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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fMango13

네메시안 테일즈 - 늑대의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망고반쪽
작품등록일 :
2017.02.11 04:00
최근연재일 :
2017.07.01 00:05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7,526
추천수 :
31
글자수 :
209,407

작성
17.04.15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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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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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2쪽

10: 추적

DUMMY

“멈추시오!”

“난 상인 길드의 하야신스 릴리안 유진입니다!”

하야신스는 성문지기에게 길드 배지를 보여주며 소리쳤다. 이상하게 검열이 오래 걸렸지만, 하야신스는 신경쓰지 않고 성문지기가 그를 통과시켜주자 마자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제발, 일이 네가 원하는대로 안 됐길 바래, 펠···’

그는 말을 계속 재촉하였다. 광장에 모여있는 사람들을 보고도 그는 지나치려 했지만, 그들이 모인 이유를 본 그는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그의 누이 펠리시아의 수배공지였다. 거기다 그녀의 머리에는 동물귀 같은 것들이 그려져 있었다.

“뭐··· 뭐야 저게?”

그는 말을 돌려 가까이 갔다. 확실히 펠리시아의 얼굴이었다.

“이보시오, 저게 무슨 일이오?”

“에? 여행자시요? 아니 그게 이놈이 어젠가 나타나서 지하 도서관을 해집고 다녔다네요. 그래서 지금 와쳐들이 길가에 쫙 깔렸지요.”

‘제기랄!’

하야신스가 말을 다시 달렸다. 뭔가 와쳐의 숫자가 이상하게 많다고 생각했지만, 펠리시아 때문일거라고는 상상치도 못 했다.

그는 바인더 길드 건물에 도착하자 마자 말에서 뛰어 내려 안으로 성난 파도처럼 달려 들어갔다.

“테나 어딨어?!”

그가 로비 데스크를 주먹으로 내리치며 소리를 질렀다.

“실례지만-”

“어딨냐고 묻잖아!”

사람들이 그를 쳐다보기 시작했지만, 그는 아랑곳 하지 않고 길드원만을 노려보았다.

“내가 처리할게.”

하야신스와 길드원 둘 다 고개를 돌려 그 말을 한 사람을 보았다. 테나가 복도 옆에 서 있었다. 하야신스가 그녀에게 걸어가 말을 하려는 순간 그녀가 손을 들어 그를 멈추었다.

“이 상황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건 알아. 하지만 여기는 별로 좋은 장소가 아니니, 내 연구실에서 듣는게 어때?”

하야신스는 자신의 화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숨을 계속 거칠게 몰아쉬었다.

“앞장서. 당장.”

테나가 그를 이끌고 그녀의 연구실로 갔다. 그녀는 문을 잠그고 자신의 의자에 천천히 앉았다.

“그럼 이제 왜 펠의 얼굴이 저 빌어먹을 수배서에 올라가 있는 건지 말해보지 그래?!”

테나는 눈을 감은 채 여전히 잠자코 가만히 있었다. 하야신스가 다시 한번 분노를 표출하려는 순간 그녀가 비로소 입을 열었다.

“펠리시아는 며칠 전에 자기 상태 때문에 나한테 왔어. 거기까진 알고 있겠지?”

“그래. 하지만 그 ‘상태’라는게 머리 위에 귀가 하나씩 더 나있다는 얘긴줄은 몰랐지.”

“... 그것도 모르는구나. 좋아. 그럼 최대한 간단히 말해볼게.”

----------

일단, 걔가 그렇게 된거는 자기 몸 안에 늑대 네메시스릏 바인드 해서 그렇게 된거야. 지금 걔 몸은 반은 인간이고 반은 늑대지.

우리는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대도서관에 있을 수도 있다는걸 알아냈어. 물론 그냥 걸어 들어가서 가지고 나올 수는 없었지. 필요했던 문서는 지하 도서관에 있던 거니까.

하지만 용케도 찾아 나왔더라고. 그런데 그 직후에 어떻게 된 건진 나도 몰라. 여기 돌아오지 않았거든. 뭔가 잘못되서 도시 출입의 검열이 강해지고 와쳐들이 거리를 순찰하기 시작했지. 아마 그것때문에 밤에는 숨고 낮에 나한테 오려고 한 모양이야. 하지만 운명이란게··· 웃기는 놈이지.

펠리시아가 머리를 최대한 숙인 채 거리를 걸었다. 사람들은 어차피 망토와 후드 때문에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불필요한 주목을 받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가방 속에는 보는 것만으로도 대역죄인으로 몰릴 수 있는 문서가 들어 있었다. 거기다 어제 일 이후 거리 곳곳에 와쳐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곁눈으로 와쳐들을 지켜보던 와중 반대편에서 오던 남자를 보지 못하고 부딪혀 그를 넘어뜨리고 말았다.

“죄-죄송합니다.”

펠리시아는 바로 뒤로 돌았지만 그 남자는 팔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잡으려 했다.

“잠깐만요! 혹시-”

허나 그의 손은 그녀의 어깨가 아니라 망토자락만을 잡고 말았고 그녀의 후드가 내려졌다.

“...어?”

펠리시아의 정신이 번쩍 뜨였다. 주위의 모든 시선이 그녀에게 꽂히며 바늘처럼 그녀를 찔렀다.

“저게 뭐지?”

“귀··· 귀야? 진짜?”

“머리카락 색깔이 왜 저렇지?”

그녀를 잡으려 했던 젊은 남자는 말문이 막혀 자리에 가만히 서서 그녀를 보았다. 펠리시아는 머리가 조여지는 느낌을 받으며 본능적으로 늑대귀를 가리려 했다.

“아··· 아니에요, 이건··· 전···”

사람들의 목소리가 혼란에서 두려움과 혐오로 바뀌었다.

“괴물이야!”

“어제 누가 대도서관에 침입했다고 하지 않았어? 저놈일거야!”

“인간도 아닌 것 같은데.”

인간들의 목소리가 그녀의 머리를 쑤시고 뒤집으며 날뛰었다.

누군가가 그녀에게 돌을 던졌다.

“꺼져라, 이 악마야!”

돌과 함께 날아온 정적이 머리에 맞자 그녀는 얼마간 미동도 없이 서 있다가 팔을 내리고 돌은 던진 자를 노려 보았다. 그녀는 그의 목을 잡아 옆의 건물벽으로 던져 돌벽과 남자 모두 부숴버렸다.

네메시스는 인간에 대한··· 본능적인 분노가 있다 하더라고. 여태까지 잘 참았지만 결국 상황이 화를 불렀지. 내가 그때 우연히 근처에 있어서 그쪽으로 달려갔어.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펠리시아가 일으키는 피부림으로 부터 도망쳤다. 그녀는 손에 잡히는 사람들을 찢고 물어 뜯으며 길가를 홍련색으로 칠했다.

한 꼬마아이가 바닥에서 울고 있었다. 그녀는 그에게 걸어가 발을 들어 밟으려 했지만 투명한 벽이 나타났다.

“멈춰!”

테나가 팔을 뻗은 채 보호막을 투영하고 있었다. 그녀는 펠리시아의 표정에 소름이 돋았다. 새빨간 송곳니를 드러내고 웃고 있는 입, 원치 않는 분노로 가득 찬 눈, 이런 자신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 그녀의 눈가에서는 그녀의 손톱만큼이나 붉은 눈물이 흘렀다.

“한번만 경고한다. 사라져.”

당연히도 펠리시아는 듣지 않았다. 그녀는 팔을 휘둘러 테나의 보호막을 부수려고 했다.

테나가 눈을 감자 보호막이 펠리시아를 둘러싸 그녀를 속박했다. 테나의 몸에서 마력이 홍수처럼 나오면서 그녀의 머리카락이 공중에 일렁였다. 보라색 마력 구체가 펠리시아 바로 위에 나타나 맹렬하게 소용돌이 쳤다. 그리고 테나가 눈을 뜨고 팔을 내리는 순간 마력구가 폭발하여 먼지와 충격파의 파도를 일으켰다. 먼지구름이 가라 앉고 펠리시아는 보이지 않았다.

----------

“... 펠을 죽였다는 얘기는 아니겠지?”

하야신스의 손이 레이피어의 자루에 올라갔다.

“그럴리가. 그건 펠리시아를 빼내기 위한 속임수였을 뿐이야.”

“속임수?”

----------

얼마 지나지 않아 와쳐들이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왔지. 나는 놈들에게 마법으로 갈아 없애 버렸다고 말했지만 놈들은 힘으로 무언가를 ‘없애버린다’는게 불가능 하다고 믿고 있었어. 그래서 펠리시아가 수배가 된거야.

그리고 놈들 말이 맞아, 당연히 마법으로 사람을 먼지로 만들어 버릴 수 없지. 대마법사나 공성마법사도 못 하는걸 하찮은 바인더가 할 수 있을 리가. 어쨌든 중요한건 펠리시아를 여기로 빼내 오는데 성공했다는 거야.

“일어났구나.”

“테-테나? 어떻게-윽...”

“일어나지 마, 상처가 벌어질거야.”

“마-말해줘, 테나.”

테나의 입에서 한숨조차 나오지 않았다. 도저히 어떻게 말해줘야 할지 감당이 되지 않았다.

“너··· 분노에 정신이 나갔었어. 죽은 사람은··· 열명이 조금 넘었고.”

펠리시아의 동공이 순식간에 수축했다. 테나가 말을 마치자 그녀는 얼굴을 가리고 울기 시작했다.

“내가··· 내가 무슨 짓을···”

테나가 고개를 젓고 다시 한숨을 쉬었다. 책상위의 문서들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펠리시아가 가져온 문서들을 펼쳐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 놨다.

“펠리시아, 들어봐-”

“왜··· 내가 뭘 했길래, 이런 꼴이 돼야 되는 거야?”

“펠리시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견딜 수 없다고! 테나, 제발, 나-”

순간 무언가가 그녀의 뺨을 치고 지나갔다. 따끔한 고통이 그녀의 마음을 가라앉혔다.

“네가 얼마나 고통 받고 있는지 이해해, 펠리시아. 하지만 이대로 무너지면 안돼. 이 일을 겪고 있는 사람은 너지만, 너만 이 일의 일부가 아냐. 아니, 너만 이걸 겪고 있는 것도 아냐.”

펠리시아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테나는 홧김에 소리를 질렀다.

“정신 똑바로 차려, 펠리시아! 네 안에 있는 펜릴은 잊은거야?!”

그 이름을 들은 펠리시아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나왔다.

“그래, 펜릴은 인간이 아냐.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펜릴이 너의 일부가 아냐? 지금 너는 혼자가 아냐, 네 목숨은 펜릴의 목숨이라고!”

펠리시아의 입에서 말이 나오지 못 했다. 테나의 말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울렸다.

“미...안해, 테나.”

“... 미안해하지 마. 네 잘못이 아닌 것도 알어. 하지만 어쩔 때는 할 수 없는 일도 해야 돼, 특히나 네 자신만을 위한게 아니면. 어쨌든··· 네가 가져온 문서들을 한번 읽어 봤어. 대부분의 내용들은 별로 특별한게 없는 연구 노트들이지만··· 몇가지 중요한 사실들이 있어.”

테나가 자신의 무릎 위에 있는 문서의 한 부분을 가리켰다.

네메시스들의 본질을 고려해 봤을 때, 생채 매개체를 사용하는 것이 그들의 기억을 되살리는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 본질? 기억? 이게 무슨 뜻이지?”

“나도 모르겠어. 어쩌면 네 모험이 단순히 네 문제를 고치는데 그치지 않을 것 같아. 네메시스에 대한 비밀을 푸는 열쇠가 될지도 모르지. 펜릴, 네 생각은 어때?”

“글쎄. 솔직히 나도 우리들에 대해서 말해줄 수 있는게 별로 없다. 아니, 어쩌면 너희들이 나보다도 내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고 있겠지.”

테나가 고개를 끄덕이고 문서를 닫았다.

“그래, 왠지 그럴거란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또 하나는··· 이거야.”

그녀가 또다른 문서를 펼쳤다.

이곳 하이우드 근처에 서식하는 동식물들은 놀라울 정도로 다양하다. 이정도라면 실험 대상을 획득하는 대에 문제없을 것이다.

----------

하야신스가 책상에 주먹을 내리쳤다.

“방금 하이우드라고 했어?!”

“믿기지 않을거야. 단순이 우연인지···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배인의 연구는 하이우드에서 이루어졌어. 네 고향에서.”

“불타버린 고향이지.”

그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18년 전의 기억은 그에게도 아직 악몽이었다.

“자, 그럼 여기까지 들었으니 네 누이를 찾는건 문제가 없겠지. 이제 네 차례야, 펠리시아는 왜 그렇게 급하게 찾고 있는 거지?”

하야신스는 말없이 망토를 자신의 어깨에서 걷었다. 테나의 눈이 그의 팔이 있어야 할 자리에 고정되었다.

“하야신스, 팔이··· 어떻게 된거야?”

“괴물이 뺏어갔지.”

그는 최대한 간략하게 에탐의 기둥에서 일어난 일을 설명했다.

“지금으로서는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펠 밖에 없어.”

테나가 손을 이마에 갖다 대고 얼굴을 찡그렸다.

“한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얻기 위해선 걔가 원래대로 돌아오면 안되지만, 그러면 원래 문제가 그대로 남는다라...”

“어쩔 수 없어. 어떻게서든 펠을 빨리 찾아야 돼.”

그가 망토를 다시 걸치고 일어섰다.

“고마워, 테나. 소란 피운것도 미안하고. 따라잡을 수 있을때 어서 쫓아야겠어.”

테나는 그를 순순히 보내 주었다. 그는 전속력을 달려 나와 말을 찾으려 했지만, 막상 밖으로 나오자 그의 발이 갑자기 멈춰 섰다. 정말 그녀를 이렇게 쫓아도 되는건지, 정말 그녀를 탑으로 데리고 가도 되는건지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만약 그 날 펠을 멈춰 세웠더라면?

만약 그 날 같이 따라 나섰더라면?

‘엄마랑 펠리시아 잘 지켜야 돼, 알았지?’

아빠와 한 약속이 그의 머릿속에 계속해서 울렸다.

펠리시아가 그렇게 고통받고 있을 줄 생각지도 못했다. 수없이 많은 생각들이 후회와 죄책감을 쏟아 내었고, 솟구치는 감정에 그는 결국 목도리를 부여잡고 자신에게 속삭였다.

“아빠, 미안해요. 펠을··· 펠을 지켜야 되는데···”

‘괜찮아. 몸 조심해, 알았지?’

갑자기 펠리시아가 그에게 해준 마지막 말이 생각났다. 생각해보니 다치고 있는 사람은 그녀가 아니라 하야신스 자신이었다.

“... 그래. 펠은 괜찮을거야.”

그는 잠시 후 다시 정신을 차리고 말을 찾아 올라 탔다. 펠리시아를 찾기 위해서는 일분일초도 촉박했다.

하지만 그가 성문에 다다랐을 때 예상치 못한 문제에 맞닥뜨렸다. 그의 길드 배지를 확인하던 성문지기가 갑자기 자신의 동료를 부르더니 무슨 말을 전했다.

“잠시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하야신스님.”

“무슨 일이지요? 들어올 때는 문제가 없었는데. 아주 중요한 문제가 있어서 빨리 나가봐야 합니다.”

“그럴 일은 없을겁니다.”

장교로 보이는 한 와쳐가 나타났다. 단정히 묶은 긴 검은 머리의 남자는 안경 너머로 지적이지만 차가운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하야신스 릴리안 유진, 같이 와주셔야 겠습니다.”

“이게 뭐··· 무슨 근거로요? 전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아니라 당신 누이 때문입니다.”

하야신스의 등을 타고 차가운 전율이 흘렀다.

“무슨···”

“그렇게 급하시면 저항하지 않으시면 됩니다. 그래야지 일이··· 저희 모두에게 쉬워질테니.”

와쳐들이 그를 에워싸고 창을 그의 목에 겨누었다. 어쩔 수 없이 그는 팔을 올린 채 말에서 내렸다. 한 와쳐가 말을 끌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좋습니다.”

그들은 그를 와쳐 본부의 심문실로 끌고 갔다. 안에는 이미 또다른 젊은 남자가 앉아 있었다.

“잠깐··· 시나?”

“하야신스님! 어떻게 여기···”

“그건 나도 묻고 싶다. 너한테도.”

“그게-”

갑자기 좀전의 장교가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밖에 있는 한 와쳐가 유리문을 잠그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장교는 손가락을 꼬고 하야신스와 시나를 곁눈질로 번갈아 보았다.

“... 계속 하시죠.”

시나가 불안한 눈빛으로 장교를 보더니 다시 하야신스를 쳐다 보았다.

“일단 신분을 밝히셔야 하는거 아닙니까? 그게 순서에 맞는 것 같은데.”

하야신스가 항의를 하자 장교는 이게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것처럼 고개를 갸우뚱 했다.

“좋습니다. 저는 1등 와쳐 시그, 네메아 수사단장입니다. 두분은 그저께 대도서관에 침입한 범인과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되어 이곳으로 소환되었습니다. 특히 그쪽... 하야신스씨.”

그의 말에 간담이 서늘해졌다. 시그는 무미건조하다 못해 거의 단조로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동시에 뭔가 비수를 품고 있는 듯한 목소리였다.

“그 일을 벌인게 내 누이인건 어떻게 알지요?”

“그 이유는 아마 저만큼 잘 아실텐데. 첫째로 당신의 누이, 펠리시아 릴리안 유진이 네메아에 들어왔다는 것은 확실한 사실입니다. 출입 기록이 그걸 입증하지요. 거기다 저희가 입수한 범인의 인상착의는 그녀와 동일합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그녀는 도시 안에 보이지 않지만 나간 기록이 없습니다. 합법적으로는.”

하야신스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시그는 일말의 표정 변화도 없이 진행했다.

“일단 그것에 관한건 조금 있다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일단은 이 젊은이의 증언을 들을 차례입니다. 아까 말했듯이, 계속 하시지요.”

시나는 하야신스를 곁눈으로 보며 망설이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오늘 말을 들을 때 까지 그녀가 누군지는 몰랐습니다. 처음 만난건··· 지난주, 달란에서 여기 대도서관에 길드 문서를 전달하기 위해 출발하던 길에서 였습니다. 다른 동료 한명과 함께 오는 길에 출발하자 마자 도적들을 만났고, 제 동료는 살해 당했습니다. 저도 그럴 운명이었지만 그녀가 갑자기 나타나··· 초인적인 힘으로 놈들을 없애버렸습니다.”

“초인적? 정확히 무슨 뜻입니까?”

“말 그대로입니다. 사람의 갈비뼈를 밟아서 박살내고, 주먹 한방으로 즉사시키고··· 인간은 할 수 없는 일들이었습니다.”

하야신스는 손에 턱을 괴고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알겠습니다. 그 다음은?”

“고맙다고 인사를 하려 했지만··· 가까이 가니 갑자기 제 목도 조르는 겁니다. 죽-죽은 목숨인줄 알았지만 갑자기 표정이 변하더니 저를 놓고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처음 나타났을 때 만큼 갑자기 사라져 버렸습니다.”

“미안하다고 했다?”

“네. 마치 절 공격한건 고의가 아니었던 것 처럼···”

시그가 연필로 무언가를 적었다.

“여기서는 어떻게 알아봤지요? 처음 만났을 때 얼굴을 본겁니까?”

“네, 아주 잘 봤습니다. 그래서 장안가에서 부딪혔을 때 바로 알아-”

“하지만 목격자들 말로는 망토를 걸치고 머리까지 가리고 있었다는데?”

“넘어져서 순간적으로 얼굴을 봤습니다. 그리고 확실하지 않아서 확인하려고 그녀를 불렀습니다.”

“하지만 그때 후드가 벗겨지고··· 정체를 드러냈다?”

“그게··· 어떻게 말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처음 봤을 때랑 다른게 있었습니다.”

“무슨 뜻이지요?”

“머리카락이 회색이 아니라 갈색이었습니다. 그리고 키가 그것보다도 더 컸던 걸로 기억하는데···”

하야신스가 얼굴을 찡그렸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회색이 아니라 갈색이었다.

“키는 둘째치고 머리색은 확실히 이상하군요.”

시그가 몇가지 더 자신의 수첩에 적었다.

“왜 처음 만났을 때는 와쳐들에게 신고하지 않았지요?”

시나가 고개를 저었다.

“그냥··· 일을 벌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 그 외는?”

“뭔가··· 제 착각일 수도 있지만, 저를 공격 했을 때 길드 마크를 보고 멈추었던 것 같습니다.”

시그가 눈을 하야신스에게 돌렸다.

“그건 히야신스 씨께서 설명해 주시지요.”

하야신스는 눈을 감은 채 한숨을 쉬었다. 도저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 맞습니다. 그 사람은 제 누이가 맞지요. 하지만 그녀의··· 상태에 대해선 저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누이인데도?”

“마지막으로 봤을 때는 저런 상태가 아니었으니. 그건 아마··· 시나가 그녀를 만나기 전날이었을 겁니다. 제가 에탐으로 떠난 다음날 문서 이송이 있었던 걸로 아니깐요. 아마 저 때문에 길드 문양을 본게 영향을 준 걸지도···”

시그는 만족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당신도 길드에 있어서?”

“예.”

“그럼, 당신의 누이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말입니까?”

“오늘까지는, 말이지요.”

“증거는 있습니까?”

“상인 길드에 가서 물어보시지요. 전 지난주에 에탐으로 출발해서 불과 며칠 전까지 거기에 있었다가 몇가지 확인할게 있어서 여기로 왔다만, 일이 터져있더군요. 그리고 티엘 마을 사람들이 그녀의 상태에 대해서 증언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성 밖으로 나가려던 것은?”

“당연히 그녀를 찾기 위해서였지요.”

“어디 있을지는 알고 있습니까?”

“그럴리가요. 하지만 여기엔 없다는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어째서지요?”

하야신스가 몸을 앞으로 기댔다.

“그건 저만큼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1등 와쳐님?”

시그는 더 밀어 붙이고 싶은 모양이었지만, 물증 없이는 심문을 더 진행할 권한이 없었다.

“어디로 가볼 생각 이었습니까?’

“모릅니다. 일단 집에라도 가볼 생각입니다.”

그는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초리였지만, 결국 고개를 젔더니 유리문을 주먹으로 두드렸다. 밖에 서 있던 와쳐가 문을 열었다.

“심문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히야신스 씨의 말은 밖에 대기하고 있을 겁니다.”

하야신스가 고개를 끄덕이고 시나에게 나가자고 손짓했다.

“하야신스 씨!”

나가던 도중 시그가 다시 말을 걸었다.

“팔은 어디서 잃은겁니까? 신체적 장애가 있단 기록은 없는데.”

그의 어깨가 쑤셨다. 무리하게 움직인 바람에 덜 아문 모양이었다.

“... 에탐 비질 원정단장 그레고르님께 물어보시지요. 그가 더 잘 설명할 수 있습니다.”

“탑에서 잃은 겁니까?”

“... 그렇다고 볼 수도.”

그는 말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대답 같지도 않은 대답을 시그에게 던져주고 밖으로 나왔다. 밖에는 그의 기분과 같은 칙칙한 하늘이 기다리고 있었다.

“클라인이··· 죽었다고?”

“네···”

시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길드 동기였던 둘은 꼬마 때 부터 친한 사이었다. 하야신스는 그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게 자신의 조수로 길드에 대리고 들어왔었다. 그를 잃은 것은 하야신스에게도 큰 슬픔이었다.

“그리고 펠이 널 죽일 뻔 했고?”

“... 네.”

“그렇군··· 미안하다.”

“아닙니다, 사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쨌든 덕분에 살았으니··· 그리고 고의로 한것도 아니니까···”

“정말 그렇게 생각해?”

“네.”

한 와쳐가 그의 말을 끌고 왔다.

“그래, 그렇게 생각해주니 기쁘구나. 다음 일은 뭐지?”

“달란으로 돌아갑니다. 여기 일은 끝났으니...”

“그래, 조심해서 가라. 걔 몫도 살아야지.”

하야신스가 시나의 어깨를 가볍게 치고 말에 올라 탔다.

“감사합니다. 하야신스님도 조심하십시오.”

그가 미소를 짓고 말을 달리게 해 다시 펠리시아를 쫓았다.

시그가 창문 밖으로 멀어지는 그를 주시했다. 그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자신의 부관에게 속삭였다.

“출발한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망고두쪽입니다. 

이번 월요일은 외전 월요일입니다. 저번처럼 재미 없는 설명충 외전이 아니니, 아마 조금 재밌게 읽으실 수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읽으신 후 코멘트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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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4: 재회 17.05.13 199 1 23쪽
17 13: 희생 17.05.06 175 1 17쪽
16 외전 4: 마법 17.05.01 274 1 7쪽
15 12: 현실부정 17.04.29 154 1 15쪽
14 11: 비밀 17.04.22 222 1 18쪽
13 외전 3: 상인의 이야기 17.04.17 238 1 12쪽
» 10: 추적 17.04.15 347 1 22쪽
11 9: 사면초가 17.04.08 229 1 13쪽
10 8: 폭풍전야 17.04.01 309 1 10쪽
9 외전 2: 사자연맹의 국가기관들 17.03.27 222 1 8쪽
8 7: 변화 17.03.25 341 1 20쪽
7 6: 에탐의 기둥 17.03.18 344 1 14쪽
6 외전 1: 배고픈 늑대 17.03.13 320 1 15쪽
5 5: 불꽃 속의 기억 17.03.11 300 1 10쪽
4 4: 괴물 17.03.04 298 1 19쪽
3 3: 오누이 17.02.24 411 1 11쪽
2 2: 조우 17.02.18 436 3 17쪽
1 1: 선생, 그녀의 집착. 17.02.11 56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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