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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다닷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 아내는 탱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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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희다닷
작품등록일 :
2024.05.08 19:50
최근연재일 :
2024.05.20 22:30
연재수 :
8 회
조회수 :
267
추천수 :
7
글자수 :
48,262

작성
24.05.15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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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제7장 내성이 없는 먹잇감들

DUMMY

갑작스럽게 매력이 1만큼 올라버렸다. 짐작되는 것은 호감도다. 호감도 작업을 하면 매력을 올릴 수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는 건..!?


'이거 설마 스탯 노가다 게임이야?'


일반 게임의 경우 레벨 업이나 특별히 얻은 능력치 포인트로만 스탯을 올릴 수 있는 반면 스탯 노가다 형태의 게임들은 수련을 통해 스탯을 올리는 것이 가능했다. 대표적인 것이 '헬창'이라는 게임이었다. 그 게임에서는 무거운 것을 열심히 들다 보면 힘이 오르고 원하는 부위의 근육을 키울 수 있었거든.


'어쩌면 아래아에서도 무거운 것을 많이 들면 힘이 오를지도 모르겠군..!'


어쨌든 좋은 정보를 알아냈다. 사람들에게 호감을 많이 사면 능력치 포인트를 쓰지 않아도 매력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대충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왔다. 상태창을 열어봤다.


[이름: 예담][나이: 24세][직업: 마총수]

[레벨: 3]

「생명력: 10/10」「기력: 10/10」「마나: 10/10」

[능력치]

「근력 1」「민첩 1」「재주 1」「인내 1」「체력 1」

「지능 0」「정신 1」「집중 1」「매력 2」「행운 0」

(신체정보 자세히 보기)

-남은 능력치 포인트: 2개


유독 능력치가 0으로 표시되어 있는 부분의 글자가 매우 커 보였지만 아마도 기분 탓일 것이다.


'마냥 저주캐릭터인 줄 알았는데 노가다로 서로의 격차를 좁힐 수 있다면 초반 능력치 차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겠어, 노가다는 내 전문이니까!'


비록 신(新) 서버지만 하루에 20시간씩 1분도 안 쉬고 6개월 동안 꾸준히 플레이해서 전사랭킹 1위 자리를 차지했던 나였다.


노가다?


우습지.


..라고 생각했던 좀 전의 나를 후회했다.


"헥헥, 스승님 나 죽어요..!"


"허허, 그 정도로는 죽지 않느니라."


"그럴 리가요? 지금 죽게 생겼구만!?"


간과한 것이 있었다.


이전 게임들은 맞아도 별로 안 아프고, 힘들어도 내가 힘든 것이 아니라 캐릭터가 힘든 것이었는데 아래아에서는 진짜로 내가 힘들고 내가 아팠던 것이다. 온몸의 삭신이 찢어지겠다며 살려달라고 곡소리를 내뱉었다. 죽을 것 같았다.


'으앗, 겁나 무겁다, 팔이 벌써 풀린 것 같은데??'


덜덜덜


팔뿐만이 아니라 두 다리까지 덜덜 떨렸다. 양팔에 하나씩 들고 있는 커다란 양동이, 그러니까 우물에서 떠온 물 때문에 가다가 쓰러질 지경이다. 땀이 비 오듯이 흘러내렸고 양동이를 쥔 손가락은 너무 아팠다.


'진짜 엄청 무거워, 하나당 20kg은 가볍게 넘는 것 같아, 큭.'


그런데다 걸을 때마다 출렁거려서 힘이 배로 드는 기분이다. 지나치게 현실적이었다.


'아니, 현실적이었으면 내 주제에 이 물통을 두 손으로 하나씩 들어야지, 한 손에 하나씩은 들지도 못했겠구나?'


심지어 30분 거리를 말이다. 이런 부분은 또 비현실적이긴 했다.


"스승님, 그냥 화장실에 있는 욕조통에서 물을 만들면 되지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하시는 겁니까??"


"허허, 고생은 네가 하지, 내가 하겠느냐?"


..욕이 마렵네?


"..."


"그리고 생각을 해 보거라, 욕조물을 2코퍼씩 열흘 동안 쓰면 20코퍼고, 한 달을 쓰면 60코퍼이니라, 그런데 우물물은 돈이 들지 않지, 그런데다 맛도 좋으니 어찌 우물물을 길지 않을 수 있겠느냐?"


"..저 없을 때는 어떻게 하셨는데요?"


"어쩌긴? 욕조물을 썼지?"


너무 당당해서 할 말을 잃었다. 잠시간 말없이 낑낑거리며 걷자 조셉이 매우 인자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목소리만 들어보면 거의 현자 같았다.


"허허, 제자야, 스킬 그까짓 것이 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하기 싫으면 안 해도 좋다, 한데 그것은 알고 있겠지?"


"뭘요?"


"직업을 바꾸려면 직업전환소에 가서 1골드를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껄껄껄, 돈이면 안되는 것이 없지, 참 좋은 세상 아니더냐?"


"..."


그렇게 조셉의 노예 1호가 되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일일퀘스트를 깨면 경험치 1을 준다는 사실이다. 1의 저주였다. 무언가가 잘못되어 가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지금이라도 캐릭터를 삭제해야 하는 것일까?'


차마 그럴 용기는 없었다. 다행인 것은 굶어죽지 말라고 밥은 챙겨줬다는 것?


'수도시설도 없는데 물을 어떻게 사용하나 했더니 설마 내가 직접 우물에 가서 물을 구해와야 하는 시스템이었을 줄이야, 불은 파이어레인지에 돈을 충전해서 사용하는군.'


"받거라."


조셉이 내게 집 열쇠라며 열쇠 하나를 건네주었다. 이제 피로도를 해결할 수 있는 안정적인 숙박소가 생긴 셈이다. 이걸 다행이라고 여겨야 하는 것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헛? 보통 열쇠가 아니었잖아!?'


[조셉의 집 열쇠]

-사용시 바란성에 있는 조셉의 집으로 순간이동한다. (재사용 대기시간 1시간)


다른 게임에서는 귀환석이라고도 불리는 시작아이템이었다. 거의 필수적인 아이템으로 이것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상당했지. 이건 열쇠니까 귀환건(歸還鍵)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았다.


'미친? 다른 플레이어들은 왠지 이런 것도 없을 것 같은데..?'


본능적으로 감이 왔다. 이건 땡큐였다. 나도 모르게 저 혼자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보니 거의 확실했다. 얘가 은근히 감이 좋거든.


"헤헷.."


"꼴값 떨지 말고 어서 따라오거라."


"넵, 스승님!"


조셉을 따라 동네 가게들을 돌았다. 도대체 뭘하는 것인가 싶었는데 내게 일자리를 구해 주려는 모양이다. 조금 부끄럽긴 하지만 대장간이나 물류창고 등에서는 힘을 못쓴다고 퇴짜를 맞기 일쑤였다. 여자들보다도 내가 힘이 약했던 탓이다.


반면 서비스직종에서는 나를 환영했지만 이제는 급여가 적다고 조셉이 거절했지. 그렇게 돌고 돌아 내가 찾아간 곳은 나도 이미 잘 알고 있는 곳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바로 「기드한의 빵집」이었거든.


"푸하하하, 어쩐지 자네에게서 나와 함께 할 운명이 보이더라니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운명이었군."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운명이네요."


"푸하하, 역시 귀여운 친구구만."


탁탁탁


야채빵처럼 생긴 근육아저씨가 내 정수리를 손바닥으로 탁탁 내리쳤다. 어쩐지 기분 나쁘지만 더 기분 나쁜 것은 따로 있었다.


'젠장, 이 인간이 그냥 일자리를 구해주는 줄 알았더니 감히 제자를 빵집에 팔아먹어??'


그랬다. 나는 일당 1.6실버값에 이곳에 팔려왔다. 한 달 치 월급은 조셉이 벌써 챙겨간 상태다. 어안이 벙벙했다. 조셉이 그 돈으로 건전한 노년생활을 즐기겠다며 몬스터 경기장에 도박을 하러 갔거든. 나를 여기에 팔아먹고 말이지.


'으으으으, 몬스터끼리 경주하고 싸움하는 거 나도 한번 보고싶었는데 나만 여기에 가둬놓고 가다니.'


물론 하소연할 곳도 없었다. 괜히 헛소문내고 다녔다가는 마당발 조셉에게 무슨 불이익을 당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교수들이 대학원생들을 그렇게 노예처럼 부린다던데 내가 그런 처지가 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자, 인사하게, 이쪽은 내 제자 오니타(鬼田), 아주 성실한 친구지."


"처, 처음 뵙겠습니다, 오니타입니다.."


시골청년으로 보이는 왜소한 남성이 숫기 없는 모습으로 쭈뼛거리며 내게 다가와서 인사를 건넸다. 나보다 키가 작은 일본인으로 나이는 나보다 한 살 많았다. 듣자하니 기드한이 준 퀘스트를 거절하지 못하고 수락했단다. 어쩐지 안타깝다. 나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오니타 형도 돈도 못 받고 일만 하는 거잖아, 노예가 따로 없군, 그래도 여기는 직업이 제빵사니까 나보다 낫네..'


"예담 군, 자네의 근무시간은 이제 매일 아침 8시부터 저녁 10시까지일세, 화장실은 저쪽 뒤편에 있고.."


"자, 잠깐만요, 아침 8시부터 저녁 10시요!?"


"그렇다네, 왜? 무슨 문제라도 있나?"


"그.. 혹시 근무시간을 줄이면.."


"일수가 늘어나겠지."


젠장..


본의 아니게 아침 8시부터 저녁 10시까지 꼼짝없이 빵집에 묶인 신세가 되었다. 더 놀라운 것은 결계다. 근무시간이 시작되는 순간,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연둣빛의 투명한 막이 나로 하여금 가게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감금했거든.


가게에 지각을 하거나 그릇을 깨뜨리는 등으로 기드한에게 손해를 끼치면 근무시간이 다음 날까지 연장되는 시스템이었다. 만약 무단으로 결근하고 잠수탄다?


그날부터 범죄자가 되는 것이었다. 이미 돈을 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받은 건 아닌데..


"자네, 스마일 알지? 한번 웃어 보게."


"히, 이렇게요?"


"..완벽하군, 좋아, 매출이 올라가겠어, 자네는 이제부터 웃기만 하면 되네, 화가 나도 스마일, 눈물이 나도 스마일, 알지??"


"넵.."


개시와 동시에 가게 문을 열자 기다렸다는 듯이 아주머니 한 명이 훅 들어오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기드한이 뒤에서 스마일을 속삭인다. 씩 웃었다. 말 안 들어서 손님이 나가도 기드한에게 손해를 끼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어서 오세요 손님, 기드한의 빵집입니다."


"어머머, 세상에 무슨 어린 총각이 이렇게 귀엽게 생겼어? 남자 맞죠?"


"네, 남자 맞아요."


그러자 아주머니에게 다짜고짜 양볼이 붙잡혔다. 그러고는 볼살이 마구 비벼지고 꼬집힘을 당한다. 마음 같아서는 그만하라고 하고 싶었지만 가게에 손해를 끼치면 근무기간이 1일 연장된다. 참았다.


"손님,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흐음~, 자기가 추천해 줄래?"


"..시발."


"응??"


"네?"


"방금 뭐라고?"


아뿔싸!?


마음속으로 말한다는 것이 그만 육성으로 튀어나오고 말았다. 다들 무슨 말인지 궁금해 하는 표정이다. 근데 뭐, 어차피 들었어도 상관없나? 애초에 시발(始發)은 욕이 아니니까?


사람들이 많이들 잘못 알고 있지만 진짜 욕은 '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팔'로 끝난다. 그리고 첫 글자가 쌍스럽게 쌍시옷이고 받침으로는 'ㅂ'이 붙지. 의미는 여성의 성기를 판다는 소리로 뒤에 년이 붙으면 창녀가 될 여자라고 욕하는 것이었고, 놈이 붙으면 그런 창녀를 팔아먹는 포주가 될 것이라고 욕하는 소리였다.


따라서 시발은 욕이 아니다. 쌍시옷이 아니니 발음에 주의해야 한다.


"이제 막 제 첫 근무가 시작되었다는 소리였습니다, 헤헷.."


"어머, 그럼 첫 직장이야? 세상 아기 같아라♡"


"그런 의미에서 손님에게는 예쁜 세트메뉴를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예쁜 세트..?"


"네, 손님처럼 예쁘신 분들에게 제가 추천해 드리고 싶은 메뉴입니다. 추천해 드리자면 여기 이 빵이랑, 이 빵, 그리고 요 빵이랑 저 빵, 그리고 이것도."


은근슬쩍 눈치를 보면 빵을 잔뜩 바구니에 담았다. 아주머니가 의아한 시선을 보내기 바로 직전에 슬쩍 바구니를 건네드린다.


"미인은 빵을 많이 먹는대요, 히-♡"


전혀 과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러운 애교 미소를 발산하자 아주머니의 두 눈이 하트처럼 변했다. 이건 마치 고양이 집사들이 고양이의 핑크색 발바닥을 만지면서 행복해 하는 표정과 흡사했다. 내 애교 미소가 통했다는 소리다. 그것도 제대로. 이 정도면 크리티컬이다.


"어머멋..♡"


'훗, 한예담, 아직 죽지 않았구나?'


애교 미소와 립서비스가 조화를 이루자 아주머니가 주머니에서 팁을 꺼내주셨다. 그 다음 아주머니들도 마찬가지다. 다들 내 은은한 애교에 내성이 없는 것 같았다. 살짝만 흘려줘도 고양이 집사 1호가 되겠다고 자진해서 나설 분위기다.


하긴, 내 핑크빛 생기가 감도는 뽀얀 피부는 생긴 것도 생긴 것이지만 일단 감촉이 매우 대단해서 한번 빠지면 고양이 발바닥보다 헤어나오기 어렵긴 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에 대한 내성이 너무 없던데, 아? 생각해 보니까 여기 남자들은 귀여운 사람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구나??'


다들 의무복무로 15살 때 입대해서 10년 동안 군 생활을 해서 그런지, 생긴 것은 물론 성격도 남자다워서 귀여움이라고는 단 1원 어치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나는 이 세상에서 바이러스에 가까운 생태교란종이었달까?


'헤헷, 팁이 월급보다 많아지겠당, 이걸로 무기 사야지.'


그렇게 점심시간이 되기 전


기드한의 턱이 쇄골에 가서 달라붙었다. 목젖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다.


"허억!? 아직 점심시간도 안 지났는데 빵이 벌써 다 팔리고 없잖아?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이건 내가 20년도 넘게 가게를 운영하면서도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럼 어떻게 되는데요 사장님?"


"빵이 다 팔리고 없으니 이제 뭘 어쩌겠나? 오늘 장사는 여기서 끝이라네, 아주 굉장했어 예담 군!! 나도 진작에 손님들께 내 메뉴를 추천하면서 귀여운 웃음을 지어볼 걸 그랬군, 자네에게 좋은 걸 배웠어, 내일부터 나도 해 볼까?"


'하하, 그랬다간 손님들이 왔다가 그대로 도망할 것 같은데..'


물론 속으로만 생각했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사장님, 그럼 저는 이제 어쩌죠..?"


"아, 그렇지? 수고했네, 그만 퇴근하시게."


"정말요??"


"그래, 앞으로도 계속 오늘만 같다면 내가 월급도 올려 주지, 물론 어르신 말고 자네에게 주지."


"감사합니다..!"


"고생했어, 퇴근하고 내일 보세."


크읏, 퇴근.. 그것도 오전에 퇴근이라니..!


개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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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 제8장 스킬과 능력치 24.05.20 16 0 12쪽
» 제7장 내성이 없는 먹잇감들 24.05.15 16 0 13쪽
6 제6장 재밌는 것을 알려줄까? 24.05.13 23 0 14쪽
5 제5장 스승님의 집 24.05.12 20 0 14쪽
4 제4장 직업을 갖다 +1 24.05.11 28 1 14쪽
3 제3장 첫 수익 +1 24.05.10 32 1 13쪽
2 제2장 특성 +1 24.05.09 50 2 14쪽
1 제1장 아래아 사가 +1 24.05.08 8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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