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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칭호로 나 혼자 무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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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작품등록일 :
2022.10.26 16:38
최근연재일 :
2023.05.19 20:56
연재수 :
1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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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78,215

작성
22.11.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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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9화 - 이 놈은 이제 내 겁니다.

DUMMY

사건이 있기 5분 전.


“잠시 안내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버스는 지금 진행 경로에 게이트가 발생함으로 인해 우회하게 되었습니다. 승객 여러분께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게이트라고?”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이래.”

“아이 씨. 약속 시간 늦게 생겼네.”


안내 방송에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안 그래도 정체가 심해서 뭔가 싶었던 참이었는데 게이트라. 미리 우회하면 좋았겠지만, 기사가 알아채는 게 늦은 모양이다.

스마트폰을 꺼내자 문자 한 통이 와있었다.


[신사역 중앙 사거리에서 A급 게이트 발생 예고. 참여할 수 있는 헌터들은 신속히 참여하시기 바랍니다.]


A급 게이트라.

지금 내리면 참여할 수는 있겠지만 짐도 많고, 아직 다른 헌터들과 엮이고 싶지 않았기에 넘어가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몸을 기대는데 버스가 유턴했다. 동시에 창밖 저 멀리 바리케이드들과 그 너머에 있는 균열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 전신에 오한이 들었다.


‘뭐지?’


위험을 느끼면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한다. 지금의 오한도 그런 것 중 하나다.

느낌이 좋지 않다.

자리에서 일어나 맨 뒤로 향했다. 조그만 창 너머로 게이트가 열리더니 그 안에서 뭔가 튀어나오는 게 보였다.

그걸 보자 오한이 든 이유를 깨달았다.

제법 거리가 있음에도 저게 A급 마수인 펜리르라는 건 알 수 있었다. 잊고 싶어도 잊을 수가 없었으니까.

잠시 발이 묶였던 펜리르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했다. 이어질 행동이 무엇인지 안 나는 곧바로 몸을 돌렸다.


“다들 앞으로 가!”

“뭐, 뭐야?”


갑작스러운 외침에 사람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뭐 하는 놈인가 하는 시선도 있었다.

이럴 땐 확실한 게 있지.

허리춤에 차고 있던 크샤크의 낡은 송곳니를 뽑아 들었다.


“빨리 앞으로 가라고!”

“꺄아악!”

“미, 미친놈이야!”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향하는 사람들. 공포심 덕분인지 생각보다 빨리 움직였다.

하지만 단 한 명.


“젊은 놈의 자식이 어디다 대고 칼을 들이밀어!”


지팡이로 삿대질하며 자리에 앉아있는 노인. 도무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뒤에서 내려가 노인의 팔을 억지로 잡아당겼다. 그의 지팡이가 내 머리를 후려쳤지만 이 정도는 타격도 안 됐다.

잽싸게 그를 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떠넘기고 몸을 돌린 순간.


와그작!


커다랗게 벌어진 입이 버스를 집어삼켰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나 역시 저 안에 들어갔겠지.


“저, 저게 뭐야!”

“괴, 괴물!”

“아무거나 좋으니까 꽉 잡으세요!”


그 말과 함께 버스가 그 자리에 쿵 하고 운행을 멈췄다.

멈출 때의 충격으로 사람들이 넘어졌다. 다치긴 했어도 저놈 뱃속에 들어가는 것보단 낫겠지.

이제 할 건 사람들을 어떻게 지키냐는 건······.


“어라?”


뭔가 허전해서 주변을 둘러봤다.

어디를 둘러봐도 내 캐리어가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돌렸다.

버스를 뜯어먹은 펜리르가 입맛을 다시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제야 알았다.

지난 일주일간의 내 노력이 저놈의 간식거리가 되어버렸단 걸.

그 사실을 깨닫자 몸이 먼저 움직였다.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녀석의 입 끝을 칼로 베었다. 당황한 녀석이 한발 물러났다.


“······내 돈 내놔, 이 새끼야!”


말은 이렇게 해도 펜리르의 뱃속에 들어간 것들을 돌아오지 않는다. 그건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할 일은 간단하다.

저놈을 죽인다. 그리고 녀석의 마정석을 차지한다.

저 녀석이 A급 마수인 건 알 바가 아니다. 저건 이제 내 돈을 멋대로 집어삼킨 커다란 보물상자에 불과하다.


“───!”


제법 열받았는지 펜리르가 앞발로 지면을 내리쳤다. 애꿎은 도로가 박살 나며 아스팔트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가 녀석의 다리를 노리고 칼을 휘둘렀다.

펜리르가 몸을 비틀었다. 공격이 빗나간 틈을 타 녀석이 입을 벌려 내 팔을 노렸지만, 난 이미 칼을 고쳐 쥐고 휘두르는 중이었다.


촤아악!


“────!”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며 펜리르가 뒤로 물러났다. 녀석의 눈에서 당혹감 같은 게 엿보였다.

당연하겠지.

원래 이 정도 공격엔 흠집 하나 나지 않는 게 정상이니까.

하지만 녀석은 지휘 특성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난 지난 여정에서 한 가지 업적을 완료해뒀다.


<통솔자 시해자>

-지휘 특성을 가진 마물에게 주는 피해가 증가합니다.


이것 덕분에 유의미한 상처를 낼 수 있었다. 내 기준에선 나름 깊은 상처였지만 생채기라 한 건 녀석이 벌써 회복을 마쳤기 때문이다.


“───!”


울음소리에 분노가 섞여 있다. 나 같은 녀석한테 맞은 게 어지간히 화가 나는 모양이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야. 도발은 니가 먼저 한 거다?


맹렬한 기세로 돌진해온 펜리르와 그대로 공격을 나눴다.

칼이 헛나가는 일은 적었지만, 치명상을 입히기엔 녀석의 움직임이 너무 빨랐다.

설령 상처를 내더라도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아물었다.


그런데다 녀석의 공격은 하나하나가 매서웠다. 고블린 킹과는 차원이 다른 파괴력에 도로는 진즉에 포장이 벗겨졌고 차들은 곤죽이 된 채 저 멀리 처박혔다.

그리고 그걸 받아내는 나 역시 무사하진 못했다.

열심히 피했음에도 옆구리를 몇 번 얻어맞았다. 갈비뼈 몇 개는 나간 것 같다.

그러면서 벽에 처박혔던 여파인지 팔도 욱신거리고 한쪽 다리는 절뚝거렸다.

일전에 얻어둔 아이템들이 없었다면 벌써 주검이 되었을 거다.


입가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닦았다. 계속 이런 상태면 승산이 없다고 생각한 그때.


“사격 개시!”


외침과 함께 내게 달려오던 펜리르에게 현대 화기의 무차별 세례가 퍼부어졌다. 자욱한 연기를 연막 삼아 뒤로 물러났다.

바주카와 총알 세례를 정통으로 맞았음에도 펜리르는 상처 하나 없이 태연하게 서 있었다.

역시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다른 지원이 필요했다.

이쯤 되면 헌터 한두 명은 올 법한데.


“으랴아아압!”


기합이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디선가 나타난 거구의 사내가 높이 치켜든 슬레지 해머를 펜리르의 머리에 내리꽂았다.


“───!”


예상치 못한 공격을 가드 없이 얻어맞은 펜리르가 일순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곧바로 일어나 반격하자 사내 역시 해머로 응수했다.

그가 추성민인 건 바로 알 수 있었다. 그 역시 헌터 협회의 홍주한처럼 안 좋은 의미로 낯익은 인물이었으니까.


‘여기서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나중에 기록 깨진 건으로 시비를 걸러 올 때나 볼 줄 알았는데. 이것도 우연인가?

추성민이 시간을 버는 동안 가로수 옆에 던져뒀던 가방을 열었다. 회복약을 마신 뒤 안쪽에 넣어뒀던 반지를 꺼냈다.

사념이 깃든 반지.

고블린 샤먼을 잡고 얻었던 D급 아이템. 사용하면 적에게 무작위 저주를 하나 건다.

도박성이 강한 물건이지만 지금은 뭐가 나와도 쓸 수 있다.

정비를 마치고 나서려는데 펜리르에게 한 대 맞고 물러난 추성민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표정을 팍 구기며 말했다.


“넌 뭐야?”

“뭐긴. 널브러져 있던 너 대신 쟤랑 싸우고 있던 놈이요.”

“널브러져 있긴 누가 널브러져 있어? 아무튼 이제부터 저건 내 거니까 방해하지 말고 저리 꺼져.”

“헛소리 마시고. 저건 내가 끝을 볼 테니까 당신이나 가.”

“이 새끼가 아까부터······.”

“───!”


포효와 함께 펜리르가 한층 커졌다. 조금 전까지 없던 갑주를 두른 녀석이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나와 추성민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자리를 피했다. 그리곤 녀석을 향해 각자 무기를 휘둘렀다.


깡!


청량한 금속음을 내며 무기가 튕겨 나왔다. 내가 한발 물러난 것과 달리 추성민은 기합과 함께 해머를 휘둘렀다.

나야 좋다. 알아서 미끼 역할을 자처해주는 셈이니까.

한 마리 마수와 한 명의 인간이 힘을 겨루는 동안 나는 낮게 읊조렸다.


“칭호, 무모한 도전자 장착.”


[사용 조건이 달성되었습니다.]

[지속 시간은 10분입니다.]


역시나.

생사의 고비에 있다면 10분, 그게 아니면 5분이란 가설이 확실해지는 순간이었다.


“커헉!”


펜리르의 박치기를 정통으로 맞은 추성민이 건물에 처박혔다. 저건 좀 아프겠다.

펜리르가 이쪽을 보기 전에 뛰쳐나갔다. 고개를 돌린 녀석은 내 다리를 향해 입을 벌렸다.


“패턴이 그것밖에 없냐!”


도움닫기로 공중에 뛰어오른 나는 녀석의 목덜미 부근의 갑옷을 붙잡았다. 예상치 못한 탑승객의 등장에 녀석은 거친 황소처럼 마구 날뛰었다.

떨어지지 않게 손에 힘을 최대한 주며 주문을 외쳤다.


“저주하리라!”


[침식의 저주가 발동되었습니다.]

[일시적으로 대상의 방어가 약해집니다.]


요즘 운이 좋은 편이라 생각은 했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있는 힘을 쥐어짜 다리로 녀석을 꽉 붙잡고는 갑옷 사이의 틈을 향해 칼을 찔러 넣었다.


“─────────────!”


계속 썰어도 볼 수 없었던 녀석의 검푸른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상당히 고통스러웠는지 펜리르의 저항이 한층 거세졌다. 몸을 흔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예 땅에 한 바퀴 구르기까지 했다.

몇 톤이 넘는 무게에 몇 번이고 짓눌릴 때마다 입에서 피가 튀어나왔다.

이러다 세상과 작별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칭호 효과가 없었다면 진즉 죽었겠단 생각이 들었다.


내가 시간을 버는 사이 정신을 차린 추성민이 이쪽으로 달려왔다. 박아 넣은 칼을 쑤셔 움직임을 방해하자 그의 해머가 펜리르의 턱주가리에 꽂혔다.


“───!!!”


고개가 홱 젖혀진 녀석의 콧등을 때려보고 싶은 충동은 꾹 집어넣은 채 칼을 더 깊게 찔러 넣었다.

고통 섞인 포효를 내지르며 펜리르가 강하게 몸을 흔들었다. 몇 번이고 칼을 찔러 넣었음에도 아직 이 정도 힘이 남아있는 걸 보면 A급 마수는 맞다.

칼을 빼면서 녀석의 몸에서 내려왔다. 그걸 본 추성민이 말했다.


“그대로 있으면 끝낼 수 있는데 왜 내려와?”

“내 마음이지. 왜. 막타 못 칠 거 같아서 겁나?”

“이 새끼가 진짜. 너 이름 뭐야?”


말하는 동안에도 시선은 펜리르에게 고정하고 있었다. 이번 건 확실히 치명상이었는지 회복 속도가 더뎠다.

위협을 느낀 펜리르의 그림자가 일렁였다. 이대로 있으면 섀도 울프들이 나오게 될 거다.

추성민이 먼저 행동에 나섰다. 푸른 오러를 두른 그의 해머가 펜리르가 휘두를 앞발을 그대로 꺾어버렸다.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는 녀석을 향해 달렸다. 그리곤 아까 벌려놨던 상처가 있는 위치를 향해 정확히 칼을 휘둘렀다.


서걱!


선을 그리듯 떨어진 칼과 함께 펜리르의 목이 반쯤 떨어졌다. 그대로 칼을 한 번 더 휘두르자 커다란 늑대의 머리가 몸에서 떨어졌다.

높게 치켜들었던 해머가 목표를 잃고 허공을 갈랐다. 떨어진 머리에 칼을 꽂아 확실히 마무리를 지었다.


[게이트 보스 ‘펜리르’가 쓰러졌습니다.]

[게이트가 소멸합니다.]


메시지를 확인한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곤 똥 씹은 표정을 짓고 있는 추성민을 향해 말했다.


“내가 말했지? 이거 내 거라고.”


작가의말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겁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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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화 - 이 놈은 이제 내 겁니다. +1 22.11.10 6,242 108 11쪽
9 8화 - 내가 모르는 폭풍전야 +4 22.11.09 6,495 110 11쪽
8 7화 - 봉화산 던전 (2) 22.11.08 6,554 115 11쪽
7 6화 - 봉화산 던전 (1) 22.11.07 7,211 113 11쪽
6 5화 - 할 일이 늘어난다 +6 22.11.05 7,927 116 11쪽
5 4화 - 첫 번째 히든 피스 +7 22.11.04 8,591 125 12쪽
4 3화 - 새로운 기회 +2 22.11.03 9,025 141 12쪽
3 2화 - 무모한 도전자 +1 22.11.02 9,463 144 11쪽
2 1화 - 살았다? +7 22.11.01 10,622 151 12쪽
1 프롤로그 +15 22.11.01 12,367 16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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