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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호 님의 서재입니다.

소드마스터의 머리는 단단하지 않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지하호
작품등록일 :
2021.08.27 11:17
최근연재일 :
2021.09.22 16:05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037
추천수 :
35
글자수 :
89,385

작성
21.08.2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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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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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0쪽

1화 (회귀 였던것)

DUMMY

소드마스터가 탑의 끝에 도달했다.


그럼에도 그의 곁에는 누구도 남아있지 않았다.


동료가 희생될 건 예상했지만, 설마 모두 잃어버릴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심지어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까지도 지키지 못했다.


이미 한참 전에 모두를 잃었다.


혼자가 된지도 몇 년이 지났을뿐더러, 탑에 사람들을 지키겠다는 신념도 사라진지 오래다.


탑을 끝까지 오른 이유는, 그저 죽은 동료들의 의지를 읻겠다는 사명감 뿐.


정의로웠던 자신은 사라졌다.


그렇게 탑에 정상에 도달했고, 소원을 빌 수 있게 되었다.


모든 게 끝난 거다.


하지만 소드마스터가 선택한 길은.


회귀.


지옥을 돌아가는 것과 같은 선택이었지만,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간 희생당한 사람들을 살리는 소원은 빌 수 없다.


소원을 비는 대상이 성좌였기에 당연하다.


성좌는 어디까지나 신격의 존재일 뿐, 신은 아니다.


전지전능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완벽한 소원은 하나뿐이었다.


지금의 기억을 가지고 과거로 돌아가는 것.


“아 ··· 현기증 나니까 빨리 되돌려줘.”


-검성이여. 정말 끔찍했던 과거로 돌아갈 생각입니까?


“그건 내가 알아서 하고.”


꼭대기 층의 성좌가 침묵했다.


물론 침묵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잘 알겠습니다. 그럼 당신에게 탑의 가호가 있기를.


소드 마스터 ‘김태호’의 말에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년 전으로 되돌리겠습니다.


그녀가 손가락을 튕겼다.


탁!


넓은 공간에 탁 하는 소리가 울렸다.


태호의 시야가 뒤집혔다.


머릿속에 거대한 회중시계가 보였다.


초침, 분침, 시침이 반대로 돌아가는 시계.


몸의 붙어있던 근육들이 서서히 줄어들었다.


그리고 달리는 전차 밖 풍경처럼 주변이 빠르게 움직였다.


태호가 질끈 눈을 감았다.


[신체가 각성 전의 상태로 이전합니다.]


[신체 조건에 충족하지 않은 능력들을 봉인합니다.]


[특성, ‘소드마스터’를 ‘고유 특성’으로 전환합니다.]


눈을 감았음에도 푸른 시스템 메시지가 눈에 훤했다.


‘이번에는 다를 거야.’


서서히 약해져가는 몸을 느끼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어렵게 얻은 기회다.


‘하 ··· 진짜 마지막이다. 이 개 같은 거’


이번 회차에서는 어떠한 비극도 막을 것이다.


머릿속의 시곗바늘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렇게 몇 분간 시곗바늘이 회전했고, 천천히 속도가 줄어들었다.


그리고 반대로 가던 시곗바늘이 정상적으로 돌았다.


태호가 눈을 떴다.


온몸의 피가 머리 쪽으로 쏠리고 있었다.


‘뭐지?’


그가 빠르게 주변을 둘러봤다.


시야가 수직으로 빨려 들어가듯 움직이고 있었다.


그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그리고 확신했다.


지금이 10년 전 불구가 됐던 날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사람을 믿지 않게 됐던 날이라는 것을.


병신이 되기 직전의 상황으로 회귀된 건 불만이었지만.


딱히 신경 쓰이지 않았다.


‘이번엔 다르니까.’


흑성회 녀석들로부터 도망치다 절벽에서 떨어져, 전신 마비가 됐던 그때를 생각하면 온몸이 아찔했다.


하지만 소드마스터가 되면서 검술만 갈고닦은 건 아니었다.


‘낙법을 한다면!’


낙법만 성공하면 큰 부상은 면할 수 있었다.


그가 떨어지는 중력 속에서 침착하게 몸을 움직였다.


‘어 ··· 어라?’


하지만 떨어지는 중력 속에서 몸을 움직일 만큼, 10년 전 그의 몸은 강하지 않았다.


-퍽!


또한 시간도 그의 편은 아니었다.


어중간하게 틀어진 몸이 바닥으로 내리 꽂혔다.


절벽에서 떨어진 그의 몸이 흙바닥 위에서 움찔거렸다.


얼마 가지 않아 고통에 생기는 움찔거림도 사라졌다.


그의 시야가 핏빛으로 물들었다.


***


태호가 눈을 뜬 곳은 다름 아닌 병원이었다.


“어, 어머! 선생님! 눈 떴어요!”


무려 일주일 만에 눈을 뜬 그를 보며 간호사가 정신없이 병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뭐지···?”


장시간 감겨있던 눈을 뜨니 시야가 전부 하옛다


눈부신 창밖의 햇살을 어설프게 가리며 손가락을 움직여봤다.


해골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가느다란 손가락이었다.


익숙하지 않았다.


살이 빠져서 익숙치 않은 게 아니다.


체중이 줄었다고 한들, 내 몸이니 익숙해야 했다.


손등에 있는 흉터와 점들.


내가 알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처음이었다.


전혀 익숙치 않았다.


또한 머릿속에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태호가 떨리는 손을 얼굴에 갖다 댔다.


“나, 나는 ··· 누구지?”


***


의사의 말로는 기억상실증이라고 한다.


언어능력과 같이 기본적인 것들은 남아있겠지만, 아마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일들은 기억하지 못할 거라고 했다.


덕분에 집도 못 찾아갈 뻔했지만, 다행히도 헌터 신원 조회 기능을 통해 기본적인 개인 정보는 얻어낼 수 있었다.


“이쯤 같은데 ···”


태호가 가늘게 뜬 눈으로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다.


어두운 골목길을 비춰주는 가로등에 의지한 채 종이에 적어둔 주소를 읊으며 걸어갔다.


우여곡절 끝에 집 앞까지 도착했을 때였다.


고등학생 깡패들이 시비를 걸어온 것은.


“이봐! 거기 스켈레톤! 이리 좀 와봐.”


다섯 명의 남자들 중 리더로 보이는 남자가 태호를 불러 세웠다.


“저요?”


“네, 너요. 밤길이라 진짜 스켈레톤인 줄 알았네. 크큭.”


태호가 쭈뼛거리며 남자들에게 걸어갔다.


시비를 거는 것 정도야 흔한 시대다.


아무리 기억을 잃어버렸다고 한들, 눈앞에 급식들이 자신을 해할 거라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


“당신 헌터야?”



“네 ···”


이런 허름한 빈민가에 사는 사람의 직업이야 뻔했다.


“몇 성?”


“일성이요 ···”


태호의 말에 그를 둘러싼 깡패들이 비릿하게 웃었다.


“그쪽, 지금 얼마 가지고 있어?”


“저 지금 빈털터리인데요?”


“헛소리하지 말고. 요즘 시대에 빈털터리가 어딨어! 빨리 가진 거 다 내놔.”


진짜인데 ···


인류가 탑으로 피신 한 이후, 헌터라는 직업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노숙자의 수는 줄어들었다.


제아무리 노숙자라고 한들 최약체 슬라임 정도는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불구가 아닌 이상, 노숙을 하는 사람은 경멸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태호는 예외다.


병원비에 돌아오면서 밥까지 사 먹은 그에게 남아있는 현금은 없었다. 물론 그것들도 같이 발견된 신용카드로 결제한 것이었다.


“그쪽 바지 털어서 나오면 백 원당 열대씩 맞을 줄 알아.”


리더가 눈짓을 하자 그의 옆에 있던 남자 한 명이 태호의 헐렁한 바지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바지를 뒤지던 남자가 피식 웃었다.


“얘들아! 돈 있네, 있어!”


남자가 태호의 주머니에서 영롱한 오백 원짜리 하나를 꺼내들었다.


“씨발 저거 봐. 내가 있을 거라 했지? 빨리 다 꺼내.”


“근데 이게 다야.”


“응···?”


남자가 눈을 똥그랗게 떴다.


“진짜 오백 원이 끝이야?”


“앙.”


태호가 민망하다는 듯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그거, 오다가 주운 오백 원인데 ···”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아씨 ··· 이걸 때려, 말아···.’


강패 리더가 두 가지 선택지 앞에서 갈등했다.


오백 원 밖에 없어서 때리기도 애매한 상황.


하지만 본인 앞에서 거짓말 친 게 괘씸하긴 했다.


그때 태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갈게요?”


“가긴 어딜 가!”


금방 갈피를 잡은 리더가 태호의 어깨를 힘껏 움켜쥐었다.


“아, 왜요 ··· 경찰 오겠네 ···”


“말하는 게 너무 꼴 받아서 안되겠어. 좀 맞자.”


남자가 손에 쥐고 있던 쇠몽둥이를 태호에게 휘둘렀다.


-퍽!


“으악!!!”


단 일격에 태호가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아아아악!!!!!”


태호가 바닥을 구르며 얻어맞은 등을 향해 손을 정신없이 비볐다.


“이, 이 씨발 저 새끼 왜 저래?”


지나칠 정도로 힘없이 쓰러지는 태호를 보며 남자가 뒷걸음질 쳤다.


고작 등을 몽둥이로 후려쳤을 뿐인데, 저렇게까지 처절하게 나가떨어지는 게 연기 같았지만, 해골과 맞먹는 체형을 감안해 본다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상황.


“허억 ··· 허억 ···. 제, 제발 살려주세요 ··· 죽을 것 같아요 ···. 심, 심장이!”


태호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남자의 다리를 붙잡았다.


“야, 야 ··· 이러다 진짜 죽는 거 아니야?”


태호의 주머니를 뒤졌던 남자가 불안에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이 씨발 ··· 얘들아 튀어!”


남자들이 들고 있던 몽둥이도 던져둔 채 정신없이 도망갔다.


저 멀리 도망가는 남자들을 확인한 태호가 무감각한 자신의 등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뭐지···?”


아무리 성인이 아니었다고 한들, 쇠몽둥이로 등을 맞았다면 그만큼의 고통이 따라왔어야 했다.


게다가 호리호리한 체형 덕분에 뼈를 얻어맞았을 터.


그럼에도 그리 큰 통증은 몰려오지 않았다.


“재수 한번 더럽게 없네.”


멀어지는 남자들을 보며 태호가 혀를 찼다.


안 아픈 건 둘째 치고 퇴원하자마자 고등학생들한테 얻어맞다니.


존나 억울했다.


마음 같아서는 한대씩 쥐어박고 3시간 정도 어른의 설교를 해주고 싶었지만, 이런 호리호리한 체형으로 과연 뭘 할 수 있을까.


다시 찾아갔다간 진짜 죽기 전까지 털릴게 뻔했다.


“하 ···”


깊은 한숨을 내쉬며 옷을 털고 바닥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집으로 들어가려는 그때였다.


눈에 남자가 버리고 간 몽둥이가 들어온 것은.


바닥에서 천천히 식어가는 몽둥이.


한낮 쇳덩이에 불과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막대기의 길쭉한 모양이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


“윽!”


그의 심장에서 강한 박동이 울렸다.


슈퍼히어로 영화를 본 꼬마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


정신이 무언가에 매료된 듯 멍해졌다.


그가 헤벌쭉 한 얼굴로 몽둥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찌릿


그의 머릿속을 뚫고 강한 전율이 온몸을 내려찍었다.


손에 쥐고 있는 몽둥이가 한낮 몽둥이로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장인이 만든 병장기로 느껴졌다.


태호가 몽둥이로 골목 벽을 강하게 내리쳤다.


-쾅!


“야 이 새끼들아! 니들 이리 와봐.”


작가의말

다시한번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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