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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힣하핳하 님의 서재입니다.

복제품의 방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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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힣하핳하
작품등록일 :
2022.07.22 02:55
최근연재일 :
2023.08.15 18:00
연재수 :
73 회
조회수 :
4,959
추천수 :
32
글자수 :
396,140

작성
23.08.04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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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가족(1)

DUMMY

검은 마나.. 전에 본 적이 있다. 분명히 라탈루스의 마도구에 마나를 주입하려 했을 때 보았던 마나이다. 디아나가 알려준 마법에서도 나타났고.


하지만 딱히 마나을 사용하려고 하진..


그 순간 내 머릿속으로 한가지 가설이 번뜩였다.


내가 쓰는 오러와 마나는 운용방식이 다르다. 하지만 나는 방금 무의식적으로 마나를 모으려 했어.


마나는 완전 정제 이후 사용하는 단계를 거친다.


“읏차..”


나는 천천히 일어서서 어느 소파에 앉았다.


하지만 내가 사용하는 오러, 대충 말해서 심장 오러는 달라. 심장 오러는 마력처럼 완전 정제 후 사용이 아닌 거부 후 정제와 함께 사용이다.


먼저 마력을 받아들이기 이전 해가 되는 마력을 1차로 거부한다. 그 이후 받아들인 마력은 몸을 순환하며 자연스레 정제된다. 그 과정에서 나온 찌꺼기는 전신을 상시 강화 상태로 만들고..


여기서 중요한 건 순환. 피의 순환을 강제해선 안 되듯이 오러의 길을 강제하는 것도 위험하다.


“그나저나 이 소파 편하네..”


아무튼 돌아와서, 법칙을 왜곡하는 마법과 달리 오러는 자신이 법칙이 된다. 오러는 성질 자체가 올곧기에 심장이랑 궁합이 잘 맞기도 하고.


대충 정리하면 그런 거다. 오러를 사용할 땐 방식을 바꿔야 한다 정도?


“회복 완료.”


그럼 가자.


스트레칭을 하며 몸의 이상을 체크한 뒤 문밖으로 나섰다.


벌컥!


“아..!”

“...애페비아 님?”


애페비아가 그 앞에서 의사와 같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 이 노수는 이만 업무로 복귀하겠습니다.”

“아, 네! 지금까지 감사했습니다!”


자신의 노수라 칭한 남자는 애페비아의 허락을 받은 후 걸어갔다.


“그..럼 갈까요?”

“네..! 그.. 몸 상태는...”


애페비아는 나의 몸을 이리저리 살피며 걱정하는 투로 물었다.


“괜찮아요. 근위대장님께 괴물 소리 들을 정도는 되거든요.”

“......정말요? 우리 아빠한테요?”


의외인가 보네.


“네, 제가 강하진 않아도 의외이긴 하거든요.”

“강하지 않다니.. 너무 자신을 과소평가하시는 거 아니에요?”


난 강하지 않다. 제자노스와 전투조차도 성립이 안 돼. 제자노스와 적어도 한 합은 겨룰 수 있어야 한다. 놀아나는 게 아니라 겨룰 수 있어야 해.


“제가 바라보는 곳이 꽤 높아서요.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그 이후로 묵묵히 걸었다. 중간중간 애페비아는 무슨 말을 하려는 움직임은 있었지만, 소리가 나오진 않았다.


계단을 내려가, 복도를 걸어 연무장으로 나갔다.


“어, 우리 딸도 왔구나?”

“아, 네. 그나저나, 아빠! 도대체 뭔 짓을 하신 거예요!”

“어, 어..?”


근위대장은 당황하며 되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니..?”

“선호 님한테 한 것들이요!”


“아, 그거..? 그게 왜...”


따각!


“왜? 왜에? 그걸 몰라서 물어요? 위험했잖아요!”

“아니, 전혀 위험하지 않았는데.. 내가 다 감독 관리했으니까 위험할 일은 없었는데...”


편해 보이는 구두가 소리를 내며 분통을 터뜨렸다.


“온 혈관이 다 찢어졌는데! 그게! 어딜 봐서! 괜찮냐고요!”

“쟤 회복력이랑 고통이랑 이것저것 다 고려했는데..”

“했는데 왜! 그렇게 만드셨어요!”

“야, 스승님 도와줘라.. 빨리..!”


오, 직접 스승님이라 하셨다.


“저기, 애페비아 님. 잠시 진정하시고, 저는 굉장히 만족했습니다.”

“....정말로요?”

“네, 정말로요.”


애페비아가 잔뜩 힘이 들어갔던 어깨에 힘을 풀며 숨을 골랐다.


“그래, 그거 우리 가문에서만 내려오는 방법인데 알려준 거야. 우리 왕님도 모르는 사실인데 너한테 전수해 준 거니까 감사해야지.”


......네? 방금 뭐라고..


“뭐, 원래 어렸을 때부터 약이랑 훈련으로 쌓아야 하지만, 너 괴물이니까. 너는 단지 아직은 영글지 않은 괴물일 거라고 믿었을 뿐이다.”

“...괴물이 아니였으면요..?”

“뭐.. 그건 나도 모르겠다?”


이거 나 잘못하면 죽었겠네..


“잠깐 와봐라. 상태 좀 보게.”

“넵.”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근위대장이 나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음.. 너 진짜로 뭐냐?”

“네?”

“아니.. 쓰읍... 이건 고작 괴물 따위가 아닌데..”

“왜요? 뭔데요?”


근위대장이 손을 떨어뜨리고 나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너, 내 꺼 해라.”


네?


“이상한 뜻은 아니고, 나랑 거의 맞먹을 정도의 재능은 우리 왕님 제외하고 본 적이 없거든. 너 왕족이야?”

“그럴 리가요..”

“그렇지? 그러면 내 꺼 해라. 바로 부근위대장 자리를 줄 수는 없지만, 약속은 해줄게. 내가 은퇴하면 물려주기도 할게. 그러니까 내 꺼 해라.”


이게 도대체 무슨..


“애페비아랑 결혼할 생각 없냐?”

“네.”


아닌 건 아닌 거다.


“쯧.. 그러면 나는?”


....뭔 사고방식이..


“아니야, 난 이미 내 여자가 있다. 그러면 내 양아들 할래?”

“양.. 아들이요?”


이거는 좀 끌리는데..


“근위대에도 꽂아줄게. 수도에 저택도 하나 줄 수 있어.”

“대신 조건은요?”


분명히 그리 좋은 조건을 아닐..


“내 제자가 되어라. 네 능력을 최대치까지. 아니, 그 이상으로 끌어올려 줄게.”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긴 하다. 하지만, 감이 좋지 않아.


그리고 지금까지 나의 감은 정확했다. 일종의 예지 능력으로 보는 게 더 맞겠지.


“죄송하지만, 안 될 것 같습니다.”


근위대장의 표정이 약간 찌푸려졌다.


“어째서냐.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지원이야. 제국의 근위대장이자 오르토테스가(家) 가주의 지원이다.”

“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위험해. 나의 감이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건 결코 받아들여선 안 돼.


나와 내 주변인의 안전이 보장되어야 해. 그런 상황에서 책임을 떠맡게 되는 건 너무 불안정하다.


이런 나의 생각을 읽은 것일까, 근위대장이 말을 이었다.


“마신숭배자로부터의 위협도 차단해주마. 나라면 가능한 일이야. 나는 이 수도에서 일어나는 일을 전부 알 수 있다. 그 능력으로 너를 지켜주겠어.”


.....구애를 하는 듯한 모양새이긴 하지만, 확실히 이 정도라면 믿을 만하다.


“그러니 내 아래로 들어와라. 오르토테스가로 들어와.”


이 정도면 너무 충분하다.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해. 이렇다면..


“받아들이겠습니다.”


오르토테스가의 가주이자 나의 양아버지가 될 기사는 웃었다.


“그래! 드디어 받아들이는구나! 이 나를 이렇게 안달 나게 만든 건 네가 처음이야!”


아니.. 말이 이제 좀 이상해지는데..?


그렇게 느낀 것은 나만이 아니었다.


“아빠, 말 좀..”

“축하하마! 너는 내 아들이 된다! 나는 이제 아비의 칭호를 둘이나 얻게 되는구나! 참 기쁜 일이야!!”


나의 아비가 될 남자는 호쾌히 웃었다.


“가능성을 개화하는 기쁨 또한 기대된다! 너를 세상의 정상에 올라갈 수 있도록 해주마!!”


푸흣..


뭐, 나에겐 없던 부모를 이렇게 만나는 것도 퍽 나쁘진 않겠네.


“자, 지금 이럴 게 아니라 일단 서류상으로 나의 아들이 되었다는 것을 남겨야 한다! 들어가자꾸나!”


나의 운명에 생겨난 변화를 느끼며 나는 걸어갔다.


내 선택이 맞았길 기도하며, 새로운 분기를 맞이하자.


지금부터는 이전과 제법 다를 것이니.


#


결핍이었다.


나는 그것을 이 세상에서 무엇보다 먼저 배웠고, 나를 떠나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이전의 결핍은 나의 영혼에 새겨져 지우는 것이 불가능했고, 그랬기에 가짐을 두려워했다.


그 순간 찾아온 것은 천사였다.


“그 무엇도 가지지 말고,”


가지지 않았다.


“그저 담기만 해라.”


오로지 담을 뿐.


다만 한계가 존재했다. 가지지 않으면서 담기만 하는 것은 너무나도 잔인한 처사였으며 동시에 위태로운 선택이었다.


천사가 다시 찾아왔다.


“복수와 보답을 위해 살아라.”


담은 것을 내보내는 법이었다.


파도가 찾아왔을 때 담았다.

파도가 등을 돌리자 내보냈다.


그러자 파도는 더욱 거세졌다. 다시 담아내었지만, 내보내는 것이 두려웠다.


그러자 천사는 다시 해결법을 제시했다.


“맞서라. 두려움을 지우고 더욱 강한 힘으로 쳐내어라.”


힘을 힘으로 덮는 법이었다.


파도가 다시 찾아왔다. 이전보다 더욱 거센 상태였으나 두려움을 버렸다.


맞섰다,


두 파도가 충돌하자 그만큼 힘이 줄어들었다. 아프긴 하였으나 그것 또한 담아내었다.


파도는 다시 찾아왔다. 이번에도 거세진 상태였다. 담은 것만으로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맞서라. 그리고 밟아라.”


천사는 언제나 구름 위에 산다. 그렇기에 자연히 그 아래의 모든 것들을 밟으며 산다.


그렇기 때문이었을까, 그저 일상적인 얘기를 하듯이 천사는 이번에도 해결책을 제시해주었다.


따르겠다.


파도는 다시 찾아왔다. 이전보다 더욱 거세진 상태였다. 두려움은 없었다. 그 무엇도 가지질 않았기에 모든 것을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파도를 담아냈다. 고통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담아내고 내보냈다. 숨 쉴 틈을 주지 않고 계속 내보냈다.


그렇게 파도의 힘은 줄어들었다. 담아낸 만큼 내보냈기에 부딪히는 힘은 고통을 담아낸 내가 위였다.


계속해서 밟았다.


담아내는 법을 모르는 파도는 가진 것을 그저 내보내기만을 반복했고, 무엇도 가지지 않은 나는 파도를 담아내며 밟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파도를 정복했다. 파도의 모든 것을 담아내며 파도를 향해 내보냈다. 파도는 단지 구름 아래의 사람처럼 나의 발아래 있었다.


천사는 속삭인다. 파도를, 수많은 파도를 정복하라고.


그리고 마지막엔 자신을 정복하라고. 그렇게 나에게 속삭였다.


나는 그것을 위해 계속해서 담았다.


천사의 속삭임에 꾀인 나는 결코 가지는 일 없이 그저 담고 내보내기만을 반복했다.


“복수와 보답을 위해 살아라.”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했다.

나의 것은 단순한 노력으로 치부하기엔 너무나도 고귀하며 잔인했다.


복수와 보답을 위해 살아라.


세상을 발아래 두기 위해 계속해서 뛰었다.


하늘의 천사를 발아래 두기 위해 계속해서 뛰었다.


지치진 않았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기에 결핍을 알았고, 결핍을 알았기에 지치지 않았다. 지칠 수 없었다.


복수와 보답을 위해.


그 지긋지긋한 단어의 조합은 나를 채찍질했다.


담고 내보내는 통로에 금이 가고 파도가 한줄기 두줄기 새어 나올 때마다 테이프를 붙이며 무시했다.


그 외의 방법은 배우지 못했고, 알지 못했다.


계속해서 뛰었다.

이윽고 날았다.


하늘을 날 수 있던 이유는 결핍으로 인한 가벼움 덕분이었겠지만, 하늘도, 결핍도 전혀 좋지 않았다.


복수와 보답.


그 두 가지를 위해 살았지만, 어느 순간


가져버렸다. 자유를 갖게 되었고, 사랑을 갖게 되었으며, 이제는 가족을 갖게 되었다.


허울뿐인 관계라 하더라도 나는 만족한다.


지금의 나는 무언가를 가지게 된 나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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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1) 23.08.04 1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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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스승 찾기(4) 23.07.28 1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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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스승 찾기(3) 23.07.22 16 0 12쪽
61 스승 찾기(2) 23.07.20 15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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