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수(暗數)(1)
“폐하께서 빠르게 환궁하라 하시는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잠시 생각에 잠겼던 중서랑 우송은 답했다.
“외부의 변란이 있는 경우, 내부의 이변이 있는 경우,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사마사는 고개를 저었다.
“틀렸다. 동오는 형북의 역병으로 물러간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서촉은 오랜 전장으로 지쳐있다. 그리고 하북의 반란세력을 방금 토벌하였으니, 외부의 변란 일리는 없다. 그러니 당연히 내부의 이변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폐하의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폐하의 춘추가 서른다섯, 나와 큰 차이가 없거늘 무슨 망발(妄發)인가.”
“조우, 조조 등 의지하던 이들을 멀리 보내고, 무분별하게 궁녀를 뽑아 그 숫자가 1천을 넘고, 술을 가까이하여 조석(朝夕)으로 맑은 정신을 유지하지 못하며, 소문으로는 남색까지 밝힌다고 하니 어찌...”
그의 거침없는 말에 크게 놀란 사마사가 그를 진정시켰다.
“닥쳐라. 더 이상 불경스러운 말을 지껄인다면 용서하지 않겠다.”
“죄송합니다. 그저 이유를 물으시기에...”
한숨을 내쉬고 잠시 생각에 잠겼던 사마사가 말했다.
“하지만, 폐하의 신변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면, 급히 날 찾을 다른 이유가 없구나. 만약 너의 말이 맞아, 나를 찾는 이유가 태자를 도와 후사를 맡기기 위함이라면 나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는가?”
“태자 조방은 나이가 어리고 양자(養子)이기에 끊임없이 천자로서 자격에 대한 의심을 받게 될 겁니다. 폐하께서 중군사를 찾으시는 것은 무제와 문제, 그리고 지금 폐하의 시대까지 3대에 걸쳐 큰 공을 세운 사마가의 후광을 이용하여 그것을 막아보고자 함입니다.”
사마사는 답하는 일 없이 계속하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분명 중군사만을 고명대신으로 삼지는 않을 것입니다. 위국의 전대 황제들이 그러했듯 종친을 대표할만한 인물도 함께 불러 서로를 견제하도록 할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문제(조비)께서 아버지와 사공 진군 그리고 대장군 조진과 대사마 조휴에게 후사를 맡긴 것처럼 말이지...”
“그렇습니다. 가능성이 높은 것은 폐하의 총예를 얻었던 조휴의 아들 조조와 연왕 조우입니다.”
“그들은 크게 패하고 장안을 잃어, 도성의 출입이 금지되지 않았는가. 그렇게 쉽게 복권이 되겠는가?”
“유방과 손자가 건재하니 어려울 수도 있겠으나, 달리 폐하가 의지할만한 사람은 없습니다. 급히 중군사를 찾을 정도의 상황이라면 분명 그 둘을 찾을 것입니다.”
“대사마 조진의 아들, 조상은 어떠한가? 그 또한 폐하와 어릴 적부터 가깝지 않았는가.”
“하지만 그는 이렇다 할 두각을 들어낸 적이 없기에...”
그러자 사마사는 입꼬리를 들어 올려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유방과 손자라면 그러한 점을 더 반기지 않겠는가?”
그 뜻을 알아차린 우송은 놀라며 답했다.
“과연 중군사의 지모를 따를 수가 없습니다.”
“그대가 보기에 조상과 비교한다면 나는 어떤가?”
“가문의 후광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머나먼 요동 땅까지 나아가 승리하고 돌아오신 중군사와 내세울 것은 스스로의 가문뿐인 그자를 어찌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아부가 심하구나.”
둘은 잠시 웃었으나, 곧이어 우송은 진지한 표정이 되어 말했다.
“하지만, 자원님... 그러한 자일수록 의심과 경계가 큰 법입니다. 절대로 권력을 나누고자 하지 않을 것이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알고 있다. 항상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지 그들과 싸우지 말고 항상 참고 기다려야 한다고...”
“대도독의 말씀이 옳습니다. 결국 팔은 안으로 굽는 법, 저들은 모두 피로 이어져 있으니 저들과 권력을 다투면 큰 화를 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니 저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며 기회를 노리십시오.”
“그래... 아직 때가 아니란 것은 잘 알고 있다. 걱정하지 마라. 일단은 다시 나라를 일으켜 세워야겠지.”
“과연 현명하십니다.”
사마사가 궁궐에 도착하니, 이미 조예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못했다.
그런 조예를 보고 그는 엎드려 절하며 말했다.
“폐하!! 신 사마자원 승전고(勝戰鼓)를 울리고 왔습니다.”
“오... 자원 드디어 왔는가... 어서 가까이 오시게.”
사마사가 그의 곁으로 다가가 엎드리자 조예는 겨우 힘을 내어 몸을 돌려 누웠다.
“폐하! 신이 폐하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약속드렸던 1년보다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크게 벌하여 주십시오.”
“모두가... 승리할 것을 자신하고 나갔으나 패하고 돌아왔소. 그대만이 유일하게 짐과의 약속을 지켰는데, 내가 어찌 그대를 벌하겠소.”
“폐하... 황은이 망극합니다.”
“고생하였소, 내가 믿을 것은 오직 그대뿐이오.”
그렇게 말하고 조예가 떨리는 손을 뻗어 사마사의 손을 잡으니, 사마사는 그의 손을 맞잡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폐하 어찌 이렇게 누워계십니까... 감히 폐하의 성심(聖心)을 흐린 자들을 말씀해주신다면 신이 벌하고 오겠습니다. 저의 아버지가 그러했듯이 저 또한 나라를 위해 역적들을 토벌할 것입니다. 그러니 어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십시오.”
그 말에 조예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답했다.
“죽는 것은 가히 받아들일 수 있으나 나는 그대를 기다리느라 죽지 않고 있었는데 이제 그대를 보니 더 이상 한이 없다네.”
“폐하...”
“방과 순을 들도록 하라.”
조예가 그렇게 말하니, 조방과 조순이 들어왔다. 아직 관복을 입고 걷는 것조차 어려워 보이는 어린아이들이었다. 사마사 또한 그들을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난경(조방의 자), 이리 가까이 와라.”
조예는 조방을 가까이 오도록 하였다. 그리고는 사마사에게 명했다.
“이 아이를 한번 안아주시겠소.”
“폐하... 제가 어찌 감히...”
조예가 조방에게 눈짓을 하니 조방은 사마사에게 다가가 그에게 안겼다. 그 모습을 확인한 조예가 말했다.
“오늘 이 인연을 잊지 말고, 부디 조상과 함께 이 아이를 지켜주시게.”
“폐하... 신 분골쇄신(粉骨碎身)하여 태자를 보필할 것입니다.”
“중달이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었으나... 그대와 같은 아들을 남겼으니 다행이오...”
그렇게 말하고 조예가 숨을 거두니, 239년 정월(1월)의 일이었다.
...
“양무장군을 뵙습니다.”
등애가 진태의 처소를 방문하자. 그는 예를 갖추며 그를 맞이했다. 미리 방문을 예고했기에 놀랄 일은 아니었다.
“그. 그간 무탈하셨는가?”
그 말에 진태는 침통한 표정으로 답했다.
“폐하께서 영면(永眠)에 드셨는데... 어찌 무탈할 수 있겠습니까.”
“어. 어리석은 질문을 하였군, 하나 우.우리는 폐하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을 시간이 없네.”
등애의 말에 진태는 분노하며 말했다.
“촉군이 움직인 것입니까? 비열하게 국상(國喪) 중임을 노려 공격해오다니... 제가 직접 나가 적들을 격퇴할 것입니다.”
“아. 아닐세 저. 적들도 아직 국력을 회복하지 못하여, 구. 군을 움직일 상황은 아니네. 하. 하지만 기억하시게, 폐. 폐하가 우리를 이곳에 배치한 것은 그저 지. 지키기 위함이 아니었네. 지. 진정 폐하를 애도한다면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해야겠는가.”
갑작스러운 등애의 제안에 진태는 난색을 표했다.
“장안을 공격하실 생각입니까? 하지만... 지금은 폐하의 국상이 치러지고 있고, 아직 형북에서 패한 상처 또한 아물지 않았습니다. 아직 군을 일으키기엔 시기가 좋지 않습니다.”
등애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저. 정확히 맞는 말이네. 부. 분명 촉군도 그대와 같이 생각하고 있을 것이네.”
“허를 찌르는 것은 좋지만... 말씀드린 것처럼 시기가...”
만류하는 진태의 어깨를 잡아 그를 진정시키고 등애가 말을 이어갔다.
“최. 최근 계속된 패배로 군의 사기가 좋지 못하네, 아. 아직도 몰래 황하를 건너 장안으로 투항하는 자. 장병들이 있다고 하더군. 아. 아마도 하후패 장군이 귀순한 것이 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네.”
“하후패 그자는 공신의 아들이자, 종친으로서 어찌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저였다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것입니다.”
분개하는 진태와는 반대로 등애는 웃으며 답했다.
“꼬. 꼭 그렇게 나쁘게 볼 것은 없네, 그. 그로 인해 우리가 저. 적들의 틈을 파고들 수 있게 되었으니...”
잠시 등애가 한 말들을 곱씹어보던 진태는 무언가 깨달은 듯 말했다.
“과연, 촉은 인재가 부족하고, 크게 방심하고 있을 것이니 장군의 계획은 실패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 역시 그대도 찬성할 것이라 생각했네, 내. 내가 적당한 인물도 찾아 놓았네.”
그 말에 진태는 웃으며 물었다.
“양무장군의 눈에 든 자가 누구입니까?”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던 등애는 다가가 진태의 귀에 속삭여 주었다.
- 작가의말
댓글, 추천, 선호작 등록 감사합니다.
ehf님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마유상님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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