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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안개 님의 서재입니다.

부활하니 천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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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안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4.19 08:17
최근연재일 :
2021.06.02 20:20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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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7,834

작성
21.04.1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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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부활 (3)

DUMMY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도윤은 비 오듯 땀을 흘리면서도 단 한 순간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노래에 맞춰 몸을 움직일 때마다 느껴지는 생경한 감각. 도윤은 조금이라도 더 그 감각을 맛보고 싶었다. 그렇기에 한 시간은, 도윤에게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었다.


“한 시간 다 됐다, 도윤아.”

“아···? 벌써요?”


무아지경에 빠진 도윤을 멈춘 것은 김하준이었다. 사실, 한 시간 내내 도윤을 지켜본 하준도 흥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도윤이 지난 한 시간 동안 보여준 변화는 그만큼 대단한 것이었다. 안무를 틀리지 않는 수준을 넘어, 안무에 담긴 감정과 느낌을 살려내는 것. 아직 완벽하진 않았지만, 그 가능성을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기분에 간단히 휩쓸려서는 안 됐다. 도윤보다도 도윤의 몸을 아끼고 보살펴야 하는 것이 바로 하준이였다.


“그래. 이제 연습실 정리하고 돌아가자.”

“조금만 더 해보면 안 될까요? 아직, 조금 더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요. 게다가 아직 노래 연습은 하지도 못했으니까···. 딱 한 시간만 더요.”


도윤은 깊은 아쉬움을 느꼈다. 지금껏 자신을 가로막았던 벽에 조금씩 금이 가는 것이 보였다. 아직 완벽히 벽을 부숴버리진 못했지만. 지난 몇 년간 꿈쩍도 하지 않던 벽이 흔들리고 있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벽을 두드려보고 싶었다.


“약속은 약속이잖아, 도윤아. 너 한 시간 동안 정말 한 번도 안 쉰 거 알지? 내가 지금까지 지켜보기만 한 것도 많이 봐준 거야.”


그러나 하준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한들. 도윤이 교통사고를 당했던 것이 어제고, 병상에서 일어난 것이 바로 몇 시간 전이었다.


대신 하준은 한마디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도윤이 너, 내일 보컬 트레이닝 받으려면 오늘은 이제 컨디션 관리를 좀 해야지. 응?”


도윤은 푹 숙였던 고개를 번쩍 들었다. 중소 기획사인 HJ 엔터에는 전속 보컬 트레이너가 없었다. 즉, 보컬 트레이닝은 받고 싶다고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 일주일에 딱 한 번, 두 시간. 그것이 도윤이 보컬 트레이닝을 받을 유일한 기회였다.


그리고, 내일은 본래 보컬 트레이닝을 받는 날이 아니었다.


“···사장님!”

“오늘 보여줬던 춤만큼, 노래도 자신 있는 것 맞지?”


도윤의 고개가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였다. 하준의 질문에 머리보다 몸이 먼저 대답을 낸 것이었다. 도윤은 가슴 속에 차오르는 자신감을 느꼈다.


“네,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니, 할 수 있어요. 분명.”


도윤이 자신 있게 대답하자, 하준이 도윤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그럼. 오늘은 이만 정리하고 빨리 숙소로 돌아가. 숙소에서 몰래 연습하다 걸리면, 내일 트레이닝은 없는 거다? 내가 우석이한테 시켜서 다 확인할 거야. 네가 오늘 퇴원한 환자라는 거 잊지 마. 알겠지?”

“네, 알겠습니다!”

“···샤워하면서도 노래 부르는 것도 금지야. 너 그것도 한번 시작하면 한 시간이 넘도록 그러고 있잖아.”

“···그냥 흥얼거리는 것도 안 돼요?”

“하-. 그래 그것까진 봐줄게.”

“감사합니다, 사장님!”


도윤은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연습을 더 하지 못해 아쉽긴 했지만. 하준이 자신을 걱정해서 그런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연습실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오니 하늘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차 안에서 두 사람을 기다리던 우석이 문을 열고 나왔다.


“음, 생각보다 연습이 빨리 끝났습니다? 아직 한 시간 정도밖에 안 된 것 같은데.”

“오늘 퇴원한 애가 무리하게 둘 순 없잖아. 얼른 숙소에나 데려다줘. 나는 잠깐 들릴 곳이 있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들어가십쇼, 형님.”

“들어가세요, 사장님!”


하준은 손을 흔들며 멀어졌고, 도윤과 우석은 차에 올라탔다. 연습실에서 숙소까진 차로 10분 거리였다. 도윤은 조수석에 앉아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오늘 연습이 좀 잘 됐나 봐? 기분 좋아 보이네.”


우석이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물었다. 도윤은 순간 손끝이 저릿함을 느꼈다. 우석의 질문에 조금 전 연습하던 때의 감각이 되살아난 것이었다. 떨리는 손끝을 내려보던 도윤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정말 좋았어요. 지금까지 했던 어떤 연습보다도 더요.”

“하하. 매일같이 연습이 부족하다고 하던 네가 그렇게 말할 정도면, 진짜 오늘은 뭔가 다르긴 달랐나 보네. 역시, 사람은 위기를 이겨낸 만큼 성장하는 법인 건가?”


우석이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고, 도윤은 우석을 잠시 놀란 눈으로 바라보다 답했다.


“···그러게요. 그런 걸지도 모르겠네요.”


잠시 후 도착한 숙소. 비트원 활동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라, 다른 멤버들은 모두 본가에 가 있었다. 휑- 하니 쓸쓸하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기도 했다.


‘내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애들이 들었으면, 진짜 한 바탕 난리가 났을 테니까.’


도윤은 멤버들이 울상을 하고 자신에게 매달리는 모습이 선하게 보이는 듯했다. 피식 미소 지은 도윤은 땀에 푹 젖은 몸을 깨끗이 씻고 침대에 몸을 뉘었다. 졸음이 금세 몰려오기 시작했다.


‘···오늘 하루가 꿈인 건 아니겠지?’


도윤의 눈이 서서히 감겼다. 많은 일이 일어났던 하루는 그렇게 저물었다.



**



“실제로 뵙는 건 두 달만인 것 같네요. 차연우 보컬 트레이너 님?”

“웩-. 닭살 돋으니까 그런 말투 쓰지 마시죠, 김하준 사장님?”

“크크크. 어쨌든 오늘 와줘서 고마워. 네 일도 바쁠 텐데.”

“흥. 오빠가 도윤이 이야길 꺼내지만 않았어도 안 왔을 거예요.”


하준과 익숙하게 인사를 나눈 여자가 차에 올라탔다. 여자의 이름은 차연우. 그녀는 아이돌 판에서 꽤 이름난 보컬 트레이너였다. <마이돌 프로듀싱>의 보컬 코치 차연우라 하면, 아이돌에 관심 있는 사람치고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


그런 그녀가 하준으로부터 갑작스러운 연락은 받은 것은 어젯밤이었다. 당일치기로 보컬 트레이닝을 부탁한다는 전화였다. 두 사람은 하준이 가수로 활동하던 때부터 한솥밥을 먹으며 알고 지낸 사이였기에, 연우는 흔쾌히 그 부탁을 받아들였다.


차연우는 전담은 아니더라도 종종 비트원의 보컬 디렉팅을 봐준 경험이 있었고. 도윤과도 꽤 친한 사이였다. 선생님으로서, 항상 최선을 다해 노력하려는 도윤을 좋아하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었으니 말이다.


“요즘 일은 좀 어때?”


하준이 연우에게 묻자, 연우가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는 답했다.


“제 일이야, 매일 똑같죠. 뭐 별다른 거 있겠어요? 그나마 최근에 JYM 쪽 트레이닝도 맡게 돼서 좀 바빠진 것 빼고는 아무 일도 없어요.”

“오! JYM 연습생들?”

“···아뇨.”


차연우는 순간 괜한 말을 꺼냈다는 듯 잠깐 눈썹을 구겼다. 하준은 그런 차연우를 재촉하지 않고 차분히 기다렸다. 이내 목소리를 낮춘 차연우가 말을 이었다.


“어디 가서 말하면 안 돼요?”

“그럼. 나 입 무거운 거 알잖아.”

“···제가 JYM 에서 맡은 애들. 에이블랙(ABlack) 이예요.”

“걔네를? JYM 보컬 트레이너는 어디 가고, 갑자기 네가?”

“그러니까요. 아무래도 얼마 전에 너튜브에 에이블랙 MR 제거 영상이 올라왔던 거 때문인 것 같은데···. 뭐, 회사에서 자기들 사정을 저한테 꼬박꼬박 알려주는 건 아니니까요.”


하준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너튜브에 올라왔던 에이블랙의 음악방송 MR 제거 영상. 그 때문에 한동안 작은 소란이 일었다는 것을 하준도 모르지 않았다. 멤버 두명이 문제의 대상으로 꼽힌 일이었다.


‘도윤이를 제치고 최종 데뷔조에 들었던 애들이, 실력 논란을 일으키다니···.’


의문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준이 JYM에서 처음 도윤을 데리고 나왔을 때, 도윤은 이미 상당한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도윤을 이기고 데뷔에 성공한 것이 바로 에이블랙이었다. 실력 논란을 일으킬 만한 멤버가 있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뭐, 지금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겠지.’


하준은 꼬리를 잡고 이어지려던 생각을 끊어냈다. 궁금증이 일긴 해도, 지금 그에게 중요한 건 비트원이지 에이블랙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연습실에 도착했고. 연습실 안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갑자기 전화해서 도윤이에게 큰 변화가 생겼다고 했잖아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연습실 문을 열기 전, 차연우가 하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문손잡이를 잡은 하준의 입꼬리가 기분 좋은 호선을 그렸다.


“그건 네가 직접 확인해 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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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활 (2) +9 21.04.19 16,282 290 12쪽
1 부활 (1) +10 21.04.19 18,890 3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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