눈물, 콧물, 코피로 범벅이 된 채로 윽박질렀다.

“네 부모님이 나한테 울고불고 빌면서 합의해달라고 부탁해도 절대 용서 안 해!!”

이지상은 기존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을 더 해야 할지 몰랐다.

머릿속이 고장났다.

진작에 목표 달성은 물건너갔고,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다다른 듯했다.

주위를 둘러보니까 수많은 행인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몇몇은 폭행을 관전하다 흥미를 느꼈는지 동영상 촬영을 하고 있었다.

번화가라 증인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부인할 수 없었다.

더 이상 여자친구 앞에서 폼을 잡을 기운이 나지 않았다.

“가자.”

이지상과 신상아는 폭행 사건의 현장에서 빠른 속도로 자취를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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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화. 스토킹범 22.08.18 86 2 12쪽
18 18화. 홍대 거리 탐방 22.08.17 104 3 12쪽
17 17화. 구원고등학교 22.08.16 112 3 12쪽
16 16화. 중학교 졸업이 머지않다 +2 22.08.15 132 2 12쪽
15 15화. 농경지에 튤립을 심다 22.08.14 154 5 11쪽
14 14화. 몬스터 출현 22.08.13 172 7 13쪽
13 13화. 놀이공원을 놀러가다 22.08.12 178 6 11쪽
12 12화. 아카데미 설립 계획 22.08.11 192 7 12쪽
11 11화. 퇴원 기념 파티 22.08.10 190 7 11쪽
10 10화. 일상 생활 22.08.09 212 6 12쪽
9 9화. 궁지에 몰린 클랜 22.08.08 224 6 11쪽
8 8화. 감히 부장검사를 습격하다니... 22.08.07 236 6 12쪽
7 7화. 가족 관계 22.08.06 253 6 13쪽
6 6화. 축하급 구원자의 강연 22.08.05 268 7 12쪽
5 5화. 멜론 심기 22.08.04 286 8 12쪽
4 4화. 경지가 수명을 결정한다 22.08.03 329 9 13쪽
3 3화. 왕따의 삶 +1 22.08.02 361 9 12쪽
2 2화. 의문의 씨앗 22.08.01 411 10 12쪽
1 1화. 슈퍼스타 최혜미 +3 22.08.01 615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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