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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칭호로 나 혼자 무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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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작품등록일 :
2022.10.26 16:38
최근연재일 :
2023.05.19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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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2.11.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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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2화 - E급 헌터. A급에 도전하다 (1)

DUMMY

헌터 협회.

헌터와 게이트를 관리·감독하기 위해 설립된 국가 기관. 쉽게 말하면 세금 먹고 일하는 기관이다.

총 20층으로 이뤄진 건물은 웬만한 랜드마크 저리 가라 할 정도로 화려한 외관을 갖추고 있다.

여기가 본부라 힘을 줬다곤 하지만 다른 지부도 여기 못지않다.


이런 걸 짓고 관리하는데 내 혈세가 들어갔다고 생각하면 열이 안 받을 수가 없다.

건물이 으리으리하면 뭐 하나. 현장에 대한 투자나 뒤에서 자행되는 헌터들의 비행에 대해선 해결하지 못하는걸.

하긴. 그런 것들이 제대로 돌아갔다면 여긴 대한민국이 아니라 유토피아였겠지.


‘그나저나 시간이 좀 걸렸단 말이지.’


평균적으로 신청하고서 5일 내로 심사가 이뤄진다. 하지만 이번엔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10일 만에 연락이 왔다.

하도 연락이 없어서 예정과 다르게 게이트도 다녀왔다. 그래서 시험이 있는 오늘도 난 캐리어와 함께하고 있었다.


캐리어를 끌고 안으로 향했다. 건물 안은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곧장 접수처로 향했다. 대기표를 뽑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창구 전광판에 내 번호가 떴다.

창구로 향하자 여성 접수원이 인사를 건네왔다.


“어서 오세요, 헌터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게이트 부산물 감정 및 위탁 판매 신청이요.”

“알겠습니다. 헌터증을 제시해주시겠습니까?”


접수원은 헌터증을 건네받더니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헌터증과 나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대뜸 물었다.


“최, 최선호 헌터님?”

“네.”

“혹시 어제 매스컴에서 한창 시끄러우셨던······.”

“시끄러운지는 모르겠는데 제가 맞긴 하네요.”

“혹시 저 모르시겠나요? 아, 모르시는 게 당연하겠죠. 그때 전화 주신 뒤로 시간도 좀 지났고······.”


원하던 대답을 듣지 못해 그런지 침울해졌다.

사실 누군지 알고 있다.

헌터 협회 접수원 이진하 양.

회귀 전에는 제법 친분이 있는 사이였다. 접수하러 올 때마다 자주 들러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역시 공통의 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던 게 컸다.

한티역 게이트 땐 반가워서 인사할 뻔했다. 하지만 그땐 상황이 상황이기도 했고 회귀한 지금으로선 생판 남이라 그러진 않았다.

시무룩한 얼굴로 타자 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뭔가 찝찝했다. 아무리 그래도 알고 지낸 사이여서 그런가.

결국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이진하······ 혹시 저번에 제 전화 받으셨던 분입니까?”

“네, 네! 기억해주셨네요?”


아는 체 해줬을 뿐인데 이진하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사실 그때 헌터님 전화를 끊고 얼마 안 지나서 그쪽에 게이트가 발생해서 난리였거든요.”

“아, 그랬습니까?”

“어휴, 말도 마세요. 제보받고도 제때 대응 안 했다고 저랑 관리부장님이랑 대차게 혼났어요. 협회 전체적으로 재교육도 있었고요.”

“그러게. 제 말 믿었으면 그런 일도 없었을 건데.”


내 말에 이진하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곤 내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말했다.


“전화 끊고 나서 저는 헌터님 말을 믿어야 한다고 했어요. 하지만 관리부장님이 절대 그럴 일 없다고, 보고도 올리지 말라고 너무 단호하게 말씀하셔 어쩔 수가 없었어요. 잘 아시겠지만, 저희 같은 사람들은 그런 분한테 찍히면······.”

“알죠. 끽.”

“아무튼 그 일 때문인지 관리부장님은 한동안 화풀인 건지 저희한테 한소리하고 다니셨어요. 어제만 해도······”


고생이 많네.


“아무튼 그때 부랴부랴 상황 파악하고 선릉역 쪽 헌터들을 파견하려니까 게이트는 이미 클리어됐다 그러지······. 참, 그 게이트. 헌터님께서 클리어하셨다면서요?”

“네.”

“정말 대단하세요! 기사에서도 그러던데 E급 헌터가 C급 게이트를 클리어하는 일은 전 세계를 다 찾아봐도 거의 없을 거라던데요?”

“그렇다고 하더군요.”


글로 읽을 땐 몰랐는데 남이 이렇게 바로 앞에서 칭찬해주니 낯이 뜨겁다.

이진하의 목소리가 커서 그런지 주변에 있던 헌터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했다.


“B급도 아니고 E급이 혼자서 C급 게이트를 클리어했다고?”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잠깐만. 저거 그 녀석 아니냐? 믿고 거르는 칼잡이? 쟤가 어떻게 클리어해?”

“너네는 기사도 안 보고 사냐? 우리가 알던 그놈 아니야.”

“그게 무슨······.”

“이게 사실이야?”


예전 같으면 비웃느라 바빴을 녀석들이 당혹스러운 눈으로 날 보고 있었다. 그래, 이거지.

거기에 쐐기를 박을 생각으로 캐리어를 무릎에 올렸다.


“그건 그렇고, 일 이야기를 마저 하고 싶은데요.”

“어머, 내 정신 좀 봐. 맡기실 물건이 뭔지 보여주시겠어요?”


캐리어를 열었다.

흠집 하나 없이 온전한 B급 마정석 하나와 붉은빛이 감도는 목걸이와 반지 세트.

그걸 본 주변이 다시 한번 소란스러워졌다.


“마정석과 마법이 부여된 아이템 두 개. 전부 B급이네요?”

“네. 기간은 얼마쯤 걸리겠습니까?”

“감정은 두 시간 뒤에 끝날 거예요. 판매는······ 잘 모르는 제가 봐도 이렇게 좋은 물건들이면 늦어도 오늘 내로는 팔리지 않을까요?”

“알겠습니다.”

“접수되셨고 팔리는 대로 계좌에 입금해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오늘 승급 시험이 있으시다고 나오시는데······.”

“최선호 헌터있나!”


뒤쪽에서 들려온 고함에 고개를 돌렸다.

수많은 인파를 뚫고 이쪽으로 다가오는 익숙한 면상이 보였다.


반쯤까진 머리와 숨기려 해도 툭 튀어나온 불룩한 배.

몸에 딱 붙다 못해 쫄쫄이가 다 된 검정 슈트까지.

어디 하나 멋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중년 남성.

헌터 협회 헌터 관리부 부장 홍주한.

내 인생에서 가장 도움 안 된 순위 탑 5안에 드는 인간 중 하나다.

접수처에 다다른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내 앞으로 다가와선 말했다.


“승급 시험까지 5분도 안 남았는데 뭐 하고 있는 겁니까?”

“뭐 하긴요. 보는 바와 같이 볼일 보는 중이죠.”

“일찍 안 오고 뭐 하는 겁니까? 시험 내용에 대한 안내 안 받을 생각입니까?”

“어차피 제대로 안 알려줄 거 다 아는데. 왜 일찍 가야 합니까?”


홍주한의 얼굴이 눈에 보일 정도로 붉어졌다. 이진하가 고개를 숙였다.

아, 저거 무조건 웃고 있다.


“하, 내가 이딴 녀석을······.”


내게 들릴 정도로만 작게 중얼거린 홍주한이 말을 이었다.


“빨리 따라오시죠.”

“그러죠. 이진하 씨, 물건 잘 부탁합니다.”

“네, 네!”


자리에서 일어나 길 안내를 맡은 홍주한의 뒤를 쫓았다.

사람들을 지나칠 때마다 그들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저거 최선호 아니야? 왜 관리부장이랑 같이 있지?”

“듣자 하니 오늘 승급 시험을 본다던데?”

“추성민 헌터가 직접 심사 위원으로 참가한다고 하더라.”

“어쩌다 저런 놈이 승급을······.”


이전의 색안경이 어디 가진 않았지만, 오히려 거기서 오는 믿을 수 없단 반응이 좋았다.

은근히 즐기는 맛이 있네.


“기분 좋나 봅니다?”


엘리베이터 앞에 멈춰선 홍주한이 비아냥거리듯 물었다. 나는 연습했던 영업용 미소를 띤 채 답했다.


“아주 좋네요. 그나저나 관리과장님은 아까부터 표정이 똥이라도 씹으신 것 같던데. 오늘 아침이 별로셨나 봅니다?”

“······적당히 기어오르지, 그래?”


엘리베이터에 올라타기 무섭게 말을 놓는다.

이제 내가 알던 홍주한이네.


“아주 기세가 등등해? 전에는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던 놈이 이젠 도발도 하고 말이야?”

“그러는 당신이야말로 지금 위험하단 생각 안 합니까? 내가 여기서 칼이라도 뽑으면 어쩌려고 그러시는지?”

“흥. 그럴 배짱도 없는 새끼가.”


콧방귀를 뀐 홍주한은 아예 내 옆에 착 붙어선 옆구리를 쿡쿡 찔러댔다.


“솔직히 말해. 약이라도 했냐? 아니면 누구한테 돈 주고 네 행세라도 하라고 시켰······ 으아악!”


멋대로 움직이던 손을 붙잡아 부드럽게 움켜쥐었다. 손안에서 뼈 몇 개가 부러지는 게 느껴졌다.


“당신이 할 법한 발상이긴 한데, 역겨우니까 그쯤 해.”

“미, 미친놈이! 이거 안······ 끄아악!”

“전부터 하고 싶던 말인데, 당신이 센 게 아니라 당신이 돈으로 산 놈들이 센 거잖아. 근데 왜 자꾸 헌터들을 깔보는 걸까?”

“주, 죽여버릴 거야!”

“당신이 날 죽이는 게 빠를까, 그 반대가 빠를까?”


허리춤에 차고 있는 칼에 슬쩍 손을 가져갔다. 그제야 홍주한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 그만해! 제발! 이대로면······ 아아악!”

“진즉 그렇게 나올 것이지.”


잡고 있던 손을 풀었다. 엘리베이터 벽에 매미처럼 착 붙은 홍주한은 축 늘어진 손을 움켜쥐고서 말했다.


“너, 너! 내가 가만히 둘 것 같아!”

“당연히 안 그러겠지. 그런데 말이야.”


홍주한에게 바짝 다가갔다.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겁먹은 표정을 지은채 날 올려다보는 그의 모습은 꼴사납기 그지없었다.


“다음엔 손으로 안 끝나. 알지?”

“이, 이 새끼가······!”

“아, 도착했네. 그럼 잘 부탁합니다, 홍주한 관리과장님?”


개운한 표정으로 엘리베이터를 나섰다. 홍주한은 내가 우그러뜨린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뒤를 따라왔다.

선전 포고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아주 살짝 뒷일이 걱정되긴 했지만 해결하면 그만이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한 곳은 지하 5층이었다.

홍주한을 쳐다보자 인상을 팍 구긴 채 말했다.


“원래 C급 승급 시험은 지하 3층에서 진행되지만, 이번 승급 시험은 조금 달라서 여기서 한다.”

“뭐가 다른 건데?”


내 말에 홍주한이 뭐라 하려다 말았다. 확실히 쫄았네.


“회의 결과 추성민 헌터를 이긴다고 해서 A급으로 인정해줄 수는 없단 결론이 나왔다. 그래서 일단 C급 시험을 치러서 결과를 보고, 통과하면 그 즉시 A급 승급 시험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럼 하루 만에 C급 3명에 A급 3명을 상대하란 소리인데. 내가 너무 손해 보는 장사인데?”

“손해 보면 나야 좋······.”


무심코 본심을 말한 홍주한이 입을 손으로 가렸다. 그런다고 말이 주워 담아지겠어?


“그래서 만일 A급 승급에 실패하더라도 B급은 보장해주기로 했다. 이러면 불만 없지?”

“꽤 파격적이네. 당신이 있는데 이런 결정이 다 통과된 것도 신기하고.”

“나는 반대했는데 협회장······ 크흠.”


거기서 협회장이 왜 나와?

뭐라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다 되었다며 홍주한이 시험장 문을 열었다.

전체적으로 회색빛을 띤 직육면체의 구조로 이뤄진 커다란 방. 한쪽 벽엔 시험 때 사용할 수 있는 각종 무기와 방어구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들어온 입구 반대편엔 이번 심사 위원인 헌터들이 앉아 있었다. 앞에 있는 게 C급 헌터들이고, 그 뒤엔 추성민을 비롯한 A급 헌터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방 왼쪽 위.

유리창 너머로 이번 심사의 실질적인 평가를 담당하는 채점 위원들이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규칙은 이전과 같다. 15분 동안 버티거나 이기면 성공. 휴식 및 정비는 시험이 끝난 뒤 5분.”

“알겠으니까 그만 나가봐. 어차피 내 얼굴 보기 싫잖아?”


홍주한이 혀를 차며 방을 나섰다. 큰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며 방 위에 달린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금부터 E급 헌터 최선호의 C급 헌터 승급 시험을 시작하겠다.


작가의말

다 아는 얼굴들이구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목 수정이 있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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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99 김영한
    작성일
    22.12.23 17:11
    No. 1

    음..?

    헌터가 민간인 폭행한 거면..
    범죄일 거 같은데.. ㄱㅊ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김영한
    작성일
    22.12.23 17:13
    No. 2

    흠.. 서로 다 너무 대놓고 함부로 하니
    뭔가.. 과거로 온 게 아니라, 미래에 계속 있으면서 서로 오랜 악연을 쌓아온 듯한 느낌도 살짝.. 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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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9화 - 이 놈은 이제 내 겁니다. +1 22.11.10 6,268 108 11쪽
9 8화 - 내가 모르는 폭풍전야 +4 22.11.09 6,522 110 11쪽
8 7화 - 봉화산 던전 (2) 22.11.08 6,583 115 11쪽
7 6화 - 봉화산 던전 (1) 22.11.07 7,244 113 11쪽
6 5화 - 할 일이 늘어난다 +6 22.11.05 7,967 116 11쪽
5 4화 - 첫 번째 히든 피스 +7 22.11.04 8,638 125 12쪽
4 3화 - 새로운 기회 +2 22.11.03 9,081 141 12쪽
3 2화 - 무모한 도전자 +1 22.11.02 9,518 144 11쪽
2 1화 - 살았다? +7 22.11.01 10,686 151 12쪽
1 프롤로그 +15 22.11.01 12,439 16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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