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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가R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촉한대장위연전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완결

조작가R
작품등록일 :
2021.05.23 18:30
최근연재일 :
2021.10.11 01:14
연재수 :
108 회
조회수 :
281,784
추천수 :
7,430
글자수 :
553,687

작성
21.08.0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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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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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글자
13쪽

천명(天命)

DUMMY

급작스러운 비보(悲報)에 막사 내의 분위기는 침통하기 그지없었다.


특히 육손은 태자 손등의 사망 소식을 들은 이후 무려 반시진(한시간) 동안 아무런 말도 없이 막사 밖으로 나가 초점 없는 눈동자로 먼 하늘을 보고 있었다.


보다 못한 정봉이 나섰다.


“대도독 안타깝지만...”


“무엇이 안타깝다는 말인가.”


육손의 물음에 당황한 정봉은 답하지 못했다. 그러자 육손은 다시 물었다.


“태자 전하의 상으로 폐하께서 군을 돌려 황성으로 회군하신 것을 말하는 것인가... 아니면, 총명함과 인덕을 두루 갖추셨던 태자 전하께서 돌아가신 것을 말하는 것인가.”


육손의 물음에 정봉은 또 답을 할 수 없었다.


“답해주시게... 도대체 무엇을 더 안타까워해야 하는 것인가...”


어느덧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것을 본 정봉은 더욱 답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직 어린 주이 보다는 오랫동안 전선에서 함께 했던 자신이 말하는 것이 나을 것이었다.


“대도독... 합비의 포위가 풀렸으니, 곧, 왕릉이 강하로 원군을 보낼 것입니다... 피해가 커질 수 있으니 이제 물러나셔야 합니다.”


“자황(전종의 자)은... 어째서 폐하와 함께 회군한 것인가... 그가 남아 포위를 풀지 않았다면...”


“... 그의 뒤에 전공주(全公主-손노반)가 있음을 아시지 않습니까... 필시 궁내의 문제 때문일 것입니다.”


육손은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는지 온 몸이 떨리고 있었다.


“도대체 이 대국에서 어떻게...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평생 그를 원망할 것이다.”


“대도독 결단을 내리셔야 합니다. 이만 군을 물리시는 것이...”


하지만 육손은 이를 악물고,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직... 아직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 이후 언제 다시 이런 기회가 오겠는가.”


“태자 전하의 장례가 시작되면... 필시 대도독도 신하 된 도리를 지키기 위해 참가하셔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대도독을 견제하려는 자들이 이것을 문제 삼을 것입니다.”


“상관없다. 태자 전하라면... 내가 지금 강하를 공격하는 것을 이해할 것이다. 내가 만약 이곳을 함락시킨다면... 저승에서도 기뻐할 것이다. 분명... 그럴 것이다.”


“대도독...”


잠시 말이 없던 육손은 황급히 자리로 돌아와 말했다.


“지금 당장, 완성을 포위하고 있는 대장군(제갈근)께 전령을 보내라, 주연과 병사들을 강하로 보내달라고... 회군하기 전 동원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모아 최후의 일전을 준비할 것이다. 대장군이라면 분명 나의 뜻을 이해하고 원군을 보낼 것이다.”


그 말에 정봉은 더욱 침통한 표정이 되었다.


육손은 불길함을 감지하고 물었다.


“왜 그러는 것이냐... 빨리 말하라.”


정봉은 어렵게 입을 열었다.


“대도독... 사실 얼마 전에 전령이 도착했는데... 대장군의 지병이 심해져 위독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그 아들인 제갈각이 그 일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대장군께서 군의 사기를 걱정하시고... 대도독께서 우려하실 수 있다며... 알리지 말라하셨습니다.”


그 말에 안색이 창백해진 육손은 곧 한 움큼 각혈을 한 뒤 그 자리에 쓰러졌다.


...


“적이 몇 시진 째 움직임이 없습니다.”


망루에 다녀온 호열이 그렇게 말하자. 제갈탄이 말했다.


“거기장군, 적들이 이렇게 오랫동안 공격을 멈춘 적이 없습니다. 이는 적에게 무슨 변고가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제갈탄의 희망찬 말에도 사마사는 표정의 변화 없이 그저 방패에 박힌 화살들을 뽑고 있었다. 그의 눈치를 보던 부하가 입을 열었다.


“... 적의 계략이 있을 수 있으니, 아직 속단하는 것은 시기상조입니다. 지난번처럼 원군이 왔더라도... 적들이 우리를 꾀어내기 위한 위장일 수 있으니 지금은 일단 수비에 전념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그러자 사마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하는 그것에 크게 놀라 고개를 숙이고 엎드렸다. 하지만 사마사는 그를 지나쳐 제갈탄과 호열에게 말했다.


“병사들을 반으로 나누어 교대하며 휴식을 취하라 일러라. 기회가 있다면 그것이 가장 먼저다.”


그 말을 들은 주변의 병사들은 크게 환호하였다.


그때, 병사 하나가 다급히 달려와 화살 하나를 전했다. 그것에는 짐승의 가죽이 묶여 있었다. 그 내용을 펼쳐서 확인한 사마사는 크게 놀랐고, 곧이어 엎드려있던 부하를 일으켜 둘만 있는 곳으로 끌고 갔다.


사마사는 그에게 가죽에 쓰여진 것을 보여주며 물었다.


“이것이 사실일 것이라 생각하는가?”


부하는 천천히 그 가죽을 펼쳐보고 또한 크게 놀랐다. 그러나 곧 정신없이 동공을 움직인 그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가죽에는 손오 태자 사망, 합비 철군이라는 짧은 글귀만 적혀있었다.


사마사는 살기 가득한 얼굴로 다시 물었다.


“네놈이 이곳을 나가고도 내 옆에 있고 싶거든 이번에는 만 번을 생각하고 답해야 할 것이다. 다시 묻겠다. 이것이 사실이겠는가?”


눈 밑에 악성종기가 더욱 커져 악귀 같은 얼굴을 한 사마사가 얼굴을 들이밀며 다시 묻자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떨어대던 부하는 엎드려 이마를 바닥에 박고 말했다.


“저는 육손에게 두 번이나 속았습니다. 처음에 속았을 때는 5만에 달하는 군사와 신야성을 잃었고, 두 번째 속았을 때도 5만에 달하는 군사를 잃고, 이렇게 성안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이런 제가 어찌 감히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겠습니까.”


“다만, 이것이 계책이라면 적들도 우리를 꾀어내지 못해 애가 타고 있다는 것이고, 계책이 아닌 사실이라도 적들은 애가 탈 상황이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저 가만히, 지금처럼 성문을 굳게 닫고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사마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일어나며 말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저 기다리는 것. 그래 맞다. 크크크”


사마사는 소름끼치게 웃었고, 그것을 본 부하는 공포에 떨었다.


...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병사 하나가 강하성 주변을 배회하였다. 그 병사를 알고 있는 이들이 있기에 사람들은 그를 들어오도록 하였고, 그는 사마사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사마사 앞에 도착하자, 부하가 그를 알아보았다.


그는 부하가 심어놓은 세작(細作)이었다.


그는 엎드려서 사마사에게 고하였다.


“장군, 동오의 태자 손등이 죽었고, 대장군인 제갈근이 위독하다고 합니다. 게다가 육손은 그 소식을 듣고 쓰러져 며칠째,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지금이야말로 굴욕을 갚을 때입니다.”


그 말을 전해 들은 제갈탄과 호열 등은 뛸 듯이 기뻐했으나, 사마사와 부하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심지어 호열이 나서서 병사들에게 이 기쁜 소식을 전하겠다고 하자, 사마사는 그를 막아 가지 못하게 하였다. 곧이어 부하는 칼을 빼들고 그의 목을 겨냥하였다.


“그러한 것은 극비일 것이다, 특히 태자의 일이야 그렇다 쳐도, 지금 완현에 있을 제갈근의 소식은 네놈 따위가 알 수 있는 것이 아닌데... 네놈은 변절한 것이 틀림없으니 지금 이 자리에서 죽여 그 간사한 혀를 뽑고 효수하여 본보기로 삼겠다.”


그는 크게 놀라 뒤로 엎어져 떨면서 말했다.


“제. 제가 어째서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지금 합비의 포위가 풀려 왕릉님의 원군이 출발하고, 완현의 포위도 느슨 해저 왕창님 또한 원군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소문이 오군내에 파다하고, 모르는 이가 없는데... 어찌 이것을 거짓이라고 하십니까... 이곳도 포위가 느슨해졌으니, 분명 곧 있으면 원군이 도착할 것이라는 전령이 올 것입니다.”


사마사와 부하는 그를 믿지 않고, 하옥(下獄)하였으나, 다음날 정말로 왕릉의 전령이 도착하였다.


전령이 가져온 죽간을 확인한 사마사는 말했다.


“이것은 분명... 예주 도독을 맡고 있는 왕릉님의 인장(印章)이 틀림없다. 합비의 포위가 풀린 것도... 손오의 태자가 죽은 것도 사실이며. 며칠 내로 원군이 도착할 것이다.”


그러자 제갈탄이 나서서 말했다.


“그렇다면, 어제 그 세작이 말했던, 제갈근이 위독하고, 육손이 쓰러졌다는 말도 사실이 아니겠습니까!! 장군 드디어 우리에게 승리의 서광이 비치고 있습니다.”


“장군, 그렇다면, 저들은 곧 퇴각을 준비할 것입니다. 지금껏 겪은 치욕을 갚고자 하니, 부디 추격할 것을 명해주십시오.”


제갈탄에 이어 호열까지 나서 그렇게 말하자.


사마사는 잠시 생각을 하다 부하를 바라보았다.


부하는 장고의 시간을 가지고 말했다.


“적에 변고가 있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곧 물러날 것 또한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적을 추격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 답을 들은 사마사는 만족스러운 듯 크게 웃었다.


“하하하, 과연, 이제야 나의 책사가 정신을 차렸군.”


그 모습을 본 제갈탄이 이해할 수 없어 사마사에게 물었다.


“장군, 이 기회에 적들의 기세를 완전히 꺾어놔야 다시는 이곳을 넘보지 못할 것입니다. 게다가 지금껏 당한 수모를 갚아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육손을 잡는다면...”


그의 말을 들은 사마사가 물었다.


“자네는 지금 오군이 어떻게 해야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야... 당연히 성문을 열고 성을 함락시키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것을 막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성문을 닫고... 장군 이러한 것을 말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좀 더 대국적인 상황을 보고자 함입니다.”


“대국적인 상황이라... 그래, 그럼 대국적으로 우리가 승리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러니까 퇴각하는 오군을 공격하여 육손의 목을...”


“틀렸다.”


사마사가 기괴한 얼굴로 그를 노려보며 말하자. 제갈탄은 입을 열 수 없었다. 그는 곧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는 이 전쟁을 시작할 때, 이 전장의 목적과 승리의 조건에 대해 모두 이야기했다. 어째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인가. 너무 격렬하게 싸운 나머지 모두 잊은 것인가.”


그러자 생각에 잠겼던 호열이 말했다.


“성을 지켜내고... 살아남아... 5만 군사를 잃고, 강하를 버리고 도망친 대장군을 벌하기 위함입니다. 썩어빠진 종친들을 몰아내고, 위의 기틀을 다시 세우기 위함입니다.”


“그래, 현무(호열의 자)는 기억하고 있군.”


“내가 원하는 것은 고작 육손에게 승리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썩어버린 위나라의 기틀을 바로 잡는 것이다.”


“나의 아버지는 마지막 순간... 이러한 대국적인 목표를 잊고, 제갈량을 좇아, 승부를 내려하시다 목숨을 잃으셨다.”


“공휴, 자네는 어찌하여 나에게 아버지와 같은 길을 가라고 하는 것인가.”


제갈탄은 고개를 숙이고 답했다.


“죄송합니다. 저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제갈탄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사마사는 말을 이어갔다.


“육손은 싸우고 싶을 것이다. 제갈량이 그러했듯이 최후의 순간 비수를 준비하여 이 성에 있는 모두를 길동무로 삼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에 응하지 않을 것이다. 나의 승리는 그곳에는 없으니까... 나는 육손을 홀로 보낼 것이다. 그를 빈손으로 보낼 것이다. 이미 나와 그의 승부는 끝났다.”


이미 수만 번을 휘둘러 쇳덩이가 되어버린 칼을 칼집에 넣으며 사마사는 말했다.


“나의 승리다.”


...


산에 올라 한동안 강하성을 바라보았다.


항구에 도착해서도 강하성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하지만... 강하성의 불은 꺼지지 않았고,


끝내 강하성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오군이 매복을 그만두고,


진정으로 떠나는 그 순간까지도


그들은 성문을 열지 않았다.



그것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육손의 머리칼은


어느새인가 하얗게 세어 있었다.


분명 나이가 먹으며 어느 정도


검은 머리와 흰머리가 섞여 있었으나


이제는 모두 새하얗게 변해 있었다.



결국 오군으로 향하는 배에 올라탄 그는


야속하게도 이러한 시기에 가버린 태자 손등,


과거 익주로 향하던 도중 목숨을 잃은 대도독


장안을 바라보며 숨을 거둔 공명을 떠올리고


천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하늘에 물으며...


깊은 탄식을 내뱉고는...


강하성을 뒤로한 채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작가의말

댓글, 추천, 선호작 등록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되세요!!


다음주 수요일에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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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늑대의 노래(3) +3 21.08.13 1,720 58 12쪽
76 늑대의 노래(2) +2 21.08.12 1,661 60 10쪽
75 늑대의 노래(1) +3 21.08.11 1,774 50 12쪽
» 천명(天命) +12 21.08.07 1,864 63 13쪽
73 241년(4) +7 21.08.06 1,727 58 9쪽
72 241년(3) +5 21.08.05 1,757 56 9쪽
71 241년(2) +8 21.08.04 1,805 55 14쪽
70 241년(1) +8 21.07.31 1,991 5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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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손오 북진(2) +6 21.07.29 1,887 6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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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진창의 난(1) +2 21.07.23 1,913 56 13쪽
61 암수(暗數)(4) +3 21.07.22 1,838 55 14쪽
60 암수(暗數)(3) +10 21.07.22 1,914 49 12쪽
59 암수(暗數)(2) +10 21.07.21 2,004 58 12쪽
58 암수(暗數)(1) +8 21.07.20 2,152 52 9쪽
57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3 21.07.20 2,134 54 11쪽
56 신상필벌(信賞必罰)(2) +6 21.07.19 2,056 62 12쪽
55 신상필벌(信賞必罰)(1) +14 21.07.18 2,177 6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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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처단(2) +4 21.07.16 2,133 5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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