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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칭호로 나 혼자 무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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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작품등록일 :
2022.10.26 16:38
최근연재일 :
2023.05.19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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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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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78,215

작성
22.11.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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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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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글자
11쪽

6화 - 봉화산 던전 (1)

DUMMY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이른 새벽.


“수고하십쇼!”


기사님의 인사를 받으며 택시에서 내렸다. 찬 공기를 마시며 고개를 돌리니 나무 계단으로 된 산책로가 보였다.

옅게 깔린 안개를 헤치며 산책로를 달려 올라갔다. 10분 정도 오르자 산 중턱에 다다를 수 있었다.


“요 며칠 굴렀다고 좀 늘었네.”


뛰다시피 올라왔음에도 숨이 안정적이었다. 이렇게까지 운동 효과를 잘 받는 몸이었다면 진즉에 더 굴려둘 걸 그랬다.

조금 더 올라가니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커다란 무언가가 있는 게 보였다. 걸음을 옮기자 안개에 가려져 있던 커다란 건물이 나타났다.

높이는 3층만 한 2층짜리 콘크리트 건물. 창문과 간판이 없었다면 커다란 바위로 착각할 정도로 투박한 외형을 하고 있었다.


[봉화산 던전]


대문짝만하게 걸린 간판은 색이 약간 바래있었다. 그래도 건물은 신경을 쓴 건지 온전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꽤 상태가 좋은 편이네.’


회귀 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4년 뒤에 들렀을 땐 진짜 폐건물이 따로 없었다. 디자인은 구릴지 몰라도 간판과 입구에 먼지가 없다는 건 아직 사람들이 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증거였다.

부드럽게 밀리는 강화유리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들어서자마자 거대한 철문이 내 시선을 끌었다.

한눈에 다 담지 못할 정도로 커다란 철문. 그 중앙엔 봉화산 던전을 소유한 길드 민들레의 마크가 그려져 있었다.

던전에 처음 오면 다들 의아해한다. 평소 보던 게이트는 온데간데없고 그 대신 웬 정체 모를 철문이 세워져 있으니까.

저 문의 역할은 두 가지다.

하나는 헌터들이 정식 절차를 걸치지 않고 함부로 던전에 들어가는 걸 막는 것.

다른 하나는 던전에서 마물이 튀어나올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였다.


‘지금까지 그런 일은 없었지만.’


던전이 본래 게이트였음을 감안하면 맞는 조치긴 했다.

클리어되고도 소멸하지 않고 그 자리에 남아 마물들이 사는 세계로 이끄는 게이트. 그게 던전이다.

던전의 이점은 몇 번이고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클리어하면 던전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 처음과 같은 환경이 조성된다. 실력만 된다면 필요한 보상을 몇 번이고 탈 수 있는 셈이다.


다만 보상이 좋아서 그런지 그만큼 위험도 컸다.

바로 리셋의 존재.

리셋은 말 그대로 던전이 원상태로 돌아감을 의미한다. 이 주기는 던전 마다 다른데 던전의 난이도를 정할 때 이 리셋 주기를 가장 우선으로 삼는다.

이게 중요한 건 리셋이 진행될 때까지 던전을 깨지 못하면 실종되기 때문이다. 지극히 낮은 확률로 돌아오는 사람이 있긴 했지만, 그건 정말 천운에 가까웠다.

그럼 리셋 될 때 있던 사람들은 어디에 갔냐고 물으면 아무도 모른다. 리셋에서 살아온 그 어떤 사람도 당시 상황에 대해 기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위험이 큰만큼 보상이 확실하다.

그런 면에서 봉화산 던전은 상당한 인기를 구가했었다. 한때 예약이 몇 달 단위로 쌓일 정도였다.

대체할 던전이 나온 뒤엔 그대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지만.


나한텐 좋은 일이었다.

인기가 식어버린 덕에 어렵지 않게 예약을 잡을 수 있었으니까.


“아, 오셨구나. 헌터님, 이쪽입니다!”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목소리의 주인은 20대쯤 되어 보이는 여성이었다. 잘 정돈된 정장 뒤로 떨어지는 긴 생머리와 어울리는 화사한 미소가 인상적이었다.

그녀가 서 있는 접수처 양옆엔 두 명의 사내가 서 있었다. 목에 걸고 있는 ID카드나 팔에 찬 완장을 보건대 보안 요원이다.

접수처로 향했다. 접수원의 목에 걸린 ID카드에 적힌 ‘주하윤’이란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헌터님! 봉화산 던전 접수 담당자 주하윤이라고 합니다. 05시 입장 예약하셨던 최선호 헌터님이신가요?”

“네. 헌터증 여기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본인 확인을 위해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타자 소리와 기계음이 몇 번 들린 뒤 접수원이 헌터증을 돌려줬다.


“협조 감사드립니다. 신원 확인되셨고, 예약 사항에 대해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오전 5시 입장에 1회 토벌이시고, 던전 입장료는 미리 납부 완료하셨네요. 헌터 등급은 E급이시고······ 같이 들어가는 일행은······ 없으시다고요?”


접수원이 설명하다 말고 날 올려다봤다. 둥글둥글한 눈에 당혹감이 서려 있었다.


“저, 헌터님. 이곳 봉화산 던전이 몇 등급인지 아시지요?”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C급이잖습니까.”

“네. C급 던전입니다. 기록에 따르면 헌터님께서는 동일 등급 던전 클리어 기록이 없다고 나오네요. 맞나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처음 C급 던전을 경험한 건 지금으로부터 1년 반 뒤. D급이 된 지 3달이 되었을 무렵이었다.

그때 조금 아찔했지. 예상치 못하게 빨려 들어가선 죽을 뻔했으니까.

요 며칠 돌아다니긴 했지만 전부 게이트였다. 던전에 들어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내 대답을 들은 접수원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헌터님. 잘 아시겠지만 던전은 클리어 전까지 나올 수 없고 리셋 되기 전까지 클리어하셔야 합니다. 거기다 정말 낮은 확률로 등급 외 몬스터가 던전에 난입하기도 하고요. 어떤 면에선 게이트보다 훨씬 위험합니다.”

“네. 전부 알고 있습니다.”


뒤의 건 모를 리가 없지.

게이트였긴 하지만 내가 죽은 게 그것 때문이었으니.


“‘아 그렇구나’하고 넘어가실 게 아닙니다. 잘못되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역시 혼자 들어가시는 것보다 다른 분들과 파티를 맺어 도전하시는 게······.”

“괜찮습니다. 혼자 도전하겠습니다.”

“헌터님. 여기를 혼자 들어가는 건 C급 헌터님들도 지양하시는 일입니다. 그런데 E급이신 헌터님께서 혼자 들어가시겠다니······. 너무 위험합니다.”


접수원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의 걱정은 지극히 정상이다. C급들도 꺼리는 도전을 E급이 하겠다는 건 ‘나 죽으러 갑니다.’하는 거랑 다를 게 없으니까.

하지만 절대 자살하러 가는 거 아니다. 클리어하러 온 거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들어간 지 4시간이 지나면 구조팀이 파견된다. 그렇게 알고 있는데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럼 됐네요. 무리라고 생각되면 안전한 곳에 숨어서 구조를 기다리겠습니다.”

“구조팀이 들어가더라도 시간이 걸립니다. 거기다 제한된 시간 내에 헌터님을 찾을 수 없다면 구조팀은 헌터님을 두고 복귀하게 됩니다. 구조대가 무조건 안전을 보장해드릴 순 없단 이야기입니다.”

“시간 되면 가장 잘 보이는 곳에서 신호탄 쏘겠습니다. 그리고 이거 받으시죠.”


가방에서 서류를 꺼냈다.

던전에서 어떤 일이 생겨도 전적으로 내 책임이라는 각서. 이게 있다면 등급에 상관없이 게이트에 도전할 수 있었다.

이런 걸 허락하는 헌터 협회가 이상할 수 있지만, 이것도 헌터들이 항의해서 받아들인 거였다.

각서를 건네받은 접수원이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꼭 혼자 들어가셔야 하나요?”

“네.”


각서와 날 번갈아 보던 접수원이 체념한 듯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클리어 파일에 각서를 끼워 넣으며 말했다.


“······정 그러시다면 알겠습니다. 입장하셔도 좋습니다. 받으세요. 기초 지급 물품입니다.”


접수원은 던전의 구조가 그려진 지도와 하급 물약 5개, 그리고 구조팀에게 위치를 알리기 위한 신호탄을 건넸다.


“추가로 요청하신 물품은 없다고 나오시네요.”

“그렇습니다.”

“신체 강화 물약이나 경량형 갑옷, 수류탄 같은 걸 챙겨가시는 건······.”

“정말 괜찮습니다.”


체력이 부족할지 몰라도 저런 거에 의존할 정도는 아니다.

거기다 필요한 물건이라면 게이트를 돌면서 충분히 챙겨왔다. 이 이상 가져가는 건 사치다.

대답을 듣고 머리를 긁적이던 접수원이 서랍을 열었다.


“이건 원래 돈 받고 드려야 하는 건데······ 제 개인적으로 드리는 겁니다. 위급할 때 꼭 써주세요.”


그녀는 대 마물용 섬광탄 세 개를 건넸다.

군용으로 쓰이는 것보다 몇 배는 뛰어난 성능을 자랑해서 값이 제법 나가는 물건인데.

아무리 걱정이 된다고 해도 이런 걸 사비를 써서 내줄 줄은 몰랐다.

좋은 사람이네.


“이건 나중에 갚겠습니다.”

“딱히 보답을 바라고 드린 게 아니니 괜찮습니다. 무사히 클리어만 해주세요.”


살짝 웃어 보인 그녀와 인사를 나누고 걸음을 옮겼다.

묵직한 소리와 함께 미동조차 하지 않을 것 같던 철문이 양옆으로 갈라졌다.

그 사이로 숨겨져 있던 게이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까이 다가가자 뭔가가 날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게이트와는 입구부터 다르다.

검은 장막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잠깐의 번쩍임과 함께 주변 풍경이 바뀌었다.


“어우, 텁텁해.”


공기가 무거웠다.

대기가 습하고 온도가 높은 것도 있겠지만, 이건 마나 농도가 짙어서다. 마나를 직접 느껴본 적은 없지만, 다들 그렇다니 그런 거겠지.

내가 위치한 곳은 나무가 빽빽한 숲이었다. 나무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숨을 한결 편하게 해주었다.

날씨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그리고 하늘엔 서로 경쟁하듯 이글거리는 한 쌍의 태양이 떠 있었다.

저런 건 볼 때마다 신기했다. 해가 두 개면 활활 타고 남을 것 같은데 어떻게 아무렇지 않은 걸까.


뭐. 저런 건 과학자들이 심심풀이로 알아내 주겠지. 난 내 할 일이나 하면 된다.


지도를 훑으며 앞으로 향했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5분 정도 걷자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발소리로 짐작건대 상대는 고블린. 수는 열 마리 남짓.

걸음을 멈췄다.

부스럭.

소리가 난 쪽으로 달렸다. 수풀 사이에 숨어 있던 고블린들과 눈이 마주쳤다.


“키에엑!”


당황한 고블린 하나가 소리를 질렀다. 차고 있던 칼을 뽑아 녀석의 목을 향해 휘둘렀다.


서걱!


섬뜩한 소리와 함께 고블린의 머리통이 땅으로 떨어졌다.


“끼에?”


단칼에 목숨을 잃은 동료를 본 고블린들은 당황한 건지 뒷걸음질 쳤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칼을 휘둘러 한 놈도 남김없이 베었다.


“키아아!”


한 무리를 쓸어버리자 바로 다음 무리가 튀어나왔다.

이번 녀석들은 바로 달려들지 않고 나름 체계적으로 태세를 갖춰 공격해왔다. 그래봐야 일 점 돌파에 뚫리는 오합지졸이라 손쉽게 제압했다.

마지막 고블린을 제압하고선 녀석들이 왔던 방향으로 향했다. 얼마 가지 않아 녀석들이 살던 것으로 보이는 마을이 나타났다.


-“aj pim ihc!”


눈이 마주친 고블린이 외쳤다. 그 소리에 안에 있던 녀석들이 무기를 들고 달려들었다.

며칠째 고블린만 상대해서 그런지 슬슬 질린다. 오죽하면 칭호를 뺀 채 상대하고 있는 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손쉽게 마을 하나를 제압한 뒤 안으로 들어가 고이 모셔져 있던 수정구를 집어 들었다.

정석대로 간다면 앞으로 이런 거 네 개만 더 구하면 된다. 그럼 던전 보스인 오크 제너럴이 있는 성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게 싫다면 우회해서 바로 성으로 간 뒤 성문을 부숴버리면 된다. 다만 마법이 부여된 문을 부수는 건 제법 수고가 필요했다.


“일단은 정석대로 가자고.”


스피드런 전에 충분한 정보 수집은 중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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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9화 - 이 놈은 이제 내 겁니다. +1 22.11.10 6,242 108 11쪽
9 8화 - 내가 모르는 폭풍전야 +4 22.11.09 6,495 110 11쪽
8 7화 - 봉화산 던전 (2) 22.11.08 6,555 115 11쪽
» 6화 - 봉화산 던전 (1) 22.11.07 7,213 113 11쪽
6 5화 - 할 일이 늘어난다 +6 22.11.05 7,929 116 11쪽
5 4화 - 첫 번째 히든 피스 +7 22.11.04 8,593 125 12쪽
4 3화 - 새로운 기회 +2 22.11.03 9,027 141 12쪽
3 2화 - 무모한 도전자 +1 22.11.02 9,465 144 11쪽
2 1화 - 살았다? +7 22.11.01 10,624 151 12쪽
1 프롤로그 +15 22.11.01 12,369 16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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